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매매에 관심을 두게 된 건 10년 전쯤 <유곽의 역사>란 책을 접한 이후부터였다.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 집결지가 있고 각 집결지의 특성에 대해 정리한 글이었으며 이로인해 부산의 완월동, 평택의 쌈리, 인천의 옐로우하우스, 전주의 선미촌, 서울의 청량리 588 등과 같은 곳이 존재하게 됨을 알게 되었다. 사실, 각 집결지에 대한 소개가 비교적 균등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산의 완월동에 특별히 관심을 둘 일은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간을 소개하는 글에서 알고 있는 집결지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구매하게 되었다. 글쓴이는 살림이라는 단체의 전 소장이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를 기획했던 여성지원단체였다. 성매매 여성의 글을 모아 출간하여 그녀들이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인상깊었던 책이었는데 같은 단체 출신인 글쓴이의 글이라 더욱 인상이 깊었다. 완월동이라는 명칭이 달(여성)을 가지고 논다는 의미로, 집결지라는 뜻이 예전 동네 이름으로 붙여졌다고 한다. 글쓴이는 성매매 여성들을 '언니'로 지칭하며 '언니'들과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전에 생각해 보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업주나 현관이모등과 같은 여러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인 경우가 다반사이나 개중에는 이를 체화해서 성매매를 강요하는 가해자로 변모하는 경우가 있어 참으로 안타까웠다. 10년이 넘도록 살림이란 단체를 꾸려온 글쓴이의 노력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그들과 함께 겪고 느꼈던 바를 글로 남기고자 했던 글쓴이의 마음을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반성매매 현장의 활동을 시작하는 활동가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더불어 살림의 시작부터 정경숙 소장님을 비롯한 여러 활동가들의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어 선배 활동가가 후배 활동가에게 들려주는 완월동과 함께한 살림의 이야기라 술술 잘 읽히기도 했거니와 읽는 내내 찌지고 볶고 살아내는 완월동 여자들이 모습이 선해 웃다가 때로는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성착취 현장은 그닥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 두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또한 아직 현장에서 언니들을 만나고 있는 나는 '지금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언니들을 만나고 있나?'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물불 가리지 않았던 처음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더불어 지금 완월동 여자들 속에 내가 있음에 뿌듯함과 자긍심을 느끼며 정경숙 소장님 이후의 현재 진행 중인 완월동 여자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