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환락송>은 다섯 권으로 된 중국 소설이며, 중국판 <섹스앤 더 시티> 라 부르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시를 무대로 중국의 2030 밀레니얼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은 상당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회자 시키고 있었다.그건 환락송 아파트 22층에서 각자 2201호,2202호,2203호에 살아가고 있는 다섯 여성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먼저 2202호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관쥐얼,추잉잉, 판성메이였다. 이 세사람은 중국의 평범한 여성, 소위 흑수저였다. 그리고, 세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면에 젊은 나이에 기업의 임원이 된 골드미스 엔디의 모습, 그리고 망나니처럼 보이는 취샤오샤오는 우리의 시선으로 볼 때 상당히 이질적이면서, 극단적인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소설 <환락송> 뿐만 아니라 중국 드라마 <환락송>이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중국인들의 불안한 삶과 걱정을 그대로 다섯 여성에게 투영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금수저라 부르는 상속녀 취샤오샤오 마저도, 불안과 걱정 속에서 허영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기업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취샤오샤오에게 경쟁지란 오빠인 취렌제였다. 그래서 샤오샤오는 소설 속에서 여우 캐릭터를 자쳐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야망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한편 엔디의 모습을 보면 , 참 독특한 주인공이다. 소위 엘리트이면서, 극강의 지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일에 있어서는 차갑고,완벽주의를 지향하지만, 인간관계는 항상 서툰 아이였다.그래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스스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한편 관쥐얼은 상당히 독특한 모습 그 자체이다.나의 성격과 가장 흡사한 캐릭터,매사 부정적인 생각에 자신을 가두면서 살아가는, 생가이 많은 아이 관쥐얼, 그래서 정감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연애든 결혼이든 잘되길 바라는 관쥐얼의 모습 속에는 모범생이지만, 생각이 많아서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아이였다.
이 소설은 상하이 시를 무대로 하면서, 물질적인 풍요가 반드시 행복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돈이라는 매개체는 중국 사회를 떠받드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거기에 치우치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잃게 된다. 즉 멀쩡해 보이는 다섯 여성들의 모습들, 앤디도 그렇고, 관쥐얼, 추잉잉, 판성메이, 취샤오샤오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대충대충 살아가는 것,그 안에서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나답게 살아간다면, 잉칭과 결혼한 추잉잉처럼 살아갈 수 있다.때로는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잡초처럼 살아가면서, 단순하면서,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추잉잉이 가장 끌리는 이유는 그래서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가장 마지막 줄에 적힌 '환락송 끝.'이라는 단어를 보자 마치 나의 한 계절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쉽기도, 쓸쓸하기도 또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한 복잡다단한 이 감정을 무엇이라 불러야할까? 드디어 가족에게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은 판성메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서 드디어 결혼하게 된 잉잉과 잉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혼인신고까지 마친 앤디와 바오이판, 가장 열렬히 응원했지만 아쉽게도 첫사랑에 실패한 관쥐얼,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고 또 비밀이 폭로되어 위기에 봉착한 취샤오샤오까지 그녀들이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걸 지켜본 애독자로서 그녀들과 이별해야한다는 사실이 참 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사랑? 사랑도 현실 앞에서는 모래성에 불과해. 성인들이 말하는 사랑은 허울이고 가면일 뿐이야. 가벼워서 후 불면 싹 날아가 없어져.<환락송 5> P.70
판성메이는 그 지긋지긋한 가족에게서 벗어나리라 결심하고 친오빠의 소송에도 맞대응한다. 드디어 현실을 직시한 걸까? 다만 슬픈 것은 그녀의 현실 감각이 왕바이촨에게도 적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판성메이는 가족에게 안녕을 고하듯 왕바이촨에게도 이별을 고했다. 그동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붙잡고 있었노라고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진짜 같지 않은 아름다움은 처음부터 진짜가 아니었다.
<환락송 5> P.236
시에빈과 일출을 보며 로맨틱한 고백을 받은 관쥐얼은, 아마도 그것이 진짜 아름다움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직감한다. 시에빈은 관쥐얼에게 힘들고 어려웠던 유년시절을 고백하며 이해를 구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에빈은 자신의 고향에서 뒷조사를 한 취샤오샤오의 뒤를 캐내고 그녀의 비밀을 폭로한다. 그로 인해 취샤오샤오의 부모가 이혼을 하기까지 이르고 이 화살의 끝은 또 다시 시에빈을 향하게 된다.
첫사랑에 실패한 관쥐얼은 상처가 아물면, 아니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이고, 가난한 사랑에 염증을 느낀 판성메이 역시 또 언제든 사랑을 찾게 될 것이다. 그녀들이 또 다시 찾아온 사랑으로 울고 웃을 때마다 환락송 22층의 친구들이 함께할 것은 분명하다. 시시해보이는 우리네 일상에 사랑이 더해지는 순간 더할 나위없이 근사해진다. 다음 사랑이 지나간 후 관쥐얼과 판성메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다채로워졌을지 기대가 된다. 그녀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환락송> 안녕!
중국작가의 소설은 환락송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것 같다. 영미작가, 그리고 일본과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주로 읽다가 중화권 이야기를 접하니 제일 처음 와닿은 어려움은 주인공들의 이름과 소설의 흐름을 잘 집중해서 연결해나가는 일이었다.
<환락송>시리즈는 총 5권으로 구성되어있고, 환락송5는 환락송 이야기의 완결작이다. 각기 권마다 술의 이름이 들어가 있어 각각의 시리즈가 담고 있는 소설의 방향과 인간미를 연관지어 맛으로 표현한 듯 하다.
소설의 인기로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소설에 나타나는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가 워낙 다양하고 꼬임도 있고, 갈등도 있고, 해결이 되는 이야기가 쉼없이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공감했다.
<환락송5>의 주요 이야기 흐름은 첫 시리즈에서 각 주인공들의 배경과 개인 이야기, 그리고 삶을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개인 혹은 2명의 모임 이야기로 표현했다면, 환락송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그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정착해나가고 결혼이라는 체제에 합류해가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연인과의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그들의 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타인과의 갈등을 통해서 그들 스스로의 모습을 견고하게 제시한다.
크게는 애정전선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기에 낭만적이겠다고 예상했던 이야기도 갑자기 연관된 인물과의 관계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폭로되기도 하고, 주인공들과 처음 관계를 맺는 제3자와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연인이
얽히기도 한다. 사랑의 결실을 공표하고 선언하는 과정에서도 현실에서 부딪쳐야 알 수 있는 문제가 갈등으로 등장해 순탄한 이야기와 동등한 비율로 사건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의 목차가 번호로 숨을 제공하기는 하나, 쉼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와 문장들로 자칫 딴 생각을 하면 이전의 이야기들이 혼란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주인공과 애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과거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은 다른 주인공과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흐름은 주인공들과 연관된 사람들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으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처음 만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직장 생활과 가족들과의 관계를 공통의 공간에서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환락송>이 주는 의미는 끝맺음이 아닌 진행과 발전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이 처음 시작되고 행하는 일들의 과거와 원인을 찾아가다보면, 그것들이 주는 안정감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갈등과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게 그 자리에서 날아가지 않고 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개개인의 <환락송>은 어쩌면 환상이라고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형체일지 모르지만 우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고, 매 순간 일어나는 <환락>을 가시적인 일상으로 다듬어가는 것에 집중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