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리스천,신시아 브라운,크레이그 벤저민 저/이한음 역
해리 클리프 저/박병철 역
아비 로브 저/강세중 역
폴 데이비스 저/박초월 역
곽재식 저
하이노 팔케,외르크 뢰머 저/김용기,정경숙 역
제목을 잘 지었다. 말 그대로 과학의 사이드 스토리였다. 몰랐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는데 그중 제일은 오르트의 구름이다. 윤하의 노래 오르트구름을 즐겨 들었는데 실제 있는 이름에서 가져온 줄 몰랐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는 건 이런 면에서 즐겁다.
양자역학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거기에서는 "양자역학은 완벽하지만 인간이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하면서 끝나서 알다만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세계 해석을 알 수 있었다. 되게 SF 같다. 나중에 다세계 이론이 증명된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학문을 파고들다 보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과학과 문학은 동떨어져 있어 보였는데 둘의 연결 지점을 보니 재밌었다.
언어와 세계관 부분에서는 한국어에도 명수사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실험에 참여해 봤는데 나도 두꺼운 종이를 골랐다.
명수사 덕에 마야어에서는 사물을 가리키는 명사가 '모양'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졌다. 단단한 기둥 모양이든, 녹아서 널빤지처럼 되었든, 모양과 상관없이 초는 '키브'다. 명수사를 붙였을 때 비로소 그 초가 기둥 모양이라는 게 명시된다.
그에 비해 명수사가 없는 영어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를 가리키는 명사 자체에 모양과 관련한 정보가 담겨있다. 초 한 자루는 '어 캔들'인데, '캔들'이라는 명사는 기둥 모양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곧 있으면 대선이라 17%의 고정표가 유동표를 모두 바꿀 수 있다는 다수결의 힘 파트도 흥미롭게 읽었다.
광차 문제도 많이 들었는데 인간이 아닌 AI라면? 하고 질문하니 새로웠다. 물론 자율주행차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레버를 쥔 인간 같은 로봇을 생각했다. 지역별로 다른 차이도 흥미로웠다.
계속 재밌었던 부분을 나열하는 것 같은데 22가지의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있는데 그걸 모아둔 책 같다. 너무 많은 게 들어있어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과학 분야의 책은 넓고 얇게 보다 좁고 깊게 많으니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여러모로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왜 표지를 왜 이렇게 달달하고 감성적으로 만들었지 싶었는데
읽어 보니 내용과 찰떡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현실에 바로 적용해볼 수도 있고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는 감성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책이었어요.
(은하의 한구석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다라고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이성적인 과학서와 감성적인 에세이의 경계에 있는 듯한 책의 내용도 그렇고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했던 전탁수 작가님의(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알 수 없지만)
이력 또한 묘하게 코스모폴리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읽다보니 작가님도 저 같은 INTJ가 아닐까 싶었는데
과학을 좋아하고(특히 우주쪽) 한 번 꽂히면 한 분야를 딥하게 파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 꼭 인티제가 쓴 것 같은 책입니다.
특별히 분류할 방법이 없어서 과학 에세이라고 불러야겠지만
제가 읽었던 과학서적들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쉬우며 따듯하고 인문학 서적에 가까운 책이었어요.
매장마다 처음에 나오는 '요시다 잇스이'의 시들,
그리고 세밀한 펜 선의 느낌이 좋은 삽화들과 흑백 사진들은 오래된 서양 동화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설명을 위해 사용한 표들도 그래프보다는 그림같은 느낌의 도형을 주로 사용했더군요.
(그럼에도 낭비가 전혀 없는 배치는 과학서적 다웠던...)
책은 총 5부, 22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양자역학과 관련된 내용이 '에버렛 박사의 무한 분기 우주'에 쉽게 설명되어 있었구요.
물론 작은 책에 모든 이론을 담을 수 없는 만큼 중첩현상(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부분도 대형마트 시식코너정도로 훑고 넘어갑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개념을 전달하고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게 하기엔 충분한 것 같아요.
양자역학이나 천체물리학 같은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사회물리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회 윤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았던 이야기는 열세 번째 '다수결에 숨은 힘' 이었어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서 민주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과학이론을 통해 깔끔하게 궁금증이 해소됐습니다.
각 장이 10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서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과학서적에 입문해보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저처럼 예술과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세계관이 확장되고 좋은 소재를 떠올릴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서 추천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