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개리 마커스 저/최호영 역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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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2021년 07월 27일
뇌과학 분야는 과거 잘못된 상식이 너무 널리 퍼져서 다시 추스릴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해져 있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인 좌뇌와 우뇌가 각자 맡은 부분이 다르다는 것인데, 이제 과학의 발전으로 fMRI가 시각적으로 뇌의 활동 영역에 대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잘못된 내용들을 고쳐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마케팅 돈벌이 수단으로 너무 널리 퍼져있는 잘못된 내용들이 안타까웠는데, 이 책에서 최식 과학지식으로 잘못된 내용들을 정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행복한 나를 더 행복하게 해준 책이다.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읽어봐야할 책이다.
뇌가 시키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한 책일 듯 싶다.
풀리지 않는 인생관이 매듭하나가 잘린 느낌이랄까..
매력적인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건, 이 책 읽고 관련된 책을 더 읽게 된다. 어쩌면 나의 뇌영역을확장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듯 싶다. 읽지 않았다면 매듭 속 나를 발견한 느낌이였을 듯 하다. 답답했을 듯 하다. 읽어서 시원하다.
말 그대로 읽으니까 뇌가 시원하다.
일단, 책 제목에 들어간 '뇌과학' 이란 단어때문에 한숨을 내쉬며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진짜 잘 가르치는 사람은 어려운 개념을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주지 않던가? 그게 바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을 쓴 리사 펠드먼 배럿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경 과학자이면서 심리학자로서 정서/감정 과학을 연구하는 배럿의 논문들은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순위 상위 1%를 기록할 정도로 저명하다. 그래서 외부 강연, 강의도 꽤 많이 하면서 우리와 같은 일반 대중에게 전문적인 정보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이 책 역시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배럿의 다양한 비유적 예는 곳곳에 숨겨있다. 뇌의 네트워크 체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항, 항공편, 항공권 판매원, 보안검색 담당자, 지상 승무원' 등의 비유를 든 점도 매우 재밌다. 특히 책의 중심 소재인 '뇌'가 우리 신체에서 수분, 염분, 포도당과 같은 자원들을 얼마나 소비하고 얻는지를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생물학적 사실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 돈 즉, 재정의 입출입이라는 재무예산의 개념으로 적용시킨다.
"수영이나 달리기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는 당신의 계좌에서 자원을 인출해가는 것과 같다. 먹거나 자는 것처럼 에너지를 보충하는 행위는 당신의 계좌에서 자원을 인출해가는 것과 같다. (중략) 당신이 취하는(또는 취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경제적 선택이다. 당신의 뇌는 생물학적 자원들을 언제 써야 하고 언제 저축해야 하는지 늘 헤아리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위해 신체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제어하려는 뇌를 '신체예산(알로스타시스 allostasis)'이라 명명하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서 또 타인을 위해서 감정 조절을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 접근 방식과 측면에서 더욱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우리는 뭔가를 생각하거나 행복이나 분노, 경외심 같은 감정을 느끼거나 누군가를 안아주거나 포옹을 받거나 누군가를 친절하게 대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참아내는 일들 하나하나를 경험할 때 몸의 신진대사 예산에 자원을 넣거나 빼낸다고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 내부에서는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신체예산'이라는 발상은 당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결국 어떻게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오래도록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 열쇠다."
책에서 한가지 놀라웠던 사실은 그간 내가 알고 있던 '삼위일체의 뇌(도마뱀 뇌 - 변연계 - 신피질)' 가설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류가 아직도 과학계에 지배적인 이유 중 하나는 "뇌 진화 분야 전문가들의 홍보 역량이 부실"한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로 배럿은 이성적 사고를 관장하는 신피질을 우리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인간 스스로가 "최고의 종"이란 자뻑에 흠뻑 취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책을 읽기 전에는 같은 부모 아래 매우 다른 자식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경험하며 양육 방식보다는 유전자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비중이 높다고 믿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책에서는 양육자의 양육 형태가 우리도 의식하지 못하는 신생아 시절부터 시작하여 어린 아이의 뇌구조를 조직화하고 정립하는데 상당부분 기여함을 주장하며, 그것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까지 강조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결핍된 환경에 방치된 아이의 뇌는 양육자가 사회적 지지와 행동을 통해 배선 지침을 보내주지 않으므로 신체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스스로 배선해낼 것이다. 이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배선은 신체예산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고, 이 부담이 여러 해 동안 축적되면서 신진대사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건강 문제들, 이를테면 심장병이나 당뇨병, 그리고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mood disorder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아기에게 음식과 물만 주면서 그들의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아기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건네고 만져주면서 그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질병의 씨앗이 아주아주 일찍 심어질 수 있다."
'이미 나는 불행한 유년시절을 겪었어, 나의 부모는 나에게 사랑과 애정, 관심을 주지 않았어' 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을 읽고나면 "뇌의 가소성"의 위대함을 스스로 체감하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가 많이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좀 더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지원하여 나의 예측과는 다른 것들로부터 뇌를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그래야 배럿이 강조하듯 복잡성이 높은 뇌는 스트레스나 정신적 질병 등의 손상으로부터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테니.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하고, 조깅과 요가를 하고, 여행을 하고, 다양한 연령계층과의 교류를 꾀하면서 나의 사고를 확장시키려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는 내 손안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