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 양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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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적성을 살려 대학 졸업 후에도 잡지사 기자, 방송 작가로 글 쓰는 일을 하다가 결혼하고 어느 날, 필연인지 우연인지 공인중개사가 되었다. 고지식하고 사교성도 별로 없는 내가 하루에도 수십 명이나 되는 낯선 이들을 만나고 낯선 집을 찾아가는 일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신기할 때도 있다. 글 쓰는 일과는 전혀 관련 없는 듯한 공인중개사의 업무는 ‘인간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작가의 영역과 일맥상통한다. ‘계약’이라는 결말에 이르려면 집을 팔고 사는 사람과 그 사람의 사연을 담은 기-승-전을 겪어야 한다.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에피소드가 대부분이고, 때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소설 같은 일들을 겪기도 하지만, 중개사로 일하면서 진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글을 쓸 때의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