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 미치코 저/권남희 역
정영욱 저
매트 헤이그 저/최재은 역
가토 겐 저/양지윤 역
미치오 슈스케 저/김은모 역
아오야마 미치코 저/박우주 역
혼란한 마음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잘 볼 수 있도록 가라앉히면 여유가 생겨난다. 그렇게 한 뼘씩 넓어지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받아들여 전부 함께 나아간다.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는다.
연습하면 가능해진다. 당신은 그럴 수 있다.
무엇이 오든, 그 '무엇'과 함께할 수 있다. _264p.
해마다 계절의 변화가 빠르구나... 점점 더 빨라지는구나.. 생각하다 보니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책 읽기도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며칠을 보내고 있던 밤, <때론 혼란한 마음>을 매일 밤 조금씩 읽으며 마음을 조금씩 다독였다. 페이지의 왼편엔 유명 소설가, 시인, 철학자들의 문장을 오른 편엔 심리학자 변지영의 문장들을 읽고 써 내려간 글, 100여 편을 담고 있다. 문장 모음이었다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저자의 글을 읽으며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듯, 지금의 삶을 응원하듯, 때론 그대로도 괜찮다고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다.
저자는 지금의 혼란스러운 마음에 대한 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힘들고 괴롭다고 생각되는 마음은 그 요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대가들의 생각과 문장들을 여행하며 저자의 감성과 생각이 녹아든 글을 읽다 보면 어지럽던 마음도 어느덧 차분해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사해두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많았던 책,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만큼 산다.
언어 안에 살고 언어를 잠시도 벗어나지 못한다.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언어를 확장해 조금이라도 더 넓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의 언어가, 몸짓이 내게 스며든다.
그 과정에서 서서히 닮아간다.
선망, 흠모, 동경을 통해 언어는 증식되고 증폭된다. _41p.
당신이 만약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누군가와 화해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과 화해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 안의 부분들과 화해하는 것이다.
당신의 기억과 화해하는 것이다.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던 당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놓아주는 일이다. 제 갈 길 가도록 모두 내려놓을 때, 당신은 자유를 되찾게 된다. _137p.
#변지영 #트로이목마 #에세이 #에세이추천 #문장 #힐링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런 날이 있다. 인생의 길에서 지금껏 열심히 달려왔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에 갑자기 밀려드는 혼란스러움, 혹은 마음을 어디에 두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게 되는 순간들.
'사람'과 관련한 것이든,
'일'과 관련된 것이든..
어느 순간, 마음의 낮이 짧아져 가고 밤이 깊어져 가는, 언제 이 무기력을 끝내야 할 지 모를 것 같은 답답함. 그 시간들 속에 '무기력'하게 마음을 회피한 채 갈 곳 잃은 내가 될 때 누군가 그저 가만히 고요한 문장으로 나를 쓰다듬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때 '위로'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나는 자다가 가끔 밤 12시나 새벽 1~2시에 깨곤 한다.잠이 깨었을 때, 거실 커다란 창문 바로 옆에 있는 소파에 누워 새벽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 시간에는 가족이 모두 고요히 잠이 들어 있고, 오직 별빛과 나만 둘이 서로 위로하고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에 홀로지만 왠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치유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그 새벽의 감성처럼 글이 내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내 안에 답이 있지만, 마주보지 못하고 있을 때, 이 책들의 글귀들을 바라보면
혼란스런 마음에
빛을 비춰주는 느낌이랄까.
출렁이는 파도가 그 빛에 잔잔해지길 함께 기다려 주는 친구처럼 잔잔히 따스하면서도 마음을 파고드는 글귀들로 나를 치유하는 느낌이다.
오랜 친구가 힘든 나에게 좋은 글귀를 건네며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느낌에
무겁지 않게 매일 새벽에 이 책장을 넘기며 삶의 글귀들과 함께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책과 강연에 올라온 '때론 혼란스러운 마음' 9글자와 책의 달빛같은 잔잔한 디자인과 소개에 나도 모르게 끌려 그 날 밤,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오랜기간 심리를 전공하고 심리상담을 하며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글쓰는 심리학자'란 저자를 소개하는 수식어가 눈에 들어왔다.
글쓰는 심리학자는 저명한 대가들의 책 속에서, 문장 속에서 어떤 글귀를 꺼내어 따뜻한 책 그릇에 담고 어떻게 해석할지가 사뭇 궁금했다.
더불어 책 소개에 있던 그 대가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인물이자, 좋아하는 작가와 철학자들이었다. 셰익스피어, 데이비드 흄, 마리아 라이너 릴케, C.S.루이스,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책을 읽으면서 눈에 들어왔던 몇 가지 저명한 작가들의 글귀를 출렁이는 마음에 고요히 담아본다.
02 듣기
당신이 무엇을 보는가, 무엇을 듣는가 하는 것은
당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또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C. S. 루이스
때론 혼란한 마음 p16
어린시절 엄마가 사다 주신 나니아 연대기, 넓고 깊은 상상력과 인간이 추구하는 모험과 사랑의 가치를 판타지 세계를 통해 열어준 C. S. 루이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다독가로 알려진 C. S. 루이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잠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장이 크게 공감가는 것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같은 공간, 같은 사건, 같은 말 속에서도 각자의 마음과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를 경험하곤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혼란스러운 것도, 세상과 사람과 지금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한 채 ‘듣기'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변지영 작가는 이 대목에서 '듣기'에 대해 이런 생각과 감성을 덧붙인다.
"네 마음은,
어느 저녁 연보랏빛 하늘을 보며
저 너머 무엇이 있을까 생각할 때쯤 되어서야 전해졌다.
네 말이 내게 오기까지는 여전히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기대라든가 판단 같은 것들은
참으로 끈질겨서
나는 오늘도 그루터기에 가만히 앉아 있다. "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는 내 해석으로 말하기 보다 가끔 그저 그루터기에 앉아 기대나 판단을 내려놓은 채 사람과 세상을 백지처럼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생각은 사라진 채, 노을풍경처럼 세상의 소리가, 사람들의 진심이 온전히 내 심장에 닿지 않을까?
72
두려움은 당신을 멈추게 하지 않아,
당신을 깨어나게 하지.
베로니카 로스
때론 혼란한 마음 p72 두려움
두려움이라는 감정, 이 글귀를 보면서 두려움을 통해 내 마음이, 생각이, 세계가 깨어났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두려움의 방향이 향하는 것은 결국 부정의 끝이 아니라, 삶의 의지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 하고 싶고 원하고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기에 그 앞에 두려움이 새겨지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86
아름다움
네가
네 최고의 것이야.
-토니 모리슨-
때론 혼란한 마음 p224
아름다움을 이 문장만큼 멋지게 표현한 글귀가 있을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글귀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땐 그 사람이 하는 말, 표정, 얼굴,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내게 '특별'하고 '최고'로 느껴진다.
어느 무엇과도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자체의 특별한 아름다움. 어디에도 없고 어느 순간에도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엔 나의 모든 것이 되는 '아름다움'. 이 글을 읽으며 "너는 내게 최고의 아름다움이야"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오늘 '아름다운'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이 표현을 문자로 전해보고 싶어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께 호흡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이랑아, 너는 너의 모든 것 그대로 내게 최고야. 정말 아름다워."라고 말해 주고 싶다.
<목차>
1. 무엇은 들이고, 무엇은 들이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
보기 듣기 말 웃음
기억 시간 기다림 선택 진심
침묵 희망 고백 언어 마음 거절
걱정 시선 투사 의심 망각
09 진심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자신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 낼 수 있다
-T. S. 엘리엇-
2. 때로는 막막하고 때로는 혼란스럽고
밤, 어둠, 슬픔, 두려움
칼, 분노, 싫증, 놀람, 불안
쓸모, 욕망, 공포, 긴장, 견해
아니, 서운함, 원인, 결핍, 문제, 가족
31 욕망
세상은 작고
사람들은 작다.
인간의 삶도 작다.
큰 것은 단 하나, 욕망이다.
-윌라 캐더-
3.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만남, 관계, 손, 너, 골목 한 사람
친구, 두 사람, 눈빛, 타인, 교차
이별, 부재, 바람, 빈집, 그림자
남자, 관심, 우리, 사랑
54 바람
강물처럼 달려.
-수잔 콜린스 -
여러 글귀 중에서도
나는 강물처럼 달려라는
이 말이 마음에 남는다.
혼란스러울 때,
자연의 방향대로
흐르는 강물처럼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은 바쁘게 달려가지 못하더라도
온전히 바람을 느끼며
강물의 흐름을 따라
그렇게 천천히 걷고 싶다.
4. 삶에 등대 같은 것이 있다면
인연 길 연결 냄새 가장자리
읽기 의미 수수께끼 아침 쓰기
소리 이미지 깍 거리 가치
새벽 심연 표면 하품 우연
63 연결
모든 것은
가깝든 멀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숨겨진 방식으로,
영원한 힘에 의해.
그러니 당신은 별 하나를 방해하지 않고서
꽃 하나를 딸 수는 없다.
-윌라 캐더-
5. 아늑하게 원래 그대로 평안하게
엄마 음악 영화
여름 가을 아름다움 비
영혼 빛 받아들임 호흡 적응
별 하루 세계
지혜 용기 패턴 평안 뿌리
81 엄마
이야기는 때론 단순하고, 때론 힘들고 가슴 아프다.
하지만 당신의 모든 이야기 뒤에는
항상 당신 어머니의 이야기가 잇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니까.
-미치 앨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러운 딸의
엄마가 된 지금,
나는 나의 모든 이야기 뒤에 숨겨진 존재,
나의 엄마를 응원한다.
어떤 모습의 엄마일지라도
나는 엄마를
진심으로 꼬옥 안아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첫 장을 열었을 때
내 마음을 별빛처럼
포근히 안아 준
작가의 말로
이 책의 선물같은 메세지를
매듭짓고자 한다.
부디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밤이 너무 길지 않기를..
임상 및 상담심리학 박사님이 쓰신 이 에세이는 일반적인 문인이 아닌 특수 직업 종사들의 생각이 녹아들어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명언과 좋은 글과 함께 글쓴이의 글이 녹아 있는 이 책은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글쓴이는 '명상'을 매일 하는 모양이다. 명상 후에 글 작업을 하는 게 아닐까 했다. 글은 꼭 오전에만 쓴다고 했다. 쇼펜하우어의 생활 방식을 따라서 기운이 가득할 때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서다. 명상을 '죽음에 가까워지는 체험'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나의 통제를 모두 놓아주고 깊은 심연 속에 빠져드는 느낌일까. 명상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이지만 어떤 느낌일지는 조금 이해가 간다.
이 책을 보고 놀란 것은 좋은 명언들이 매 장마다 나온다는 것이다. 왼쪽에는 명언과 좋은 글 오른쪽에는 작가의 글이다. 작가의 글귀는 명언의 글귀에 영감을 받아 적은 것인지 보통 비슷한 얘기를 하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문장들과 당당히 같은 시야에 자신의 글을 적은 것은 자신감은 아니었을 것이다. 좋은 글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그런 식의 전개다.
초반에는 좋은 글이 담긴 왼쪽 페이지에만 눈이 갔다. 너무 탁월한 문장들에 감탄하며 읽었다. 그에 비해 작가의 글은 쉬이 눈에 들지 않았다. 명언과 함께 글을 내 보인다는 것이 글쓴이의 글을 희미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다. 중반 쯔음 들어서니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산문들이 눈에 들었다. 그중에는 꽤 마음에 드는 시도 있었다.
쓸모없지 않으려고
쓸모를 개발해가며
쓸모를 외쳐가며
쓸모가 되어온 너
쓸모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쓸모가 있지
혼자 있을 땐 쓸쓸하고
씁쓸한 쓸모
요즘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진단해서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스스로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할만 하지만 문제에 이름을 붙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 내가 이렇지? 이게 무엇 때문이지? 왜 나는 이렇지?' 같은 질문은 좋지 못하다. '난 이렇지'라는 인정을 해야 나아지려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자주 듣던 얘기지만 다시 읽어도 좋은 내용이다.
내가 전문가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기대하는 것은 그들 특유의 감각이다. 문인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별함이 있다. 이 책도 군데군데 그런 특별함이 묻어 있다. 아쉬웠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문장을 담았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반쯤은 명언이며 그의 반은 일반 문인 같은 글이었다. 문인의 멋드러지고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려면 나태주 시인 같은 분의 글을 읽으면 된다.
내가 기대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좋은 글들이 보기 좋게 정렬되어 있고 작가의 마음이 드러는 시와 때로는 상담심리학 전문가다운 견해도 묻어 있다. 전문서적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고 그런 무거운 책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볍게 읽기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