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데이비드 발다치 저/허형은 역
피터 스완슨 저/노진선 역
리러하 저
히가시노 게이고 저/최고은 역
이시우,김동식,허정,전건우,조예은,남유하 공저
29살이라서 아홉수 가위라는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 읽어보게 되었다. 여러 소설이 엮여있는데 그중, 아홉수 가위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죽기로 결심한 청년인 주인공이 할머니와 어릴적 살았던 시골집으로 내려간다. 그 시골집은 귀신이 나온다는 흉흉한 소문때문에 오랫동안 찾아오는 이 하나 없고 , 그렇다고 재개발이 되지도 않는 낡은 집이다. 주인공은 그런 낡은집을 공들여 청소한다. 이 집에는 말도 많고 식탐도 많은 귀신이 산다. 청년은 이 귀신과 친구가 되어 결국 삶에 대한 의지를 찾는다. 이 귀신은 알고보니 할머니의 둘도없는 단짝 친구였다. 아무리 힘들고 각박한 세상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믿고 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독특하고 기묘한 재미의 이야기 네 편이 실려있다. 각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힘듦을 꾹꾹 눌러담으며 견다고 버텨내다 어떠한 계기를 통해 폭발해버린다.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쌓인 것들이 분출되었을 때 작품을 읽는 재미와 통쾌함이 동시에 터진다. 그리고 그 후에는 등장인물들이 다시 새로운 성장을 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끝에 이르러선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늘 위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나에게 약간의 대리만족과 심심한 위로를 안겨준 작품집.
첫번째 단편, 1호선에서 빌런을 만났습니다
1호선 특유의 풍경, K-장녀, 직장 내 차별과 성희롱, 그리고 몰래카메라까지 불편한 소재들이 한데 묶여 숨이 막힐 지경. 기어이 무슨 일이 터질지 궁금해하며 이야기를 꾸역꾸역 삼켜나가고 있자니 씨앗 하나가 침투한다. 이 씨앗이 이 소설 속의 어두운 기운을 좀먹으며 기어이 일을 친다.
두번째 단편, 아주 작은 날갯짓을 너에게 줄게
날개를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 본 작품에 실린 단편들 중 가장 판타지성이 짙다. 신비롭지만 불안한 빛을 띈 이야기는 학교 내의 불편한 진실을 타고 더욱 긴장감있게 전개된다. 불안함과 분노가 계속 쌓이며 조마조마하다가 결국 발현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세번째 단편, 아홉수 가위
아홉수에 얽힌 부정적인 미신을 이제서야 믿고 싶다고 할 정도로, 현실에 지쳐 삶의 의미를 잃은 주인공. 죽기로 결심하고 돌아가신 할머니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뒤로 계속 가위에 눌리다가 결국 그 가위의 본체와 마주한다.
네번째 단편, 어둑시니 이끄는 밤
어릴 적 겪은 사건으로 인해 동네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는 소년.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이 필요하다. 어느 날 동네를 떠났던 송 씨네 아들이 돌아와 편의점을 열고,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지만 멸시는 그곳에서도 이어진다.
아홉수다. 지옥처럼 괴로운 일이 가득해 아홉수라면, 인생의 대부분이 아홉수다. 그러니 이 스물아홉의 여름도 언젠간 평범하게 지나간 과거의 일부가 되리라. 조금만 더 견디자. 견뎌야 할 일만 견디는 날을 보내자. (101P)
단편집을 읽는 내내 강렬하게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특히나 분노가 아주 노골적입니다)들로 조금 힘겨웠는데, 후기를 보니 내러티브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이 출판사와 함께 기획한 주제였다고 해서 바로 이해했습니다ㅋㅋ 제가 의도를 제대로 전달받았네요ㅋㅋ
개인적으로는 표제작인 <아홉수 가위>와 <어둑시니 이끄는 밤>이 마음에 들었어요. 전자는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속시원한 귀신 이야기라서 좋았고, 후자는 씁쓸함이 가미된 스릴러 성장물이라 여운이 강했어요. 전자는 친구에게 두루두루 권하고 싶은 소설이라면 후자는 그냥 은밀하게 혼자 좋아할 취향작이랄까ㅋㅋ 저와 같은 취향의 친구라면 후자도 같이 좋아해주겠죠.
폭발은 그저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다. 변화는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성범죄를 저지른 자가 버젓이 승승장구하는 직장, 도박판을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잡혀 있는 학교, 귀신이 나온다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시골집, 밤 9시 이후에 다니면 살해당한다는 소문이 도는 골목길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른 의미를 품은 공간으로 변모한다. 옛 세계가 허물어진 자리에 새로운 세계가 들어서는 것이다. 공간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이 달라졌기에 일어난 일이다. 기왕 특별해졌으니 뽐낼 법도 한데, 그들은 이능력으로 영웅이 되려 하지 않는다. 타인의 이형을 우러러보지도 않는다. 그저 달라진 환경 안에서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려 애쓴다. 통쾌한 환상에 한 발을 걸치고도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는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둑시니 이끄는 밤〉에서 재희의 형이 이야기한 ‘어둠을 마주 보며 어른이 되어’ 간다는 말의 의미가 마음속에 깊이 스며든다.
범유진님의 아홉수 가위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100퍼센트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 구입을 한 책입니다.
개인적 감상이고 스포가 약간 있을 수 있는 걸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단편집을 좋아하기 때문에 페이백 행사를 통해 저렴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와는 조금 떨어진 연령대의 이야기라 그런 점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읽을만한 글이었어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 번째 책 『아홉수 가위』는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3관왕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범유진 작가의 단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