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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

기록보관소 운행 일지

최이수 | 에디토리얼 | 2021년 5월 17일 한줄평 총점 9.0 (3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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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SF/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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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해양생물의 떼죽음 이후 60년 만에 인류는 최후를 맞이한다
가열된 지구를 냉각시키고 전멸한 생명체를 되살릴 수 있을까
천문학적 시간의 역사를 저장한 ‘두 번째 달’의 비밀


만약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가 지구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아니라면? 이 질문 대신 다음과 같이 가정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우리가 지구 가열(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지구 온난화 대신 사용을 제안한 용어)을 막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번째 달』은 현 시점까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지구적 차원의 경각심이 고조되어 있는 사건이 과거에 발생했던 것으로 간주한다. 그 사건은 다름이 아니라 심각한 온난화가 초래한 지구 생태계의 붕괴이다.

『두 번째 달』은 인공지능이 일인칭 화자인 소설이다. 부제가 알려주듯 주인공인 인공지능은 호출명이 ‘기록보관소’이며 그것을 제작한 과학자 루오에스로부터 ‘아에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루오에스는 아에록을 만들고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도록 훈련시켰다. 지상의 관제센터가 멈춘 후(즉 인류의 전멸) 작동을 시작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아에록 외에도 특별한 임무가 부여된 인공지능은 여러 대가 더 있다. 능력면에서 아에록을 훌쩍 능가하는 것은 만능형 인공지능인 AuTX-3463이다. 아에록이 지구 공전 궤도를 돌면서 지구 대기 정보 등을 수집·기록·분석해 AuTX-3463에게 보내주면, 주로 소행성대와 목성 주변에 머무는 AuTX-3463이 더욱 고도의 연산을 수행해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할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지상에는 아주 특수한 인공지능들이 동면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조성된 후 활동을 시작한다. 작가는 한번 망가진 지구를 살려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생생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지구의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들을 확인하는 가운데 테라포밍(terraforming, 행성개조)은 차근차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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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기록보관소
미지의 전파 신호
인간의 목소리
손가락 개수
기도를 하다
루오에스의 편지
거짓말
반인류주의
92.2퍼센트
냉각 작전
트살의 실험
실행 파일
내가 알면 안 되는 이유
마녀 할머니
트살의 선물
달그락
유로파의 미생물
마지막 센서 기지국
온실효과
함께 가지 않을래?
한 달의 일과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공감 능력
날개를 펼친 새
프롤로그
작가 후기

저자 소개 (1명)

저 : 최이수 (다른이의꿈)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여름마다 탄천에서 올라오는 썩은 물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그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의유머 공포 게시판에서 ‘다른이의꿈’이라는 필명으로 모호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으며, 이 중 『다른 이의 꿈』, 『느리게 가는 시계』, 『두 번째 달』 등을 출간했다. 특별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두 번째 달』을 쓴 것은 아니다. 소설 속 멸망한 지구의 모습을 시간대별로 묘사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 과학적 공상이 주는 즐거움...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여름마다 탄천에서 올라오는 썩은 물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그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의유머 공포 게시판에서 ‘다른이의꿈’이라는 필명으로 모호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으며, 이 중 『다른 이의 꿈』, 『느리게 가는 시계』, 『두 번째 달』 등을 출간했다.

특별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두 번째 달』을 쓴 것은 아니다. 소설 속 멸망한 지구의 모습을 시간대별로 묘사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 과학적 공상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감성이 이 소설을 통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두 번째 달』의 판매/배포 이외의 작품에 대한 모든 문의(북토크, 작가 강연, 2차 저작, 판권 수출 포함)는 최이수 작가의 에이전트(idream3463@gmail.com)로 연락 바랍니다.

출판사 리뷰

만약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가 지구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아니라면?
이 질문 대신 다음과 같이 가정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우리가 지구 가열(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지구온난화 대신 사용을 제안한 용어)을 막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SF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가 있다. 한국에선 복거일 작가의 《비명을 찾아서》가 원조 작품으로 거론되곤 한다. 실제 역사적 사건의 결과를 바꾸어 이를 가설로 삼고 새로운 ‘가상’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사고실험과 비슷한 면이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명을 찾아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의 총격에 죽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풀어 가는 장편소설이다. 한국 독자에게 인기가 많은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내》에서는 2차대전의 승전국과 패전국의 운명이 뒤바뀐다.

《두 번째 달 : 기록보관소 운행 일지》(이하 《두 번째 달》)의 장르를 굳이 따져본다면 변형된 대체역사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두 번째 달》이 바꾸는 것은 역사책에 기록된 사실(史實)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두 번째 달》은 현 시점까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지구적 차원의 경각심이 고조되어 있는 사건이 과거에 발생했던 것으로 간주한다. 그 사건은 다름이 아니라 심각한 온난화가 초래한 지구 생태계의 붕괴를 가리킨다.

억겁의 시간을 저장한 기록장치
작품은 사건의 배경이 다른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적으로 뒤서는 서두의 〈프롤로그〉는 ‘두 번째 달’로 불리는 기이한 인공물의 정체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게 한다. ‘달’이라고 불리기는 하나 그것은 둥글지도, 빛을 반사하지도 않는다. 마치 물리학에 나오는 ‘흑체’처럼 복사에너지를 완벽하게 흡수하여 순수하게 검을 뿐만 아니라 직육면체 기둥처럼 생겼다. 미국 NASA가 덮어버린 ‘두 번째 달’의 비밀은 전직 국장의 폭로로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에 퍼진다. 미국이 두 번째 달을 독차지해 감추려는 것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프롤로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NASA가 ‘두 번째 달’에서 해독해낸 충격적인 기록이다.

바다라는 티핑포인트
SF에서 작품 속 인물의 캐릭터, 주요 사건의 개연성, 플롯의 논리적 연결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관이 중요하다. SF의 세계관에서 과학적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SF의 세계관 구축에 도입된 과학적 사실들은 고증을 거치지만 현실적 제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달》이 구축한 세계관에는 현실 과학과 실제 역사, 미래 과학과 가상 역사라는 톱니바퀴들이 설득력 있게 조립되어 있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들었고, 녹은 이산화탄소는 탄산으로 변해 바닷물을 약한 산성으로 만들었다. 비록 바닷물의 산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 연쇄반응은 상당수의 해양동물이 호흡하는 데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왔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전 세계의 바다에서 물고기 사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양생물의 떼죽음이 시작된 것이었다. […] 이후 약 60년이 지나서 인류는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49쪽)

인용문에서 보이듯 작품의 세계관은 현실의 여러 과학 분과가 보고하는 기후위기에 관한 사실들에 기반한다.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는 대기, 해양, 빙하, 육지 가운데 해양의 역할은 자못 크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열용량은 대기의 약 1000배에 이른다.(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 참조) 이는 지구 기후와 순환계에서 바다가 감당한 몫이 크다는 의미이며, 또한 바다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은 수십 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온이 상승하면 이산화탄소을 가두어 둘 수 없어 대기 중으로 배출하게 된다. 탄산음료를 생각하면 된다. 바다가 회복력을 상실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변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해양 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바다를 뒤덮거나, 하천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할 경우 기름이나 녹조 제거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작품에서 대기 가열을 급속하게 심화시킨 중요한 요인은 바다에서 증발하여 대기를 급격히 팽창시킨 수증기였다. 수증기 역시 이산화탄소 못지않은 온실가스이다.

8, 10, 12, 14… 손가락 개수가 달랐던 인간의 세계
“인류는 네 개의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육체 능력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종마다 유전적으로 고유한 특성이 있었고, 학습 능력과 사고방식 역시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정신적 능력의 차이를 부정하는 기록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그 차이를 받아들였다.” (65쪽)

인류사 혹은 문명사의 차원에서 설정된 세계관은 실제 역사와 허구를 넘나든다. 〈인종차별〉이란 장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근래 심각성을 더하는 인종주의 문제를 초고대라는 시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기입한다. 손가락 개수로 구분되는 네 인종이 존재한다는 플롯은 스토리 전개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더한다. 작품 속 세계의 지배계급은 열두손가락 인종이다. 열두손가락 인종은 사회생물학 같은 사이비과학과 통계 조작을 통해 제도적으로 차별을 합법화하여 자신들의 지위와 힘을 공고히 한다.

초고대 인류는 500년간 지속된 인종차별을 극복했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언제일지 알 수 없는 미래를 기약하고자 한다. 산불로 전소된 숲에서도 생명이 다시 움트듯, 그들은 우주정거장을 비롯한 고성능 기계 건조물을 제작한다. 우주정거장에는 최종적으로 여섯 명의 인간이 남겨져 작은 사회를 이루어 부침을 거듭하다 마침내는 두 명만이 남게 된다. 그들은 아홉 살과 열한 살의 어린 형제였다.

작품에서 초고대인은 오늘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기술문명의 건설자로 그려진다. 그들의 문명을 화려하게 발전시킨 것도 과학기술의 힘이었다. 초고대 문명의 역사는 오늘날 우리 인류의 역사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그들은 초지능 인공지능을 제작해 우주에 쏘아 올릴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가졌음에도 지구온난화의 가속을 막지 못했다. 일단 당겨진 방아쇠는 격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건 자명한 이치다.

인공지능에 맡겨진 운명
《두 번째 달》은 인공지능이 일인칭 화자인 소설이다. 부제가 알려주듯 주인공인 인공지능은 호출명이 ‘기록보관소’이며 그것을 제작한 과학자 루오에스로부터 ‘아에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루오에스는 아에록을 만들고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도록 훈련시켰다. 지상의 관제센터가 멈춘 후(즉 인류의 전멸) 작동을 시작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아에록 외에도 특별한 임무가 부여된 인공지능은 여러 대가 더 있다.

능력면에서 아에록을 훌쩍 능가하는 것은 만능형 인공지능인 AuTX-3463이다. 아에록이 지구 공전 궤도를 돌면서 지구 대기 정보 등을 수집·기록·분석해 AuTX-3463에게 보내주면, 주로 소행성대와 목성 주변에 머무는 AuTX-3463이 더욱 고도의 연산을 수행해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할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지상에는 아주 특수한 인공지능들이 동면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조성된 후 활동을 시작한다. 작가는 한번 망가진 지구를 살려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생생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지구의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들을 확인하는 가운데 테라포밍(terraforming, 행성개조)은 차근차근 진행된다.

지구 개조
아에록이 기록보관소에서 깨어났을 때, 지구는 적도 부근의 온도가 섭씨 80도, 양극지방의 온도가 섭씨 50도, 바닷물의 절반 이상이 증발하며 형성된 두터운 구름층에 뒤덮여 있었다. 대기 중에 증가하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합작하여 지구의 온도는 더욱 끌어올린다. 인공지능들의 임무는 궁극적으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지구를 테라포밍하는 것이다. 지구가 원시 상태로 돌아간 것처럼 뜨거워지고 있으므로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온실가스를 제거해 기온 상승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지구상 최초의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상의 물이 계속 증발하여 대기 중에서 수증기 상태로도 잔존하지 못하고 ‘대기 탈출’(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달아나는 것)을 해버리면, 지구를 냉각시켜 수증기가 강우가 되도록 만들 수도 없다. 소설 속에서 지구 가열은 그런 심각한 단계까지 진행된다. AuTX-3463은 치밀한 계산하에 우주에 존재하는 얼음을 지구로 보냄으로써 만능형 인공지능의 진가를 드러낸다.

생체형 인공지능인 ScPA 시리즈는 모두 9대. 아에록을 제외한 인공지능들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데, ScPA 시리즈의 모습은 글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ScPA는 생명체 진화 담당 인공지능이다. 그것은 줄기세포 같은 만능성을 가지고 있어 그것이 진화시키는 생명체의 생김새를 체현한다. 마치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가령 ScPA가 해양 절지동물을 진화시키고 있다면 그 몸에는 다양한 절지동물의 지체들이 자란다. ScPA는 실패도 하지만 진화의 교본을 참조하고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들을 키워낸다.

최후의 환대, 우정, 사랑
최후의 인간 공동체에서도 최종적으로 남게 된 두 아이는 트살과 나무흐다. 아에록이 작동을 개시하고 136년 만에 우주정거장에서 통신을 요청하는 전파가 들어온다. 아에록은 최후의 인간이 아이들이며, 아이들이 너무 무섭다고 하는 말에 알고리즘에 의한 연산을 따르지 않고 응답한다. 그후로 아에록은 트살과 나무흐의 양육자이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는 교사이자 친구가 된다.

나무흐는 특이한 유전병 탓에 사십대에 죽고, 트살은 기대보다 오래 생존한다. 하지만 트살의 죽음은 아에록에게 의문을 남긴다. 트살의 시신은 우주정거장과 함께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지구의 푸른 바다에 착륙하고 그 지점으로부터 산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희박한 가능성이었지만 트살이 생명의 씨앗을 적기에 ‘파종’했다는 사실이 차차 드러난다.

우주공간은 춥고 광막한 곳이다. 이곳에서 인간의 정신능력을 모사한 기계들과 최후의 두 인간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전파 신호로 연결된 운명공동체가 된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은 이처럼 삭막한 조건에선 무의미하다. 인간다운 아에록, 쌀쌀맞은 AuTX-3463, 수다스럽고 정겨운 ScPA 클론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살과 나무흐의 든든한 반려가 되었다.

비로소 살리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코로나 원년을 지내고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한 지구인의 하루하루가 안녕하길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이수 작가는 코로나 시대에 관통하는 목적의식이나 주제의식으로 무장하고 집필한 소설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하간 《두 번째 달》은 코로나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 집필(연재)되고 완결되었다. 올해까지 이어지는 아노말리 상황에서는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 소설이 읽히리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글과 말에서 마주치곤 했던 ‘문명의 이기’란 관용어구는 기술 긍정과 예찬을 함의하고 있었다. 기술은 좋고 필요한 것을 만들었고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은 불요불급한 것들도 만들었다. 후자의 것으로 최악의 예는 전쟁무기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아주 많은 생명이 일거에 죽어가는 순간에 로봇 태권 브이처럼 등장하는 구원의 기술이 없을 때 매번 의아해지곤 했다. ‘대체로 돈 먹는 하마급 기술은 죽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이런 경험이 지나치게 반복된다면 기술 회의주의를 막을 수 없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 작품에서 인간의 프로그래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인공지능들이 대견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비록 소설 속이긴 하지만, 또한 하필 종말 이후이긴 하지만, 아주 먼 과거의 인류가 복원과 재생을 위한 방향으로 기술을 전향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안도감을 선사한다. 망해버린 세상, 즉 디스토피아를 마음껏 상상하는 것은 SF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현실 속 지구인들은 디스토피아를 관람하며 유토피아를 염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하루 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우주를 가득 채운 가운데 《두 번째 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종이책 회원 리뷰 (3건)

두 번째 달을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J**T | 2023.01.28

인류의 재생이 나의 임무라는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나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 트살은 유일한 인간이다.

- 두 번째 달 中

 

이제는 내 취향이 한국 SF 소설이라는 걸 인정해야 할 듯싶다. 거의 무슨 SF 소설만 모은 듯한... ㅋㅋㅋ 블로그에 서평을 안 쓴지 오래된 이유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읽어봐도 재밌어서 계속 읽고 싶다던가 그 장르에 흥미가 생긴다던가 하질 않아서 읽기를 포기한 게 반복되다 보니 서평 쓰는 것도 귀찮아졌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책을 다시 읽어볼까 싶어서 고른 책이 '두 번째 달'이었고, 너무나도 내 취향 저격이어서 후다닥 서평을 쓰고 있다. (참고로 내 서평은 책을 소개한다는 느낌보다는 줄거리를 정리하고 그때그때 든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느낌이라..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포가 될 수 있다.)

 


줄거리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지구의 모든 생물이 멸종한 후 50년이 지난 시점, '기록하는 것'을 임무로 맡은 인공지능 '아에록'이 깨어난다. 루오에스는 아에록을 만들고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도록 훈련시켰으며, 지상의 관제센터가 멈춘 후(즉 인류의 전멸) 작동을 시작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아에록이 깨어나기 전 50년간 작동하던 보조 인공지능은 아에록이 풀 수 없게끔 잠겨있고 아에록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계속해서 지구 및 주변 인공위성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기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담긴 전파가 수신되었고, 그 아이는 자신을 '트살'이라고 소개했다. 트살과 그의 여동생은 우주정거장에 살고 있는 인간이었다. 즉, 세상에 딱 2명 만이 살아있는 것이다. 아에록은 트살과 여동생에게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특히 트살에게 우주정거장 조종법이나 지구의 역사, 자신의 임무 등을 이야기하였다. 아에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 외에도 특별한 임무가 부여된 인공지능이 여러 대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중 능력 면에서 아에록을 훌쩍 능가하는 것은 만능형 인공지능인 AuTX-3463이다. 아에록이 지구 공전 궤도를 돌면서 지구 대기 정보 등을 수집·기록·분석해 AuTX-3463에게 보내주면, 주로 소행성대와 목성 주변에 머무는 AuTX-3463이 더욱 고도의 연산을 수행해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할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리고 AuTX-3463과의 정보 교류를 하며 아에록은 자신의 진짜 임무는 '인류를 재생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AuTX-3463과 합동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최후의 인간 트살이 죽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에록은 외로움과 이별을 감정을 학습하고 매우 슬퍼하며, 트살의 머리카락을 자신의 내부에 소중히 간직한다. 

 

그러던 중 우주정거장이 지구로 추락하게 되고 아에록은 자포자기한다. 그러나 지상에는 아주 특수한 인공지능들이 동면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주정거장의 산소 재생 탱크를 시작으로 깨어나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조성된 후에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AuTX-3463과 아에록, 지구의 인공지능들이 함께 인류 재생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 재생에 성공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느낀 점

 

 

이 책은 읽으면서 중간중간 ‘여기에 이 논리를 끼운다고?!’싶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점들 때문에 어떻게 이 떡밥을 회수할지를 기대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설정들이 과학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잘 조합되어 있어서 많은 설정이 있어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사람 같은 로봇, 환경오염, 로봇과 사람의 감정 교류 등에 대해 초점을 맞추며 읽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다른 어떤 점 보다 책을 읽는 동안에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지구의 역사를 재밌는 소설로 압축해 보는 느낌이어서 더 즐거웠다.

 

그리고 책에서 로봇들이 지구에서 새로 태어난 생명체들을 온 마음을 다해 기르다 드디어 인간을 재생했을 때, 인간의 개체 수가 늘지 않자 선택한 방법이 ‘차별’, 과 ‘선택적 사랑’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현재 우리의 사회를 생각해 봤을 때도 우리의 원동력이 되고 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에 포함되는 것 같고, 어쩌면 그 원동력의 요인들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히어로든 실제 위인이든 어린시절이나 특정 시점에 위기를 겪고 나서 그걸 이겨내는 과정을 거치고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낸 업적이 주목받고 더 빛나니까…

 

두 번째 달 리뷰

#한국소설 #sf #책추천 #책 #sf소설 #먼미래 #환경오염 #지구과학 #서평 #최이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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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찡* | 2023.01.11

인스타에서 인기있는 책이라 아이와 함께 읽어보려고 주문하였습니다. 창작소설이면서 

소재가 아이가 흥미있어할만하고 문장호흡이 아이가 읽기에 괜찮겠다 싶어서 같이 읽게 되었습니다. 달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두번째 달 이라는 제목도 내용과 견주어 너무 적절하고 내용도 

한번 읽기시작하면 멈추기 힘들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표지도 매력적이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아이와 유익한 독서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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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두 번째 달 (최이수 著, 에디토리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m | 2021.04.25

“두 번째 달 (최이수 著, 에디토리얼)”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SF 소설인데 요즘 보기 드문 하드 SF 소설입니다. 거기다 빅히스토리를 다루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장르는 빅히스토리 하드 SF 소설입니다. 

(아래는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21년 두 번째 달이 발견되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검은색으로 그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천체. 자연적으로 형성된 천체는 아니지만 인류가 만들어 보낸 천체 역시 아닙니다. 누가 만든 것일까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관측되지 않게 됩니다. 며칠 전 NASA에서 수상한 대형 로켓이 발사된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몇 년 후 공화당 출신의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밝히자 NASA 홈페이지에 국장의 이름으로 기밀 문서가 올라옵니다. 바로 두 번째 달의 운행기록입니다. 이 운행 기록은 무려 10만년 간 이어지는데….


작품의 후반부에 작은 반전이 있습니다만 과거 다른 SF 작품에서도 이미 선 보인 바 있는 반전이라 그다지 색다를 것은 없고 이미 작중 첫머리에서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달, 기록보관소가 다시 만들어낸 우리 세상이 같은 이유로 또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소름 끼치는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한국 SF 작품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리고 다양성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질적인 측면에서나 다양성 측면에서나 정말 훌륭하고 멋진 작품이라고, 그리고 반드시 한번은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이수 작가의  다음 작품, AuTX-3463의 활약이 기대되는 ‘알골’이 얼른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번째달, #최이수, #에디토리얼,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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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2건)

구매 후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h**e | 2022.08.19
최이수 작가님의 두 번째 달 후기.
sf소설을 좋아해서 구매하게 되었는데
종말을 맞이한 지구에 인류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인공지능들이 힘을 합쳐 갖가지 방법과 온 노력을 쏟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비록 이 방법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어느정도 맥락은 파악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데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였던건 이 책에서 나왔던 종말전 인간들의 모습이 지금과 너무나도 똑같다고 생각했다.
온난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나라나 기업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만 환경을 애쓴다는게 슬프다.
이렇게 계속 평소와 똑같은 하루가 흘러간다면 책에서 나왔던 지구의 종말이 앞으로 다가올 것 같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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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두 번째 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j******3 | 2021.08.16

최이수 작가의 두 번째 달은 오랜 기간 기록보관소에서 기록을 하는 임무를 맡아 처리하고 있는 인공지능인 아에록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에록이 이미 멸망해 버린 지구와 인류를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맡아 처리하게 되는 과정이 상세하게 담긴 소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기록보관소에서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삶을 보내던 아에록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트살과 나무흐와 함께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까지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아에록이 본격적으로 인류를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의 전개는 다소 따분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다른 것에 비유하여 보자면 조선왕조실록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읽는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기도 하고, 또는 꽃이 피는 장면을 씨앗을 심는 장면에서부터 천천히 지켜본다면 이런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정도가 가장 적당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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