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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사원

Northanger Abbey

제인 오스틴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25일 한줄평 총점 0.0 (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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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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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첫 작품이면서 동시에 유고작이라 할 수 있는
제인 오스틴의 ‘별종’ 같은 작품

『노생거 사원』은 을유세계문학전집 73번째 작품으로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작가 제인 오스틴의 ‘별종’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제인 오스틴은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 중 한 명이다. 2013년 영국 중앙은행(BOE)은 현재 10파운드 지폐 속의 인물인 찰스 다윈을 2017년부터 제인 오스틴으로 바꾼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인 오스틴을 자랑스러워하는 영국인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이 작품은 이처럼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인 제인 오스틴의 사실상 첫 장편소설로 1799년 이미 탈고한 후 ‘수전(Susan)’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팔았으나 책을 기다리는 사이 다른 소설가의 다른 작품이 같은 제목으로 나오면서 출간되지 못했다가 작가가 다시 1816년 원고를 사들인 후 죽고 나서 가족들에 의해 유고작으로 출간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일찍이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의 판권을 출판사로부터 다시 사들인 다음 스스로 특별히 서문을 달아 “이 작품을 완성한 지 십삼 년이 지났음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더 많은 세월이 지났음을” 밝히며 독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 작품은 장편소설 중에서 그녀의 첫 작품에 해당하는 만큼 주제나 인물 형상화나 서술 기법 측면에서 제인 오스틴의 초기작 느낌이 강하다.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된 『노생거 사원』은 마지막으로 출판되었지만 사실상 오스틴이 처음으로 완성한 장편소설이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또한 ‘시대를 타는’ 소설이면서 동시에 ‘시대를 타지 않는’ 웃음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노생거 사원』을 읽다 보면 휴양지로 유명했던 바쓰의 풍경이라든가 사람들의 생각, 옷차림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나 고딕소설이 유행하던 시대상을 잘 엿볼 수가 있는데, 이는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에서 당시 문학시장의 주류였던 고딕소설을 풍자하고 있다. 이는 고딕소설 마니아인 주인공 캐서린이 벌이는 엉뚱한 망상과 해프닝으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디는 엄밀히 말해서 고딕소설 자체보다는 고딕소설이 소비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제인 오스틴은 특정한 소설가나 작품을 풍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여성의 독서를 둘러싼 물질적 환경과 여성 교육 전반에 문제를 제기한다. 『노생거 사원』은 특정한 책 읽기가 가진 위험을 교정하는 여성 교육 기획이지 고딕문학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고딕의 상상력은 어느 정도 그 존재 이유를 입증한다. 망상에서 깨어난 캐서린은 황당무계했던 상상만큼이나 정말로 황당무계한 방식으로 노생거 사원에서 쫓겨남으로써 나락을 경험한다. 고딕의 망상이 산산조각 난 바로 그 순간에 진정 말할 수 없는 공포와 복합적인 감정이 엄습한다. 주인공의 한바탕 ‘고딕 놀이’는 역설적이게도 고딕풍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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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권
2권

해설 - 책 읽는 여성을 위한 옹호
판본 소개
제인 오스틴 연보

저자 소개 (1명)

저 :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작가 한마디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남성이라면 틀림없이 아내를 찾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보편적인 진리이다. 영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며,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작가다. 1775년 12월 16일 영국의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커샌드라 사이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폭넓은 독서 교육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습작을 하다가 열여섯 살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스물한 살 때 첫 장편 소설을 썼다. 1794년에 서간체 단편소설 『레이디 수전』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무 살이 되던 1795년에는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는데, 1797년 이 소설은 개작... 영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며,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작가다. 1775년 12월 16일 영국의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커샌드라 사이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폭넓은 독서 교육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습작을 하다가 열여섯 살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스물한 살 때 첫 장편 소설을 썼다. 1794년에 서간체 단편소설 『레이디 수전』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무 살이 되던 1795년에는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는데, 1797년 이 소설은 개작되어 『이성과 감성』으로 재탄생한다.

1796년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혼담이 깨지는 아픔을 겪는 와중에, 훗날 『오만과 편견』으로 개작된 소설 「첫인상」을 집필했다. 그러나 출판을 거절당하고 다시 꾸준히 작품을 개작했다. 그러다 1799년, 후에 『노생거 사원』으로 개제하여 출간된 「수전」을 탈고하고 1803년 출판 계약을 맺는다. 180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어머니와 함께 형제, 친척,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1809년 아내를 잃은 셋째 오빠 에드워드의 권유로 햄프셔 주의 초턴이라는 곳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이 기간에 『이성과 감성』(1811)을 익명으로 출판하였고, 『첫인상』을 개작한 『오만과 편견』(1813)을 출간하였으며, 『맨스필드 파크』(1814), 『에마』(1815) 등을 출판했다. 이 책들은 출간 즉시 큰 호응을 얻었고 그녀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으나 1816년 『설득』을 집필하면서 건강이 나빠졌고, 1817년 『샌디턴』을 집필하던 중 병세가 깊어져 그해 7월, 42세로 생을 마감했다. 『노생거 사원』과 『설득』은 오스틴이 죽은 후 오빠인 헨리 오스틴이 작가 소개를 덧붙이며 1818년에 출판되었고, 후에 그녀의 습작과 편지 들, 교정 전 원고와 미완성 원고가 출판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출간되고 영화화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삶의 미묘한 이면을 포착하고, 재치 넘치는 위트와 은은한 유머를 담아 젠트리 계층의 사교 생활과 결혼을 중심으로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히 그려낸 그녀의 작품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높이 평가되었다. 또한 오스틴은 영국 BBC 선정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가장 사랑받는 여성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작으로는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 『노생거 사원』, 『Sanditon』, 『설득』, 『맨스필드 파크』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전혀 여주인공답지 않은, 고딕소설 마니아인 여주인공
‘시대를 타는’ 소설이면서 ‘시대를 타지 않는’ 유머를 만나다

『노생거 사원』은 당시 여성의 교육 문제와 결혼관, 상류계층의 허위의식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시종일관 시대를 넘나드는 녹슬지 않는 위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위트는 여주인공이지만 전혀 여주인공답지 않은 캐서린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캐서린은 나중에 열다섯 살이 되면서 비로소 ‘거의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 그녀가 유명한 휴양지인 바쓰에 가서 사교계에 첫발을 내딛게 되고 거기서 핸리 틸니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마침내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은 일견 감상소설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하지만 여주인공답지 않고, 로맨스답지 않은 상황 설정과 비틀기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이는 캐서린에게 호감을 지니고 그녀를 괴롭히는 존 쏘오프의 묘사에서도 빛을 발한다. 작가가 그리는 존 쏘오프는 마치 새신랑처럼 어색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지나치게 잘생겨 보일까 봐, 예의를 차려야 하는 순간에 가볍게 굴거나 또는 편안하게 행동해도 될 때 건방지게 굴어서 첫인상을 망치지 않으면 지나치게 신사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라도 하는 듯한 사람이다.
사실 『노생거 사원』은 웃음이 꼭 필요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캐서린의 망상이긴 하지만, 감금과 살인이 다뤄지는가 하면 사교계의 매너라는 명분 아래 싫은 상대와 춤추는 등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분히 폭력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소설에서 웃음은 긴장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무서운 세계일 수 있지만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 나쁜 일이 생길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한 웃을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행복이든 불행이든 우연히 왔다가 우연히 떠날 수 있기에 진심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믿음, 이런 오랜 지혜가 『노생거 사원』에는 녹아 있다. 『노생거 사원』은 오랜 지혜가 담긴 새 이야기이자 오랜 이야기를 읽는 새로운 독자에 의해 다시 새로워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종이책 회원 리뷰 (3건)

구매 노생거 사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주*인 | 2023.09.06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을 구입했다. 오만과 편견이 가장 유명하지만 영상화된 유명한 작품이 많아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노생거 사원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쓰여졌지만 가장 늦게 출판된 작품인 것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을유문화사에서 번역한 책이라는 점이다. 세계문학을 읽기로 시작했을 때 을유를 선택했는데 판형부터 번역까지 너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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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노생거 사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p****k | 2016.05.14

노생거 사원은 제인 오스틴의 초창기 작품이면서 사망 후 출판된 사연있는 작품이다.

 

캐서린, 헨리, 존, 이자벨라 4명의 주요인물과

앨런부인, 쏘오프 부인, 틸리대령, 틸리장군이라는 주변인물이 등장한다.

17살의 놀길 좋아하는 시골처녀가 도시 사교계에서 느낀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신하지 못하고 분주히 뛰어 다니길 좋아하지만 심성과 기질이 못되지 않았고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읽었던

캐서린은 바스의 사교계에서 두 남자와 두 여자친구를 만난다.

캐서린은 그들 사이에서 17살 시골처녀의 미숙한 면과 성숙해질 싹수있는 지조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캐서린에게 관심을 표출하는 부유한 장남인 존과 자신이 관심 갖는 차남인 헨리가 등장한다.

 부유하지만 자만과 허영에 가득찬 존을 알아본 관찰력과 경제적 안정에 안주하지 않은 모습과

지난 잘못을 조금도 다시 들추지 않는 헨리의 관대함과 점잖은 태도를 알아본 캐서린의 분별력에 박수를 보낸다.

 

머물던 친구집에서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갑자기 쫓겨난 것에 대해 자신의 가족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무슨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과

친구를 나쁜 사람으로 오해 받지 않게 고민하는 모습,

그 황당한 일에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가족을 끌어들이지 않으려 고민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타고난 심성과 기질을 무시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헨리는 특별히 캐서린을 결혼상대로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끝에 자신의 아버지의 심한 행동을 사과하러 그녀의 집을 찾았고

그녀와 가족이 보여준 분별있는 자신을 좋아하는 애정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런 신의에서 나온 결단을 확고히 지켜 결국엔 부친의 허락을 받아 낸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면 그걸 표현해야 하며

상대의 말과 행동을 잘 관찰해 분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다시 느꼈다     

 

 노생거 사원의 오만과 편견처럼 반전은 없었지만

부모, 부부, 친구, 형제자매간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분별없이 자식 자랑을 일삼거나 가혹하게 자녀의 기를 누르는 부모가 되지 않고

안아주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기다려 주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말 한마디

도움이 되는 책을 선물해주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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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매너가 숙녀를 만든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엘*엇 | 2015.04.01

 『노생거 사원』은 제인 오스틴의 첫 소설이지만 그녀의 유고작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수전』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동명의 타 소설이 출판되어 오스틴이 판권을 회수했다. 여주인공의 이름이 캐서린으로 바뀐 것 외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하며, 제목이 『노생거 사원』이 된 것은 유족의 뜻이었다고 한다. 첫 소설이라 그런지 능숙함이나 세련미는 부족하지만 풋풋함이 있으며 화자의 빈번한 개입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노생거 수도원』으로 나온 펭귄클래식 버전을 먼저 읽었는데, 내 취향에는 을유판 『노생거 사원』이 더 맞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등장인물 간의 대화나 문맥을 보다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역자의 주석과 해설도 꼼꼼하여 기쁘게 읽었다.

 

어떻게 보면 『노생거 사원』은 전형적인 <오스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 적령기의 두 남녀가 만나 무도회에서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눈다. 집 구경도 하고 편지도 보내고 그러다 결혼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독특한 여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작가가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캐서린 몰란드는 여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한 외모로 태어나 무엇 하나 뛰어난 점이 없기 때문이다. 여동생도 잘 외는 시를 겨우 외는데다 활동적인 성격이다보니 숙녀다운 몸가짐을 익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 출신이기 때문에 경험이 없어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부족하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이 빠져있는 고딕소설의 프레임에 맞춰 현실을 해석한다. 자신의 고향 풀러튼은 현실이고, 바쓰와 글로스터셔(노생거 사원)에서 접하는 상황들은 새롭기 때문에 고딕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그녀는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8p 이자벨라는 그가 목사라서 더 좋다며 "난 그 직업에 끌려"라고 했다. 이렇게 말할 때 한숨 비슷한 걸 쉬었다. 그 애틋한 감정이 무엇인지 캐서린이 캐묻지 않은 건 실수였다. 사랑의 섬세함이나 우정의 의무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친구에게 어느 시점에 미묘한 농담을 적절하게 던져야 하는지 또는 어느 시점에 말해 달라고 졸라야 하는지 몰랐다.

 

136p 참신하고도 분별력 있는 사랑스러운 감정 표현을 듣고 캐서린은 알고 있는 모든 여주인공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의 친구는 다른 때보다 화려하게 말할 때 가장 사랑스러워 보인다.

 

캐서린이 자기 딴에는 나름의 예의를 차리느라, 대화를 할 때 자기 주장이 그리 강하지 않다. 게다가 눈치가 없어서 소통이 잘 되지 않는데 이럴 때는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경험이 부족한 탓에 자신의 사고방식에 갇혀, 남을 의심한다거나 그의 속마음을 짐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캐서린과 그의 오빠 제임스는 쏘오프 남매의 약은 꾀에 놀아나게 된다. 그녀의 이런 점은 헨리에 의해서도 일깨워지는데, 이자벨라의 바람기에 대한 대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캐서린은 이 말도 못 알아듣는다...

149p 헨리가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의 행동 동기를 별생각 없이 그냥 받아들이는군요." "네? 무슨 말이죠?"

반면 헨리는 매력적이고 똑똑하며 짓궂은 인물이다. 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어떤 면에서는 캐서린의 교육-회화 강연과 전반적인 매너-을 담당한다. 그의 말을 듣노라면 우월감을 바탕으로 상대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그의 여동생 엘레노어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다.

129p "지금으로서는 더 진지한 사과를 듣긴 틀렸어요, 몰란드양. 멀쩡한 기분이 아니라서 저래요. 하지만 오빠가 혹시 어떤 여성에 대해 부당한 말을 하거나 내게 불친절한 말을 하는 것 같다면 그건 전적으로 오해라고 확신해요."

사실 헨리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다. 여성들을 무시한다기엔 다른 남성들이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무시했던 <고딕 소설>을 모두 읽었으며 이에 대해 캐서린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또한 캐서린이 범한, 아버지에 대한 치명적인 실례에도 성숙한 태도로 그녀의 잘못을 고쳐 주며 그녀가 <상식> 선에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헨리가 캐서린을 가르치는 모습이 자주 나오다보니『노생거 사원』은 젠트리 버전의 『마이 페어 레이디』란 생각도 든다. 
 

소설 말미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헨리가 캐서린에게 진지해진 것은 사실 캐서린이 그를 너무 좋아해서다. 캐서린은 헨리에게 첫 눈에 반했고 아주 노골적이었다. 거기서 나아가, 캐서린은 말 그대로 헨리를 숭상한다.

 

129p 캐서린은 헨리 틸니가 잘못할 리가 없다고 쉽게 믿었다. 가끔 그의 행동에 놀랄 때가 있지만 그의 의도는 언제나 옳았다.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한 것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그것도 좋아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설을 잘 읽어보면 헨리 역시 캐서린을 좋아하는 티를 냈다. 쏘오프의 얼쩡거림에 <저 작자는 누구냐> 질투를 보이는 것이 하나요, 그녀의 필사적인 사과에 흐뭇해하는 것이 둘, 그리고 그녀를 놀리지 말라던 여동생에게 <익숙해지도록 연습을 시킨다>고 대답하는 것이 셋이다. 사실 틸니 장군이 캐서린을 며느리감으로 고려하게 된 계기도 둘째 아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은 금사빠(?) 캐서린이 순진한 사랑스러움으로 <이성적이고 잘 교육받은 남성> 헨리를 손에 넣는 과정인 것이다!

 

『노생거 사원』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소통> 그리고 <성장>에 관한 글이다. 작품 초반에 캐서린은 가족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간다. 앨런 부부가 함께이지만 친구를 사귀고 사교 활동을 하는 것은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치 우리가 대학을 가거나 이사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캐서린이 종종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보이는, 노련하지 못한 어수룩한 모습들은 성장하는 과정이며 곧 누구나 거쳤을 법한 경험이기도 하다.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진실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캐서린을 손에 쥐고 흔들려는 쏘오프 남매의 획책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틸니 남매와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다. 풀러튼에서 바쓰로, 글로스터셔로 그리고 우드스턴에 이르기까지 캐서린은 조금씩 매너를 갖추어 간다. 여주인공으로서 부족했던 자질은, 그녀가 소설과 현실을 더 이상 혼동하지 않고 매너를 갖춤으로써 채워진다. 일종의 성장기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에 어필하는 점이며 제인 오스틴의 글이 가지는 힘이 아닐까 한다.


역자 해설인 <책 읽는 여성을 위한 옹호>도 아주 좋다. 기회가 되면 꼭 읽으시길 권한다.

 

* 2007년, 영국의 ITV에서 제인오스틴 시즌이라고 오스틴 원작소설을 토대로 한 티비영화를 방영한 적이 있다. 96년작인 『엠마』를 제외하고 새로 찍은 작품은 『맨스필드 파크』, 『노생거 사원』 그리고『설득』 세 편이다. 『노생거 사원』의 영상화는 각색이 많이 된 편으로, 특히 캐서린의 고딕풍 상상이 일품이다. 심지어 여주인공이 펠리시티 존스라 너무 이쁘다. 헨리 역할로 나오는 JJ 페일드도 잘생겼고, 엘레노어도 기품이 흐른다. 요즘 잘 나가는 캐리 멀리건이 이자벨라 역을 맡았다. 『맨스필드 파크』의 여주인공은 빌리 파이퍼가, 『설득』에서는 샐리 호킨스가 열연을 했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로 『설득』으로, 나무랄 데 없는 연기가 펼쳐지는 바쓰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시대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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