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쩌다가족 - 김하율 (폴앤니나)
책 뒤표지 색이 정말 쨍합니다. 공부하면서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들어오라고 형광펜으로 칠하는데
시험공부할 때 책에 형광펜 표시가 많으면 그만큼 봐야 할 내용이 많아서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가족도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중요한 만큼 무게도 큰 존재.
이 소설은 일곱 편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유쾌한 문장에 웃으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도 있었고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짧은 문장에 멈춰 한참을 들여다볼 때도 있었어요.
신혼부부 특공, 전세난, 취업, 육아 등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면 이 이야기들이 남 일 같지 않고 여러 의미로 와닿았을 것 같아요.
정말 이렇게까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다가도
현실이 더 하면 더 했지 덜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육아를 하고 있어서인지 출산 후 막 육아를 시작했던 시기가 생각나
마더메이킹 이야기가 정말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때의 아이 사진은 봐도 그때 쓴 일기는 다시 볼 엄두가 안날 정도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거든요.
정말 일상에서 취향대로 호르몬제를 구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흡혈귀 선녀가 나오는 피도 눈물도 없이를 읽으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족과 선택할 수 없는 가족.
법으로 맺어진 가족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그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연을 나는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님의 신작과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특별한 가족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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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은 김하율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가족'을 주제로 한 일곱 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어요.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가족들이 총출동한 것 같아요. 새 아파트를 입주하기 위한 위장 이혼과 위장 결혼부터 호르몬 주사로 모성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피와 눈물이 메마를 때까지 쪽쪽 빨려야만 하는 빈곤한 청춘, 전철역 입구에서 파는 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을 바통처럼 쥐고 출근하는 사람들, 쾌적한 환경의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신혼부부의 악전고투, 낳아주기만 했지 인생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사기꾼 아버지와 이복자매, 평생 엄마로만 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이름으로 남은 사람의 이야기까지 다이나믹한 롤로코스터 같아요.
이상한 건 분명 낯선 가족들의 모습인데 그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는 거예요.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면서도 팍팍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애쓰는 거라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어져요. 그건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니까요. 아무리 황당하고 기괴해도 저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 있고, 우리는 그걸 바라볼 뿐이니 그들의 삶을 세상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런데 엄마에 관한 내용은 상반된 감정과 생각들이 뒤섞여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모성애로 우겨대도 여성의 희생을 강요할 순 없는 일이에요. 하물며 난임이나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은 그 전 단계부터 희생을 요구당하고 있으니... 엄마가 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데, 사회는 모든 여성이 엄마로서 태어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엄마가 되는 게 아니라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 사회가 협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니까요.
마지막에 가슴을 울린 건 진짜 엄마의 모습이었어요. 늙고 병들어도 끝까지 딸의 손을 잡아준 엄마, 엄마로만 불렸던 한 사람.
어쩌다 가족이 된 건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법적인 가족의 테두리는 껍데기일 뿐, 진짜 가족이라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본질이자 핵심인 것 같아요. 당신에겐 진짜 가족이 곁에 있나요?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고 있네요.
" 피도 눈물도 없이, 가족을 인류처럼 사랑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남보다도 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공동체를 우선시하고 가족의 화목을 장려하는 단일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지는 이야기가 한번씩 등장한다. 몇 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알고보니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이 작정하고 며느리에게 사기를 쳤다던가, 특정 연예인의 부모들은 부끄러운줄 모르고 자식들의 등에 빨대를 꽂고 쪽쪽 빨아먹는다. 토크쇼에 나와서 자신의 어린 시절 ? 가족들을 먹여살리던 시절 ?을 울면서 고백하는 연예인들을 보고 있자면, 가족이 아니라 웬수라는 말이 저로 나온다.
정말 화목한 가족들도 많이 있겠지만, 이와 같이 대한민국 그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가족과 관련된 억울하거나 한맺힌 사연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단편 소설집 [ 어쩌다 가족 ] 은 정말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집 마련을 위해 잠시 편법으로 맺어지는 가족, 혈연이 아니라 말 그대로 피를 통해 가족으로 맺어질 뻔한 이야기 그리고 죽이고 싶은 부모를 둔 두 딸의 이야기까지............ 작가의 재기발랄한 필력으로 빚어진 여러 가족들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본다.
단편 [ 어쩌다 가족 ] 에서는 법을 살짝 역이용해서 아파트 계약 당첨을 해보려는 한국 커플과 이민 사기를 당해서 거리에 내앉을 뻔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지낼 곳을 구하게 된 한 우크라이나 가족이 등장한다.
“ 올해부터 보다 많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특별공급 청약기회가 제공됩니다 ”
“ 신혼부부 특공은 7년 이내이며 생애 한번뿐인 기회, 현명하게 써야.”
오직 7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 부부와 다자녀 가족에게 돌아가는 아파트 청약의 기회. 혼인 신고를 한지 정확하게 7년하고도 한 달이 지난 유정과 성태는 난감하기만 하다. 전세 만기일은 다가오고 있고, 이번에도 우리집 마련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인가?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유정에게 다시 신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위장 이혼과 다른 사람과의 위장 재혼. 그들은 서울에서 이민 사기를 당한 빅토르와 루드밀라 부부를 만나게 되고, 빅토르와 유정 그리고 성태와 루드밀라가 부부 연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 그들은 과연 조사관의 눈을 속이고 아파트 당첨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을까?
단편 [ 피도 눈물도 없이 ] 에는 소위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오직 몸뚱이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한 젊은이가 등장한다. 사업 실패로 인한 많은 빚 때문에 매일 매일 이자 갚기에 급급했던 그 젊은이에게 사채업자들은 신장 하나를 팔아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여자는 바로 500년 넘게 살았다는 선녀. ( 알고보니 뱀파이어 ) 그녀는 창백한 얼굴에 선지 ( 소피 ) 만 먹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녀는 빚에 몰린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권속 ( 직속부하, 즉 같은 뱀파이어 ) 이 되는 것. 그러나 만약 500년 된 그녀의 가슴에 말뚝이 박히는 일이 생긴다면 권속은 바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데, 과연 그의 선택은?
단편 [ 가족의 발견 ]은 내가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이야기이다. 코피노인 미셸은 30년만에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왔는데, 아버지란 사람을 찾고 보니, 공장에서 일하는 미셸에게 허구헌날 돈 빌리러 오는 구차한 인물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이복자매인 인선을 만나게 되는 미셸. 인선 또한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아버지 밑에서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 아버지 얼굴만 봐도 치가 떨리는 인선은 미셸의 귀에 솔깃하지만 끔찍한 제안을 속삭이는데..... [ 델마와 루이스 ] 를 떠올리게 만드는 끝장면이 아찔했던 작품이다.
" 푸대접 받는 아이는 커서 푸대접 받는 아내가 된다 "
[ 가족의 발견 ] 속에 이 문장이 나온다. 핑거스미스에 나오는 대사라는데 ( 아직 못 읽음 )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데 있어서 가족의 영향력, 특히 부모의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본다.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가족보다는 차라리 남으로 만나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더 나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현대 사회가 오히려 웬수같은 가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 김하율님의 재기발랄함이 빚어낸 유쾌한 상상력 [ 어쩌다 가족 ] 은 이 시대의 진정한 가족이란 뭔지 돌아보게 해주는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