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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공저 / 이민아 역 / 박한선 감수 | 아카넷 | 2021년 10월 15일 한줄평 총점 8.6 (18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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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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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저자 친필 사인 인쇄본
국내 주요 매체 선정 2021년·2022년 올해의 책
책씨앗 선정 2022년 최고의 책
전국도서관대회 선정 2022년 사서 베스트 도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작
김영하 북클럽이 선정한 최초의 과학책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추천 도서
최재천, 강양구, 이원영, 은유, 정세랑, 하미나, 김겨울, 서미란, 엄지혜, 위다혜, 김경영 추천
유독 작가들로부터 사랑받은, 작가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킨 책

‘가장 간절한 순간’에 찾아온 ‘21세기 다윈의 계승자’가 쓴 ‘완벽한 책’!


정세랑 작가가 쓴 추천의 말처럼 “어떤 책은 그 책이 가장 간절한 순간을 골라 찾아온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한국어판은 2021년 7월 출간 이후 한국 독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누적 판매 10만 부를 넘어서며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2022년 가을, 한국을 방문한 브라이언 헤어 박사는 이를 ‘놀라운 사건’이라 말하며 다정한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출간된 지 두 해가 되어가지만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은 식지 않고 있으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한국 사회에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는 저자들의 친필 사인과 친필 메시지를 담았다. 박연미 디자이너는 엄유정 작가의 새로운 그림으로 ‘진화와 번성에 성공한 다정한 생명체’인 초록 식물의 메시지를 구현해냈다.

“한국어판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사람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그 범위를 좀 더 넓혀 진화와 번성에 성공한 다정한 생명체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엄유정 작가가 그려낸 초록의 둥근 잎과 교차하는 식물의 두 줄기가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듯하다. 그 인사에서 위로를 받는다. 같이 뻗어 나가는 식물의 가지처럼 우리도 다정하게 함께 나아가길 바라며.”_박연미, 디자이너의 말

목차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대한 찬사
추천의 글: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
1. 생각에 대한 생각
2. 다정함의 힘
3. 오랫동안 잊고 있던 우리의 사촌
4. 가축화된 마음
5. 영원히 어리게
6. 사람이라고 하기엔
7. 불쾌한 골짜기
8. 지고한 자유
9. 단짝 친구들
감사의 글
감수의 글: 우자생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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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지금까지의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

다정함을 무기로 삼아 번성해온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미래
분노와 혐오의 시대를 넘어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하다!


늑대는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개는 어떻게 개체 수를 늘려나갈 수 있었을까? 사나운 침팬지보다 다정한 보노보가 더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던 이유는? 신체적으로 우월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생존한 까닭은? ‘21세기 다윈의 계승자’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이에 대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이들은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고 말하는 한편, 친화력의 이면에 있는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비인간화 경향도 포착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 또한 교류와 협력이 기반이 된 친화력이다. 우리 종은 더 많은 적을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만듦으로써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읽는 자가 살아남는다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20쪽)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적자생존’은 사실 다윈이 고안한 표현이 아니다. 다윈은 생존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적자가 되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히려 다윈 이후의 생물학자들이 자연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해왔던 것이다. 헤어와 우즈는 적자생존을 일컫는 ‘Survival of the Fittest’를 변형한 ‘Survival of the Friendliest’를 책의 원제로 삼고,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생존의 필수 요소는 ‘친화력’으로, 이는 나와 다른 상대방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특히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헤어는 해마다 개체 수가 늘어가는 개에게서도 이 능력을 발견한다. 그는 먼저 자신의 반려견인 오레오와 함께 손짓 실험 놀이를 진행하는데, 실험은 간단하다. 한쪽에만 먹이를 숨긴 컵 두 개를 놓고 헤어가 손짓으로 먹이가 든 컵을 가리켰을 때, 오레오가 정말로 손짓의 의미를 이해하고 먹이를 찾아내는지 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오레오는 빠르게 달려가 먹이를 찾아낸다. 오레오뿐 아니라 다른 개들과도 변형된 실험을 여러 차례 시도한 뒤, 헤어는 개들이 손짓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같은 실험을 보노보와 침팬지에게 시도했을 때, 친화력이 좋은 보노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시선의 의도를 파악해 먹이를 찾아내지만 친화적이지 않은 침팬지는 계속해 실험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손짓과 몸짓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종이 바로 사람이다. 사람 아기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부모와 눈을 마주치고, 손짓과 몸짓의 의도를 파악한다. 사람에게는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이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 종은 “지구에서 가장 정교한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타인과 마음으로 소통함으로써, 우리 종은 감정반응을 조절하고 자기통제력을 갖추며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다정하게

“우리 종이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 우리의 정의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36쪽)

친화력은 모든 가축화된 종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질이다. 개는 가축화되었지만 늑대는 가축화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이 늑대를 의도적으로 가축으로 번식시켜 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는 스스로 가축화된 종이다.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던 친화력이 좋은 개는 수렵채집인 거주지 근처에서부터 사람들의 배설물을 먹으며 살아남았고, 이렇게 친화력이 좋은 개들 사이에서만 일어난 번식으로 이들은 사람과 더 친화적인 동물로 변하게 되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여러 가축화징후(탈색, 펄럭이거나 작아진 귀, 작은 이, 온순함, 작은 뇌, 더 잦은 번식주기 등)다. 이런 가축화징후는 홀로 살아남은 사람 종인 호모 사피엔스에게서도 나타났는데, 이는 곧 사람도 가축화되었음을 뜻한다.

친화력이 상승한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연결망을 확장했고 기술 혁신을 이루어냈으며, 개선된 기술로 더 많은 양식을 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구밀도가 높아진 집단은 또다시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하지만 기술 혁신만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종은 ‘집단 내 타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범주도 만들어냈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 같은 동호회 사람이면 우리 집단이라고 인식한다. 우리는 공통의 사회규범을 공유하는 타인도 같은 집단의 사람으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서로를 돕는다. 이런 ‘집단 내 타인’을 향한 친화력은 집단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타인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결속시킨다. 이렇게 “우리 종은 집단 구성원의 정의를 확장”시키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포용력이 높은 보노보뿐 아니라 그 어떤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친화력의 이면에 자리하는 공격성과 혐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32쪽)

내집단을 향한 친화력 상승은 외집단에 대한 편견을 공고히 하고 외집단 구성원을 배제하기도 한다. 마치 개가 자신의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면 짖는 현상과도 같다. 자신의 집단, 가족에 위협이 되는 외집단이 등장하면 우리 뇌에서는 ‘마음이론’ 활동을 담당하는 부위의 활동이 둔화된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약해지면 공감능력은 사라지고 쉽게 상대방을 비인간화할 수 있다. 친화력이 있던 자리에 공격성과 혐오만 남는 것이다.

헤어와 우즈는 ‘유인원화’와 ‘상호적대감’을 이 현상의 예시로 든다. 유인원화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다른 집단 사람을 ‘사람 이하의 유인원’으로 비유하는 것을 말한다. 크테일리의 연구에 따르면, 백인들은 흑인과 아시아인이 유인원에 더 가깝다고 보며, 헝가리인에게는 롬인(집시)이, 테러 직후 영국인에게는 무슬림이 자신들보다 유인원에 가깝다고 여긴다. 친화력의 이면에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상호적대감이다. 서로의 집단에 대해 비인간화가 진행되면, 내집단을 비인간화하는 외집단에 대한 ‘보복성 비인간화’가 발생하고, 이로써 집단 간의 갈등이 더욱 심해진다. 이는 현재 인종, 국가뿐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에서는 ‘사회지배 성향’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로 구성된 대안우파가 출현하고 있는데, 내집단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지배 성향의 사람들과 외집단에게는 혐오로 대응하는 우파 권위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이러한 상호적대감을 바탕으로 더욱 심한 비인간화를 일삼고 있다.

양극화의 대척점에 선 인류의 미래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300쪽)

이 책은 증오를 부추겨 권력을 쥔 트럼프 시기에 쓰였다. 트럼프가 멕시코의 “국경 장벽은 저 짐승들로부터 보호해줄 동물원 담장 같은 것”이라고 말했을 때, 민주당 의원이었던 일한 오마는 “원숭이가 높이 올라갈수록 보이는 것은 엉덩이뿐이다”라며 앙갚음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연설이 있고 몇 주 뒤에는 급진 좌파 단체인 안티파 시위자들이 우파 연설가에게 항의하기 위해 집결했다. 화염병에 불을 붙이고 유리창을 깨며 이목을 집중시킨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성공한 듯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에 따르면, 상대방을 외집단으로 규정짓고 그 집단을 비인간화하거나 폭력시위를 감행하는 일은 “효과를 볼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에 따르면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외집단을 비인간화할 때, 상대방에게 최악의 폭력 행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거나, 혐오감을 느끼는 언어로 묘사하는 것도 가장 위험한 형태의 ‘증오언설’이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답은 바로 접촉과 교류다. 교류가 잦을수록 내집단의 구성원이 위협받을 때 나타나는 ‘보복성 비인간화’의 순환 고리를 ‘보답성 인간화’로 변화시킬 수 있다. 대안우파의 사람들이 동성애자, 흑인 재소자, 이민자, 노숙자 등 소수자와 접촉할수록 관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거나, 제2차 세계대전에 유대인의 생존을 도왔던 유럽인들 대부분이 전쟁 전 유대인과의 긴밀한 관계였다는 점을 보았을 때도, 접촉과 교류는 비인간화와 배척, 그리고 혐오를 줄일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지옥도’를 보는 듯하다. 지지하지 않는 정당과 집단에 대한 비난과 비인간화가 심각하고, 젠더 갈등의 정도는 더 심해지고 있다.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은 혐오의 언어를 쏟아내며 양극화를 주도한다. 공론장에서는 거칠고 날 선 혐오의 말만 들린다. 마치 서로가 최적자가 되려는 ‘적자생존’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너를 제압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기계발과 각자도생의 메시지가 학교와 기업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으며 분노로 일관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음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정함으로 대응해야 한다. 만나고,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 나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지 않고 교류와 접촉의 기회를 열어보는 것. 과거의 인류가 그래왔듯, 다정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종이책 회원 리뷰 (117건)

구매 [도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f*******7 | 2023.05.11
다정함 혹은 친밀함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람이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며, 익숙해지고 발전하는 현상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책으로 결국은 교류와 친밀함의 사회적 제도성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다.  [수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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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23-20] 비인간화와 배척, 그리고 혐오를 줄이기 위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w******f | 2023.05.10

진화(進化)와 적자생존(適者生存)

 

진화(進化)’라고 하면 ‘나아갈 진 進’이라는 한자 표기 때문인지 뭔가 ‘이전보다 나아진 것’, 즉 진보(進步)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제국주의자들이 사회진화론을 내세워 그들의 침탈을 정당화했을 때 이를 부정하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동조한 이들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진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일까? 나는 진화가 환경변화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 하나의 종(種)이 가진 가능성 중 어느 하나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 진화를 해석한다면, 진화는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진화론에서 얘기하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은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 즉 적자(適者)가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누가 적자(適者)인가?

 

일반적으로 허버트 스펜서가 제시한 ‘적자생존’은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종[適者, the fittest]이 살아남는다[生存, survival]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에 의하면, 언젠가부터 ‘적자(適者)’의 개념이 ‘신체적 적자’와 동의어가 되었다고 한다. 즉, ‘적자생존’이 힘이 쎈 강자가 힘이 약한 약자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약육강식’의 논리로 인식되었다는 얘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데 사용되었던, 유사과학인 ‘사회진화론’이 바로 그런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저자들이

 

인간의 본성은 어차피 글러 먹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적자생존을 법칙으로 믿는다면, 강한 자가 살아남고 약한 자는 사라지며 사람은 누구나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하는 존재라고 믿는다면, 특히 더 그렇게 느낄 것이다. 자연계를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종이 다 그렇다고 믿게 되었다. [p. 11]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미국 등 ‘서양’에서는 여전히 그런 사고가 만연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적자(適者)를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最適者)라고 보는 것부터 이해가 안 된다. 다들 알다시피 백악기 시절의 강자였던 공룡,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육상동물의 하나로 꼽히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한 육식공룡들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다. 만약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적자라면 백악기 대충돌 이후에도 생존한, 두발로 서서 걸었고 깃털을 가진, 수각류(獸脚類) 공룡에 속한 ‘새’가 레페노마무스(Repenomamus)나 디델포돈(Didelphodon) 같은 포유류보다 유력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포유류가 진화의 승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저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그렇게 오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21세기 다윈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저자들은 다윈의 원래 주장으로 돌아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種)은 더 많은 적을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만듦으로써 살아남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다윈을 위시하여 그의 뒤를 이은 많은 생물학자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p. 20]

 

물론 다윈에 했다는 저 말은 진화의 모든 경우에 친화력 혹은 다정한 것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백악기의 소행성충돌 이후 수각류(獸脚類) 공룡 계통인 ‘새’만 생존한 것도 수각류 공룡이 브라키오사우루스나 티타노사우루스와 같은 용각류(龍脚類) 공룡이나 스테고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 등의 합치류(?齒類) 공룡보다 다정했기 때문은 아닐 테니까.

 

어쨌든 저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로 늑대는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개는 어떻게 개체 수를 늘려나갈 수 있었을까? 사나운 침팬지보다 다정한 보노보가 더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던 이유는? 등의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인류의 번성이라는 환경변화에 개과 동물이나 유인원이 적응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친화력의 명암(明暗)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p. 29]

 

친화력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를 통해서 진화했다.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다. 가축화징후 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 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난다.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이 모든 무관해 보이는 변화는 발달과 관련이 있다. 가축화된 종과, 이들과 조상은 같지만 야생으로 남아 있는 더 공격적인 종은 뇌와 신체가 다르게 발달한다. 놀이처럼 사회적 유대를 도모하는 행동의 경우, 야생의 친척 종보다 가축화된 종에게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나고 더 오래, 대개는 성인 또는 성체가 될 때까지 유지된다. [p. 31]

 

드미트리 벨랴예프(Dmitry Belyaev, 1917~1985, 이하 ‘벨랴예프’)와 그의 제자 류드밀라 트루트(Lyudmila Trut, 1933~ )의 야생 여우 가축화 실험은

 

사람에게 친화적인 동물이 더 높은 번식 성공률을 보일 때 가축화가 발생한다는 공식 [p. 70]

 

을 이끌어 냈다. 이 말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種)이 진화의 변수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가축화가 사람에게 쓸모 있는 희귀종에게서만 발생했음을 시사했던 다른 실험 모델들과 달리, 벨랴예프의 연구는 개체의 밀도가 높아지면 개체들 사이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대규모의 자기가축화라는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보았다. 이 사건은 선택압의 강도, 개체 규모, 그리고 야생 개체군과 가축화 개체군의 유전자 격리에 따라서 아주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 두려움을 매력으로 대체함으로써 생존하는 데 사람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라도 살아남을 뿐 아니라 번성하게 될 것이다. [pp. 83~84]

 

결론적으로 인간은 친화력으로 진화의 승자가 되고, 또 다른 종(種)도 인간과의 친화력을 키워 ‘자기가축화’되는 방법으로 번성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보다 정확하게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種)은 자기가축화 과정이 시작될 때부터 극도의 자제력을 지녔던 유일한 종(種)이었기에 극도로 문화적인 종(種)이 탄생, 진화의 승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사람의 자기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p. 123]

 

이 친화력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동물과 달리 ‘집단 내 타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범주도 만들어냈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리 집단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같은 스포츠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 같은 동호회 사람이면 우리 집단이 되며, 십자가 목걸이 하나로 우리 편으로 여기기도 한다. 우리가 자신을 꾸미는 방식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다른 구성원들에게 같은 편임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는 집단 내 타인을 위해서 기꺼이 돌봄을 제공하고 유대를 맺으며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 중략 ~

사람은 같은 낯선 사람이라도 이왕이면 자신과 같은 집단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돕고 싶어 한다. 나와 같은 소속임을 그 낯선 사람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특히나 더 도우려고 한다. [pp. 158~159]

 

이런 ‘집단 내 타인’ 혹은 ‘내(內)집단’을 향한 친화력은 집단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타인들을 결속시킨다. 동시에 외(外)집단에 대한 경계와 배제도 강화시키게 된다.

누어 크테일리(Nour Kteily)의 연구에 따르면

 

외집단에 대한 비인간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그들이 먼전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인식이었다. 이것을 보복성 비인간화(Reciprocal Dehumanization)라고 한다. [pp. 193~194]

 

이렇게 ‘보복성 비인간화’가 발생하면 집단 간의 갈등이 더욱 심해진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펄럭이는 귀나 얼룩이 있는 털 같은 신체적 변화와는 달리 이 부산물은 실로 가공할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위협으로 여겨질 때, 그들을 우리 정신의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는 것이다. 연결감, 공감, 연민이 일어날 수 있던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메커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연결해주는 이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p. 226]

 

결국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진화의 승자가 적자(適者)가 아니라 다정한 자’라는 주장이 아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내(內)집단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지배 성향의 사람들과 외(外)집단에게는 혐오로 대응하는 우파 권위주의 성향의 사람들에 의해 보복성 비인간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진화론을 끌고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저자들의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에서 언급한 접촉과 교류를 통해 비인간화와 배척, 그리고 혐오를 줄이자는 얘기다.

 

그래서 저자들도 이 책을 자신의 개 오레오와의 얘기로 끝마치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레오와 나눈 우정과 사랑으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p.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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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p******e | 2023.05.03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귀여운 표지와 제목 때문에 친근하게 접근했는데 초반 전혀 다정하지 못한 내용 때문에 진입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알게 된 후로는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약육강식이라는 걸 어려서부터 세뇌당하다시피 들었는데 사실은 다른 개체들과 협력하고 또 어려 보이고 약해 보이는 척 하는 개체들이 더 잘 살아남는다는 게 살짝은 충격이었습니다.
종반의 유색인종이 원숭이 같다는 백인의 관점을 읽고 속으로 좀 웃었어요.
항상 제 맘속으로(완전 제 개인적인 생각) 백인들이 털이 많아 진화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존경하는 분이 추천해주신 책이라 기쁜 맘으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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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5건)

구매 [eBook]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z*****2 | 2023.05.06

이 리뷰는 아카넷 출판사에서 출간된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작가님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과학분야의 책 중에서 가장 따뜻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상시에 관심 있던 주제였던 부분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고르게 됐는데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얼마나 왜곡되서 사용되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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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하~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오***스 | 2023.02.11
하~도 약육강식, 약육강식이라며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냉철한 분석가인 척하지만 실상 강자는 아닌 자신이
괴롭고 화나는데 상대적 강자한테는 움츠러드니까
상대적 약자에게 화풀이를 하는 사람이나,
단지 자신보다 덜 강한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우월감에 젖어있는 사람이 보면 비웃을 책이다.

"원숭이가 높이 올라갈수록 보이는 것은 엉덩이뿐이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이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저는 어린이들에게 동물에게 친절하라고 가르칩니다."
안드레는 이렇게 답했다."그러면 어린이들이 서로에게도
친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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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죠*디 | 2023.02.05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리뷰입니다. 전 대통령님의 추천을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기적 유전자의 소프트한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인 우리, 그리고 생태계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진화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다정함'이 어리석은 것으로 폄하되는 시대에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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