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건강을 당연시하던 내가 몇 달전 어깨를 다쳐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다. 꾸준한 운동을 하면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기때문에 큰 염려를 하지는 않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는 일생을 통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슈, 즉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한쪽 어깨가 자유롭지 않을 것만으로도 많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버스나 전철에서 팔을 올려 손잡이를 잡는 것, 머리 위 높이에 있는 장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 옷장에 옷을 거는 것, 팔을 뒤로 돌려 등뒤의 지퍼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 심지어 팔짱을 끼거나 허리를 짚는 것 등등... 이전엔 아무런 생각없이 당연히 하던 행동들이 쉽게 되지를 않는다.
그러다보니 크고 작은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불편을 겪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굳이 눈에 띄는 장애까지 아니더라도 평균보다 키가 많이 작거나, 또는 크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허리가 굽었거나 힘이 약하거나 하는 하는 사람들도 이른바 '평균'에 맞춘 디자인때문에 많은 불편을 겪게된다.
도대체 디자이너들이 염두에 둔 '평균'적인 신체조건을 일생동안 유지하는 사람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러고보면 우리 모두는 일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제품이나 패션, 공간 등의 디자인으로부터 차별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애인이란 어떤 특정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조금 다른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이며, 인간은 모두 제각각 다른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어떤 분야의 디자인이든) 사용자의 신체조건이 어떠하든 그것을 최대한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간공학적 디자인(ergonomic design),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무장애 디자인(barrier-free design),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단어들이 낯설지 않게 된지는 제법 되었지만 그래도 조금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성별이나 신체조건으로 우리를 차별하는 디자인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사용자가 디자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디자인이 사용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 / 캐스린 H.앤서니 지음 / 이재경 옮김 / 반니 출판
- 나의 부제 :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생각의 근본이 되는 다양한 사람들
우리는 다앙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나의 부제는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생각의 근본이 되는 다양한 사람들'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가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유입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보편적인 생각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보편적인 생각 역시도 특정 집단의 권위 또는 지배집단의 생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수인종, 집단, 민족계층 등을 위한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캐스린 H.앤서니'은 건축과 디자인에 얽힌 편견과 차별에 목소리를 내는 건축가이다. 대한민국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물론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하나하나가 캐스린과 같이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면 이 사회가 조금씩 변화되지는 않을까?
그럼 어떻게 하면 이 사회가 변화될 수 있을까? 미국 역시도 이러한 소수 젠더, 인종, 민족집단에 대한 편견과 편향이 심하다는 사실은 최근의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이 책은 제품, 패션, 건물 디자인에까지 깊숙히 파고든 차별성과 편향성을 제시하고, 개선, 배제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설명으로 우리가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
구글의 전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언제나 '사용자 우선'이라고 말한다. 사용자란 특정집단, 그룹이 아니다. 앞서 밝혔듯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아마 구글이 '편향된 사용자 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웠다면 이처럼 성공하지 못햇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이 바로 우리 사회가 세워야 하는 절대원칙이 된다.
내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썼듯이 구글이 언명하고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는 언제나 '사용자 우선'이다. 구글 사용자들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다, p9
이러한 차별적 디자인들은 '나는 틀에 맞지 않는 인간인가?'라는 불쾌한 기분이 들게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이너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들의 비전에서 '나 같은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배제할 때가 많다. 디자이너가 창조하는 제품과 공간과 장소가 '나는 틀에 맞지 않는 인간'이라는 기분을 안기고 짜증을 유발한다, p11
이 책에서는 불편한 소수, 물론 이들을 다 합치면 다수가 될 수 있단 생각을 하며, 불편을 초래하는 많은 불편한 디자인들에 대한 실례를 들며 설명한다. 유독 여자화장실에만 길게 늘어선 줄과 몸매가 드러난 옷이라든지 수많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보다 비판적 소비자'가 되기를 권한다. 그래서 이 사회의 디자인들이 그에 맞게 진화되도록 말이다. 4차산업혁명의 진화는 우리 사회를 더욱 더 그렇게 만든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말했다. "공간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와 동떨어진 과학적 사물이 아니다. 공간은 언제나 정치적이었다, p20
패션 디자인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불편한 진실을 진솔하게 다루는데, 남자의 바지에 앞뒤로 주머니가 있는데 이는 뒷 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님으로써 요통을 유발한다든지 여성의 하이힐과 끈팬티 등 적나라한 부분까지 꼼꼼히 지적하는 저자, 그리고 남녀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멋진 핏의 옷은 입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여서 곤욕스럽게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책에서 제시한 3D바디스캐너는 체형 신체비율별로 다양한 옷맵시의 의류를 제공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의 절반가량이 반품 된다고 한다. 이러한 패션업계의 문제점을 4차산업혁명기술은 말끔히 해결해주는데, '핏스리디프로스캐너'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신기술로서 짧은 시간에 수백가지의 신체치수를 제공한다.
그리고 제품디자인에서는 위험천만한 놀이기구,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 아이가 즐겨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는 없고 오직 편의성 등급만 부여되었던 장난감시장에 대한 설명을 한다. 우리 아이의 생과 사를 가르는 엉터리 시장을 말이다. 2007년 수백만 개가 리콜대상으로 선정되었고, 미 의회는 35년만에 제품안전법률을 개정하기도 하는데 일조한다.
건물디자인에서는 남녀화장실 비율에 대한 문제라든지 소변기 칸막이 이야기가 첫 이야기로 배치된다. 남자화장실에는 있는 어린이 소변기를 보면서 나 역시도 남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자화장실에 어린이용 양변기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미국 역시도 마찬가지로 없다는 사실에서 저자는 남자아이는 독립성을 어렸을 때부터 키우고, 여자아이는 좀 더 클 때까지 엄마의 손길을 주어야 한단 말인가라는 말에서, '아! 그렇지 맞아'하고 맞장구를 쳤던 기억이 새록하다.
결국 미국에서는 법이 개정되고, 수없이 긴 줄을 기다려야만 했던 여성들을 위해 2대1의 비율의 법안이 통과된다. 2005년 통과된 이 법에 의해 뉴욕시의 전설적인 야구장인 양키스타디움과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어 스타디움에 적용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소리를 내어야 한다.'란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 같은 화장실의 쾌적함을 늘리는 법안이 통과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큰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아직 머나먼 길을 가야만 할 것 같다.
가끔 의원들이 해외로 시찰을 간다든지 하는 일이 잦은데 과연 그들은 무엇을 보고 오는 걸까? 그렇게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수백 수천 수만권의 책속에 이러한 다수의 평등을 위한 소중한 의견들이 담겨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더불어 인터넷 혹은 내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눈여겨 볼 수 있는 이러한 많은 불평등함을 이 책에서는 아주 세심히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세상의 많은 다양한 의견을 듣다보면 우리 역시도 성장함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