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저
제닌 커민스 저/노진선 역
인권 선진국들의 대륙 유럽,
그곳에서 난민 망명권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1948년 제3차 UN 총회에서는 전 세계 193개국은 유엔에 가입하며 망명권을 명시한 세계 인권선언문에 서명했다. “박해 앞에서 모든 사람은 망명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은 국경 봉쇄를 금지하는 난민협약에도 서명했다. 세계가 동의한 인간의 '안전할 권리'는 인권 선진국들의 대륙 유럽에서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장 지글러가 유엔 인권위윈회 자문위원의 자격으로 그리스의 난민 핫 스폿 레스보스섬에 방문하여 난민, 관리자, 책임자, 시민단체 등이 만들어내는 섬의 풍경을 담는다. 모든 관계 당사자의 목소리와 그가 직접 보고 들은 실상을 충실히 기록하여 난민 캠프 안에서 비극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방관과 공포는 얼마나 전략적일 수 있는지, 이 비극은 어떻게 이용되어 이익으로 치환되는지를 보여준다. 고통의 단면이 아닌 고통의 구조에 다가가 ‘난민’과 ‘망명권’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한 마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이 인권에 있어서 선진국이라는 착각을 깨닿게 해주는 책.
모든 국가의 국민이 그렇겠지만 자신과 다른 문화, 종교, 가치관을 가진 이질적인 사람을 본능적으로 배척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난민 문제는 지극히 인권의 촛점을 맞춰서 마주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현재의 레스보스섬으로 피신한 난민들을 구조하려는 시민단체 메드워치 등의 조직과 오히려 이를 방해하고 유럽의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nato 등 기구와의 팽배한 대립 속에 난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우리의 식량 할아버지 장 지글러. 그는 그간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하며 우리에게 기아 문제를 고발하였다. 그런 그가 이번엔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의 부의장을 맡은 김에 유럽 난민문제를 고발한다. 그래, 맡은 김에다. 만약 이 자격이 아니었다면, 이곳을 살피고 조사하고 이렇게 고발까지 못 했을 것이다. 살벌한 이곳을.
그리스 영토인 레스보스섬과 주변의 섬들. 이 섬들을 유럽연합집행위는 핫 스폿이라 명하고 이곳으로 난민들을 모으고 있다. 내전으로 본인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유럽의 문을 두드리는 난민들이다. 하지만 유럽은 이들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푸시백 대응, 인신매매, 장사, 고문, 약탈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이곳으로 온 난민들을 기다리는 것은 수개월,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1차 면담과 서류절차다. 이러한 절차를 기다리며 이들은 열악한 수용소생활을 하고 있다.
난민들을 대하는 유럽의 대응 중에 푸쉬백 작전이라고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아연실색이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가 싶다. 군과 경, 그리고 민간이 다 같이 이들 난민이 탄 고무보트를 멀찌감치서 오지 못 하도록 막는 작전인데 심지어 총격과 높은 물결을 일으켜 난민의 보트를 위협한다. 바다 한가운데서 절체절명의 생과 사의 한순간을 이들은 연출한다. 실제 이 작전으로 지금까지 수천의 난민이 죽었으며 이로인해 바다에 빠져 터키 해안으로 떠밀려온 한 3세 아이의 시신이 크게 보도되어 국제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에이란 쿠르디 사진) 이런 작전의 뒤에는 유럽연합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글러는 고발하고 있다. 유럽연합 관료들이 조율하고 비호하고 금전적 지원도 한다는 설명이다.
<2015년 9월2일(현지시간) 터키 남서부 물라주 보드룸의 해안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 에이란 쿠르디(3)의 시신을 터키 현지 경찰이 수습하기 전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쿠르디는 보드룸을 떠나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던 중 에게해에서 배가 침몰해 익사했다. AP뉴시스>
시리아 내전에 의한 난민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내전에 의한 난민의 급증, 그 밑바탕에는 모두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강국, 특히 미국의 전쟁이 있었다. 냉전 이후 유고연방해체, 코소보, 중동의 이라크, 리비아, 북아프리카, 소말리아 등등ㄷ드으으으으으......... 다 셀 수 없을 만큼 이들 내전의 원인은 미국이 있다. 또 난민의 문제로 골치 아프다는 유럽. 미국이 저지른 문제를 떠안고 있다고 푸념하는 유럽이지만 유럽도 난민증가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난민은 이곳 섬을 거쳐 유럽을 가고자 한다. 유럽이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은 이곳을 봉쇄하고 있다. 이곳 핫 스폿이 이들 난민에게 뚫리면 연합 내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기에 더욱 틀어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발대장 지글러 할아버지는 업보처럼 이곳에서도 또 난민의 식량과 기아 문제를 고발하는데, 읽는 내내 안쓰럽고 불쌍하고 그렇다. 이곳 난민촌에서의 생활은 가히 .....
지금은 2021년이다. 세계여론의 힘으로 푸시백 작전은 줄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지옥과도 같은 수용소 생활. 책은 2020년 9월 출간되었지만 지글러의 고발 상황은 2019년이다. 19년도의 난민 수용소 처우가 이정도인데 코로나까지 겹친 지금은…. 봉쇄에 더 봉쇄에, 도무지 상을 그리지 못하겠다. 이 글을 적고 있는 나와 이들 난민은 뭐가 달라서 편하게 있고 또 지옥의 삶을 살게 하는가. 단지 그들은 태어나기를 달리 태어난 죄인가. 철폐하고 빗장을 열어라. 핫 스폿을.
" 내가 보는 세상엔 온통 불의와 비참뿐이오. 도대체 징벌은 어디에 있단 말이오? 당신이 작성했다는 그 선언문은 실제로 지켜지기엔 아무런 구속력도 없지 않소, 사법적인 힘도, 군사적인 힘도 없단 말이오.........."
" 그건 오해일세, 친구. 그 선언문의 이면엔 엄청나면서 영원한 힘이 있다네. 바로
부끄러움의 힘일세."
지글러 할아버지는 '부끄러움의 힘'을 믿으며 끝을 맺는다.
부끄러워라, 유럽아, 인간아.
부끄러워해라, 유럽아, 인간아.
섬에는 인간이 있다. 인간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