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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
_시미즈 켄 / 한빛비즈
해가 바뀌었다. 설 기분은 안 난다. 음력설 때나 제대로 해가 바뀌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리뷰를 올리는 몇몇 블로그 카테고리에 연도수를 표기해놨기 때문에 1월 1일을 기해서 고쳐놓았다. 어쨌거나 2023년이다. 몇 해 전부터 지인들과 주고받는 카톡이나 SNS인사에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무탈 평안’이다.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도 많이 썼다. 나도 많이 받는 문장이기도 하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위험해지면서 무사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감사할 일이 되고 말았다.
만약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1년밖에 안 남았다면? 아니면 1년 후쯤 내가 병상에 누워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면?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는 경우는 대부분 ‘암’이다. 한국의 경우 2018년 보건복지부 발표 국가 암등록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였고, 남자(80세)는 39.8%, 여자는 34.2%였다. 암은 고령자만 걸리는 병도 아니다. 일본의 통계를 보면 암 환자 3명 중 1명이 생산연령에 해당하는 15~64세에 속한다고 한다.
이 책의 지은이 시미즈 켄은 일본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다. 암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정신종양학’ 전문의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정신종양학 학회가 있다. 학회가 개설된 지 8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암이 환자의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암의 심리적, 사회적, 행동적 측면에 대해 연구하면서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쉽게 정리하면, 암의 심리사회적 측면을 다루는 분야이다. 일차적으로 암 환자 및 가족이고, 넓게는 암 관련 치료진의 스트레스 및 소진관리를 담당한다.
지은이는 2003년부터 국립암연구센터 중앙병원에서 암 환자와 가족들을 진료했다(암 환자의 가족은 ‘제2의 환자’이다. 환자 당사자만큼이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심하기 때문이다). 매년 200명 남짓의 환자를 만나 지금까지 4.000명이 넘는 환자들을 상담했다. 이 책을 통해 지은이가 만난 환자들과 환자들을 통해 얻게 된 삶의 지혜들을 정리했다.
“사람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마음대로 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must의 삶과 want의 삶이 있다. must의 삶은 나의 의지보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다른 한 편 want의 삶은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삶이다. must의 삶이 주장이 강하면 want의 삶은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환자들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삶의 흔적들을 돌아보며 이런 고백을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인 채 어른이 된 후, 내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는 문제를 처음 대면하게 되었다.”
“죽음을 응시하는 일은 어떻게 살아갈지를 응시하는 일.”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거북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삶을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록 내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이 많겠지만, 영어의 present는 현재, 지금이라는 뜻과 함께 ‘선물’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지금 이 시간 오늘은 내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이다. ‘오늘’이 전부이다. 내일은 내일 되어봐야 안다. 이 책을 암 환자와 가족, 지인들 그리고 현재 반 건강인 반(또는 잠정)환자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1년후내가이세상에없다면
#시미즈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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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책이야기2023
가족이나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처럼 의식하지 않으면 당연한 것처럼 흘러가버리는 시간들이 있다. 이러한 일상을 언제라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층 각별해지는 법이다. 고대 로마인의 가르침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와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p.62)
‘정신종양학’(암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전문의인 저자는 환자와의 상담사례를 통해 자신이 느낀 것들을 공유하여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해 무언가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상담을 했던 환자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나서 마음이 힘들다고 하지만, 묵묵히 도움을 주려고 했던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암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과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하게 한다.
들어가며 - 암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괴롭힌다
1장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슬퍼하는 일이 필요하다
2장 누구에게나 있는 회복력
3장 사람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마음대로 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4장 오늘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자신의 want와 마주하기
5장 죽음을 응시하는 일은 어떻게 살아갈지를 응시하는 일
마치며 - ‘죽음’을 의식하고 처음으로 살아갈 ‘희망’에 눈을 뜨다
전반적으로는 ‘나다움’에 대한 것 같다. 환자들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잘 들여다보고, 받아들인 후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정한다. 모든 사람들이 잘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담사례에서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인생을 돌아보면 원하는 대로 살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상담 과정을 통해 환자들이 고통을 덜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우리에게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당신의 마음은 ‘꼭 하고 싶다’ 말하는 게 있는데 그냥 우두커니 있으면 그건 실현되지 않는다. 그냥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면, 그건 결국 실현되지 않는 결과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길이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p.155)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 본 것은 몇 년 전이었다. 할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관련된 책을 읽은 계기가 되었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친구나 가족 중 누군가 아플 수 있다. 그 상황이 된다면 담담하고 용감하게 극복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그리고 지금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인생에는 기한이 있고, 나도 언제 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세는 본연의 인간을 인식하는 일이다. 이 말을 처음 들으면 마음속에 어두운 그늘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이내 밝은 빛이 보인다. (p.16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