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귀 저
권희린 저
다카하시 레나,천아영 감수/송소정 역
무라타 사야카 저/최고은 역
가끔 청소년 도서를 읽는데, '너와 내가 반짝일 확률 99%'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외국 청소년 소설, 외국에도 그런 장르가 있다면, 어떻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 제시카가 최근에 낸 책과 비슷한 느낌이다. 번역체여서 그런가 아니면 글쓰는 스타일이 달라서 그런가 특유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분량 자체도 적지 않아서 그동안 읽어왔던 한국 청소년 소설이랑은 살짝 다른 신선한 스타일이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소설의 내용은 일본계인 올리비아와 한국계인 조나가 만나 자신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풋풋한 사랑까지 키워간다는 다소 정석적인 흐름이다. 다만 생각보다 로맨스적인 부분에서는 불이 켜지는 느낌이 없다. 동양인 가족 특유의 교육열이 빛나는 캐릭터가 있어서 그런가 오히려 스케이팅과 성장 부분에 더 집중이 되어 있어 보인다. 이상하게도 올리비아가 일본계이고 또 피겨를 하고 있다는 설정 때문인지 읽으면서 약간 껄끄러운 느낌도 있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아이들이 동양인이 주류인 책을 읽으며 성장할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워 자신이 직접 책을 쓰게 됐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마음이 더 공감됐다. 아직까지도 동양계는 공부벌레나 컴퓨터 오타쿠 같은 이미지에 브릿지 머리로 묘사되는 전형성이 있으니까. 서양의 시선으로 보는 동양계에 대한 공통적인 불만이랄까 이제는 좀 진절머리나는 몰이해와 무지함을 짚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본 '반쪽의 이야기'라는 오리지널은 그 선을 반 발자국 정도 넘은 것 같다. 이건 추천.
예체능 하는 아이들이 읽는다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책에서도 보통의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표현들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특출난 재능에 대한 열망과 좌절, 주변 친구들과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예체능쪽을 경험한 아이들이 가지는 연대의식이나 공감대가 많겠다. 반면 보통이나 평범한으로 수식되는 쪽에서는 책을 읽을 때 다소 아쉬운 표현이 될 것 같다.
날이 추워지니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계절적 추위가 꼭 아이스링크 장이 주무대가 되기 때문에 옮아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여름에 읽으면 좀 시원하게 느껴질려나. 주인공들은 열일곱으로 나오지만 아무래도 이쯤되면 책은 본인 나이보다 살짝 위의 연령대에 관심을 갖게 될테니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의 독자들이 읽을 법 하다. 전에 넷플릭스 얘기를 꺼냈는데, 어쩌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나올 것 같은 책이었다.
너와 내가 반짝일 확률, 99%
오랜만에 풋풋함 가득 담긴 이야기를 읽었다. 존재만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열일곱의 귀여운 사랑 이야기. 때로는 넘어지기도, 때로는 울먹이기도 하지만 부딪치면서 조금씩 둥글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 올리비아는 아주 어릴 적부터 피겨스케이팅을 해왔던 터라, 아직 학교에 다닐 나이인데도 꿈 앞에 좌절하고 만다. 누군가는 꿈을 만들고 형태를 잡아가는 시기에 꿈을 내려놓은 것이다. 다들 한 번쯤은 아프게 겪을 성장통을, 올리비아는 겉으로 비추지도 않고 그저 감내한다. 그러다 아이스드림에 나타난 조나. 어딘지 까칠하지만 그 누구보다 반짝이는 열정에 올리비아는 점차 빠져들기 시작하고, 잠시 바랬던 올리비아의 마음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문화권과 스케이트라는 독특한 주제, 게다가 청소년 성장물이라니. 읽는 눈이 즐겁다. 넷플릭스 쇼트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손색없을 듯한 열일곱 살 주인공들의 감정 묘사, 눈부신 은색 얼음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서늘함까지! 올리비아가 다시 꿈을 되찾고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도,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자존감 하락과 약간의 우울감도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다. 마치 하이틴 드라마를 책으로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그만큼 자유로운 문체와 이모티콘을 직접 책에 수놓은 기발함까지 돋보였다. 하늘빛에 눈이 탁 트이는 표지 역시, 내용과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로 독자의 설렘을 더했다.
올리비아에게 조나는 단순히 사랑의 대상이 아니었다. 청춘의 한 자락을 함께 잡고 달리는 친구였으며,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 준 은인이었다. 아픈 사춘기에게 권하는 눈부신 위로, 꿈으로 가득 찬 아이들이 백 퍼센트 반짝이길.
잘 읽었습니다.
2020.11.17. 임서연 씀
이 서평은 뜨인돌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