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퍼스널 브랜딩 특집] 요즘 일하는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2021년 09월 15일
<인디 워커>를 다 읽어갈 무렵 SNS 추천 게시물로 접하게 된 책. 내 동년배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을 하면서 느낀 이모저모를 인터뷰했고 그것을 엮었다. 앞으로 뭘 해서 어떻게 살 것인지 계속 고민되던 와중,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꿈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구매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인터뷰들을 하나씩 섭렵해가면서 '아, 이런 일도 있구나. 이런식으로도 소득을 얻을 수도 있구나' 하며 새로운 정보들도 많이 습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삼 내가 참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를 고민하면서 나는 계속 '회사'만 생각했다. 별 일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고, 그곳에서만 근로소득을 얻는다는 전제가 머릿속에 계속 깔려 있었더랬다. 하지만 꼭 아침에 회사로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형태가 아니라 다른 방식, 방법으로 나의 길을 열어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떠올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생각을 조금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다들 참 열심히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었고, 그 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는 부분들이 참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나도 많은 힘을 얻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책 마지막 부분 인터뷰이들을 다시 만나 코로나 팬데믹 속 최근 근황을 들을 수 있는 부분도 좋았다.
모든 분들의 인터뷰들가 내게 신선한 깨달음을 주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배달의 민족 전 마케터이자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써낸 작가이기도 한 이승희님. <기록의 쓸모>는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제목만 얼핏 본 책이었다. 그리고 저자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읽고 참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승희 님이 운영하는 SNS 계정도 찾아보게 되었다. 마케팅과 관련없는 학과를 졸업한 후 대전에서 일을 하다 배달의 민족에 스카우트 되었는데, 인터뷰를 보면 입사 한 후부터 본인의 역량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커리어를 다지고, 퇴사 후 새로운 일들을 도전하는 모습이 참 멋졌다.
(이 책을 다 읽고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이 생겨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읽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승희님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정말 유명한 분이구나, 하고 또 열심히 인터뷰를 정독하다가 지금은 <글쓰기의 쓸모>라는 글쓰기 지침서를 읽고 있는데 여기에도 승희님 인터뷰가 또 나와서 깜짝 놀람. 이쯤 되니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적 친밀감이 몽글몽글.)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다양한 일들을 하며 열심히 삶을 가꾸어 나가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삶을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
// 한국 사회가 고도 경쟁의 사회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로 먹고사는 건 힘들다는 게 정론처럼 되어 있고요. 그런 환경에서 '덕업일치'까진 아니어도 좋아하는 걸로 먹고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죠. 그렇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먹고 살수 있게 될 거라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죠.
episode 03 덕업일치, 쓸모없다는 일로 먹고 삽니다 - 고성배 님
// 제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진짜 많이 느낀 건,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 가서 '저 사람이 대단하다'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제가 없어도 전혀 티 안나게 잘 돌아가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episode 08 존재감 있는 회사인간 되는 법 - 이승희 님
// 콘텐츠를 만들면 다 되는 게 아니라, 콘텐츠 안에 사람들이 가져가고 싶은 가치가 담겨 있어야 돼요. '나는 가치를 넣었으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봐'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할 줄 알아야 하죠. 내 이야기를 사람들이 끝까지 들어야 되니까요.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가치를 전달하는 게 콘텐츠인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오디언스(청중)가 생겨요. 팔로워가 늘어난다거나, 구독자가 생긴다거나, 그게 영향력이 생긴다는 거거든요. 내가 말하는 메시지에 영향력이 생기고, 그 분야에서 퍼스널 브래드로 자리를 잡게 되면 자연스럽게 클라이언트가 오게 되어 있어요.
episode 10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 좋은 시대 - 드로우앤드류 님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은 진짜 요즘 사람들의 먹고사는 주제를 다룬 인터뷰집이에요.
이 책을 기획한 두 사람은 부부이자 900KM (구백킬로미터) 대표라고 하네요. 4년 전 각자의 회사에서 동반 퇴사한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했대요.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 행진>,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생활탐구> 등을 펴냈고, 밀레니얼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고 있대요.
일단 이들 부부가 신기했어요. 두 사람이야말로 N잡러로 먹고사는 요즘 것들이며, 2030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이 저한테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세대 차이를 느꼈고, 그 차이만큼 배웠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기획한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프로젝트가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기존 루트를 벗어나 자신만의 루트를 찾아낸 요즘 것들의 삶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고, 갑자기 많은 것들이 변화했는데, 그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의 주도권을 지켜냈기 때문이에요. '먹고사니즘'을 그저 생계의 굴레로만 봤다면, 요즘 것들의 삶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의 결정체라며 회의적으로 떠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어요. 그동안 우리는 한 가지 길만 정답이라고 배웠고, 자본주의 무한 경쟁의 시스템에서 앞만 보며 달려왔어요. 덜컥 넘어져보니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고, 새로운 길도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거예요.
학창 시절부터 성실하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입사한 모범생이 서른 살에 퇴사하여 자신에게 일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이야기, 생계를 위해 청소 일을 하며 그림 그리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이야기, 쓸모없다던 덕질이 어느새 진짜 먹고사는 업이 되었다는 덕업일치 이야기, 인생이 노잼이라 잼(재미)을 처방한다는 콘셉트가 떠올라 '잼있는 인생'이라는 잼 브랜드를 창업한 에피소드,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다'라는 커뮤니티 운영을 하면서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를 선택하여 먹고살 수 있는 궁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 월급도 직업도 다른 10명이 각자 월급의 10%씩 모아 와인바를 차린 이야기, 'N잡러'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여 프로 N잡러의 길로 들어선 이야기, 나답게 먹고사는 요즘 것들이 한창 퇴사 이후의 삶을 이야기할 때 존재감 있는 '회사 인간'이 되기 위해 성장기를 쓰고 있다는 마케터 이야기, 직장인보다 자유롭고 프리랜서보다 안정적이라는 직장인과 프리랜서 중간 형태의 '프리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90년대생 경제 상담가로 활동하는 이야기,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기 위해 SNS와 유튜브를 활용한다는 핫한 요즘 것들의 이야기는 밀레니얼 세대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마다 가치관은 다르지만 그 가치관대로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점은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마디로 '나답게 자립'하는 것이 요즘 것들의 생존 전략이라고 이야기하네요.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의미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밀레니얼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와 그것이 가능해진 사회를 상상해보는 활동들이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1년 5개월간 진행된 프로젝트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요즘 것들의 먹고사니즘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므로, 다음 프로젝트도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