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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의식

시몬 드 보부아르 저/함정임 | 현암사 | 2021년 12월 1일 한줄평 총점 0.0 (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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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년 제 3차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선정작입니다.

보부아르가 기록한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

평생의 연인이자 지적 동반자,
한 세계를 완벽히 공유했던 이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며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작가, 노벨문학상을 거절한 레지스탕스,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본이었던 사르트르. 그리고 보부아르의 평생의 연인. 이 책은 그가 죽기 전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을 기록한 이는 그와 평생을 같이 한 동반자이자 사르트르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시몬 드 보부아르다. 21살에 사르트르를 만난 보부아르는 그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지만 결혼이라는 사회적 관습에 자신을 묶고 싶지 않았다. 당시 부부 관계에서의 아내와 남편이 아닌 동등한 동반자로서 함께하고 싶었던 그들은 계약결혼이라는, 그때는 물론 지금으로서도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맺기로 한다. 처음 2년의 유효기간으로 시작한 계약은 이후 51년간 사르트르가 죽기 전까지 지속된다. 『작별의 의식』은 그렇게 어떤 법적, 사회적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선택했던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을 기록한 책이다. 동시에 그들이 함께 살았던, 20세기 가장 역동적이었던 한 시대를 마감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의 첫 독자이자 편집자 역할을 했고, 사르트르는 보부아르를 자기 책의 검열관, 인쇄허가자라고 불렀다. 노년의 사르트르가 시력을 잃자 보부아르는 그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면서 눈이 되어준다. 사르트르가 죽고 난 후 세상에 나온 이 책 『작별의 의식』이 사르트르가 보지 못한 보부아르의 유일한 저작인 셈이다. 1982년 이 책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으나 당시 반공 이데올로기가 첨예하던 상황에서 검열 때문이었는지 삭제된 부분들이 있었고, 현지 답사가 원활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고유명사들이 불분명한 경우들이 있었다. 이번에 소설가 함정임의 번역으로 다시 40년 만에 재출간하면서 빠진 부분을 다시 채워 넣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행적을 꼼꼼하게 보완해서 두 사람이 살았던 당시 사회를 더욱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목차

들어가며
1970년
1971년
1972년
1973년
1974년
1975년
1976년
1977년
1978년
1979년
1980년
옮긴이의 말
작고 싱싱한 꽃이 날마다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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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시몬 드 보부아르 (Simone de Beauvoir)
1908년 1월 9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1913년 엄격한 가톨릭 학교인 데지르 학원에 입학해 수학하고, 1926년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3년 후에는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2등으로 합격하고, 1등으로 합격한 장폴 사르트르를 처음으로 만나 그와의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이 만남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일이 되었다. 두 사람은 평생을 연인이자 사상을 공유하는 지적 동반자로 살아갔다. 이후 1931년 마르세유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 루앙과 파리를 거쳐 1943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소... 1908년 1월 9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1913년 엄격한 가톨릭 학교인 데지르 학원에 입학해 수학하고, 1926년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3년 후에는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2등으로 합격하고, 1등으로 합격한 장폴 사르트르를 처음으로 만나 그와의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이 만남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일이 되었다. 두 사람은 평생을 연인이자 사상을 공유하는 지적 동반자로 살아갔다. 이후 1931년 마르세유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 루앙과 파리를 거쳐 1943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 『정신적인 것의 우위(Primaute du Spirituel)』를 완성하지만 1979년이 될 때까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다. 1943년 『초대받은 여자(L’Invitee)』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해, 1945년 사르트르가 잡지 [현대(Les Temps Moderns)]를 창간하자 그 일에 협력하며 실존주의 문학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독일에 대한 레지스탕스의 저항을 그린 『타인의 피(Le Sang des Autres)』(1945), 죽음과 개인의 문제를 취급한 『인간은 모두 죽는다(Tous les Hommes sont Mortels)』(1946)를 연달아 발표하고, 1954년에 출간한 『레 망다랭(Les Mandarins)』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다.

이 밖에도 소설 『아주 편안한 죽음(Une Mort Tres Douce)』(1964), 『아름다운 영상(Les Belles Images)』(1966), 『위기의 여자(La Femme Rompue)』(1967) 등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이어 간다. 또한 평론 · 기행문 등을 꾸준히 발표하여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가 중 한 사람이 되었으며 철학적 글쓰기의 대표작인 1949년에 발표한 『제2의 성』은 역사적 · 철학적 · 사회적 · 생리적 분석을 통해 여성문제를 고찰한 작품으로, 전 세계 페미니즘 운동의 참고 도서가 되었고, 이후 『특권(Privileges)』(1955), 『노년(La Vieillesse)』(1970) 등 다수의 철학적이고 논쟁적인 에세이를 집필했다.

사르트르 사후 그의 말년을 기록한 『작별 의식(La Ceremonie des Adieux)』(1981)과 생전 그에게서 받은 수많은 편지를 엮은 책 『비버에게 보내는 편지(Lettres au Castor)』(1983)를 출간했다. 1986년 4월 14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사르트르와 함께 [현대(Les Temps Moderns)]지의 편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편, 알제리 독립이나 낙태 합법화 등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주요 저서로 『얌전한 처녀의 회상』, 『나이의 힘』, 『사물의 힘』, 『결국』 등 자서전과 소설 『초대받은 여자』, 『제2의 성』, 『레 망다랭』, 『대장정 : 중국에 관한 에세이』, 『인간은 모두 죽는다』, 『실존주의와 국가의 지혜』, 『거물들』, 『노년』 등이 있다.
역 : 함정임 (咸貞任)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불문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 재직중이다. 대학에서 프랑스 시와 현대 부조리극에 경도되었고, 거리와 광장보다는 도서관과 지하 소극장을 전전했다. 그때 대학 문학상에 시가 가작으로 뽑히는 바람에 제도권 문학지의 청탁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문학지의 기자가 되었다. 그 후 계간지 편집장과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일하며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문 편집했고, 프랑스 대사관 도서과에 다년간 협력했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에 ...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불문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 재직중이다. 대학에서 프랑스 시와 현대 부조리극에 경도되었고, 거리와 광장보다는 도서관과 지하 소극장을 전전했다. 그때 대학 문학상에 시가 가작으로 뽑히는 바람에 제도권 문학지의 청탁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문학지의 기자가 되었다.

그 후 계간지 편집장과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일하며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문 편집했고, 프랑스 대사관 도서과에 다년간 협력했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에 장편소설을, 인터넷 서점 예스24 웹진 '북키앙'에 미술 에세이를 연재했다. 2004년 한신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밤은 말한다』, 『동행』, 『행복』, 『당신의 물고기』, 『아주 사소한 중독』,『버스, 지나가다』,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당신의 물고기』, 『네 마음의 푸른 눈』, 『춘하추동』,『저녁식사가 끝난 뒤』, 번역서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실베스트르』를 펴냈고, 산문집 『하찮음에 관하여』, 『하찮음에 관하여』를 냈다. 그리고 유럽묘지예술기행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파리기행 『인생의 사용』, 미술에세이 『나를 사로잡은 그녀, 그녀들』, 에세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을 출간했다.

출판사 리뷰

“난 당신을 많이 사랑하오. 나의 카스토르.”
- 사르트르가 죽기 전날 보부아르에게

파리 라스파이유 거리에 있는 보부아르의 아파트 서재는 사르트르가 살았던 아파트와 지척이었고, 둘은 늘 그곳에서 함께 읽고 글을 쓰고, 작업했다. 사르트르는 줄기차게 공부하고 쓰고 행동하는 보부아르를 늘 부지런하게 일하는 비버(프랑스어로 카스토르)에 빗대어 ‘카스토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사르트르는 첫 소설 『구토』를 ‘카스토르에게’ 헌정했다.
사르트르에게 있어 보부아르와 같이 책을 읽는 것, 대화를 나누는 것, 그리고 산책을 하는 것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특히 노년의 사르트르에게는 그것이 세상을 접하는 가장 큰 통로였다. 죽음을 앞두고 눈이 잘 보이지 않던 그의 옆에는 그날의 신문, 잡지, 책을 읽어주며 사회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연인이자 동료 보부아르가 있었다.

사르트르는 나와 함께 아주 천천히, 긴 산책을 했다. 한번은 그가 내게 물었다.
“이렇게 느리게 걷는 동반자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그가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뻤다.
- 212쪽

그들은 그토록 오랜 세월을 함께했음에도 평생 경어체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이 책에서도 줄곧 서로에게 정중하게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서로의 생각을 묻고 의견을 나누는 그들의 대화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보여준다.
또한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부분은 지식인으로서의 사르트르의 모습이다.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의미하는 앙가주망engagement이라는 개념을 처음 책에서 이야기한 것이 바로 사르트르였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두 사람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당대 첨예한 사안마다 거리로 달려 나가 민중들 속에서 메가폰을 들고 함께 행진하며 투쟁한다. 사르트르가 죽기 직전까지도 전 세계에서 지지를 요청하는 호소문과 항의문이 왔고, 그는 그것을 숙고하며 지지문을 직접 작성하거나 서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보부아르가 바라본 일흔이 넘은 사르트르는 몸이 약해지고, 시력을 잃어간다는 사실 앞에서 불안해한다. 자신의 시대가 지나갔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가 20세기 최고의 지성인 그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다음 세대가 꾸려나갈, 지금보다 더 나은 시대에 대한 낙관과 기대를 잃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지식인과 한 인간으로서 사르트르의 모습이 교차되지만 바로 이러한 모습이 그의 사상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사르트르의 평생을 지켜봐온 보부아르의 눈으로 바라본 사르트르의 모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을 보부아르의 시각으로 이야기한 이 책은 그들의 관계, 그들이 오랜 시간동안 공유했던 세계를 집약했다고 할 수 있다.

사르트르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하게 될 사람들에게.
보부아르가 보내는 긴 편지

전화요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인 부분을 방치하고,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까지 알코올과 담배를 끊지 못하던 사르트르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프랑스의 지성 사르트르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책에서는 사르트르가 생전에 교류했던 당시의 많은 명사들,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많은 이들과 관계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 노년의 사르트르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려지고 있다. 그 모습은 한 사람의 노년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서 때때로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르트르는 물론 보부아르의 현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경우, 어떤 자리에서도 서로의 옆자리에 함께했다. 계약결혼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동시에 투쟁하면서 완벽히 하나의 삶으로 사는 방식이었고, 인간의 이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했던 세계가 막을 내렸을 때, 아무리 유해가 나란히 놓이고 잿가루가 만나도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임을 보부아르는 깨닫는다.
그가 죽고 난 뒤에 과거를 회상하며 썼음에도 이 책은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긴박하고 불안에 가득 차있다. 이 책을 번역한 소설가 함정임은 그럼에도 보부아르가 마지막에 이르러 사르트르의 죽음을 현재형으로, 아니 미래형으로 쓰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매일 미지의 독자들이 그를 오늘로 불러내듯이. 자연스럽게 내일로 이어지듯이. 아름다움처럼.’
이 책은 보부아르가 책의 서두에서 말했듯 사르트르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랑하게 될 사람들에게 남긴 긴 편지다. 아마도 그를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남긴.

종이책 회원 리뷰 (3건)

포토리뷰 작별의 의식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n | 2021.09.29

 

 

'계약결혼' 커플로 그들만의 독특한 결혼관을 유지했던 두 사람,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문구다.

 

실존주의 철학자로서 기존의 지식인에 대한 의미를 거부한 앙가주망의 주자로서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했던 사람, 그런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그가 다룬 글에 대해 처음으로 읽을 권리와 조언을 해줄 자격을 지닌 여인, 그런 그녀가 사르트르의 죽음을 마주하기까지 10년 간의 시간을 그린 책을 접해본다.

 

 

제목인 '작별의 의식'은 사르트르가 대화를 하면서 남긴 말이지만 몇 년 후에 최대의 의미 있는 말로 다가올 줄은 보부아르 조차 알지 못했다.

 

 

21살에 처음 그를 만나 그의 청혼을 거부하면서 계약결혼이란 당시엔 파격적인 형태의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이어진 그들의 관계의 종반부인 1970년부터 1980년까지의 10년 동안 사르트르를 가까이서 본 장본인의 글이라 어느 글보다도 더욱 차분하고 객관적이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글들이 두드러진다.

 



 

 

 그들의 사회적인 활동의 공동참여와 각 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비판, 각자의 집을 방문하고 대화를 하며 책을 읽고 함께 식사하기, 여기에 빼놓을 수없는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두 사람만의 휴식이자 그들의 유대관계를 한층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3년부터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한 사르트르의 건강은 거의 실명하다시피 한 한쪽 눈의 실명, 보행의 고통과 뇌에 관련된 질환, 당뇨, 요실금, 치아에 대한 고통이 겹치면서 위험의 고비 순간을 넘나 든다.

 

 

그의 병 진행 속도에 따른 변화는 서로의 뜻이 맞는 정신적인 유대감의 동반자에서 이제는 그를 곁에서 지키고 돌봐야 하는 보호자의 입장으로 바뀐  보부아르의 마음이 인간의 노쇠해가는 과정들과 겹치면서 대중에게 각인된 철학자란 이미지를 벗어버리게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보일 정도로 약해져 가는 모습과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사르트르 자신의 노쇠한 부분에 대한 실망감, 결정적으로 더 이상 자신이 쓴 글이나 책을 읽을 수가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의 모습은 지식인으로서의 한계에 부딪친 사실적인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죽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냉정했던 사르트르였지만 그런 그가 자신의 의지에 반한 모습들을 보인 장면을 보는 보부아르의 입장에서는 속으로 삭이며 감내하는 과정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51년 간의 평생 동지이자 남편으로서, 각자의 독립된 부분을 인정하되 진정으로 사랑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이란 제도적인 부분을 벗어버리고 오로지 두 사람만이 간직할 수 있었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모든 글들을 공유하며 토론하던 두 사람, 책 앞머리에 보부아르가 더 이상 이 글은 당신이 읽을 수가 없게 됐다는 문장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평생 그들이 추구했던 정치적인 활동과 저서 활동, 토론과 대화가 그들의 삶의 반이었다면 여행을 통한 휴식을 얻고 나누는 부분들은 또 다른 그들의 삶을 비춘 부분이라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들을 통해 독자들은 기존에 알고 있었던 부분에서 보다 새로운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p283

 

 

 

 

이미 고인이 된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함께했던 순간들의 마지막 10년을 기록한 글들을 통해 그들의 작별의 의식은 Adiex가 아닌 영원한 사랑으로 넘어서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난 당신을 많이 사랑하오. 나의 카스토르." (사르트르가 남긴 마지막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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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사르트르를 떠나보내는 보부아르의 마지막 연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분**이 | 2021.07.18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정치적인 견해나 사상을 잘 모르더라도 그들의 독특한 관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을 벗어나 50여 년 동안 동반자적 삶을 함께 이끌면서 서로의 다름을 일치시켜 공생해 온 두 사람.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지식을 쌓으면서 처음 만난 이후 사르트르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서로의 곁을 지켰다. 사르트르가 보부아르에게 청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보부아르는 결혼도 아이도 거부한 채, 부부로 살기를 원했다. 계약결혼이라는 독특한 틀 안에서 둘의 사랑을 인정하면서도 우연한 사랑도 인정하는 관계, 상호 평등한 위치에서 모든 것을 함께 해 온 두 사람. [작별의 의식]은 보부아르의 시선에서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을 담은 책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시들어가는 듯한 사르트르의 저물어가는 생의 끝자락을 그리고 있지만,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허물어져 가는 사르트르 뿐만은 아니다. 평생동안 그가 놓지 않았던 '이데올로기적 관심'. 그는 고전적 지식인에 반하는 새로운 지식인-스스로 세운 민중적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쓰며 지식인으로서의 순간을 부정하는 존재-을 설정하고, 대중과 융합하기 위한 길을 모색했다. <엥테르 뤼트: 상호투쟁>의 편집장을 맡았고, S.R.(스쿠르 루주, 붉은 구원대)을 창설했으며, 여러 시위에 참석하고, 청원서에 서명하고, 리베라시옹 신문사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가끔 현기증을 느끼며 혈압이 높아지곤 했던 그의 병세가 위중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요실금이 생겼고, 점차 시력이 악화되었으며 틀니를 해 넣어야 했고 당뇨 증세까지 보였던 사르트르는 말년에는 급기야 정신마저 혼미해지기에 이른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바로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것도 어려워했던 사르트르. 지켜보는 보부아르도 무척 고통스러웠겠지만, 자신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을지, 글을 쓸 수 있을지, 제대로 생각을 하게 될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했던 사르트르 본인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50여년 동안 지속되어 온 동반자적 관계가, 이제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돌봐야 하는 피보호자와 보호자의 관계로 전환된 것이다. 생의 대부분을 공유하고 함께 책을 읽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 상대를 잃는다는 것.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슬프고 가혹한 일이다.

 

 

중간중간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보부아르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르트르의 생의 마지막을 전달하려 애쓴다. 사르트르의 죽음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활동한 내용, 함께 여행을 떠났던 내용 등 사르트르의 철학적 견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나라도 몇 가지만 검색하면 비교적 쉽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이 그렇게 비참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그가 무너져가고는 있었지만 냉철한 그의 지성은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보부아르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책의 제목인 [작별의 의식]은 1971년 사르트르가 보부아르에게 우연히 뱉은 작별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보통 프랑스어에서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은 aurevoir 이지만 제목에 쓰인 adiex는 연인 관계의 끝, 혹은 생사의 갈림길 등 영원히 헤어질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어쩌면 사르트르는 10년도 되지 않아 보부아르와 영원히 이별하게 될 것을 무의식적으로 예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p283

 

이제 다시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보부아르의 마지막 고백을 통해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충만된 것이었는지 전해진다. 그녀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걸로 되었다.

 

** 출판사 <현암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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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가 남긴 사르트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의 전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d********r | 2021.07.12
어쨋든 당신은 당신 글을 써야하오."
"무엇보다도, 당신이 완전히 나아지면요." P108

사르트르가 읽어보지 못한 보부아르의 유일한 책.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책 끄트머리에서 언급한
보부아르의 독백(?)

제기하지 못했던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맴돈다.

나는 사르트르에게
그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려야 했을까? P282

이 생을 살고 있는 나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
못내 아쉬운 마음을 안고,
약속을 한다.

'우리 다시 만날 그날에...'?

보부아르의 마지막 말은
그런 생각을 뒤집는다.

지금
살고 있는 나
일치하고 교차하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

현재를 살고
공유하며 대화하는 행위야말로
작별의 의식, 죽음과 죽어감 속의 존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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