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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로 읽는 세계사
윤덕노
대원씨아이/2021. 11.15
간식이나 디저트로 매일 먹는 과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과일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많이 먹는 과일 25종에 대해 원산지와 전파경로는 물론 역사적인 의미나 에피소드까지 여러 가지를 소개한다. 저자 윤덕노는 성균과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 신문기자를 거쳐 음식문화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음식 잡학사전>출간을 계기로 음식의 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저서로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전쟁에서 건진 별미들>, <음식이 상이다> 등 다수가 있다.
<과일로 읽는 세계사>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로 ‘과일, 그 천일야화’에서는 수박, 참외, 멜론, 파인애플, 딸기, 블루베리, 배, 감 등의 과일에 얽힌 이야기와 전파 경로 등을 소개한다. 두 번째로 ‘과일 이름에 담긴 비밀스런 역사’에서는 코코넛, 토마토, 복숭아, 살구, 자두, 매실, 체리, 앵두, 바나나 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일이 만든 뜻밖의 역사’에서는 오렌지, 레몬, 귤, 석류, 망고, 포도, 사과 등의 역사적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과일로 읽는 역사, 과일이 바꾼 세계사 역시 독자들에게 색다른 지식 디저트 혹은 지식 군것질이 됐으면 좋겠다. 과일에 얽힌 역사 이야기야 알면 좋고 몰라도 그뿐이겠으나 일단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p.6)”고 말하며, 또한 상식의 폭이 넓어지는 기회, 사물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
수박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다. 아랍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북아시아에 전해졌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수박은 고려 때 홍다구가 처음 개성에 심었다고 적었다. 홍다구는 몽고에 투항한 고려인으로, 고려 주둔 몽고군 장수로 와서 삼별초의 난을 진압하고 일본 정벌을 감독했던 인물이다.(p.18)” 홍다구가 왜 개성에 수박을 심었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수박은 사막 지역에서 여행객들이 물통 대신 휴대했던 열매였고, 군대에서 수통 대신 키웠던 식물이었다. 이른바 전략물자였다는 점에서 홍다구가 고려 땅에 수박을 심은 까닭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민들의 여름식량 참외
참외는 양식으로 대신 먹었을 정도로 친숙한 과일이었다. 옛날 토종 참외는 종류도 다양했다. 지금은 개량 참외가 보급되면서 거의 사라졌지만, 근대 잡지 <별건곤>을 보면 잊혀진 우리 토종 참외의 종류와 명산지가 실려 있다. “잡지에 실린 참외 종류는, 알록달록한 개구리참외, 겉이 노란 꾀꼬리참외, 색깔 검은 먹통참외, 속이 빨간 감참외, 모양 길죽한 술통참외, 배꼽이 쑥 나온 배꼽참외, 유난히 둥그런 수박참외가 있다. 쥐똥참외도 있는데 야생종으로 맛이 없어 아이들이 먹지 않고 장난감으로만 가지고 놀았다.(p.38)”고 한다. 밭에서 처음 딴 첫물 참외는 북치라고 불렀고 두 번째 딴 참외는 개똥참외라고 했다. 이 참외는 사람들이 먹고 버린 참외 씨에서 저절로 싹이 나 열매를 맺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나 실상은 개똥참외가 아니라 똥참외다.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과일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역사속 사실들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동서양사는 물론이고 각종 저서나 민담에 담긴 과일에 얽힌 사연을 파헤쳐 하나로 정리한 기자정신과 호기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기자출신인 저자는 25가지 과일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을 정리해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마트에서 사서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만 과일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존재한다. 오늘날의 단맛을 가져오기까지 수많은 종자개량이 있었고, 동서양간 교류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맛볼 수 있는 과일이 되기도 하였다. 때로는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보호받기도 했고, 신화와 전설속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권력자의 착취대상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사연들을 가진 25가지 과일을 통해 역사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수박 이야기로 역사 돌아보기를 시작한다. 세종대왕과 궁궐 주방을 담당 내시간의 수박에 얽힌 사연을 지금의 시각에서 읽으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시가 수박 한 통을 훔치다 들키자 세종은 곤장 100대를 때리고 경상도로 유배 보냈다고 한다. 수박이 뭐 그리 대단했기에 그랬을까?
그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면 이해가 간다.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말이었다고 하는데 수박이 오늘날 수박이 아니고 금덩어리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에서 가져왔다는 파인애플도 그 당시에는 개당 천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 최고급 과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파인애플은 시간당 렌트해 사용하고 돌려주는 귀한 존재의 위상을 가졌다고 한다. 재배기술과 수송, 보관기술이 향상되어 언제 어디서나 싸게 먹을 수 있는 지금 상황과는 딴판인 세상 이야기이다.
과일의 역사는 전세계 교류의 역사를 반영한다. 이 책에 소개된 귀한 과일들의 역사를 찾아가면 전 세계를 여행하며 교류하던 역사의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또한 과일이 역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 경우도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오렌지와 레몬, 바나나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아시아가 원산지였다가 유럽으로 전해진 과일이다.
오렌지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벌게 해 결과적으로 르네상스를 주도하게 만든 주인공이며, 레몬은 괴혈병을 막게 해 먼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되어, 유럽 열강의 식민지 정책이 가능하게 만든 수훈을 세웠다는 것이다. 바나나는 동남아가 원산지인데 아랍 상인과 15세기 포르투갈 무역상들에 의해 중미 카리브해까지 퍼지게 됐는데, 훗날 거대 자본에 의한 착취의 역사를 대변하는 암울한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고 소개한다.
그 외에도 도원결의 사연을 담고 있는 복숭아,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와 같은 미인들이 좋아했다는 석류, 국부의 원천이었던 포도 등 과일과 관련된 다양한 사연들이 소개된다. 어찌 보면 몰라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이런 지식들을 저자가 파고들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지식의 디저트로 과일의 역사를 이해하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아무튼 엄청난 자료를 바탕으로 과일의 역사를 정리한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세계사는 방대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다양한 소재로 엮은 책들을 골라서 읽게 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이렇게 접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에도 비슷하지만 음식으로 세계사를 읽었다면 이번에는 과일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과일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먼저, 재미 있다. 상식이 늘어간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책에 자주 손이 간다. 그거 하나면 됐다. 나름의 의미를 찾았고 꽤 괜찮은 수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