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은 계기로 급작스레 떠나게 된 엄마와 딸의 날것 그대로의 여행기그리고 떠나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하여엄마라는 존재. 누구나 항상 옆에 든든하게 계실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 역시 엄마는 언제나 곁에 함께할 존재라고만 생각해오다가 어떠한 사고로 인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무얼 좋아하시는지, 무얼 하고 싶으신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엄마와의 추억도 그리 많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고, 10대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냈으며, 20대 때는 대학을 가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30대에 들어서면서는 서로의 삶의 방식이 어느덧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인 엄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와 엄마는 남미 여행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갔다.3개월 동안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모녀에게 어떻게 엄마랑 여행을 하냐고,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다니는 여행이라고 하면 자유로워야 할 여행에서 뭔가 제약을 주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였기에 저자는 더 자유로웠고, 행복했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누군가와 여행을 하다 보면 평소에 몰랐던 그 사람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된다. 엄마도 그랬다. 강인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와서 호랑이 같은 이미지의 평소 엄마와 달리 말을 못해서 웃고만 있는 순진무구한 엄마,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겁먹은 엄마, 누군가의 칭찬 한마디에 좋아하는 해맑은 엄마를 만났다. 엄마라는 존재도 사실 부모 자식 이전에 한 여자고 사람이다. 객관적으로 보고 존재를 자각하고 나면 그 사람 자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더 풍요로운 관계가 된다. 젊은 시절의 엄마는 먹고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열심히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셨다. 하지만 지금의 엄마는 과감히 남미를 택하는 열정과 함께 남미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보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셨다. 나이가 들면 도전보다는 안정을 찾으려 하고 몸을 사리게 되는데 말이다. 저자 역시 10대에 가졌던 꿈과, 20대에 가졌던 열정과, 지금의 모습이 다르다. 점차 작아지는 열정 앞에서 저자는 나이 드신 엄마에게 다시 한 번 많은 것을 배웠다.가깝고도 먼 사이인 엄마와 딸은오늘도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환갑을 넘긴 엄마와 여행을 하려면 여러 가지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숙소 문제다. 혼자나 친구들과 다니던 즐거움 위주의 여행과는 달리 편안함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걷는 것은 최소화하고, 교통수단은 되도록 빨리 목적지에 가는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재미를 추구하는 여행이 아닌 안전을 선택하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여행을 하게 되면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구나 친구와의 여행에서 크건 작건 다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가족이라고 다르지 않다. 저자 역시 여행 준비를 하면서 짐을 싸는 순간부터 엄마와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딸과 달리 긴 여행은 처음이라 들뜨신 엄마. 짐의 크기부터 다를 수밖에 없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구 반대편 남미로 출발하게 되었다. 외국이란 곳이 주는 낯설음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남미는 유독 색다른 곳이다. 그중에서도 볼리비아에는 우유니 소금사막이라는 곳이 있다. 먼 옛날 바다였던 곳이 융기하면서 지금의 지형이 형성된 곳으로, 말 그대로 소금이 사막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이곳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서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는데, 엄마는 이곳에서 하늘과 땅이 이어져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가는 투명하고도 찬란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하셨다. 그리고 이것을 볼 수 있어 너무 행운이라고 하시면서 말갛게 웃음을 지으셨다. 또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진 촬영 역시 진행했는데,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양한 포즈를 지으시는 엄마를 보면서 남미에 오지 않았더라면 엄마의 소녀 같은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라과이에서는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구아수 폭포를 방문했다. 이구아수는 원주민어로 ‘큰 물’ 혹은 ‘위대한 물’이라는 뜻이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승용차로 6시간, 그리고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엄마는 장엄한 폭포를 꼭 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연세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꺾지 않으셨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이구아수 폭포는 이름 그대로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엄마는 폭포수에 옷이 젖어도 상관없다고 하시면서 온몸으로 폭포를 마주했다. 엄마의 용기에 저자는 또다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들을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자 노력했다. 저자는 이렇게 여행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소소하면서도 한편으로 미소 짓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간의 남미 여행.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남미를 엄마는 명령 한 번 하지 않으시고, 불평 한 번 없이 자신이 짊어야 할 짐을 지고 아픈 무릎에도 아프다고 내색하지 않으시며 끝까지 딸을 인정해주시면서 그 험한 여행을 다 마치셨다. 아마 본인이 짐이 되고 싶지 않으신 마음에 불편함도 감수하면서 이겨내셨을 것이다. 실로 그 마음 깊이를 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엄마라는 존재. 그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사람이 바로 ‘엄마’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가끔은 서로에게 독설을 하기도 하고, 뼈아픈 말들에 상처받고 반항을 하기도 한다. 가족이기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서로 상처를 주게 된다. 그리고 살아온 방식이 달라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딸로서는 엄마의 방법이 답답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엄마와 3개월간 함께하면서 저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해묵은 감정들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남미 여행을 끝낸 후 저자는 말한다.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보시길. 그리고 엄마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시길. 그녀는 오늘도 다른 여행지로 엄마와 함께 떠나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