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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유성호,김상균 등저
혼미한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현미경과 망원경이 둘 다 필요하다.
이 책은 지정학이라는 망원경으로 세계와 한반도를 바라보고
흥미롭고 시원하게 복잡하게 얽힌 지정학의 세계를 꿰뚫었다.
마한, 매킨더, 스파이크먼에서 키신저, 브레진스키에 이르는 영미 해양 지정학,
독일과 일본의 파시즘 지정학, 러시아와 중국의 대륙 지정학,
그리고 끝으로 한반도 지정학까지.
저자가 결론에 이른 한반도 지정학은 강대국이 쳐놓은 지정학의 덫을 빠져나오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알려준다.
미국에게 북한과 베트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적성국 중국에 방문한다. 그리고 양국 관계는 정상화되었다.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중국인민지원군의 사망자는 14만 8천 명에 달했다. 미군 사망자도 5만 8천여 명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불과 20여 년 전에 적대국으로 전쟁을 치렀고 이념도 체제도 달랐지만, 미국과 중국은 아무 거리낌 없이 화해했다. 냉전의 시대는 1972년에 끝난 것이다.
미국은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1964년 8월 7일 북베트남과의 전쟁을 전면전으로 확대했다. 그 뒤 미국은 55만 명에 이르는 지상군을 베트남에 파병했다. 북베트남은 85만 명, 남베트남은 30만 명이 전사했다. 미군의 전사자도 5만 8천 명에 달했다. 1975년 4월 베트남은 공산화됐고 양국 관계는 단절됐다. 그리고 종전 후 20년 만에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베트남의 정치체제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리더 격인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 사례가 보여주듯 미국의 외교 전략에서 이념과 체제가 우선적 고려 사항이 아니라면, 미국은 왜 북한과는 정상적 관계를 맺지 않을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해서인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건 2005년이다. 그전에는 왜 정상화가 불가능했을까? 중국과 정상화했던 1972년쯤이나 베트남과 정상화했던 1995년쯤에 북한과도 정상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북한과는 왜 정전이 된 지 67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적대적 관계에 머물러 있을까?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양 정상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고 헤어졌다. 미국에게 북한과 베트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국이 공산당 지배하에 있는 중국, 베트남과 적대적 관계에서 우호적 관계로 전환한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념적 차이보다는 현실적 국익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미국이 중국과 다시 대립하는 이유도 전략적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바로 지정학적 접근을 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지금까지 국교 정상화를 주저해온 이유 역시 이념적 차이가 아니라 지정학적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좌우 대결이라는 이념적 틀이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오래전 국제사회에서 소멸한 이념적 틀에 갇혀 있는 한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기 어렵다. 지정학적 인식 틀이 필요하다.
1.알프레드 마한(시파워)
우선 1890년대 영국이 시파워를 발판으로 삼아 정치경제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설명하여 극찬을 받은 알프레드 마한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마한은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바다를 지배해 해양 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시파워는 상업 및 무역과 함께 발전한다고 말했는데, 생산과 무역 증가로 인해 해운이 발전하면서 이것이 해양 지배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그의 이론이 각광받았는데, 미국의 생산이 확대되면 생산물의 교역이 필요하고 이어서 상품 운송을 위한 해운이 필요하며 그 해운을 확대하고 보호하기 위한 거점과 해군 기지로서 식민지가 필요하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초까지 미국 해군이 정비되고, 그 이후 파나마 운하 확보, 하와이 기지 건설, 필리핀 점령 등이 모두 마한의 지정학 이론에 따라 실행된 것이라 말한다.
(하와이 기지 건설) 아시아에 진출하려면 태평양, 즉 '태평양 고속도로' 도중의 요지에 식량 및 탄약, 물, 연료 등의 보급, 선박 수리, 병사 휴양 등을 위한 기지가 있어야 했다. 하와이가 최적이었다. 하와이가 미국에 병합된 것은 1898년이었다. 하와이는 다인종이 거주하는 해외 영토가 미국에 편입된 최초의 사례였다.
2. 핼퍼드 매킨더(랜드파워)
매킨더 역시 영국이 유럽 국가이지만 유럽 내에 있지 않고 대륙 밖에 위치하기 때문에 영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우월적 지위는 바다의 지배에 달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매킨더는 유럽과 아시아를 묶어서 하나의 대륙인 유로-아시아로 명명하고 그 중심 지역에 러시아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고 한다. 매킨더는 유로-아시아의 광활한 대륙에 장거리 철도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기동력의 주역이 육상 교통이 될 것이라 판단했고, 랜드파워의 기동성과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증대될 것임을 역설했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 중심 지역 및 국가에게 유리하게 세력 균형이 이루어진다면 유로-아시아 주변부로까지 팽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방대한 대륙의 자원을 사용해 대규모 함대를 건조한 다음 마침내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이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결국 매킨더는 지배적 랜드파워가 지배적 시파워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보았다고 하는데, 러시아와 독일이 동맹을 맺으면 세계 패권을 차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또한 매킨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3대 파워가 하트랜드 파워인 소련, 미드랜드 오션 파워인 미국, 몬순랜드의 중국이라 언급했다고 한다.
3. 카를 하우스호퍼(레벤스라움)
그 다음으로 언급되고 있는 주요 인물은 독일 지정학의 초석을 다지고 히틀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카를 하우스호퍼인데, 그는 매킨더의 이론을 180도 뒤집어 바다의 해적인 앵글로색슨의 시파워를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으로 구성된 랜드파워가 견제하는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후에 히틀러가 하우스호퍼의 주장을 하나씩 실천해갔지만 일본의 우랄산맥 지배권을 거절하고 독일이 소련을 공격하자, 유라시아 대륙 블록을 구축하겠다는 하우스호퍼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고 한다. 나치에 적극 협조했다는 오명을 쓴 하우스호퍼의 죽음과 함께 지정학이란 단어도 지하에 매장되었지만, 이것을 나중에 살려낸 인물이 바로 헨리 키신저라고 한다.
(레벤스라움) 모든 유기체는 특정 크기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그 특정 유기체의 레벤스라움이라 불렀다. 하우스호퍼는 국민에게 충분한 공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권리와 의무라고 규정했다. 약한 국가를 밀어내고 강국이 팽창하는 것은 강국의 의무라는 것이다. 국가는 레벤스라움이라는 필수 요소를 획득하기 위해 평화적인 정책 혹은 올바른 전쟁을 동원할 수 있다. 레벤스라움이나 자급자족을 확보하기 위해 팽창하는 국가에 있어 국경이란 일시적 휴전선에 불과하다.
4. 니콜라스 스파이크먼(림랜드)
한편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공식적으로 참전하게 된 1941년 말, 니콜라스 스파이크먼이란 학자는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일본, 독일과 동맹을 결성해야 하고 소련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50년 후쯤 세계 4대 강대국은 미국, 소련, 중국, 인도일 것이라면서 독일과의 동맹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동맹은 중국이나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 개입해 패권적 파워에 대항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스파이크먼은 매킨더의 하트랜드 개념을 수용했지만 매킨더가 하트랜드의 잠재적 파워를 과대평가했다고 여겼다고 한다. 세계 정치의 핵심 지역은 하트랜드가 아니라 하트랜드에 인접한 해안 지역인 림랜드라면서 말이다. 스파이크먼은 미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하나의 강대국이 아니라 유라시아 림랜드 지역을 지배하는 것이라 경계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존 개디스 같은 사람은 유럽의 하트랜드가 적대적인 단일 세력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면 세계의 림랜드가 안전하지 않게 된다면서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5. 핸리 키신저(지정학의 부활)
(조지 캐넌)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지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정치적 문제는 경제정책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따라 경제 지원에 적극 찬성하고 마샬플랜을 입안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사회의 건강과 활력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전략 핵무기들이 등장하고 나서 항공기나 미사일 등 장거리 운반이 가능해지자 핵무기가 미국의 억제 전략에서 핵심이 되었고, 지정학과 지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 정치가 다극적으로 바뀌고, 지역 분쟁을 처리할 때 핵무기를 활용할 수 없었기에 미국이 중국과 연대해 소련을 견제하는 구도 만들었던 헨리 키신저가 지정학을 부활시켰다고 한다. 키신저의 전략적 통찰과 닉슨의 결단은 새로운 역사를 가능케 했다. 키신저는 "미중 양국 지도자들은 처음으로 이념적 시각이 아니라 지정학적 시각으로 서로를 보게 됐다"라고 증언한다. 키신저의 사고는 마한, 매킨더, 스파이크먼의 사고와 상통한다. 키신저는 날로 다극화되는 세계에서 세력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6.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일극에서 다극으로)
헨리 키신저 이후 브레진스키가 지정학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미국의 패권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라시아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브레진스키는 특히 일본과의 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일본이 재무장하거나 중국과 독자적으로 화해하게 되면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역할은 종료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라시아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만한 국가나 세력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게 미국의 목표라는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최근 저작에서 2025년경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상실한 세계는 중국이 패권 국가로 부상하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질 것이라 전망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대신 권위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종교 등에 기반해 안보 전략을 택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랜드 체스판) 유라시아는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게임이 진행되는 체스판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어느 유럽 국가도 결정적으로 승리하지 못하고 비유럽 국가인 미국의 참여로 전쟁이 마무리됐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지배하는 시파워 미국과 유라시아 하트랜드를 지배하는 랜드파워 소련의 대결이 제2차 세계대전이다.
(유라시아 체스판) 유라시아는 지구에서 가장 큰 대륙으로 지정학적 핵심이다. 세계 인구의 약75%가 유라시아에 살고 재산과 자산 등 세계 대부분의 물리적 부가 이곳에 있다. 앞으로 지구상 가장 중요한 경기장인 유라시아에서 미국의 라이벌이 등장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적극적인 플레이어는 러시아, 중국, 인도, 프랑스, 독일이다.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는 아니다.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한국, 터키, 이란은 중요한 지정학적 축이다.
(글로벌 재조정을 향하여 / 2016년 발표 논문) 미국이 초강대국인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군사기술의 발전으로 다른 국가들도 미국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은 끝나고 그 결과 세계적 혼란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두 잠재적 경쟁자 중 적어도 하나와 연합해 지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안정을 추구해야 하고 가장 위험한 국가에 대항해야 한다. 현재 가장 위험한 국가는 러시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다. 향후 20년이 지나면 새로운 질서가 출현할 것이다.
이 논문은 브레진스키가 미국의 입장에서 국제 질서에 관해 전략적 관점을 담은 마지막 주요 글이다. 경쟁국인 중국이나 러시아 중 하나와 연합해서 안정을 구축해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지정학적 사고의 핵심이다.
7. 알프레드 두긴(러시아/제국의 추억)
두긴에 의하면 지정학은 사회와 역사를 해석하는 이론이다. 마르크스주의나 자유주의 같은 하나의 세계관이다. 매킨더의 이론을 그대로 수용한 두긴의 지정학은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이원론을 바탕으로 한다. 도시국가인 카르타고로 상징되는 시파워는 민주주의, 개인주의, 해양 무역, 유동성, 혁신을 특징으로 하는 문명이다. 현재는 시장경제, 자본주의, 리버벌리즘의 국가인 미국이 승계했다.
로마제국으로 상징되는 랜드파워는 권위주의, 집단주의, 내륙 무역, 부동성, 보수성을 특징으로 한다. 계획경제,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의 국가인 소련이 그 승계자이다. 인류 역사는 이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투쟁이고 신카르타고 미국과 신로마 소련의 패권 투쟁으로 현대에 이어졌다.
(북극해 항로의 지정학) 북극권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지였다. 북극권은 대륙 간 탄도 미사일과 잠수함의 통로라는 군사적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북극해가 최근 큰 주목을 끌게 됐다. 하나는 해저유전 굴착 기술의 발전으로 자원을 채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극해에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해저 자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의 미발굴 가스 중 약 30%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무역 루트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2030년 무렵이면 북극해는 여름에 많은 부분의 얼음이 녹는다. 2025년 무렵 교통량은 10배 증가해 8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푸틴은 북극해를 진정으로 글로벌하고 경쟁적인 교통 동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그 밖의 국가 사이에 들어서서 이권을 얻을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하트랜드 점유자이자 최대의 랜드파워 러시아에게 북극해 항로와 북극해 자원이 더해지면 미래에 새로운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러시아는 새롭게 상승하지 않으면 쇠퇴할 것이고 지도상에서 소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지정학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주변 국가들의 이해 관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경우 소련이 붕괴된 이후 새로운 유라시아 블록을 만들어 시파워 미국 및 나토의 일극 지배에 대항하고 과거 미소 대립과 같은 새로운 양극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일본의 경우 자신을 맹주로 하는 동아시아의 광역 블록화를 예전부터 꿈꾸었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강대국들의 관계 양상을 살피면서 한반도의 생존 공간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강대국들과 맺는 지정학적 관계는 동적이고 다층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말이다.
지정학의 힘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저: 김동기
출판사: 아카넷 출판일: 2020년 11월18일
오늘날 우리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특히 석유는 지정학(geopolitics)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장이다. 유가의 상승과 하락의 영향은 석유자원의 지역적 편중과 복잡한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 듯이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긴장된 관계는 1,2차 석유위기를 초래했다.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하였고 이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지정학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발전했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우리가 정치적 구호와 이념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베트남 전쟁이라는 참혹한 대립을 거듭했던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 후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소냉전의 시기에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통해서 외교관계를 회복한 것은 어떤가?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마찬가지로 격렬한 대립을 거듭했다. 이것은 단순한 자국우선주의에 기인한 것일까? 혹은 그 배경은 알 수 없는 인간의 심리에 의한 것일까? 이는 지정학적 통찰을 통해서 그 내막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적 지정학의 시작은 미국의 알프레드 마한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세계를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대립으로 구분했다. 미국은 반드시 시파워를 키워야 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동시에 접한 미국은 해군력의 증강을 통해서 국력을 키워야 된다. 그가 쓴 지정학 관련 서적은 미국 정계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제국적 팽창주의는 쿠바의 실질적 식민화, 하와이 합병, 필리핀의 식민지화로 이어진다. 비로써 태평양은 미국의 내해가 된 것이다.
영국의 매킨더는 아시아와 유럽의 균형이 역전된 것은 유라시아의 랜드파워를 압도하는 시파워로 보았다. 특히 전통적인 라이벌인 러시아에 주목하는데 철도라는 새로운 운송수단의 등장으로 인해서 랜드파워가 강화되면서 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이다. 매킨더에게는 점차 영향력을 상실하는 대영제국의 위상과 국익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였던 것이다.
또다른 근대적 지정학자는 독일의 하우스호퍼였다.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히틀러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 개념 중에 하나가 레벤스라움이었다. 미국의 스파이크먼은 국익을 위해서는 유라시아의 하트랜드 주변의 립랜드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지배적인 랜드파워의 등장을 견제하고 통제함으로써 미국의 위상을 지켜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표적인 4명의 지정학자와 더불어 지정학을 다시 꺼내든 키신저 전 국무장관,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 러시아의 두긴을 아울러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정리하면, 지정학은 실질적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원리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지정학자의 논의를 살펴본다면 우리는 한반도가 이들 강대국의 파워게임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정학적 축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랜드파워인 러시아와 중국을 시파워인 미국이 견제하기 위해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 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화적 정책을 취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불만과 아쉬움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구한말과 같은 지정학적 구도에서 몰락한 대한제국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그 때와 많이 다를까?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미국과 일본의 세력이 첨예하게 갈등을 거듭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우리의 오랜 질문 하나. 베트남과 치열하게 대립했던 미국은 그들과 화해했다. 그러나 북한과는 왜 아직도 휴전상태를 지속하고 종전을 하지 않을까? 우리의 분단상황이 그들에게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로 인해서 탄생할 정권이 친미일지 알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의 대립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한국이 동맹의 하나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결국, 적대적 세력이나 친밀한 세력이나 세계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문재인 정권의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화정책과 대화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된다. 전쟁이라는 무력상황이 얼마나 끔직한 것인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북한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키고, 경제발전과 안정보장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비록 우리의 동맹이라고 하는 일원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얼마나 실현시키기 어려운 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만 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처럼, 나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도서 목록을 훑다가 눈에 들어와 냉큼 읽기 시작했다. 간단한 총평으로는 한줄평에 남긴 말처럼 '읽어야 할 인간은 안 읽고 있는 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 1,2권을 읽은 적이 있어 조금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기초적인 부분을 팀 마샬의 책에서 다졌다면 지정학의 힘에서는 지정학이라는 학문에서 굵직한 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이론대로 세계 정세를 설명한다. 특히 지금 현재와 얽어서.
아무리 정신을 강조해도 인간이 육체를 떠날 수 없듯, 인터넷이나 항공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들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이 지리를 무시하고 국가를 굴릴 수 없다.
지리는 그 자체로 인간의 삶을 제한하고 위험과 마주치게 하거나 이웃과 갈라놓는데 이걸 정치에 접목시켜 역사와 현재를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예언 혹은 나침반과 다르지 않아 읽는 내내 내가 국적을 가진 이 나라를 생각하며 읽었다.
대륙과 섬나라, 거대한 대양을 옆에 낀 반도 국가.
읽을 수록 지금은 빨갱이라고 북한을 적대시 할 게 우선순위가 아니라 양 옆, 특히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갈구해야할 시기 아닌가 싶으면서 걱정이 많아진다. 문제는 왜 내가 이런 걱정을 하고 누구는 포켓몬마냥 빵집과 카페 목격담이 자꾸 기어올라오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