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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오후

사이먼 크리츨리 저/하미나 해제/변진경 | 돌베개 | 2021년 10월 29일 한줄평 총점 8.4 (1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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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철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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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맞부딪치는 자살이라는 문제. ‘극단적 선택’과 ‘사회적 타살’을 넘어 ‘자살’에 대해 좀더 근본적으로, 또는 좀더 섬세하게 이야기할 수 없을까? 자살사고와 싸우고 있던 우울한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는 고향 인근 바닷가 호텔방에서 삶을 극복해보려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왜 자살에 대해 침묵하는가? 자살은 잘못된 것인가?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 크리츨리의 내적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은 자살에 대한 짧고 굵직한 철학적·윤리적 탐구이자, 카뮈·장 아메리·에밀 시오랑·버지니아 울프 등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스타일 있는 에세이이며, 우리가 자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최적의 출발점이다.

목차

서문
자살은 잘못된 것인가·소셜미디어와 자살 세대·코로나19와 아직 오지 않은 봄날·자살은 다소 신과 같다
I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
자살에 대하여·자살에 대한 글쓰기
II 자살은 왜 비도덕적이라 여겨지는가
고대와 근대의 자살 문제·자살 금지를 반박한 철학자들·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죽음을 선택할 권리·공동체에 대한 의무?·죽음이 더 낫다는 판단은 가능한가
III 자살 유서
마지막 소통·우울증과 사랑-증오·복수, 응징, 항의로서의 자살·희생에 대한 환상·자살 유서 쓰기 수업
IV 자살자들
죽음이 하는 일·부조리한 창조·인간만이 가진 능력·충분하다
부록 자살에 대하여 -데이비드 흄
출처 및 감사의 말
― 해제
삶의 무의미성, 죽음의 무의미성: 어느 페미니스트 우울증 연구자의 자살 노트 -하미나
― 옮긴이의 말
‘극단적 선택’ 너머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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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저 : 사이먼 크리츨리 (Simon Critchley)
사이먼 크리츨리는 현재 뉴욕 대학교에 있는 사회 연구를 위한 신 新학교NSSR 한스 요나스 철학 교수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은 경이에서 시작한다는 고대 전통과 달리 실망에서 시작한다고 논한다. 실망은 두 가지 종류로 종교적 실망과 정치적 실망이다. 전자는 신앙심의 결여와 함께 허무주의에 직면하여 삶의 의미 문제를 야기한다. 후자는 현대의 폭력적 세계에서 생성되는데 정의롭지 못한 세계에서 정의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 외에도 셰익스피어, 팝가수 데이비드 보위, 자살, 희랍 비극, 축구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주로 대륙철학과 ... 사이먼 크리츨리는 현재 뉴욕 대학교에 있는 사회 연구를 위한 신 新학교NSSR 한스 요나스 철학 교수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은 경이에서 시작한다는 고대 전통과 달리 실망에서 시작한다고 논한다. 실망은 두 가지 종류로 종교적 실망과 정치적 실망이다. 전자는 신앙심의 결여와 함께 허무주의에 직면하여 삶의 의미 문제를 야기한다. 후자는 현대의 폭력적 세계에서 생성되는데 정의롭지 못한 세계에서 정의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 외에도 셰익스피어, 팝가수 데이비드 보위, 자살, 희랍 비극, 축구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주로 대륙철학과 현상학을 중심으로 니힐리즘 문제, 윤리와 정치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아주 조금… 거의 없는』, 『유럽 대륙철학』, 『무한히 요구하기』, 『죽은 철학자들의 서』, 『믿음 없는 믿음의 정치』,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 『비극, 그리스인들과 우리』, 『볼드』 등을 썼고, 《뉴욕 타임스》 철학 칼럼 시리즈 ‘더 스톤’The Stone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캄보 밴드 크리츨리와 시먼스에서 50퍼센트를 맡고 있다.
해제 : 하미나
작가. 텍스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20대에 2016년 강남역 여성 표적 살인사건 이후 활동을 시작한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여성 우울증을 다룬 첫 단독 저서를 썼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그에 따라 실제로 다르게 존재하는 세계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공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공저)가 있다. 작가. 텍스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20대에 2016년 강남역 여성 표적 살인사건 이후 활동을 시작한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여성 우울증을 다룬 첫 단독 저서를 썼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그에 따라 실제로 다르게 존재하는 세계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공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공저)가 있다.
역 : 변진경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와 같은 학교의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리옹2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악한 사람들』『작별: 로물루스, 나의 아버지』『부서지기 쉬운 삶』『철학자의 개』『사랑의 급진성』『죽음에 대하여』『잔혹함에 대하여』 『자살에 대하여』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와 같은 학교의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리옹2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악한 사람들』『작별: 로물루스, 나의 아버지』『부서지기 쉬운 삶』『철학자의 개』『사랑의 급진성』『죽음에 대하여』『잔혹함에 대하여』 『자살에 대하여』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신형철, 하미나, 주디스 버틀러 추천!

크리츨리와 나는 비슷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서로 다른 곳에 도착하기도 했다. 크리츨리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서 질문 자체의 부당함을 지적했다면 나는 왜 누군가에는 유독 ‘이런 삶’의 정도가 더욱 가혹한지를 묻게 됐다. (…) 한국은 30분마다 한 명씩 자살하는 국가이지만 정작 자살에 관한 논의 자체는 텅 비어 있다. 자살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한국에서, 그러나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이 책이 자살을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하미나·논픽션 작가

우아하고 박식하며 도발적인 이 책은 도덕적 판단에 기대거나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자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크리츨리에 따르면, 자살의 이유로 제시되는 것은 많지만 너무 막대하거나 불가사의한 상실에 직면해 우울함과 싸우는, 인간의 특징으로서의 자살에 대해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다. 철학이나 대중문화에서도 자살의 이유를 많이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런 행동에 앞서는 단순하면서 확고한 진실이 있다. 그가 볼 때 자살은 삶 전체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한 문제틀을 확립하며, “과거를 슬프게 하고 미래를 파괴해버린다.” 이 책은 우리가 자살에 대해 잘 잊어버리는 사실을 가리킨다. 자살은 우리가 “여기, 지금 지속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경이롭고 반복적인 순간이다.
-주디스 버틀러(『젠더 트러블』)

자살할 만한 이유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체사레 파베세는 썼다. 사이먼 크리츨리는 열정적인 통찰력과 철학적 지성을 갖춘 채 단순한 도덕적 판단을 보류하고, 언제나 당혹스러운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려 할 때마다 항상 우리를 가로막는 사회적·심리적·실존적 장애를 물리치고 나아가려 하면서 그 이유를 탐색한다.
-라스 아이어(『비트겐슈타인 주니어』)

우리는 수치심을 갖거나 고상한 척하지 않으면서 자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다.
-맥스 류(《인디펜던트》)

‘극단적 선택’과 ‘사회적 타살’ 사이,
일상과 공론장에서 ‘자살’을 이야기하자

그동안 금기시되던 주제인 ‘우울증’이 최근 한국사회에서 사적·공적 담론의 장으로 나온 것처럼 ‘자살’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국가다.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의 죽음부터 ‘사회적 타살’의 사례로 신문 사회면에 제시되는 죽음과 ‘극단적 선택’이라고 모호하게 처리된 죽음, 그리고 이웃에게도 알리지 않고 쉬쉬하는 죽음까지, 자살은 도처에 만연하다. 우울증이나 좌절, 또는 신체적 고통이나 생활고로 인한 죽음,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사회적 불합리함에 항의하는 죽음, 법적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죽음까지, 그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들, 자살한 가족과 친구를 둔 사람들까지 감안한다면, 자살이라는 말과 자살 사건은 우리에게 매우 일상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살을 일상적 화제로 올리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것은 검색되어선 안 되는 것이며, 정신과 의사와 자살 상담전화 상담사와의 대화에 국한되어야 한다. 자살은 비도덕적이거나 끔찍하거나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침묵한다.
하지만 진실들은 ‘극단적 선택’과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 사이에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 영역을 좀더 섬세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 그곳에는 최근 대두되는 ‘안락사’나 ‘자살생존자’의 문제 또한 존재한다. 윤리학과 정치이론을 연구해온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의 『자살에 대하여: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오후』는 이러한 자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최적의 책이다. 크리츨리에 따르면, “자살에 대한 무의미하고 상투적인 말 몇 마디”를 제외하곤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37~38쪽) 이 책은 자살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우리는 왜 자살에 대해 침묵하는가’, ‘자살은 잘못된 것인가’,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살을 둘러싼 굵직한 윤리적·철학적 쟁점들을 두루 살펴본다. 아울러, “자살하는 사람은 유서에서 항상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89쪽)며, 작가와 예술가와 일반인들의 다양한 자살 유서에 귀를 기울인다. 『자살에 대하여』는 다른 이야기의 물꼬를 터주며, 자살에 대해 말하는 법과 듣는 법을 배우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자살사고와 싸우며 삶을 극복해보려는
어느 우울한 철학자의 글쓰기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오후”라는 부제가 붙은 『자살에 대하여』는 자살사고와 싸우고 있던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가 북해가 내려다보이는 호텔방에서 써내려간 기록에 바탕에 둔 에세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 책은 자살 유서가 아니다”(35쪽)이다. 에두아르 르베, 장 아메리처럼 자살에 관한 책을 쓴 작가와 철학자들이 얼마 후에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크리츨리는 자신에게 자살이 “학문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며, “삶을 극복해보”려고 “자살의 문제에 대해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글쓰기―로 충분히 생각해보기로 결심”(44쪽)한 후에 영국의 고향 인근 바닷가의 한 호텔을 찾았다고 쓴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자살의 문제를 탐색하며 결국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기로 결정한 시간이, 어느 철학자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을 내적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철학적 고찰 뒤에 죽음충동과 생의 의지가 격렬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생각을 밀고 나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유의 동선과 머뭇거림의 흔적들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 때때로 내비치는 위트도 매력적이다.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같은 철학자”로서 셰익스피어, 대중문화, 축구, 유머 등에 관한 실험적이고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온 저자의 공력이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에피쿠로스, 알베르토 라디카티 디 파세라노에 코코나토, 데이비드 흄을 중심으로 엄밀한 철학적 논증을 펼치면서, 크리츨리는 삶의 문제를 철학, 나아가 문학과 연결 지어 사유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도로시 파커, 에두아르 르베, 카뮈, 장 아메리, 에밀 시오랑, 버지니아 울프 등의 문장을 아우르며, 이들과 함께 일말의 결론이 떠오른다. 이 책의 추천글을 쓴 신형철 평론가는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는, 저자가 자살을 죄악이나 질병으로 취급하는 관점에 명석하게 반대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삶을 긍정하는 데 성공하는지, 그 반전의 드라마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크리츨리는 자살이 전하는 매혹에 깊숙이 다가가지만,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오류로서 그 질문은 그만두어야 한다”(139쪽)는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은 “11월 말 목요일 오후 4시 30분 무렵, 회색 구름과 갈매기, 돌풍이 있는 가운데 광활한 어둠이 내려오는 이스트앵글리아 해변의 이 순간”(140쪽)을 언급하며 끝난다. 한밤중이나 새벽이 아니라 늦은 오후에 끝을 맺는, 우울한 철학자의 글쓰기 『자살에 대하여』는 우리 곁에 있는 자살을, 관념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한 더 많은 말들,
더 다양하고 섬세한 언어가 필요하다

『자살에 대하여』는 자살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형식, 즉 심리학·정신의학적이거나 사회학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 주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실존적으로 분석한다. 1장이 일상에서 자살을 둘러싼 사람들의 언어와 태도를 들여다본다면, 2장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자살과 관련된 일련의 상식들을 논리적으로 차례차례 격파해나간다. 이 책에 따르면, 자살이 잘못으로 여겨지는 것은 기독교적 관점의 영향이 크며, 데이비드 흄(흄의 「자살에 대하여」가 이 책에 부록으로 실려 있다)을 비롯한 여러 철학자들이 이러한 자살 금지를 반박해왔다. 특히, 우리가 신의 소유물이라서, 또는 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서 자살을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박은 명쾌하다. 크리츨리는 공동체에 대한 ‘의무’로서 자살을 반대하는 주장, 자기소유권과 관련해 자살할 ‘권리’를 내세우는 주장 모두 그 근거가 허술하며, 합리적으로 선택한 자살은 정당하다는 주장 또한 맹점이 있음을 밝힌다. ‘사람은 왜 자살을 하는가’라는 문제를 탐구하면서 여러 자살 유서들을 통해 자살의 이유를 유형화하는 3장을 지나면, 4장은 이유 없이 죽음 그 자체를 위해 선택된 자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2014년 11월에 쓰인 이 기록을 바탕으로 2015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그로부터 5년 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 중인 2020년 8월에 뒤늦은 서문이 덧붙여졌다. 서문에서 크리츨리는 기존의 자기 작업을 비판하며, “자살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가능한 한 풍부한 사회학적 데이터와 함께, 적어도 역사적·문화적으로 최대한 넓은 걸쳐 자살행동에 대해 오랫동안 폭넓은 관점을 구축해야”(21쪽) 하며, “자살이라는 주제 아래 함께 묶이는 현상을 서술할 더 섬세하고 다양하며 폭넓은 개념이 필요하다”(30쪽)고 쓴다. 소셜미디어가 자살사고에 미치는 영향과 ‘자살 세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래할 봄날에 증가할 자살률을 이야기하며, 지금 우리가 이 문제들을 함께 고민할 것을 요청한다.
이 책은 자살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집대성하는 작업도 아니고, 자살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거나 사회적 인과관계를 설명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자리에서, “인간이 복잡한 생명체”인 만큼 “우리가 삶을 끝내기로 결정하는 방식”(31쪽)인 자살의 문제가 여러모로 복잡함을 상기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을 가로지르며 그 핵심을 건드리는 이 작은 책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서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들을 촉발한다. 이 책을 옮긴 변진경 번역가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을 비판하며 “누군가 저 극단을 홀로 선택했던 게 아니라 우리의 세계가 이미 너무 많은 극단들로 채워져 있던 건 아닐까”(180쪽)라고 묻는다. 이삼십대 여성의 우울증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인 하미나 작가의 사려 깊고 힘 있는 해제는 일상에서 자살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이유를 살펴본 후, 죽음과 함께 삶의 문제를 들여다볼 것을 촉구한다. 그것은 ‘사회적 타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혹한” 삶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곁을 떠난 많은 이들을 향한 애도의 문제를 포함한다.
크리츨리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자살을 둘러싼 어휘를 넓히고, 그 현상을 기술하고 이해할 더 많은 단어를 찾으며, 공허하고 진부한 말보다는 공감으로 자살을 대하는 것”(29쪽)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살에 대하여』로부터, 자살에 대한 더 많은 말들, 더 다양하고 섬세한 언어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7건)

"자살에 대하여"를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i | 2023.02.28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꼭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길 바라는 책이다.

"우리 생명은 신의 선물"이니까와 같은 비논리적인 말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바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에서는 자살에 대한 많은 논제를 하나씩 따지며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고, 사회적으로 옳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면서 자살에 대해 고유한 철학을 가능하게 한다.

자살 유서에 대해서도 따로 다룬 점이 좋았다.

최근 지인들과 유언장을 작성하는 모임을 가졌는데, 이 책을 읽고 유언장을 작성하니 더 풍부한 사고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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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사이먼 크리츨리 - 자살에 대하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n*****a | 2022.03.11

자살에 대한 철학자의 사유가 담긴 책.... 가벼우면서도 철학자의 사상을 훑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랫동안 자살은 금기되면서 또 사람을 매혹시키는 소재였다. 현대에 와서 자살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물론 이 자살에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어떤 자살은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자살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단순히 삶에 비관하여 자살한 경우도 있으나 현재의 삶이 비참한 나머지 목숨을 끊었다면 그건 오히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자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자살에 관한 문화적인 요소들과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살 등을 고찰해보고 또 철학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나 또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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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자살에 대하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t****s | 2022.02.25

"자살" 단어는 존재하지만 그 말 자체가 금기시 되는 단어중 하나 아닐까 한다. 자살을 "찬성" 또는 "반대"로 놓고 이야기 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자살이라는 행위를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다. 그 자신의 선택이기에.

이 책은 그런 자살에 대하여, 철학으로 풀어가는 책이다. 참고로 저자가 자살을 옹호하거나, 찬성(?)하는 의미의 내용은 아니다. 자살에 대해 생각을 찬찬히 돌아보자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다음의 문구로 시작한다.

 

"우리 모두 죽을까요?

우리는 모두 죽을 거예요.

모두 죽어요, 우리는.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예정되어 있어요." - 영국 콘월 컨월로우 교회 묘지 비문

 

 

죽음이라.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단어, 그 중 자신이 그 죽음을 선택하는 자살.

고대에서 시작해 중세까지 정교일치 사회였고, 그 중심에 있었던 기독교는 인간의 삶은 신께서 주신것이며, 인간은 그 삶을 사용할 권리를 받았을 뿐, 그 목숨 자체에 대한 권리는 하느님만이 갖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살은 죄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고난과 고통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주요 논리다. 하지만, 15세기이후 과학과 유물론적 사고가 시작되면서, 인간 그 자체를 돌아보기 시작하며, 인간의 목숨은 자연이라는 넓고 광대한 것에 속해 있는 하나의 생물이며, 삶과 죽음은 같은 인간의 형태만 바뀌는 것일 뿐이라는 논쟁이 시작된다. 이에 라디카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지배계층이 피 지배계층에게 부여한 협잡이라고 말했다 한다. 와.우.

그 지배계층이 누구인지는 책을 통해서..(여기다 쓰면 웬지 무서운 일이 일어날것 같음..)

 

 

저자는 자살이 왜 죄인지를 역사적 배경을 통해 설명하면서, 자살에 대한 일부 생각들을 하나의 서브 주제로 삼아 하나씩 하나씩 반박한다.

"삶이 신이준 선물이라면", "죽음을 선택할 권리", "죽음이 더 낫다는 판단은 가능한가", "우울증과 사랑-증오" 등등 다양한 측면에서 하나씩 짚어보며, 반박하는 논리는 때로는 짜릿하고, 어떤 부분은 슬프다. 삶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가?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죽음은 비합리적이라는 증명이 가능한가?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면서, 우리는 그 판단을 어떻게 하는가?

"죽음이 존재하면 내가 존재하지 않고, 내가 존재하면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왜 걱정하겠는가?" p. 81

 

 

이런 자살을 말하며, 결론은 아이러니하게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가 자살이라는 단어를 통해 강한 염세주의에서 삶을 도출해내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지만, 한편 우리 사회에 어느 순간 들어선 단어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했다. 그 단어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으면서, 우리가 가장 힘든 순간에서 놓치 않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삶은 여기에 정지해 있고 우리가 끝없이 변화하는 무심한 회갈색 바다를 마주할 때, 속박, 자기연민, 불평 또는 보상, 빛나는 상(prize)에 대한 기대없이 그 무심함에 우리 자신을 부드럽게 열어둘 때, 그 순간만이라도 우리는 지속해온 것 그리고 지속할 것이 될 것이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종의 충분함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p.140

 

 

종교적이든 철학적이든 자살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금기시 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아있는 이들의 슬픔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고, 질병 등 우리가 그 사회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의한 죽음은 당시는 슬프겠지만,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의 한계이므로, 하지만 자살은 왜?! 였는지, 왜 우리 곁을 떠나야 했는지 남은 이들이 끊임없이 되새기게 만든다. 그의 그 선택이 아니였다면, 지금 내 곁에 있었을테니까. 그래서 그 선택을 원망하는 이들로 인해서 이지 않을까?!

 

 

나는 자살이 어떤 잘못된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선택이니까. 그것이 사회적 타살이든, 우울증으로 인함이든, 아니면 또다른 이유이든. 다만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기에, 선택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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