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오래전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던 나같은 사람도 서양 미술사는 왠지 어렵고 멀고 힘들다. 지금껏 접했던 책들이 대부분 이 책과는 달리 작품 중심, 시대 중심으로 서술해 놔서 그랬나보다. 역시 사람의 이야기는 힘이 쎄다. 마네와 드가, 마티스와 피카소, 폴록과 드쿠닝, 베이컨과 프로이트, 이들의 경쟁, 애증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현대 미술사의 흐름이 보인다. 영화 Midnight in Paris 나오는 거의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이 책 정말 보물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현대 추상미술로 넘어 오면서 화가들이 거의 미치거나 미치기 직전인 사람들의 작품이 위대하게 평가 받는다는 것. 현대 미술의 중심은 추상이라는데 왜 현대의 멀쩡한 사람들은 거의 미친 화가의 작품에 열광하는가... 생각해 봤다. 현대 사회가 너무나 빠르고 복잡하고 치열하기때문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그렇기때문에 정신줄 놓은 사람들의 뭔가 단순 복잡 미묘한 그림에서 가끔 휴식을 취하고 싶은게 아닐까.
추상 미술은 해석하기 나름이라 볼때마다 달라서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튜브로 평론가나 화가들이 그림에 대해 말하는 걸 종종 본다. 모두 말잔치다. 그런 말잔치에 끼고 싶지 않았다. 근데 미술을 알면 알 수록 나도 거기에 참여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랑 미술제가 성공리에 끝났다고 한다. 한국 미술시장이 세계에서 제일 핫하다는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미술을 좋아하는 지도 요즘 처음 안다. 다들 교양 있고 싶어서? 투자로? 진짜 좋아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테지만 공허한 말잔치가 아닌,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는 보고 있으면 그냥 좋은 그런 그림이 나는 아직 좋다.
미학 관련 책 읽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개인적인 해석일지라도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서술한 책이라면
걍 다 좋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뭔 내용을 다루는 책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더라구여
인트로부터 쫙 읽다보니까 아- 소리가 나오더라구요
소오름 개 존잼 s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rivalry를 라이벌로 잡지 않고 관계로 내어준 책 제목 덕에
더 잼나고 심오한 마음을 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겁게 읽고 있어요
단 미학 책이라면 중간 중간 컬러 삽화가 있을 거 같지만,
이 책은 맨 앞에 15장 내외로 넣어 두었네요
따로 따로 텍스트와 그림 매칭 해가면서 읽는 재미도 있고,
여기에 없는 그림은 구글링 해가며 읽는 보람도 있습니다.
아직 챕터 1에서 마네와 드가 이야기 읽고 있지만ㅋㅋㅋㅋㅋㅋㅋ
뒤에서 만날 칭구들이 넘넘 기대됩니다.
마네와 드가, 마티스와 피카소, 폴록과 드쿠닝, 프로이트와 베이컨
미술사에서 특별관 ‘관계’를 맺었던 화가들의 조합이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들의 천재성을 발휘했고, 새로운 미술의 세계를 펼쳐나갔다.
그런데 서배스천 스미가 포착하고 있는 네 조합은 단순히 영향을 주고 받은 관계가 아니라는 데 의미가 있고, 매혹적이다. 우리말로 ‘관계’라 했고, 원제는 ‘라이벌(rivalry)’라고 했지만, 각각의 조합은 친밀함만 보이는 관계도 아니었고, 단순한 라이벌의 관계도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 들어가기도 했지만 상대의 성공에 질투하기도 했으며,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마네는 자신과 아내 수잔을 그린 드가의 그림을 난도질해버렸으며, 마티스는 피카소의 성공에 당혹감을 느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이 상대를 만나지 않았다면, 상대에게서 영향이든 질투를 받거나 느끼지 못했다면 그들의 예술 세계는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어쩌면 그들의 예술 세계는 자신의 감성에서 비롯된 세계에 대한 해석이므로 온전히 자신의 것이고, 그래서 상대의 영향이라는 것 역시 그저 영향일 뿐 작가의 위대함에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의 발전에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상대가 존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예술적 감수성이 충만할 대로 충만한 화가가 또 다른 특출난 화가를 만나고 그의 예술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데 크나큰 자극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마티스와 피카소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아프리카 미술과 조각에 관심을 가졌다는 게 그저 우연일 뿐일까? 마티스가 주장했듯 피카소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져갔다는 게 사실이든 아니든 둘은 새로운 미술 사조를 여는 데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또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했다.
나는 물론 여기의 여덟 화가 모두의 삶에 대해서 정통하지 않지만, 특히 드쿠닝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윌렘 드쿠닝은 폴록과 현대 미국 미술 최고 화가(‘최고 화가’라는 표현이 합당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 그런 표현을 썼다고 한다)를 두고 경쟁했던 화가였다고 한다. 잭슨 폴록보다 먼저 주목받았지만, 금방 최고의 자리를 폴록에게 넘겨주고 말았던 화가였고, 그 때문에 괴로워했다. 폴록의 사후 신비화된 폴록 때문에 최고의 자리를 넘겨받지 못했던 드쿠닝은 폴록에 대해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동경심, 경쟁심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폴록으로부터 단 한 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던 드쿠닝을 보면, 폴록의 사후 오히려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드쿠닝을 보면 예술가의 관계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이트와 베이컨의 경우도 사실은 낯설다(루치안 프로이트는 우리가 잘 아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고, 프랜시스 베이컨도 우리가 잘 아는 그 프랜시스 베이컨의 후손이다). 이들이 현대 미술에서 상당히 유명한 화가라는 것은 지나가다 엿들은 바가 있지만, 그들이 어떤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는지는 전혀 몰랐다. 당연히 둘의 관계는 더더욱. 책을 쓴 서배스천 스미는 프로이트와 특별한 관계를 맺었고, 또 그에 관해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쓴 바가 있어서 그런지, 이 관계를 다루지 않았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프로이트가 베이컨이 아닌 다른 누구와, 베이컨이 프로이트가 아닌 다른 누구와 특별한 ‘관계’를 맺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둘의 관게를 보면 역시 파괴적이면서도 서로를 동경하는 예술가의 관계에 대해서 의아스러우면서도 공감갈 수 밖에 없다. 전시회 도중 감쪽같이 사라진 프로이트의 베이컨 초상화 자체와 사연은 둘의 관계를 더욱 신비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하긴 어떤 관계든 그런 신비화가 없으면 심심해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폴록과 드쿠닝이 그리니치빌리지의 술집 시다 태번에서 나눴다고 하는 대화, 마티스와 피카소 사이의 그림 교환에 얽힌 사연, 마네가 드가의 그림을 난도질해버린 사건 등이 그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관심 갖게 만드는 셈이다.
서배스천 스미는 화가들의 ‘비공식적’ 관계가 가지는 의미를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그건 그저 화가들의 숨은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예술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관계를 끄집어낸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