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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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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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밑까지 이불을 폭 뒤집어 쓴 채, 폭포처럼 쏟아지는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들려준 우렁 각시 이야기, 삼촌이 들려준 신밧드 이야기, 이모가 들려준 구미호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언제나 생생하게 펼쳐졌으니까요. 끼니는 걸러도, 이야기는 거르지 않는 그야말로 열혈 이야기 수집가였지요.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그 시절의 꼬마는 어느덧 자라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늘 내 차지였던 이불 속엔 내 아이들의 눈망울이 대신 자리하고 있어요. 이불을 바짝 끌어 덮은 채 이야기를 재촉하는 모양이 무척이나 친숙합니다. 예전의 나처럼. 나만큼이나 이야기 듣고 모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 짓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고운 마음 한 줄이랑, 단단한 마음 한 줄, 또 넉넉한 마음도 한 줄, 바늘에 꿰어 아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 어른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