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저
한진수 저
손현주 저
예병일 저
남성현 저
조지무쇼 편저/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국어사전에서 난민을 찾아보면 ‘전쟁이나 재난 따위를 당하여 곤경에 빠진 백성’ 또는 ‘가난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뜻풀이가 나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난민이라 하면 전쟁이나 기아, 재해 등으로 곤경에 빠져 원래 거주지를 떠나 대피하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법무부에서는 이것을 일상적 의미의 난민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에서 난민은 조금 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출신 국가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다른 나라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바로 법률상의 난민입니다. 유엔난민협약과 우리나라 난민법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로 박해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를 난민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난민’이란 단어를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홍세화 선생의 정치적 망명에 대해 잘 알게 될 기회는 있었지만, 그때도 난민이란 단어를 떠올리진 못했습니다.
김숨 작가의 <떠도는 땅>을 작년에 읽고 고려인으로 사셨던 이들이 어떻게 강제 이주 당했고, 이주라 하기에도 처참한 여정을 겨우 배웠습니다.
그리고 올 해 광복절, 바로 그 고려인으로 사셨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귀국했지요. 우리의 역사 속 난민에 대해 역사적으로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구체화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간에서 도착한 다른 난민들 또한 지금의 현실로 함께 살아갈 이들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전 성공만으로는 다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공부를 시작합니다.이 책은 2월 출간 당시 우리 집 십대들과 함께 읽고 배우고 싶었으나, 아직 동기가 충분하지 않아 실행을 못했습니다. 올 가을은 무척 서늘해서 손이 벌써 시립니다. 그러니 조금 더 따스하고 뭉클한 챌린지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오늘 만난 문장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듯해 옮겨 봅니다.
“정말 버리고 싶은 것은 인간에 관한 편견, 미처 진실인지 아닌지 되물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내 케케묵은 믿음이다.”
거의 모든 것을 다 두고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 배부르고 안전한 집 안에서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무참하고 힘겹습니다.
‘난민’이 되는 원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쟁, 학살, 박해, 가뭄, 홍수, 지진 종류가 무엇이건, 만약 마실 물과, 음식과, 필요한 약품과, 잘 공간이 없어진다면, 몇 분 정전과 단수가 아니라 언제 복구될지 알 수 없다면,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아주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되겠지요. 우리가 자주 본 재난영화에서도 늘 그러하듯이.
그럴 때 누군가 고생 많았다고, 이리로 오라고, 여기는 괜찮으니 같이 살아 보자고 말해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얼른 가서 저들이 가진 것을 다 빼앗아야겠다? 혹은 안도와 감사와 희망?
이 책에서 저자는 개념 설명, 설득,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원한 적 없지만 ‘난민’이 된 이들이 어떤 상황과 역사에 처했는지, 각국에서 만난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전혀 모르던 사실들이 참 많습니다. 정리하고 발췌한 내용 일부 남깁니다.
- 1992년 겨울, 파리 시내 거리를 가득 메운 수백 명의 중동사람들.
- 1990년 중반, 스위스 바벨에서 만난 중동 사람들. (스위스 사람인 친구조차 중동 사람들이란 것 외에는 누군지 모름.)
- 아테네에서 만난 사람이 들려 준 자신의 민족에 대한 이야기.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 일대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민족. 고유한 문화와 언어가 있음에도 국가 없이 살아온 민족. 구르드 민족.’
- 400만이 아니라 4000만이 되는 민족이 국가가 없어 전 세계를 떠돌며 난민으로 살아옴.
- 난민으로 태어나 난민으로 살다 난민으로 죽어가는 민족
- 난민을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전쟁. 유엔난민기구 집계상 1억 명에 육박.
“우리는 실제로 난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 세계에 전쟁과 경제난,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이때, 누구든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 2010년대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카라반 행렬’. 주요 경로이자 주축이 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이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하나다. 단지 굶어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나섰다.”
- 갱단이나 부패한 경찰에게 돈을 빼앗기거나 납치 실종되거나 성착취를 당하지 않게 위해 함께 길을 떠나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 카라반.
- 이들 나라의 범죄 카르텔 조직이 저지르는 짓은 마약, 무기거래, 자금세탁, 납치, 인간밀래, 성착취, 장기밀매 등.
- 청년들은 갱단에 들어가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
- 국가 기관은 돈을 받고 갱단을 보호, 마약 밀수 지원.
“분쟁을 통해 어떤 어른들은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린이들은 모두가 피해자일 뿐입니다.”
전쟁 중인 나라의 어린이들의 세상에는 비행기, 폭력, 포탄, 총성, 절규, 신음만이 가득합니다. 이 아이들이 커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요.
현실의 전쟁에서 어른들은 어린이라고 보호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모인 학교나 병원을 공격하고, 어린이들을 전쟁의 방폐막이로 이용합니다. 이들 중 전쟁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내전이 발생하면서 우리는 항상 목숨을 위협받고 살아야 했다. (...) 나는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았고, 어떤 판단을 할 만큼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 (...) 나는 전쟁이 싫었고 전쟁에서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가 누굴 죽이고 누군가 나를 죽이는 상황 자체가 너무 무섭고 싫었다. 내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다음은 내 차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세르 예맨
“1982년 미얀마에서는 시민권법이 개정됐다. 1824년 영국 식민지령 이전에 미얀마에 살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조상 대대로 미얀마 영토에서 살아왔지만 대부분 그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로힝야 사람들은 시민권법이 개정된 이후로 한순간에 외국인이 되었다. (...) 국적이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모하메드 로힝야
난민은 누구인가. 국어사전은 전쟁이나 재난 따위로 곤경에 빠진 백성, 가난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난민은 전쟁, 기아, 재해 등으로 곤경에 빠진 이재민 또는 곤경을 피하여 원래의 거주지를 떠나 대피하는 피난민으로서 거처와 식량 등 구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법률상 난민(Refugee)은 조금 다르다. ‘출신 국가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다른 나라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UN난민협약과 우리나라 난민법은 ‘①인종, ②종교, ③국적, ④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⑤정치적 견해로 박해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이 큰 관심사로 떠오른 때는 2018년 5월이다. 예멘 난민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제주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생활을 하다, 임금이나 생활수준 면에서 좀 더 나은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은 관광 편의를 위한 무비자정책을 이용해 들어왔다. 예멘인이 늘어나자 법무부는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 명단에 예멘을 포함시켰다. 이들의 난민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단지 한국에 있어도 좋다는 허락만 받고 취업을 보장받았다. 시민 사회는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양쪽 다 난민에 관해 정확히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국제분쟁 전문 기자 겸 난민 전문 작가가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곳의 난민을 살펴보고 있다.
난민캠프에 사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그곳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랍 국가들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국적이나 시민권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난민들은 태어난 나라에서도 계속 외국인으로 취급당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이나 의료 혜택을 받을 기회도 없습니다. 나중에는 살고 있는 사회에서 경제활동까지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캠프를 벗어나더라도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에 난민캠프 안에서는 유엔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생존은 가능하기 때문에 참고 살아가게 됩니다. 물론 난민캠프에서의 삶이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 캠프에서 살고 있는 난민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91쪽)
작가는 중남미 카라반 난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난민, 유럽행 난민, 로힝야 난민, 예멘 난민을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난민은 그 누구도 스스로 난민이 되지 않았다. 전쟁과 경제 파탄으로 난민으로 내몰렸을 뿐이다. 어쩌다 난민이 된 것이다. 그러니 세계에 전쟁과 경제난,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이때, 누구든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난민과 어우러져 사는 삶은 인류애의 시작이자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 길을 가는 길에 놓인 꽃 한 송이 같은 사례.
경계가 삼엄한 미국과 멕시코 장벽을 가로지를 기다란 분홍색 물체가 보입니다. 철제 장벽 사이를 지나 한쪽은 미국 뉴멕시코주 선랜드파크에, 다른 한쪽은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 넘어가 있는 긴 물체는 바로 시소입니다. 미국 사람이 시소에 앉자 반대편에 있던 멕시코 사람도 다가갑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시소를 타다 마침내 웃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98쪽)
신문과 매스컴으로만 들어왔던 난민들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었다.
√트럼프의 난민정책과 그가 세운 장벽들로 인해 알려진 중남미 카라반 난민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매스컴에 보도되는 팔레스타인 난민
√어느날 바닷가에 엎어져 사망한 작은 아이로 인해 알려진 유럽행 난민
√미얀마의 인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로힝야 난민
√제주 예멘 난민 사태로 한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예멘 난민
√아르메니아 난민
그들이 왜 난민이 되었고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으며 다른나라로 떠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었다.
전쟁에 나간 친구가 죽었다.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언제 교전이 벌어질지 몰라잠을 편히 자는 것 조차 불가능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랐던 친구가 전쟁에 참여했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순간 나는 예멘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는 누굴 죽이고 나를 죽이는 이 상황이 정말 무섭고 싫습니다.
2016년 5월 5일 예멘을 떠나 말레이시아로 갔습니다. 다행히 저는 마지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 가니 말레이시아 정부는 저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경찰들은 아무 이유없이 저를 잡아 때리기도 했지요. 사는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많은 예멘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제주도라는 섬은 비자가 없어도 갈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2018년 5월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중 각색
?? 오늘 저는 12살 딸과 함께 발그레 빛나는 오렌지 빛 아침 햇살을 보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는 저와 같은 하늘을 보고 오늘도 저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질까...
또 다른 누구는 무시무시한 범죄 조직으로부터의 협박, 납치나 성 착취를 당하진 않을까...
지옥같은 아침을 맞이했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희망이라고는 티클만큼도 없는 그곳에서 벗어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고자, 내 아이만큼은 이보다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자,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고 상상할 수 없는 먼길을 떠날 용기를 냅니다.
중남미 카라반 난민, 팔레스타인 난민, 유럽행 난민, 로힝야 난민, 예멘 난민, 아르메니아 난민...
아이와 난민들을 이야기 하면서, 지금 고통받고 있을 난민 아이들이 생각하니 그동안 무관심했던 제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