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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30일
열정있는 독서가라면 읽었든 읽지 않았든 ‘불편한 편의점’을 잘 알 것이다. 출간 후 2년여 기간동안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도서구매 전(全) 사이트에서 석권하며 10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려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불편한 편의점1’을 재밌게 읽어 1년 4개월만에 나온 속편을 예약판매로 기다려서 읽을 정도였고 한 도시의 인구가 사서 읽을 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작업실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마음이 동했다. 얼른 받아보고 싶었다.
<패배는 없다. 이기거나 배우거나. p. 25 김호연/ 김호연의 작업실>
‘김호연의 작업실’은 말 그대로 소설을 쓰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루틴과 지속할 수 있는 자세, 공간에 대한 디테일과 저자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책이다. 여타 세상에 널린 작법서와 달리 작업의 시작 전부터 출간 후의 여정을 현실적으로 아우르고 있으니 확실히 특별하다. 심지어 ‘소설의 가격’(p. 67)이라는 핵심 가치에 대해서 솔직하고 발칙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어느 작가의 글쓰기 관련 에세이에서 소설의 가격을 언급한 적이 있던가. 없다.
<첫 날은 작업 파일을 만들고 아무 문장이나 쓰세요.
그럼 당신은 작품을 시작한 것입니다. P. 106 김호연/ 김호연의 작업실>
글이 안 써질 땐 써야한다고 말한다. 첫 문장을 쓰기 어렵다는 사람들에겐 아무 문장이나 쓰라고 한다. 일단 시작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작법서가 아니라 이것은 작업서이다. 작업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이어나갈 수 있는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해 방법이 아니라 본인이 작업하는 예시를 들어주고 그 흐름을 친절하고 세밀하게 알려준다.
<공감 가는 캐릭터를 쓰기가 힘이 드는가?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공감하며 사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기 바란다. 상대방의 마음을 쉼없이 헤아려보기 바란다. P. 95 김호연/ 김호연의 작업실>
작법서가 아닌지라 기대보단 호기심이 일었는데 역시 이야기꾼 답게 문체가 간결하고 찰떡 비유로 이해하기 쉬웠고, 무엇보다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김호연 작가님을 인터뷰하는 대담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뿐만 아니라 여러 명사의 글귀를 인용해서 근거를 뒷받침하고, 글쓰기를 독려하는 금언 모음이라든지 추천 소설과 그에 대한 리뷰 및 분석, 유용한 작법서 리스트까지 망라하고 있어 배경이 풍부하다. 특히,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가 본인이 들었던 플레이 리스트를 공유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김호연님과 친해진 기분이다. 음악 취향이야말로 사적인 부분이 아닌가. 독자로 하여금 한층 가까워진 것처럼 받아들여졌으니 다분히 의도적이다. (웃음)
다른 작법서에서 다루는 공통적인 조언도 많이 있다. 작법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글을 쓰고 출력할 것, 쓴 글은 숙성시켰다가 나중에 다시 읽어볼 것 등……. 하지만 개인적으로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제목이다. 평소에 나는 글을 쓰고 나중에 제목을 지었는데 김호연 작가님은 제목부터 정하고 글을 쓰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그 책의 방향을 잡아주고 일관성을 지킬 돛이 되어 줄 것이며 돛을 달아야 항해가 그나마 수월하다는 것이다.
<제목은 당신의 작품 속 글귀 중 가장 중요한 글귀여야 한다.
P. 61 미상/ 김호연의 작업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을 들고 단 몇 시간만에 완독을 했고, 전(全) 내용을 다 읽은 작법서 내지 작업서로는 처음이다. 필요한 부분만 읽고 덮게 되는 작법서의 내용이 아니라 스테디셀러 작가의 비책을 발견해 첫 장을 폈는데 자꾸 뒷장을 넘겨보고 싶은 것이다. 이로써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