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호 저
김정현 저
정인진 저
서민아 저
스콧 배리 카우프만 저/김완균 역
인도네시아에서도 남동쪽에 위치한 솔로르 군도의 렘바타섬의 남쪽 마을 라말레라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의 고래사냥이 이뤄진다. 바다에 고래가 나타나면 “발레오! 발레오!”라는 외침이 마을에 울려 퍼지고, 해변으로 몰려든다. 남자들은 나무로 만든 작은 고래사냥 배 테나에 올라 고래사냥에 뛰어든다. 테나 앞쪽으로 돌출된 하마롤로에 선 작살잡이 라마파는 고래가 다가오면 바다 속으로 뛰어들며 작살을 날린다. 작살이 명중하면 테나 선단은 고래 주변으로 모여들어 작살을 고래에게 퍼부으며 고래를 사냥한다.
라말레라의 사람들은 고래가 조상이 주신 선물이라 여긴다. 부족의 누군가가 부정 타면 조상의 선물인 고래가 오질 않는다고 여긴다. 사냥한 고래와 가오리 등은 사냥에서의 역할에 따라 나누고, 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마을의 모두가 나눠 갖는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수렵채집인의 삶이다.
그들의 삶에도 현대 문명이 침투해 온다. 전통 고래잡이배인 테나 말고 선외 동력선인 존손이 도입된다. 새로운 방식의 고래잡이를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사람들은 갈등한다. 새로운 세대의 청년들은 라말레라 바깥의 삶을 동경한다. 연장자들은 그런 자식들을 인정하기도 하고, 또 못마땅하기도 하다. 그들이 너른 세상에 나가서 배우는 것을 포기하기를 종용하기도 하고, 또 밖에서 배우더라도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그렇게 도시의 삶을 소망하기도 하지만, 어떤 청년들은 갈등 끝에 자신의 터전에서 조상들의 삶을 이어가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어느 오지 바닷가의 전통적인 방식의 고래잡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잠깐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바로 라말레라의 얘기였을 것이다(그도 그를 것이 한국 방송국 얘기가 책에도 나온다. 무척 부정적으로. 그들은 무례했다). 그때는 저런 방식으로라도 고래사냥이 허용되어도 괜찮을지에 생각이 머물렀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경외가 들어서기에는 너무 피상적으로 봤던 것 같다. 책에서도 지적하지만 환경보호 관련 NGO도 그들의 전통적 삶에 대한 존중보다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보다 중심을 두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 한 해 동안 사냥하는 향유고래 마릿수는 겨우 두 자리 수를 넘고, 때로는 대여섯 마리에 불과할 때도 있으니 그들이 고래 멸종에 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을 애써 무시한다.
더그 복 클락은 몇 해에 걸쳐 라말레라를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삶을 그대로 그려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치 평가를 최대한 자제하고,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또 어떻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을 하면서 살아가는지를 기록했다. 그들 공동체가 현대 문명의 포화 속에서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또 그 와중에도 지켜가야 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하여 단순히 그들의 마을, 그들 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구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 즉 보편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
그들이 고래사냥하는 방식도 변할 것이다. 그들의 삶도 변할 것이다. 어떤 세계든 변화를 맞기 마련이다.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며 공동체를 유지해나가는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지된 공동체는 과거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 채 미래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공동체는 갈등 속에 해체되고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뿔뿔이 흩어진다. 라말레라가 어떤 운명을 겪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더그 복 클락은 그 사라져 갈지도 모르는 세계를 글자로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욘도, 이카도, 그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0. 들어가며
2010년 한때 라마레라 부족의 고래잡이 관련 다큐멘터리가 자주 방영되었던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남동쪽 한 화산섬에서 벌어지는 부족의 이야기를 직접 접한 인류학자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서평단을 신청했다.
석사과정 중에 인류학 수업을 들으면서, 부족민과 함께하는 인류학자들이 부럽기도 했었다. 단편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보다, 직접 경험한 인류학자의 이야기는 생동감이 넘친다.
1. 발레오! 발레오!
고래가 나타났다는 발레오의 고함소리가 마치 내 옆에서 들려오는 듯 현실적이다. 라마파가 되고싶어하는 욘과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는 라말레라 부족들.
인류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협동적이고 관대한 문화'라고 평가하지만, 각자 나름의 삶의 방식과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한다. 테나를 타고 바다로 나가, 거대한 향유고래를 잡았을 때는 부족 전체가 각자의 역할에 따라 고래고기를 공유한다.
1년에 평균 스무 마리의 향유고래를 잡는다면 부족 전체의 공유가 가능하겠지만, 가오리, 돌고래 등으로는 전체로의 공유가 어렵게 느껴진다.
2. 존슨 vs 테나
2014년~2016년까지의 기록을 보면, 전통의 테나 고래잡이와 존슨을 이용한 고래잡이가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터보트가 달린 존슨은 밧줄로 묶어 테나를 고래가 있는 곳까지 이끌어준다.
현대와 전통 사이에서 부족민들은 고민하게 된다. 존슨으로 인해 어업량이 늘게 되고, 변화의 파도 아래 청년들 간 의견이 대립하게 된다.
라말레라 부족들에게 전통의 방식을 고집하라는 외부세계의 의견은, 어쩌면 오리엔탈리즘의 한 표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사라지는 전통
오리엔탈리즘적 생각일 수도 있지만, 라말레라 부족의 전통이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세계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듯, 밀려드는 정보, 상품, 기술의 압박은 어쩔 수 없다.
부족의 대부분이 기독교인 가운데, 토속신앙과 기독교의 융합 또한 흥미롭다. 고래 소환식인 이게레렉을 인정하는 가운데, 라말레라 교회에는 해변에 예수님이 있는 벽면도 흥미롭다.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융화가 일반적이다.
4. 창피한 한국 다큐멘터리 촬영팀
2015년 한국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라말레라 부족을 찾았고, 한달동안 부족에 누를 끼친다. 부족 사람들은 우리나라 촬영팀을 '썩은 고기 청소부'로 불렀다고 한다.
불철주야 드론을 사용하고,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 가정집의 부엌을 기웃거려 돌멩이를 맞은 촬영팀이 부끄러웠다. 프란스의 말처럼 칼침을 맞지 않아 다행이다. 그들의 만행이 눈에 선해 부끄러웠다..
5. 나가며
언어를 모르면 그 민족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저자인 더그 복 클락은 언어를 통해 부족과 함께 융화될 수 있었고,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지는 단편적인 표상 외의 부족 내부의 갈등,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서정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라말레라 부족 이야기를 보며,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의 갈등, 오리엔탈리즘적 시선과 마인드 등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책 제공해주신 YES24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지막"이라는 표현이 제목에 보란듯이 붙어있으니 왠지 읽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게다가 고래잡이. 사실 고래잡이에 대해서 아는 바는 제로에 가깝고 그나마 들어본 적이 있는 건 일본의 고래잡이가 너무 잔인해서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는다..이정도?
이것도 너무나 얕게 알고 있는거라..알고 있다고 말하기가 뭐한..;;
제목과 표지에서 호기심을 갖게 되서 선택한 책이었다. 아직까지도 고래잡이를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것도 놀라고, 그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램바타 섬에 살고 있는 라말레라 부족 사람들이다. 부족이라고하니까 굉장히 원시적인 느낌이 훅 풍기는데..결론적으로 맞...다? ㅎㅎ
21세기란 단어조차 구식으로 느껴지는 요즘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원주민의 모습을 글로써, 사진으로써 보게되는 건 굉장히 흥미롭기도 했고 좀 안타깝기도 했고..그래서 약간은 묘했다.
"부족의 어린아이들은 두 개의 세상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으므로, 라말레라의 미래는 어린아이들이 조상님들의 방식을 따를지 버릴지에 달려 있었다. " - P.67-
어린아이들이 곧 이 부족의 미래고, 아이들의 선택에 따라 부족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 크게 됐고..뭔가 찡하기도 했다.
"세계화가 일부 인구 집단에 건강, 교육, 부를 향상시켜주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 없이 현대 세계에 덜컥 발을 들여놓을 경우 원주민은 종종 '생태계 친화적 생활'을 '생태계 파괴적 생활'로, '부족 고유의 신화'를 '인간미 없는 할리우드, 볼리우드, 놀리우드의 전설'로 바꾸게 된다. 이러한 세계화의 폐해는 (소수민족을 국가에 동화시키는) 국민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민화는 긴밀한 유대 관계를 가진 부족의 정체성을 서로에게 무관심한 국민적 정체성으로 바꾸는데, 이 과정에서 부족은 국민이라는 더욱 큰 범주에 종속됨으로써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 -P.93-
원주민의 삶을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고, 겪어본 적은 더더욱 없으며,,이 사람들의 모습을 접해본건 몇 번의 다큐멘터리 시청과 이 책이 전부다. 그래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다만..
본인들 특유의 전통을 잘 지키며 살아가던 소수의 원주민들이 힘의 논리든, 경제의 논리든..강자의 압박이나 강요 혹은 본인들의 선택에 의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흡수되고, 그들만의 전통성이 사라진다는건 슬프기도 하지만 무서운 일이기도 한 것 같다.
"한 학자의 추정에 따르면 '2100년이 되면 현존하는 언어 중 무려 90퍼센트가 사라지고 겨우 700개의 언어만 살아남을 것이며, 전 세계 인구는 주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 P.135-
지금처럼 저출산고령화가 점점 심각해지면 한국어가 없어질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에 책 속의 문구가 글자가 아니라 곧 닥칠 현실 같았다.
책은 400페이지가 넘어가지만 읽으면서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책속에서 보여지는 이야기가 실존하는 부족의 이야기이고, 실존하는 인물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이다 보니까. 한가지 아쉬운건 오랜기간 이분들 곁에서 이 책을 쓰기 위해 혹은 연구를 하기 위해 있었을 텐데..단지 글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하게 이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좀 넣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로 몇 페이지가 있는데 이 사진들이 좋아서 몇번을 봤다는;; 욘의 정면이 크게 나온 사진을 보고는 진심 오!! 욘이다!! 하고 반가워했다는;;; 이후 자기가 잡은 고래의 고기 한 조각을 들고 있는 욘에서의 모습은 좀 더 살이 빠지고 피곤해 보여서 안타깝기도 했공; ㅎㅎ
마치 소설책을 읽는 것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까지 변함없이, 소설책을 읽는 것 같이 재밌게 읽었다. 중간중간 가족부양에 대해서 너무 큰 짐을 지고 있는 거 같은 욘의 모습이 참 안타깝기도 했고..그래도 이게 이분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라면 그걸 탓할 순 없다 생각도 들었고..
호기심에 읽은 책이었는데 읽기 전에 가졌던 호기심도 물론 채워졌고, 약간의 생각과, 여운이 좀 남는 책이었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