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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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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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지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시가 무엇인지 모른다. 시나리오와 희곡을 써 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창작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삶에 닿아 있는 글을 쓰려고 했다. 자면서 꾼 꿈을 옮겨 적고, 영수증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기 위해 ‘영수증 일기’를 쓰고, 좋아하는 장면을 화면 밖으로 꺼내고 싶어서 ‘영화 일기’를 썼다. 대개 부정적인 감정이 차오르면 글을 씀으로써 비워내기도 했다.
살면서 읽고 쓰는 데 불편함이 많다. 내가 쓴 글조차 제목과 첫 줄을 수차례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미가 아닌 모양새로 글자가 다가오는 듯하다. 읽다가 흐름을 놓쳐서 다시 읽고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 같아 다시 읽는다. 이 밖에도 잡념 때문에, 성에 안 차서, 이해되지 않아서 다시 읽는다. 이러니 다른 사람이 쓴 시와 소설과 에세이 들은 더더욱 읽기 힘들다.
장르를 정해서 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세상에 네 일기를 읽어 줄 사람은 없다.”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 수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장르를 정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것이다." 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안의 시선』은 십이 년 정도 쓴 글을 추려서 낸 책이다. 이다음에 책을 한 권 더 내게 된다면, 그럴 수 있으려면 또 몇 년을 써야 할까. 삼십 대에 한 권, 사십 대에 한 권. 이렇게 십 년 주기로 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설령 책을 내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시를 짓듯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자면서 꾼 꿈을 천 개째 쓴다면 자비출판을 해 볼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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