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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저/김영현 | 다다서재 | 2021년 4월 23일 한줄평 총점 8.6 (1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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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철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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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마음을 뒤흔드는 명저다!”
“읽고 나면 움직이기 힘들 만큼 강렬한 책!”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은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생의 마지막에 의료인류학자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20년 넘게 ‘우연’을 탐구한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어느 날 의사에게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의 병과 죽음을 철학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임상 현장을 조사해온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에게 서신 교환을 제안한다. 두 여성 학자가 주고받은 스무 통의 편지는 우연과 필연, 질병과 의료, 운명과 선택, 삶과 죽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우리 사회가 외면해왔던 개인의 질병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던진다.

목차

들어가며
첫 번째 편지
갑자기 병세가 악화될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 편지
무엇으로 지금을 바라보는가
세 번째 편지
4연패와 대체요법
네 번째 편지
우연을 연구하는 합리적 철학자
다섯 번째 편지
불운과 요술
여섯 번째 편지
전환이니 비약이니
일곱 번째 편지
“몸조리 잘하세요.”가 쓸모없어질 때
여덟 번째 편지
에이스의 역할
아홉 번째 편지
세계를 가로질러 선을 그려라!
열 번째 편지
정말로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이 책의 무대 뒤에서는
감사의 말
덧붙이는 글
옮긴이의 말
인용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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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저 : 미야노 마키코
철학자. 전 후쿠오카대학교 인문학부 부교수. 2000년에 교토대학교 문학부 문학과를 졸업했고, 2007년까지 동 대학원 문학연구과 후기 박사 과정을 수학했다. 인간과학 박사이며, 전문 분야는 일본 철학사다. 지은 책으로 『왜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가는가: ‘만남’과 ‘연애’의 근대 일본 정신사』 『마주침의 아련함: 구키 슈조의 존재논리학과 해후의 윤리』 등이 있고, 후지타 히사시와 함께 ‘사랑·성·가족의 철학’(전3권)을 엮었다. 철학자. 전 후쿠오카대학교 인문학부 부교수. 2000년에 교토대학교 문학부 문학과를 졸업했고, 2007년까지 동 대학원 문학연구과 후기 박사 과정을 수학했다. 인간과학 박사이며, 전문 분야는 일본 철학사다. 지은 책으로 『왜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가는가: ‘만남’과 ‘연애’의 근대 일본 정신사』 『마주침의 아련함: 구키 슈조의 존재논리학과 해후의 윤리』 등이 있고, 후지타 히사시와 함께 ‘사랑·성·가족의 철학’(전3권)을 엮었다.
저 : 이소노 마호
인류학자. 전 국제의료복지대학교 대학원 부교수. 1999년 와세다대학교 인간과학부 스포츠과학과를 졸업했다. 오리건주립대학교 응용인류학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2010년에는 와세다대학교 문학연구과 후기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문학 박사이며, 전문 분야는 문화인류학과 의료인류학이다. 지은 책으로 『왜 평범하게 먹을 수 없는가: 거식과 과식의 문화인류학』 『의료인이 말하는 정답 없는 세계: 목숨을 지키는 이들의 인류학』 『다이어트 환상: 마른다는 것, 사랑받는다는 것』 등이 있다. 인류학자. 전 국제의료복지대학교 대학원 부교수. 1999년 와세다대학교 인간과학부 스포츠과학과를 졸업했다. 오리건주립대학교 응용인류학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2010년에는 와세다대학교 문학연구과 후기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문학 박사이며, 전문 분야는 문화인류학과 의료인류학이다. 지은 책으로 『왜 평범하게 먹을 수 없는가: 거식과 과식의 문화인류학』 『의료인이 말하는 정답 없는 세계: 목숨을 지키는 이들의 인류학』 『다이어트 환상: 마른다는 것, 사랑받는다는 것』 등이 있다.
역 : 김영현
출판 기획편집자로서 교양, 인문, 실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프리랜서 기획편집자로 일하며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2』 『서로 다른 기념일』 『나를 돌보는 책』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오작동하는 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목소리 순례』 『먹는 것과 싸는 것』 『마이너리티 디자인』 『물속의 철학자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등이 있다. 출판 기획편집자로서 교양, 인문, 실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프리랜서 기획편집자로 일하며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2』 『서로 다른 기념일』 『나를 돌보는 책』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오작동하는 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목소리 순례』 『먹는 것과 싸는 것』 『마이너리티 디자인』 『물속의 철학자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철학자와 의료인류학자,
질병과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삶을 사유하다

마흔을 갓 넘은 나이에 유방암의 다발성 전이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주변을 정리하고 예정된 강연을 취소하려 한다. 그러자 강연의 주최자인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는 그를 만류한다. “어쩌면 건강한 내가 당신보다 먼저 교통사고로 죽게 될지도 몰라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도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인간의 운명적 딜레마를 목도한 철학자는 ‘죽음의 준비’를 멈춘다. 그리고 의료인류학자에게 서신 교환을 제안한다. 점점 사라져가는 자신의 몸과 다가올 죽음을 소재로 삼아,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우연’을 주제로.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은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오랫동안 임상 현장을 조사하며 질병과 죽음, 확률과 선택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온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와 평생 ‘우연’에 천착해온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철학적 주제인 ‘우연’을 통해 ‘질병’이라는 실체적 문제를 사유한다. 두 여성 학자는 스무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간에게 우연히 찾아드는 만남과 질병, 반드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이별과 죽음, 나아가 죽음이라는 정해진 운명 앞에서도 계속되는 인간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화두를 던진다.

질병은 대상이 아닌 정체성의 문제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환자가 아닌 철학자로서 계속 살아가겠노라 결심한다. 그리고 환자라는 정체성을 100퍼센트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상을 이어간다. 어쩌면 내일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며 전과 같은 일상을 이어간다. 극심한 고통을 모르핀으로 누르며 학생들의 기말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언제 나올지 모를 책 출간 계약을 맺으며 새로운 철학적 사유에 골몰한다.
우리 사회에는 삶과 죽음, 건강과 질병, 보호자와 환자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해 있다. 그 때문에 질병은 한 인간이 평생 가꿔온 삶을 단순한 환자의 삶으로 정리해버린다. 아픈 사람은 모든 인생의 가능성이 차단된 채 오로지 환자답게 살 것을 강요당한다.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과 예전에 어떤 관계였건 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태도만을 우선하느라 본의 아니게 아픈 사람을 환자라는 정체성 안에 가두고 만다. 그러나 건강과 질병, 죽음 사이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삶과 가능성을 배제하고 인간을 환자와 비환자로 규정짓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미야노 마키코는 아픈 사람의 정체성이 환자라는 점에 고정되는 순간 그의 앞에 놓인 인생의 수많은 가능성이 사라져버리며 주변 사람과의 관계 역시 환자와 보호자로 경직되어 의미 있는 관계 맺기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하나의 점에 고정되지 않고 타인과 함께 세상에 자신만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가야 비로소 삶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부족한 사회
인간이 마지막까지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질병은 ‘불행’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과학은 그 ‘불행’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각종 통계에 근거해 습관, 식생활, 유전적 요인, 부주의로 인해 특정한 병에 걸렸다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일해온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는 이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확률론이 그저 ‘약한 운명론’과 다르지 않으며, 그 운명론이 아픈 개인에게 질병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고 말한다.
“이 약을 먹으면 몇 퍼센트의 확률로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이 유발하는 모호한 공포, “암이 나으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 속에 담긴 폭력성을 지적하며, 이 책은 질병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맹점을 짚어낸다.
말기 암이라는 최악의 ‘불행’을 맞이한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자신이 ‘불운’할 뿐, 절대 ‘불행’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런저런 합리적 분석을 해본들 실상 질병은 그저 우연히 우리에게 당도할 뿐이며, 인간은 그 우연성에 몸을 내맡기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그는 말한다.
수많은 강연과 행사에 참여하고, 두 권의 책을 쓴 미야노 마키코는 이 책의 서문을 쓰고 몇 시간 뒤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보름 뒤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우연에 몸을 맡긴 채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며 궤적을 그리다가 미완으로 끝나는 삶’을 살고 떠났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과 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하다 떠난 젊은 철학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고 두 여성 학자가 삶과 죽음, 추상과 구체를 오가며 서로에게 던지는 묵직한 화두는 우리가 그동안 질병과 죽음을 대하던 방식을 의심하게 한다. 숫자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는 합리적 사고가 과연 우리 삶을 온전하게 지탱할 수 있을까? 인간이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추천의 말]
읽고 나서 움직이기 힘들 만큼 강렬한 책은 흔하지 않다. 생과 사를 둘러싸고 철학자와 인류학자가 주고받은 그야말로 혼신의 서간, 직접 읽고 느껴보길 바란다.
-‘2019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선정평

종이책 회원 리뷰 (9건)

구매 주간우수작 죽음을 앞둔 철학자, 문화인류학자와 편지로 대화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22.12.17


 

 

8년 전 앓았던 유방암이 다발성 전이가 되어 갑자기 병세가 악화될지도 모릅니다란 말을 듣고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문화인류학자 이소노 마호에게 편지를 주고받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인연을 오래 이어온 사이도 아니었다. 미야노 마키코가 죽을 때까지 계산하더라도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직접 만난 것도 다섯 번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 이끌렸고, 삶과 죽음에 대해, 필연성과 우연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가 각각 10통의 편지 속에 담겼다.

 

그들은 미리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계획하지 않았다. 서로의 편지 속의 내용을 화두 삼아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을 뿐이다. 계획은 없었지만, 예상한 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편지는 예상대로 가지 않았고, 오히려 그 예상대로 가지 않음이 그들이 나눈 주제와 더 관련이 있었다. 대화가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듯 편지로 나눈 대화는 생각을 깊고 넓게 만들었고, 삶에 대한 애정과 다가오는 죽음을 용기 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질병 앞에서 미야노 마키코는 의연했고, 이소노 마호는 그런 미야노 마키코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한 번도 스스로 철학자라고 말하지 못했던 미야노 마키코는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비로소 철학자가 된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자신이 평생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구키 슈조의 글(우연성의 철학)을 다시 해석하게 되고, 그 본뜻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성찰하게 되었고, 끝까지 삶을 사랑할 수 있었다. 그게 생각하고 글로 옮긴 삶에서 우연이 의미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어떤 잘못된 일을 당했을 때(그녀처럼 죽을병에 걸렸을 때와 같이) 흔히 그것을 운명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왜 내가?”의 반응을 보이다가,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다, 결국은 받아들이게 된다는데, 미야노 마키코는 그런 운명을 부정한다. 아니, 운명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 어떻게든 그렇게 되었을 거란 운명론을 거부한다. 우연이 반복되는 가운데, 우리는 늘 선택하는 상황에 놓이고, 그때 우리가 하게 되는 무수한 선택이 삶을 구성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므로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 거창하게 표현은 하지 않지만, 삶에서의 주체, 당사자로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고귀함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놓치 않았다.

 

미야노 마키코는 죽기 직전까지도 시작의 의미를 되새겼다: “저에게 아직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다면, 저는 사람들과 지금 마주함으로써 새롭게 일어날 무언가를 믿고 싶습니다.” 삶을 완결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이어주기를 바랐다. 그게 그녀에게 시작의 의미였다. 그렇게 늘 시작하는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마지막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쩜 이 세계란 이토록 경이로울까. 저는 시작을 앞에 두고 사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우연과 운명을 통해서 타자와 함께하는 시작으로 가득한 세계를 사랑합니다. 이것이 지금 제가 도달한 결론입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죽음은 보편적이지만 유일한 경험이다.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누구나 단 한 번만 겪는 일이다(겪는다는 표현도 어색하다. 그 일이 끝난 후엔 이미 아무 것도 없으니. 그걸 인식할 주체가 사라지는데). 그러므로 누구는 담대해질 수도 있으며, 또 누구는 그 앞에서 비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두려울 수도 있으며,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 죽음을 미야노 마키코는 경이로운 세계를 감탄하고, ‘우연과 운명에 불평하지 않고, ‘시작으로 가득한 세계를 사랑하면서 맞이했다. 그랬기에 이소노 마호 역시 의연하게 그녀를 보낼 수 있었고, 또 그 후엔 새로운 자신의 세계를 찾아나설 수 있었다.

 

모든 책에 죽음이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죽음자체를 다룬 책을 따로 정리해보곤 한다. 지금까지 가장 감동적인 책을 들라면 나는 서슴없이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될 때를 들었었다. 이제 한 권을 더 보태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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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삶은 완벽한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쥬* | 2022.11.30
we only live once. wrong!
we only die once. we live every day.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이라는 책을 읽는 중에 접한 문장이였는데, 미야노 마키코와 이소노 마호 두 사람의 모습과 편지글의 내용을 이 사진 한 장으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삶의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가진 사후세계의 유무에 따라 현생을 사는 태도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꽤 크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죽음은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화두가 되는 적은 거의 없다. 언젠가는 죽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기에(아닐 확률이 더 높기에) 사는데 더 집중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으로 이 죽기 전의 삶을 채울지에 대한 더 집중한다. 그래서 욜로도 나오고, 존엄사도 나오고, 그렇기에 운명론도 나오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또 사후세계를 더 잘 준비하려는 메시지에 반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혹은 인간)의 죽음이 쉽게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지만, 종교성을 배재하고라도 확실히 정해진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죽음 이전에 살아가는 삶에서 만나는 우연의 사건들(질병을 포함해서)을 아주 넓은 가능성의 차원으로 바라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연과 확률, 아무리 객관적인 데이터로 사실여부를 검증하고,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그저 좀 더 큰 확률의 범주 안에만 있을 뿐, 확실한 죽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우연성과 좀 더 높은 확률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고, 운명론을 따르기보다, 아무리 확실하게 준비해도 충분할 수 없고, 또 제어할 수 없는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양한 삶의 가능성과 우연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 이것이 삶을 더 충만하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책으로 정리되었다.

책을 읽으며, 평소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과 꽤 일치하는 면(피할 수 없는 죽음의 완전함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사이의 살아있는 시간에 집중하자)이 있었다. 죽는다는 사실 자체를 무겁게 여기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야 살아있는 삶에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 (죽음 덕분에 삶에 초점이 더 맞춰진다는 의미에서) 그래서 이런 방향성이 삶을 더 풍성하게 하고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공감했다.

이소노 마호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확률론이 그저 ‘약한 운명론’과 다르지 않으며, 그 운명론이 아픈 개인에게 질병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으로 과학적 근거나 확률이라는 도구도 결국은 약한 운명론의 맥락일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차단했었는지를 떠올리게 했다. 비단 질병만이 아니라, 우리가 진로를 결정하거나 뭔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할 때 내리는 선택들을 떠올려보면, 거의 확률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이런 선택이 운명론적인 배경일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렇다면 과감하고 무모한 도전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로 사실이구나 싶다.(운명론은 체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지속, 확률론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로 정리될 것이기에)

더불어, 개인의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선택만 일 수 없는(개인이 선택이 타인과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정말 개인적일 수 없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운명론적 배경을 혹시라도 나나, 조직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에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으로 종결하기보다는 우연처럼 마주할 일의 하나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어주며 나아가야겠다.

*인상적인 문장
갈림길 중 하나로 들어서는 것은 외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롭게 생겨난 수많은 가능성들을 만나러 들어가는 것입니다. 가능성이란 계속 나뉘는 길 중에서 도착지를 알 수 있는 한 줄기 길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가능성이란 항상 쉬지 않고 변화하는 전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처럼 변화하는 가능성 중에는 나쁜 일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숱하게 존재합니다. 평범하게 사는 인생‘을 이루려 노력했던 도요코 씨에게 ‘또다시 심방 잔떨림이 일어난다.‘라는 가능성이 있었듯이 말입니다. 미래란 나빠질 가능성 또한 포함한 총체이기 때문에 우리네 삶은 외길을 나아가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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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순간엔 살아가기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2.09.09

심각해지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질병 그리고 죽음이라는 묵직한 단어가 제목에 쓰인 책을 골랐다. 심지어 저자 중 한 명은 죽음을 앞뒀다고 적혀 있었다. 대체 내가 책을 고를 무렵 원했던 건 무어였을까. 살면서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언제 어디서 어떠한 부모로부터 태어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스스로 택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던데, 영생을 꿈꾼다 하여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는 건 모두가 감내해야 하는 숙명이다. 유한한 존재로서의 나, 내가 속한 세상까지는 아나가지 못하겠으나 나 한 명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그라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주는 위압박은 얼마나 거대한지. 내 뿌리깊은 우울의 일부는 이로부터 비롯됐지 싶다. 아직 직접적으로 죽음에 다가서는 경험을 했다거나 당장 숨이 넘어갈 정도의 고통을 앞두고 있는 게 아님에도 그랬다. 상황이 달라진다면 이 막연한 감정들이 마치 눈 앞의 파도처럼 일렁이며 나를 집어 삼킬 것이다.

1999년, 2000년 대학 졸업. 대강의 나이를 가늠해 본다. 두 인물이 처음부터 절친하지 않았음에도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철학자와 의료인류학자니 얼마나 심오했을까 싶다만, 채겡 적힌 게 전부는 아닌지 두 인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말을 놓았으며 내 눈으로 접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깊은 마음을 나눴지 싶다. 잔인하게도 첫 만남이 있을 무렵 이미 마지막은 예고된 상태였다. 미야노 마키고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의사로부터 언질을 들은 상태에서 고민했다. 그간 별여 놓은 많은 일들을 수습하고, 마치 죽음을 예견한 사자처럼 무리를 떠나는 상상을 실천으로 옮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길을 걸었다. 굳이 나서서 신변을 정리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연을 맺기까지 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이소노 마호는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었다. 짧은 시간만이 우리의 눈 앞에 놓여 있다. 상실의 감정은 내 모든 걸 뒤흔들 정도로 클 것이다. 용기가 모든 걸 잊게 만들어 주었다. 당시엔 몰랐다는 말은 진정 몰랐음을 뜻하진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쓰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꼭 너여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우리는 영영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게 됐다. 조금 더 어렸을 때도 아닌 지금 이 순간, 내가 아파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는 무수히 뻗어 나갔다. 상대가 중증 환자임을 인식한 순간 나의 태도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음식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피해야 하고, 언제 의료진이 필요할지 모르므로 여행은 꿈꾸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왠지 상대에게 어울릴 듯하다. 조금이라도 가방이 무거워 보인다면 상대를 대신해 들어주어야만 할 거 같은 압박. 특별히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왠지 그러해야만 할 거 같아 행한 일들이 상대를 오히려 환자로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일침이 나를 때렸다. 몸이 괜찮아지면 무엇을 하겠다는 다짐은 다음의 기약이 가능한 경우에나 성립할 수 있지만, 그 다음을 확신하는 일은 인간에게 주어진 몫이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면서 최대한 나의 영역을 확장하는 거, 그리하여 한낱 점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나를 하나의 선으로 연장하는 거. 아무리 생이 마지막 순간에 도달했다 하여도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찾기는 쉽잖을 것이다.

마지막 편지가 쓰인 게 2019년 7월 1일이다. 연명에 든 게 7월 22일이니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어떠한 진통제로도 다스릴 수 없었을 통증과 함께하며 외로웠을 생을 남은 저자는 상상한다. 괴롭다. 그래도 아름다운 완주였다. 떠난 이도 그리 생각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그 일, 그가 잘 해냈듯 나 또한 완성할 수 있을 듯하다.

그칠 듯 이어지는 글의 마지막에 이윽고 닿았다. 우연과 필연. 무엇이 우연이었으며, 무엇은 필연이었던 걸까.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영원히 꾸게 될 꿈이 조금 더 촘촘하게 영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생을 지켜내야겠다. 비록 나에게는 편지를, 마음을, 그 어떠한 것도 주고받을 인연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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