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생겼는데 클래식 음악이 아직 어렵게 느껴지거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쌓고 싶은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한 지식이나 무게가 조금은 가볍다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은 클래식 음악 입문자를 위한 책이기에 최대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고 있는 독자의 입장으로 읽어보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리뷰도 내용보다는 저자가 클래식 음악을 풀어내는, 또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써보려 한다.
이 책의 저자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는 유튜브 채널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홍 님이다. 나는 이 채널을 보고 있지 않아서 저자가 어떤 분인지 잘 몰랐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 번 직접 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기홍 님은 현재 아카펠라 그룹 '나린'에서 베이스 파트를 맡고 있는 분이다. 예전에 한 번 '나린'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책을 썼던 분이란 것을 알게 되고 나니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인이라도 받아놓을 걸 그랬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지만, 전공서 외에는 음악에 관련된 책을 읽어본 지가 좀 오래된지라 요즘의 음악에 관련된 책들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수많은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에 대해서만 써도 할 얘기가 참 많을 것인데, 어떻게 내용을 구성했을까 하면서 목차 구성을 찬찬히 살펴봤다. 책의 목차 구성을 보면서 저자가 본인의 개성과 생각을 잘 담아서 구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의 초반 프롤로그를 보면 실제 저자도 목차 구성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클래식 이야기라면 괜찮지 않을까."(p. 7)라고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책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녹여내면서 클래식 음악을 최대한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고 있다.
1막. 내 삶은 언제나 클래식이었다
1막에서는 제목 그대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그 안에 담긴 클래식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선 저자가 처음 접한 클래식 음악인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 슈만 《리더크라이스》 중 '낯선 곳에서', 리스트 <헌정>, 루틴에 대해 이야기한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생상스 <죽음의 무도>의 클래식 음악이 실려있다. 정말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이라 대부분 TV 광고에서도 많이 들어봤을 법한 곡들이다. 각 곡들에 대해 설명을 하기에 앞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이 음악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 혹은 독자들이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주제들을 가져와 자연스럽게 곡의 설명으로 이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리스트 <헌정>에 대한 도입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곡 <헌정>에 대한 설명에 앞서 저자는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루틴'이란 특히 운동선수들이 많이 수행하는 것인데, 중요한 경기 날 최상의 신체능력과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가들에게도 가장 두렵고 잘 해내야만 하는 무대 위에서의 연주를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루틴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운동선수나 음악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던 저자 또한 무대에 오르기 전 수행하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리스트의 <헌정>을 듣는 것이라고 한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조용하게 혼자 집중해서 이 음악을 듣고 나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헌정>에 대한 곡 설명을 하면서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여러분만의 루틴을 만들어보기를 바란다며 이 부분의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루틴'이라는 소재가 흔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소재로 이야기를 열어두고, 독자들에게도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 클래식이 어렵고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들에게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2막. 내 삶을 좀 더 클래식하게
2막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기본적인, 알아두면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데 매우 유용한 지식들을 이야기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많을 것이다. 클래식에 사용되는 악기, 예를 들면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들에는 어떤 악기들이 있는지, 악기 군집에 대해 분류하고, 해당 악기들이 어떤 음색이 나는지, 또 오케스트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서 나눌 수 있는 장르,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독주곡에서는 소나타, 전주곡, 연습곡, 야상곡 등 분류에 따라 이해가 잘 되도록 설명하고 있다. 혹시 이 책의 1쇄 판을 읽고 있다면 165페이지의 오타 부분을 수정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165페이지의 8번째 줄에 '기능 화성악'이 아니라 '기능 화성학'이다.
2막의 후반부에는 "클래식 음악 제목은 왜 이렇게 긴 걸까?"라는 소제목으로 '클래식 제목 순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와 제목 표기는 대부분 영어나 원어로 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곡의 제목만 보고도 쉽게 들어보기가 꺼려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작곡가/ 곡의 장르/ 곡 번호/ 조성/ 작품 번호/ 표제의 순서로 음악의 제목을 표기하는 방식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 가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고 앉아서 팸플릿을 펼친다. 그러고는 오늘 연주자들이 연주할 곡명을 확인하고 곡에 대한 설명을 천천히 읽어본다. 연주를 감상하기 전, 곡의 설명을 읽으며 곡의 느낌을 가늠해보는 일 자체로도 무척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제는 한 줄로 된 작곡가와 곡명의 표기를 보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음악은 어떤 작곡가와 어떤 장르의 어떤 조성으로 되어 있는 곡이기에 음악의 느낌이 어떨 것이라는 유추 정도는 해보았으면 좋겠다. 클래식을 전공한 한 사람으로서 클래식에 대한 곡명을 읽으며 곡의 느낌과 기본 지식 정도는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3막. 내가 사랑한 클래식, 모두가 사랑할 클래식
3막에서는 저자가 소개하고 싶은 클래식 음악들이 담겨있는데, 두 가지의 기준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한다. 첫째는 '이야기가 가득한 음악', 둘째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음악', 셋째는 '저자가 즐겨 듣는 음악'이다. 자신이 특별하게 즐기는 클래식 음악 리스트가 따로 있다고 하면 그것들을 듣고 즐기면 되지만, 만약 어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지, 또는 클래식 음악 몇 곡을 추천받고 싶다 하면 이 3막을 잘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여기서는 곡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작곡가들에 대한 일생에 대한 이야기도 주목해볼 만하다. 스메타나, 브람스, 모차르트, 쇼팽, 슈베르트, 드뷔시 등 그들이 작곡한 곡 자체에 대한 설명만 들어도 곡 감상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작곡가에 대한 일생이나 성향, 작곡을 했던 당시 사회적 상황, 그 속에서 느끼고 겪었던 작곡가의 심정과 개인적 상황 등을 듣고 나면 클래식 음악 감상에 대한 깊이가 더 깊어져야 한다고 해야 할까. 음악을 감상하는데 왜 이 부분이 슬프게 들리는지, 웅장하게 느껴지는지 그 느낌에 대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듣게 될 것이다. 그 점에서 저자가 작곡가들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듯이 전달하는 것은 클래식 감상이 어려운 독자들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클래식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자신이 조금 즐기고 싶은 분야이거나 친해지고 싶은 분야라면 기초 지식만 갖추어도 즐기는 질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은 우연히 들었던 클래식 음악들 중에 좋았던 곡이라든지, 랜덤으로 아무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곡을 몇 곡 골라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관심이 가는 곡들을 들어보고 나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겼다면 이러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가볍고 쉽게 읽히는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특별한 방법 없이도 충분히 자신에게 꽂히는 클래식 음악이 생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도 대중음악만큼이나 쉽게 접하고 즐기며 친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gamseong_g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