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클라인,마이클 페티스 저/이은경 역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 기욤 피트롱/ 양영란/ 갈라파고스/2021
태양광, 풍력, 반도체, 최첨단 무기, 우주공학 등등 이른바 녹색 에너지 사업 및 첨단 디지털 사업 분야에 눈에 띄지 않지만 필수적인 재료가 바로 주기율표 저 아랫단에 있는 희귀금속과 희토류 라고 합니다. 프랑스인 저자는 광산업에서 시작해서 이러한 재료들의 제련, 가공 산업의 발달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환경 문제, 해당 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선진국의 제조업 부진과 일자리 상실,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의 자원 부국 정책과 이로 인한 서구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산업 혁명은 영국에서 일어났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륙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당연히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 유럽에도 엄청난 광산 개발 붐이 일어났죠. 20세기에는 컬러TV가 보급되면서 이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채굴 회사들은 환경 문제에 무심했고, 결국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았으며 국가에서도 미루고 미루다 시민 단체의 거센 항의에 방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이 와중에 1979년 개혁개방 노선으로 돌아선 덩샤오핑의 중국이 중국, 독일, 일본, 미국의 광산업자와 관련 제련 가공 업자에게 접근합니다. 자신들이 더러운? 일을 도맡아 싼 값에 기초 가공품을 공급해 주겠다고 말이죠. 사실 수많은 제조업이 이런 식으로 서구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희토류와 희귀금속도 그 중 하나였지요. 서구에서는 이 1차 가공품을 싸게 제공받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재료로 썼고, 세계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더욱 확장 추세에 이르게 됩니다.
모든 것이 무언가 달라졌다고 확연하게 느꼈던 것은 리먼 사태 이후입니다. 중국은 관련 산업의 기본 기술 뿐 아니라 주요 기술들도 점차 빼낼 수 있게 되었고 자국 안의 풍부한 광산을 개발 뿐 아니라 적극적인 해외 투자로 관련 사업의 75% 정도를 좌지우지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기도 하고, 가격을 맘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관련 원자재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 관련 사업을 하기 힘들도록 만들어 헤게모니를 계속 쥐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른바 선진국들도 방조만 할 수는 없어서 다시 자국의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특히 서구권에 있는 희토류와 희귀 금속에 대해 블록을 형성하기도 하고, 남미나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 있는 광산들에 대해서도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한때 원료 공급지로서의 식민지 신세였던 나라들이 중국을 본받아? 자원 부국으로 거듭나려는 노력 또한 하고 있죠.
사실 녹색성장이니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이니 하는 것이 특히 유럽에서 미국과 다른 산업을 육성시켜 다시금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것이기는 했으나, 이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희토류와 희귀 금속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글 곳곳에 나타납니다. 사실 전기차가 운행 중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겠지만, 배터리 제작과정에는 엄청난 희귀 금속이 들어가고, 이 희귀 금속을 제대로 쓸 수 있게 제련 가공 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에너지 즉 전기를 써야 하기 때문에 내연 기관차에 비해서 더 친환경인가에 대해서 회의적입니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에도 비슷한 지적이 있지요.
무엇보다 광산업과 재련, 가공 산업이 그간 엄청난 오염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고 방출하여 심각한 수준의 환경 오염을 일으켜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져 온 부분 역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그랬고, 지금 중국과 개발도상국, 원자재 수출국 모두가 겪고 있는 일이지요. 저자는 이른바 친환경을 운운하는 서구의 부유층들이 자신들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을 타고 다니고 각종 비싼 첨단 기기들을 즐기면서 실은 엄청난 수준의 환경 오염을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동네에게 이전시키는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국 민주당 대통령이 중국과 밀월 관계를 맺으면서 관련 산업 기술이 세어나갔다는 이야기는 트럼프와 왜 당선되었는지 설명하고도 남을 에피소드였다 싶습니다. 그런데 이젠 예전같지 않아서 중국만 해도 엄청난 환경 오염으로 시민 단체 운동이 활발하고 예전만큼 싸게 공급하는 것도 여의치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의 의견은 프랑스가 중국같은 자원 부국의 농간?에 후달리지 않게 자국의 광산업을 다시 부활시키고 멸종 위기?에 처한 관련 기술 노하우를 다시금 챙기고 가격 부담이 있더라도 환경오염을 최소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으로서 충분히 피력할 만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감안하고 읽으시길^^;;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휴전선만 넘으면 희토류가 가득한데... 아,,, 그림의 떡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피로는 좀 완화될 것인가... 미국와 중국의 사이는 정말 나쁜 걸까... 아니면 나쁜 척 하는 걸까...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나, 우리나라 총선이나 지나서 봐야 하나... 우리는 과연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등등...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이란 1940년대 미국의 화학자 찰스 코리엘이 희귀 금속에 ‘프로메튬’이라는 이름은 붙인 데서 연유한다. 물론 프로메튬은 정식 원소 명칭이 아니지만, 그 의미만큼은 충분히 전달된다. 인간에게 ‘불’을 선사하여 문명의 시대를 살게 한 티탄의 아들, 프로메테우스. 이른바 희토류라고도 불리는 희귀 금속들은 바로 그처럼 인류에게 있어 현대의 문명을 떠받치는 소중한 자원이면서, 동시에 그로 인하여 다툼이 생기는 문젯거리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에서 희토류가 가지는 중요성은 중국이 센카쿠 열도에서의 충돌이 벌어졌을 때(중국인 선장 구금) 희토류 수출을 막으면서 굴복시켰던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가지게 될 힘은 어쩌면 바로 이 희토류라는 자원에서 나온다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언론이 기욤 피트롱은 바로 이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희귀 금속의 허상과 이를 인한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은 희귀 금속이 현대 문명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현대 문명을 돌아가게 하는 동력은 자석에서 오는데, 바로 강력한 자석의 원료가 바로 희귀 금속이다. 그리고 많은 첨단 제품, 기기의 재료에 들어가기도 한다. 저자가 부록에 첨가한 전기차라든가 휴대폰에 들어가는 희귀 금속에 관한 그림을 보더라도 희귀 금속이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희귀 금속의 허상이다. 정보 사회라든가, 탈탄소 사회 등을 얘기하는데, 그걸 위해서 내세우는 많은 에너지 생산 수단이라든가, 제품에 희귀 금속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희귀 금속이 들어가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생산과 이동을 위해서 거의 비슷한,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에 지적되고 있듯이 전기차가 화석 에너지를 적게 쓰는 교통수단이라는 데 회의감이 드는 것 역시도 같은 맥락이다(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쨌든 석유나 석탄을 때서 나온 에너지다). 이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지만 명확하기 인지는 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장 길게, 깊게 얘기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다. 중국이 어디까지 희귀 금속을 무기화할 지는 모르지만, 서구의 입장에서도 우려스럽고, 두려운 것이 사실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에 관해서는 자세히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좀 다른 생각을 피력해 보자면 이렇다. 서구는 식민지화 등을 통해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자원을 착취하거나, 그것을 무기화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걸 조금 다른 방식으로 되돌려주려고 하는 중국의 방식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이 어째 좀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방식은 우려스럽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세계의 질서를 교란했던(그들의 입장에서는 질서를 세웠다고 해야 하나?) 자신들의 과거(그게 현재로 이어진다)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가와 반성이 없는 것은 씁쓸하다. 이 책도 그런 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지극히 프랑스 입장에서 어떻게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궁리한다. 프랑스인이 프랑스어로 쓴 책이니 당연하다).
궁금해진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아니 준비할 생각은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