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아이작슨 저/조은영 역
김백민 저
송은영 글/주노 그림
박상길 저 /정진호 역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저/김성훈 역
박민아,선유정,정원 공저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이재호 작가의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입니다.
책 구성부터 표지까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특히 구성이 정말 좋아요. 지루하지않으며 재미있고 소장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아주 좋습니다. 아 그리고 종이 재질이 좋아서 오랫동안 잘 보관할수있을거같아요. 무튼 마음에 듭니다. 아직 다 안 읽어서 더 할말없지만 무튼 리뷰 글자수는 다 채웠네요. 나중에 다 읽고 수정을 해보던가 하겠습니다. 그럼 뿅.
미술과 가장 관련이 깊은 학문을 들라고 하면 해부학이 빠질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든가 미켈란젤로는 스스로 시체를 해부하면서 인체의 구조를 연구했다. 그림이나 조각에서 정확한 인체를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미술대학에서는 해부학이 필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실제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해부학자가 미술관에서 무엇을 찾아내는지는 굉장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의 성공에 힘입어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인데, 그 이후 인문학자, 의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등을 거치면서 다소는 식상한 감이 커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좀 억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해부학자 편도 별로 관계가 없는데도 해부학을 억지로 들이미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사실 해부학자들은 어떤 인체의 그림이나 사진을 보더라도 해부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려 들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그만큼 미술과 해부학의 거리는 멀지 않다). 그러니 해부학자의 미술 이야기는, 어떤 그림이나 조각을 보았을 때 다른 그림이나 조각에서는 하지 못할 해부학 얘기가 나와야 할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얘기는 앞부분의 <해부학으로 푸는 그림 속 미스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여러 그림이나 조각에서 일반인은 잘 찾지 못하는 비밀 같은 얘기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명화에서 찾은 인체 지도>는 그림을 통해서 해부학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을 보여주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는 거기에서 찾을 수 있는 인체의 구조, 즉 해부학적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에서는 당연한 관련성 외에는 뜻밖의 것을 찾기는 힘들다. 그림 얘기에서 흥미를 갖다가도 해부학으로 들어가면 금새 흥미가 가라앉아 버린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이제 해부학자까지 왔다(7번째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 있는 지점은 사실 하나의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각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던 것이 눈에 띤다는 점이다. 예술을 즐기는 것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누구라도 자신의 관점에서 예술을 즐기로 뭔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소중한 메시지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기준이나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전혀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같은 대상이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잣대로 보면 마치 처음 보는 작품인 듯 낯설게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문학 작품에서는 흔히 쓰이는 기법으로 작품에 대한 긴장감을 주어 독자(관람자)로 하여금 더욱 흥미를 유발하게 마련이다. ‘낯설게 하기’는 문학 작품을 읽을 때뿐 아니라, 미술 작품을 볼 때도 적용된다. 익히 알고 있는 예술 작품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전혀 낯선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지게 된다.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는 얼핏 봐서는 미술과 전혀 상관없을 듯한 ‘해부학’이라는 시각으로 미술 작품을 바라본 책이다. 이 책은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미술관에 간 수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등 ‘어바웃어북’출판사의 “미술관에 간 OO학자” 시리즈 중 하나다. 이번 책은 특히 일반인으로는 거의 접할 일 없는 ‘해부학’이라는 시각을 통해 미술 작품을 본 책이라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해부학 교수인 저자는 해부학자의 시선으로 예술 작품을 보면서, 작품 속에 암호처럼 숨겨진 인체의 비밀을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저자는 우리에게 명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그 작품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뇌, 심장, 혈관, 피부 등 인체의 여러 부분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한 페이지에는 명화가, 연이어 다음 페이지에는 해부도가 나오는 장면을 보다 보면, 이 책이 미술에 관한 책인지, 의학책인지 새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소한 조합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자, 눈에 익은 예술 작품을 낯설게 보도록 해주는 통섭의 시각이기도 하다.
책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나 ‘피에타’, 뭉크의 ‘절규’ 등은 제목만 들어도 머릿속에 금방 떠올려질 만큼 유명한 작품들도 미술이 아닌 ‘해부학’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다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몇 번씩 보았던 작품인데 그 뒤에 숨겨진 심층적인 의미를 알고 보면 ‘아, 여기에 이런 뜻이 있었어?’하며 다시 보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작품 곳곳에 알게 모르게 숨겨진 인체의 기호를 발견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작품에서 그 부분만 유독 더 눈에 뜨이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뤄진 작품들은 대개 미술관의 작품이나 책을 통해 자주 접하고, 우리가 눈에 익어서 ‘안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해부학이라는 낯선 시각으로 다시 살펴보면 이제까지의 익숙함과는 다른 신선함이 느껴진다. 또한, 화가 자신이 신체의 고통을 숙명처럼 안고 살았던 프리다 칼로, 샤갈, 고흐 등의 작품 역시 더 깊이 있게, 공감하며 바라보게 된다.
크로스 오버 혹은 통섭의 시각이 필요한 것은 기존에 알던 한정된 시각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부학이라고 하면 얼핏 미술과 전혀 상관없을 듯하지만, 알고 보면 예술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또 하나의 렌즈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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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