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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저/김수현 | 미메시스 | 2021년 8월 5일 한줄평 총점 8.0 (38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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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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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빌려주다

미메시스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 전대미문의 대여 서비스를 다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출간한다. 이 책은 SNS에 올린 짧은 글로 시작해 일본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다큐멘터리로, 책으로, 만화로, TV 드라마로 만들어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빌려주는 신종 [대여] 이야기다. 자신을 직접 빌려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일까. 회사원 시절 개성이 없고 조용하다는 이유로 마치 사회에서 존재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모리모토 쇼지는 이름도 아예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바꾸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세상에 새롭게 알렸다.

그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분의 존재를 일시적으로 빌려주며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본다. 대여료는 공짜(현재는 1만 엔), 대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체적 판단이 요구될 것 같은 일은 모두 거절하거나 예전에 해본 적이 있어 싫증이 난 의뢰도 거부한다. 어디까지나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일들로 주로 동행, 동석, 옆에서 지켜보기, 얘기 들어주기 등 어찌 보면 의뢰인 혼자서도 해낼 수가 있다. 하지만 그저 옆에 한 명 있는 것만으로 의뢰인의 마음이 변화한다. 마치 촉매와 같다. 촉매란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 반응을 매개하여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늦추는 일이다. 들어가기 어려운 가게에 가거나 연극 연습이나 청소하는 일이나 혼자서 못 할 게 없다. 그러나 혼자서 하려면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행동을 더 쉽게 만들어 주는 촉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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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작하며

제1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목표는 사람 한 명 분의 존재를 제공한다

제2장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답지 않아도 된다

제3장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
하지만 고립시키지 않는다

제4장 돈에 얽매이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가성비로 잴 수 있는가

제5장 AI에 대항하지 않는다
유능하려고 하지 않는다

〈맺음말〉을 대신하며

저자 소개 (2명)

저 :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모리모토 쇼지)
본명은 모리모토 쇼지(森本祥司)로 1983년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에서 우주 지구과학을 전공했고, 학습 교재 출판사 근무를 거쳐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다. 현재는 2018년 트위터에서 처음 시작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대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얘기』와 만화책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좀 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얘기』가 있다. 2020년 그간의 활동이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또다시 화제가 되었다. 본명은 모리모토 쇼지(森本祥司)로 1983년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에서 우주 지구과학을 전공했고, 학습 교재 출판사 근무를 거쳐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다. 현재는 2018년 트위터에서 처음 시작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대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얘기』와 만화책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좀 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얘기』가 있다. 2020년 그간의 활동이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또다시 화제가 되었다.
역 : 김수현
배화여자대학교 일어통역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웃』, 『천사의 나이프』, 『ZOO』, 『모르페우스의 영역』, 『타이니 스토리』, 『열세 번째 배심원』, 『어릿광대의 나비』, 『밤의 나라 쿠파』, 『죽은 자의 제국』, 『요코 씨의 말』, 『블랙박스』 외 다수가 있다. 배화여자대학교 일어통역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웃』, 『천사의 나이프』, 『ZOO』, 『모르페우스의 영역』, 『타이니 스토리』, 『열세 번째 배심원』, 『어릿광대의 나비』, 『밤의 나라 쿠파』, 『죽은 자의 제국』, 『요코 씨의 말』, 『블랙박스』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 리뷰

누군가의 인생에 〈대나무 숲〉이 되다.
이곳저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날아드는 의뢰는 실로 독창적이면서 절실하다. 가장 처음 받은 의뢰는 풍선을 들고 두세 시간 그냥 걷기(졸업 작품용 사진 찍기)로 풍선이 주인공이었다. 그 이후로 새내기 사회인을 마음으로 응원해 주기, 공원에서 밤바람 맞으며 맥주 한 캔 같이하기, 다소 불편한 아래층 집 베란다에 떨어진 빨래 가지러 갈 때 동행하기, 아마추어 소설가의 마감 감시하기, 직속 상사와 거북해진 출근길에 동행해 주기, 이혼 기념으로 메밀국수 같이 먹기, 자살 시도로 폐쇄 병동에 입원 중인 사람의 병문안 가기, 마라톤 결승점에 서 있어 주기, 온종일 지하철을 타고 보내기,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반려동물에게 우연을 가장해 인사해 주기 등 별의별 자잘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다닐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취급당했던 그가 창조성을 내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인생을 걷기 시작한 순간, 완전히 수동적이지만 다양한 의뢰인을 통해 재미난 아이디어와 창조성이 넘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과의 1대1 관계를 바라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지금이나 앞으로나 관계성이 희박하며 다시 이용하지 않는 한 다시 만날 일도 없다. 즉 부담이 없다. 또 남에게 자기 얘기를 할 때 조언(설교)을 받는 게 괴로운 사람이 많다. 친구끼리 얘기를 나눌 때도 그 내용에는 일정한 틀이나 정답이 있어서 그 범위 안에서만 대화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뭔가 토해 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대나무 숲〉이 기꺼이 되어 준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그 관계에는 시간, 정신, 돈이 든다. 그런 면에서 〈가성비〉도 좋다. 한마디로 서로 〈빚〉이 없는 사이다. 이 책은 서열과 성과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새로운 방식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았다. 우리라고 다를까. 우리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 새로운 존재 방식을 이곳에서도 보고 싶다.

〈인터뷰 중에서〉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의뢰가 뜸했지만, 트위터에 상황 보고를 올리자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점점 늘었어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의뢰가 들어와 미리 한 달 치 일정을 조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든 그저 살아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다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굳이 〈나는 무엇 무엇이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는 무엇 무엇을 할 수 없다. 그래도 괜찮다면〉이라고 말합니다.
─ 『부인공론』 2019년 7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대여하는 사람은 압도적으로 여성분이 많아요. 90퍼센트가 여성분입니다. 이건 대여 서비스 업계의 전체 경향인 듯해요. 의뢰를 받는 것은 거의 감으로 결정합니다. 그날만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시하거나 앞뒤로 이어지는 다른 의뢰와의 균형도 고려하죠. 물론 어떻게 해서든 하고 싶은 의뢰는 시간을 조정하거나 합니다.
─ 『정계전론』 2019년 7월

의뢰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맡고 있습니다. 의뢰 내용에 어떤 기준을 두거나 제 관심사에 따르거나 하지 않아요. 의뢰를 맡았을 때도 조언 같은 건 되도록 하지 않습니다. 이 일에 관해 앞으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TV에 소개되어 책이 여러 권 나오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지만 아무것도 미리 결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계속할지도, 이대로 끝낼지도 전혀 모르는 일이에요.
─ 〈TV 도쿄〉 2020년 5월

요즘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좀처럼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하고 싶은 말이 속에 쌓여 내뱉고 싶다는 의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 〈20’s type〉 2020년 10월

저는 뚝심이 없어서 조금만 더 힘내라고 하면 아니, 난 충분히 잘했다고 당당하게 말해요. 보통 싫은 일이라도 참고 노력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자신도 참고 싫은 일을 계속해 버리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싫은 걸 팽개쳐야 다른 사람도 쉽게 팽개치는 효과가 생길 듯하여 그런 핑계를 대며 살고 있어요. 저는 여러 가지 일에 손을 대고, 별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매번 그만두는 걸 반복했던 인간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즉 제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지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LIFULL 스토리〉 2021년 4월

종이책 회원 리뷰 (30건)

구매 일본인들은 참 독특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4 | 2022.08.27

처음엔 제목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껴 구매했는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고할순없지만 조금은 독특한 이야기 였습니다. 내 시간을 팔고 빌려주고 주는 그런 이야기인데 묘하게 빠져들더군요. 읽는내내 그럴수도있겠다. 저한테 대입해서 읽기도했고요. 그리고 참 사람은 혼자 살수없고 상대적으로 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필요없이 결국 서로가 필요한 운명인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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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김*철 | 2021.10.21

어느 조직이건 간에 핵심적인 활동을 하며 남들 몫의 2~3배를 기여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냥 머릿수만 채우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잉여 분자는 남들의 눈총을 받아 가며 결국 도태되는 게 보통이겠는데... 때에 따라서는 정반대로, 다들 자기 몫을 하지만 최소한의 형식을 채울 만한 인원에는 부족할 때, 그저 구색만 맞추는 일로도 수요되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싶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오히려 찾으려 들면 막상 아쉬워지는 게 그런 존재들입니다. 아예 이런 일만 전문으로 해 주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이 책의 저자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같은 이들입니다. 필요하면 누구한테나 그런 인력을 일시 대여한다고 해서 앞에 "렌탈"이 붙었습니다. 

 

1960년대 미국 영화 중에는 "도그 워커", 즉 개 산책 시키는 일만 전문으로 하는 어떤 젊은이의 이야기가 담긴 게 있는데, 저자의 전직(前職)은 그것보다는 훨씬 난도 높은 직업이었습니다(게다가 저자는 대학원까지 다닌 인력이기도 합니다[p66]). 학습지 등 교재 편집에 관한 것이었다는데, 저자는 그 일을 하면 할수록 흥미를 잃고 스트레스를 받던 통에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블로그를 통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것이 발전하여 지금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직업" 영위에 이른 것입니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쓸모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인데, "그냥 머릿수만 채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컬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일까요? 예를 들면 p23에는 평소에 층간 소음 때문에 불편하게 지내던 아래층 세대에가 빨래를 떨어뜨려서 찾으러 가야 하는데, 혼자서 가려니(독신 가구인 듯) 겁이 나서 누가 같이 따라가 줄 사람을 찾는다는 의뢰가 나옵니다. 이때 따라가는 사람은 어떤 실력 행사나 말로 하는 청구 같은 걸로 돕는 게 아니라, 그냥 뒤에 서서 일행임을 가장만 하면 되는 겁니다.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나서는 것과, 그래도 비슷한 처지에서 편을 들어 줄 사람이 있는 게 결과가 다를 때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누구라도 혼자 사는 게 드물었고, 따라서 머릿수는 어떤 경우에도 자동으로 채워지는 게 보통이었으나, 현대에는 그렇지가 않죠. 얼마든지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예컨대 한국 같으면 "입맛이 맞아 단골 식당으로 삼던 곳이 있는데, 여친과 헤어진 후 계속 혼자서 거길 찾으려니 어색해서 같이 밥만 먹어 줄 사람을 구하는" 의뢰도 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아마도 정상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이런 일을 하지만 미래에는 이보다는 발전한 어떤 일을 하는 꿈"을 갖는 게 보통이겠죠. 그런데 저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을 한다는 꿈을 모두 이미 이뤘는데, 또 무슨 꿈을 미래를 향해 가지라는 어떤 강박"을 거부한다고 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현재가 불행하거나 덜 만족스러워도, 어떤 꿈을 품으며 현재의 곤란을 이겨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저자는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가 지극히 좋은데 왜 또 다른 꿈을 품냐는 거죠. 오히려 꿈(있지도 않지만)을 생각하면 저자 같은 사람은 (괜찮던) 현재가 (갑자기) 괴로워지는 겁니다. 저자의 의도는,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도 불확실한 꿈 같은 것으로, 괴로운 현재에 최면을 거는 당신들은 과연 건강한 사람들이냐고 되묻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런 질문에 얼마나 당당하고 확신 있게 받아칠 수 있을까요?

 

과거 X세대라는 개념이 코인될 때부터, 현대인들은 더 이상 집단이나 군중 속의 일원이 아니라 자기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게 하나의 사명처럼 여겨졌습니다. 이걸 못하면 멍청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감각의 소유자로 치부되었죠. 그런데 세월이 다시 한참 지나 이 책 저자 같은 사람이 등장해서는, 왜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냐며, 오히려 튀지 말고, 나답지 않아도 된다며 그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런 제법무아, 물아일체의 경지(?)가 더 모던한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고보면 개성이라는 게 어디 있습니까. 기껏해야 삼류 잡지나 TV(이미 철저히 상업화한)를 보고 양아치 패션 따라하는 걸 개성이라며 미화, 포장, 왜곡하는 거죠. 

 

XXX이나 기타 사회에 크게 물의를 빚은 자의 재판이 열리면 그를 방청석에서나마 응징(?)하고자 몇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참석하려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서 재판은 공개재판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재판을 방청하려는 사람은 (당연히)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XXX의 경우처럼 피고인을 응원하기 위해 방청석을 일부러 메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p65에는 교수의 비위를 폭로하는 어느 학생이 외롭게 투쟁하며(소송 진행 중), 자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 법정 방청객 알바를 의뢰하는 예가 나옵니다. 이런 경우는 웃고 넘어갈 수가 없죠. 꼭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유명 커뮤니티게시판에 글 하나만 올려도 "의용군"이 대거 몰려들 겁니다. 방청뿐 아니라, 법정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야유도 적절히 보내는 등 "덕불고 필유인"을 실천하려는 사람이 많지 싶습니다. 

 

이분이 "아무것도 안 하는 직업"으로 유명해지자 반대로 이를 오마주(p83)해서 "무엇이든 다 해 주는 직업"도 등장했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무엇이든 들어(聽) 주는 일" 같은 건데, 저자는 자신의 일과 저런 (모방자의) 일을 미묘하게 구별합니다. 즉 자신의 일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중 일부인 그저 듣는 일"이지만, 오마주하는 사람들의 "듣기만 하는 일"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 하는 일"이란 거죠. 요약하면 자신은 총체적 부작위, 그들은 "특정 작위"라는 건데 이쯤되면 심오한 철학의 세계로 진입하는 듯도 하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사람"은 "카운슬러"하고는 다릅니다. 카운슬러는 (이 책 저자와 그의 폴로어[이 책에서는 팔로워를 이렇게 표기합니다]들의 생각에 따르자면) 내담자와 결국은 상하관계가 형성되기 쉽기 때문에 완전한 힐링이 어렵다고 합니다. 반면 "들어 주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이미 내린 해법에 전폭 동의해 주는 셈이므로 더 도움이 많이 되는 거죠(어디까지나 이분들의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어떤 해답을 주려 애쓰지 말고 그냥 듣기만 해 주는 걸 원하고, 그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야 하겠습니다. 반대로, 맞장구도 과하게 치지 말라고 합니다. 

 

이 중에는 과거 옴진리교 신도였는데 그 종교 단체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물의를 빚은 후 어디 가서 자신의 그런 이력을 이야기도 못 하고 냉가슴을 앓던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분한테는 적절한 리액션을 좀 보여 줘야 효과가 더 좋은 텐데, 맞장구를 친다는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동조해 주었으며 저자는 그런 자신의 "자연스러운 반응, 응대"에 만족하는가 봅니다. 그 사람은 아직도 옴 진리교 수뇌부가 과연 테러 명령을 직접 내렸는지 의문을 품고 있는데, 교단에서는 항상 자신에게 친절하게만 대해 주었기 때문이라네요. 대부분의 문제 종교 신도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외부인에게 "우리 OO교가 무슨 잘못이냐?"고 되묻는 습관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말을 하는 순간 그는 소외, 배제되는 건데 말이죠. 이유가 필요 없습니다. 외부인은 아무도 그런 질문에 긍정하지 않고 즉시 상대를 멀리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은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안 하는 게 직분이므로, 이게 무슨 봉사 활동으로 번진다거나 의뢰인에게 과하게 공감해도 안 됩니다. 의뢰인이 그걸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의뢰는 DM으로 저자에게 전해지는데 저자 역시 그런 식으로 소통합니다. 이때 아주 형식적인 DM만 보내며 응대하기도 하지만 그게 건성이라고 비판 받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과몰입은 의뢰인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스펙이 뛰어난 사람도 AI가 널리 보급된 미래에는 직업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의 직업 같은 일은 이미 어느 정도 "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저자도 조바심을 느끼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운이 없으면 이 저자의 다음 책은 "이제 실직했고, 새롭게 찾은 나의 일이 어떠한지"를 담았거나, 혹은 실직 후의 비분강개함을 털어놓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공감과 중립, 과몰입과 쿨한 동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미묘하게 오가며 적정선을 지키는 자신의 능력과 성취에 만족하는 듯 보입니다. 어쩌면 그는 AI에 맞서 인간만이 해 낼 수 있는 영역의 한계가 어디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파일럿 노릇을 하는 중일 수도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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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s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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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후원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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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미메시스 /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우정
아이와 어른은 친구나 우정에 드는 비용이나 스트레스에 차이가 있는 것은 확실. 어른, 특히 사회인이 되면 요구되는 친구 이미지도 점점 복잡해짐. 

의뢰인 친구
의뢰를 하는 의뢰인은 자기 취미에 친구를 말려들게 함으로써 그 친구에게 어떤 종류의 빚을 지는 데에 주저가 되는게 아닐까 싶다.
서로 대하기 쉬운 상대나 편리한 친구를 원한다는 공통 인식은 있다.

거짓 없는 의뢰인 친구
용도에 따라 친구 역할이 요구되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의뢰인이 원하는 역할을 연기하는 셈.
거짓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다. 

의심부터 가게 만드는 의뢰
만약 내가 사생활에서 누군가에게 혼자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가게가 있는데 같이 가달라고 부탁받는다면 뭔가 다른 목적이나 밀당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자연스레 들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이용하는ㄴ 사람에게는 그게 없다.
어디까지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써 아무런 꿍꿍이 없이 나를 쓴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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