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김호연 저
백온유 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꼭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길 바라는 책이다.
"우리 생명은 신의 선물"이니까와 같은 비논리적인 말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바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에서는 자살에 대한 많은 논제를 하나씩 따지며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고, 사회적으로 옳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면서 자살에 대해 고유한 철학을 가능하게 한다.
자살 유서에 대해서도 따로 다룬 점이 좋았다.
최근 지인들과 유언장을 작성하는 모임을 가졌는데, 이 책을 읽고 유언장을 작성하니 더 풍부한 사고가 가능했다.
자살에 대한 철학자의 사유가 담긴 책.... 가벼우면서도 철학자의 사상을 훑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랫동안 자살은 금기되면서 또 사람을 매혹시키는 소재였다. 현대에 와서 자살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물론 이 자살에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어떤 자살은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자살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단순히 삶에 비관하여 자살한 경우도 있으나 현재의 삶이 비참한 나머지 목숨을 끊었다면 그건 오히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자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자살에 관한 문화적인 요소들과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살 등을 고찰해보고 또 철학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나 또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자살" 단어는 존재하지만 그 말 자체가 금기시 되는 단어중 하나 아닐까 한다. 자살을 "찬성" 또는 "반대"로 놓고 이야기 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자살이라는 행위를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다. 그 자신의 선택이기에.
이 책은 그런 자살에 대하여, 철학으로 풀어가는 책이다. 참고로 저자가 자살을 옹호하거나, 찬성(?)하는 의미의 내용은 아니다. 자살에 대해 생각을 찬찬히 돌아보자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다음의 문구로 시작한다.
"우리 모두 죽을까요?
우리는 모두 죽을 거예요.
모두 죽어요, 우리는.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예정되어 있어요." - 영국 콘월 컨월로우 교회 묘지 비문
죽음이라.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단어, 그 중 자신이 그 죽음을 선택하는 자살.
고대에서 시작해 중세까지 정교일치 사회였고, 그 중심에 있었던 기독교는 인간의 삶은 신께서 주신것이며, 인간은 그 삶을 사용할 권리를 받았을 뿐, 그 목숨 자체에 대한 권리는 하느님만이 갖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살은 죄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고난과 고통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주요 논리다. 하지만, 15세기이후 과학과 유물론적 사고가 시작되면서, 인간 그 자체를 돌아보기 시작하며, 인간의 목숨은 자연이라는 넓고 광대한 것에 속해 있는 하나의 생물이며, 삶과 죽음은 같은 인간의 형태만 바뀌는 것일 뿐이라는 논쟁이 시작된다. 이에 라디카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지배계층이 피 지배계층에게 부여한 협잡이라고 말했다 한다. 와.우.
그 지배계층이 누구인지는 책을 통해서..(여기다 쓰면 웬지 무서운 일이 일어날것 같음..)
저자는 자살이 왜 죄인지를 역사적 배경을 통해 설명하면서, 자살에 대한 일부 생각들을 하나의 서브 주제로 삼아 하나씩 하나씩 반박한다.
"삶이 신이준 선물이라면", "죽음을 선택할 권리", "죽음이 더 낫다는 판단은 가능한가", "우울증과 사랑-증오" 등등 다양한 측면에서 하나씩 짚어보며, 반박하는 논리는 때로는 짜릿하고, 어떤 부분은 슬프다. 삶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가?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죽음은 비합리적이라는 증명이 가능한가?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면서, 우리는 그 판단을 어떻게 하는가?
"죽음이 존재하면 내가 존재하지 않고, 내가 존재하면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왜 걱정하겠는가?" p. 81
이런 자살을 말하며, 결론은 아이러니하게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가 자살이라는 단어를 통해 강한 염세주의에서 삶을 도출해내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지만, 한편 우리 사회에 어느 순간 들어선 단어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했다. 그 단어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으면서, 우리가 가장 힘든 순간에서 놓치 않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삶은 여기에 정지해 있고 우리가 끝없이 변화하는 무심한 회갈색 바다를 마주할 때, 속박, 자기연민, 불평 또는 보상, 빛나는 상(prize)에 대한 기대없이 그 무심함에 우리 자신을 부드럽게 열어둘 때, 그 순간만이라도 우리는 지속해온 것 그리고 지속할 것이 될 것이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종의 충분함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p.140
종교적이든 철학적이든 자살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금기시 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아있는 이들의 슬픔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고, 질병 등 우리가 그 사회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의한 죽음은 당시는 슬프겠지만,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의 한계이므로, 하지만 자살은 왜?! 였는지, 왜 우리 곁을 떠나야 했는지 남은 이들이 끊임없이 되새기게 만든다. 그의 그 선택이 아니였다면, 지금 내 곁에 있었을테니까. 그래서 그 선택을 원망하는 이들로 인해서 이지 않을까?!
나는 자살이 어떤 잘못된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선택이니까. 그것이 사회적 타살이든, 우울증으로 인함이든, 아니면 또다른 이유이든. 다만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기에, 선택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