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곳에 있다
정치, 범죄, 대중문화, 법, 여성학, 교육,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9인의 여성들의 목소리
이 책은 정치, 범죄, 대중문화, 법, 여성학, 교육,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9인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논픽션 작가이자 과학사를 공부한 하미나 작가는 여성 과학자가 소외되는 현실에 대해 칼럼을 쓴 다음 어느 날 한통의 메일을 받는다. 여성 과학자가 차별받는 ‘객관적인 근거’를 요청하는 한 남성 과학도의 ‘정중한’ 메일이었다. 하미나 작가는 그 메일에 답변을 보내는 마음으로 이 책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에 기반한 과학사의 오랜 여성 차별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마중물 선생님으로 알려진 페미니스트 교사 최현희 선생님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목도하면서 페미니즘 교육이 교육 이전에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음을 말하고, 젠더기반 폭력을 연구하는 김민정 연구자는 범죄가 왜 일어나는지 궁금해서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다보니 여성학까지 오게 되었다고 웃지 못할 농담을 이야기한다.
페미당당의 심미섭 활동가의 글에는 어느 늦은 밤, 집 앞까지 따라온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남자가 자신을, 그리고 어떤 남성들은 여성을 동등한 한 인간이 아니라 마땅히 얻을 수 있는 보상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밤의 경험과 예술노동자인 우지안 작가의 가스라이팅 경험담은 글을 읽는 많은 여성들에게 ‘어떤 기억’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대한민국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가 쓴 고정된 성별 관념에 던지는 긴 질문과 같은 글, 디지털 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 씨의 활동 과정과 피해와 가해로 이분법해서 성폭력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글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성소수자와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사안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던 모습의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는 젊은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이루어진 그룹 ‘페미당당’의 세미나에서 출발했다. 젠더기반 범죄, 섹슈얼리티, 성폭력, 낙태죄, 교육 등 여성문제와 관련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질 때마다 혼란을 겪다가 스스로 공부하고 알아보기 위해 기획한 세미나였다. ‘어쩌다 페미니스트가 되었는데, 혹은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하지?’ 가 처음 세미나를 기획한 마음이었고, 비슷한 질문을 품은 동시대 여성들에게 그 세미나에게 얻은 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더는 외롭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이 책은 결과적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벽을 부수어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벽은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했던 세계이기도 하며, 또 어떨 때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걸어간다. 걸어가며 매번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마다 과거를 다시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바꾸어가며 미래로 갈 것이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던 모습의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서문의 마지막 말처럼, 이 책은 그렇게 어제의 나와 세상을 넘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세계를 확장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