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은 모두 만족하는 법을 압니다.
어느 쪽이 멍청하고 어느 쪽이 행복한 걸까요. p.5
고양이라는 생물은 왜 이리도 매력적인걸까? 도도새침하게 거리를 유지하다가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 때면 살랑이며 다가오는 모양새가 말 그대로 심쿵을 유발한다(실제는 아니지만 <슈렉>에 등장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망울은 또 어떠한가).
그에 비하면 고양이는 이질적이랄까, 사회성이 있는 동물은 아니지요..(중략)..중요한 건 파악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머지는 자기랑 상관없다는 식으로 ‘뭐야 너네, 흥’하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중략)..나에 대해서도 ‘편리한 사료 반출기’ 정도로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요. ‘배고프네. 그 녀석한테 갈까’ 하고요. 뭐, 그걸로도 좋지만요. pp.33-34
그래서일까? 고양이와 관련된 캐릭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책 또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내가 블로그에 남긴 책 중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간 책들도 7권에 달한다(내용 중 ’고양이‘가 나오는 글들까지 합친다면 더욱 늘어날테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어느 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분홍 벽을 찾아나선 고양이
고양이처럼 행복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행복, 자족, 여유와 같은 느낌들이 많다는 것이다(물론 굳건히 책을 지키는 고양이도 있지만). 따뜻한 햇살 아래 몸을 길게 늘어트리며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의 나른함과 닿아있달까
고양이만큼만 욕심내는 삶
이 책의 제목 역시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고양이가 욕심내는 삶이라니 궁금해진다.
열여덟살 고양이 ’마루‘와 함께 살고 있는 여든셋의 저자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욕심내지 말고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여든셋, 무슨 말을 하든 유언이 되고 사진을 찍으면 영정이 되는 나이입니다. 마루도 열여덟 살 넘게 살았고요. 둘 다 그야말로 노후로군요.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마음이 내키면 산책을 합니다. 졸리면 자버리면 됩니다. 그걸로 좋지 않나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종일 툇마루에서 뒹군다 한들 누구도 곤란하지 않겠지요.
도움이 안 된다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p.12
왜 스스로가 삶을 복잡하게 만들려고 하지?
왜 자꾸만 필요한 것을 넘어서 자꾸 소유하려고 하지? 정말 이해할 수 없군.
책을 읽는내내 저자의 못마땅하다는 듯 혀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단순한 삶, 본질적인 삶에 대한 지향은 공감하는데 그 표현이 갈수록 냉소적으로 읽혀 조금은 불편해지기도 한다. 게다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세상을 관조하는 어른의 이야기(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저자는 여든을 넘긴 인생선배이시니)를 듣고 싶었던 탓이었던터라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가 일한 게 돌고 돌아서 먹을 것이 돼”라고 말하겠지만, 지금은 식량난 시대가 아니니 먹는 데 문제는 없어요. 돈도 약간만 있으면 되잖아요. 이게 먹고 싶다느니 저게 갖고 싶다느니 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pp.26-27
그렇게 열심히 일하니까 돈에 여유가 생기잖아요. 질릴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니까 이것도 저것도 바라게 되는 거죠. 그래서 원자폭탄이나 미사일을 만드는 거잖아요. 뭘 하고 싶은 걸까요, 인간은. p.27
하지만 이런 불편함에 책을 덮으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마음을 끄는 문장들이 눈에 띄어 몇 번의 멈칫거림과 다시 펼치기를 반복해가며 결국 마지막 장까지 읽고 말았다.
이렇게 말하면 “하고 싶지만 못 해요”라고 반론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그건 이상해요. 여러분, 뭘 위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못 한다고 포기하는 게 아닌 바꿔야만 하는 일입니다. pp.97-98
자신이 변하면 세계가 달라 보이니 지루할 틈이 없어요. 젋은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자주 불평하는 건 본인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늘 세계가 똑같아 보이는 거예요. 인생은 한 번밖에 없으니 오히려 ’몇 번이나 다르게 살아보자‘라는 식으로 마음먹으면 좋잖아요. 그럴 때 자신을 바꿔주는 건 감각이에요. p.116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저자의 투덜거림에는 맞아, 맞아 고개까지 끄덕여가며 말이다.
현대 사회는 주위의 환경을 똑같이 해서 감각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피스 빌딩 안은 아침부터 밤까지 똑같잖아요. 같은 기온에 같은 밝기, 비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지요. 현대인은 그런 환경에서 생활하려고 합니다. 그게 쾌적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안 믿습니다. p.117
산속이라도 걸어보세요. 지면은 울퉁불퉁하고, 나무 뿌리와 풀이 있고, 벌레가 있지요.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질퍽거립니다. 작은 새의 울음과 나무의 술렁임 등 갖가지 소리가 나고 여러 냄새도 납니다. p.117
저자가 말한 고양이 만큼만 욕심내는 삶은 결국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삶,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배려하는 삶 그리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삶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쉬운 듯도 한데 내 일상에 대입하고 보니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고양이 만큼만 욕심내는 삶‘을 부러워하는 날 보면 새침하게 털을 고르며 고양이가 이렇게 한마디 할 것 만 같다.
“부러우면 말만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냥”
*기억에 남는 문장
인생은 세상과는 교류.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쌓이고 마음도 상하죠. p.11
인간은 누구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게 당연합니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폐를 끼치니까요. 그걸 서로서로 허용하는 게 어른이고 사회겠지요. p.22
인간은 엄청난 시스템을 필사적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어차피 나이를 먹으면 다들 죽습니다. 그러니 뭐든 적당히 해도 괜찮겠지요. 늙으면 실제로 그리 생각하게 된답니다. ‘아, 오늘도 무사히 끝났구나’ 하면서, 그것만으로 만족합니다. p.40
이를테면 사람이 신용할 수 있는 건 ‘행동’이지 ‘말’이 아니구나, 하고요.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고 있으면 됩니다.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죠. p.48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살아왔지만 세상은 때로 이상해지기도 합니다..(중략)..그러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도 가끔은 듣는 편이 좋아요. 그러면 현재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p.53
여러분은 발견이란 무언가를 찾아내는 거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아니에요. 이를테면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같은 종류라고 생각했던 곤충이 실은 다른 종류라는 걸 깨달았다고 칩시다. 그건 ‘차이를 몰랐던 자신’이 ‘차이를 아는 자신’으로 변했다는 뜻이죠. 보이는 세계가 달라진 셈입니다. 즉 ‘발견’이란 바로 ‘내가 변하는 것’이에요. 내가 변한 순간, 세계도 변합니다. p.60
편리한 세상이기에 더더욱 편한 것만 해서는 안 됩니다. 편하게만 지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명백하죠. 스스로 배우지 못합니다. 차만 타면 못 걷게 되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p.87
감정도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친구의 슬픔을 함께 슬퍼하고 친구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게 우정입니다. 자기만의 감정은 대인관계에서는 무의미해요. p.108
카메라 렌즈처럼, 아무 생각 없이 감각을 통해 보이는 광경을 전부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수준까지 도달하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가끔은 그와 비슷한 정도로 머리를 비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건 건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예요. p.114
의식을 바꾸려면 다른 세계에서 살아보는 게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여러분은 머리로 생각하지요. 그 단계에서 이미 의식의 굴에 빠져 있는 거예요. 중요한 건 마음을 여는 겁니다.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여러 가지 것들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돼요. p.114
무사태평 고양이와 시니컬한 노학자의 일상 철학이라는 것 땜에 읽었는데
무사태평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졌다. 지금의 내가 가진 것들, 내가 하는 일들에 만족하며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시니컬한 노학자님은 아직까지 내가 그 내공이 안되어서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그 노학자님의 <바보의 벽> 책이 읽어보고 싶어진다.
조금은 마음 편하게 많은 것들을 놓고 사는 것, 그건 아직은 나이가 그만큼 안되어 내공이 안쌓여서 그런가 아직까지는 잘 안되는 것 같다.
읽고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 도서 제공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