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8.화요일
내가 꿈꾸던 모습의 교집합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되었다.
제주에 살고 싶다는 꿈.
꽃집을 하고 싶다는 꿈.
사서가 되고 싶었던 꿈까지...
결과만 놓고보면 꽃길같고 멋지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솔직하게 한발한발 걸어온 과정을 펼쳐보여주어서 감사할 정도였다.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시행착오의 아픔과 현실적인 고민들이 꾹꾹 눌러 담겨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기도했다.
책을 읽으며 그 과정을 따라가는 거 자체가 즐거웠고,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했던 내 모습이 자꾸 부끄럽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감동이다.
나도 내 삶을 감동적으로 채워나가고 싶다.
나도 행복하고, 주변에도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냥이문고 시리즈의 두 번째 책 '꽃서점 1일차입니다'. 1일차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기도했지만 꽃서점이라는 단어에 너무 잘 어울리는 고양이 사진이 있어서 먼저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꽃서점이라는 단어는 좀 생소하게 여겨졌는데, 여기서 말하는 꽃서점은 단어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었다. 꽃서점을 운영한다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이 책은 제주도에서 꽃집과 서점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가게의 주인이자 작가님의 에세이였다. 책 속에서 작가님은 처음부터 실용 에세이라는 이 책을 통해 '책을 파는 상점'이라는 책방의 본질을 잃지 않고 어떻게 더 많은 책을 팔고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흔적을 담았다고 밝혀두었다. 덕분에 동네서점 그것도 관광지인 제주도에 있는 동네서점이 어떻게 운영하며 살아남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단 기대를 하고 읽을 수 있었다.
'디어 마이 블루'.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이름은 제주 애월에 위치한 동네 서점의 이름이다. 처음엔 책과 꽃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어떻게 생각해내셨을까 궁금했었는데 이건 작가님의 이력이 불러온 결과였다. 16년을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면서 머리를 쓰는 일 대신 몸을 쓰는 일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고, 머리를 비워볼 생각으로 꽃 수업을 듣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배우다보니 적성에 딱 맞았고 때마침 '플로리스트'가 유망직종으로 분류되던 때라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했던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대기업에서 체계적으로 시작하자 조금의 조정을 통해 꽃 주문과 수업을 진행하는 공방 형태를 꾸리게 되었다.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작가님은 이전에 일하던 책을 떠올리고 그 때부터 책과 서점이라는 아이템을 연관시켜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책을 통해 접한 이야기임에도 중간중간 무모할정도로 용감한 데가 있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꽃집과 서점을 동시에 하겠다고 제주도로 훌쩍 날아간 것도 그렇고 다니던 회사를 미련없이 그만두고 꽃집을 한 추진력도 그랬다. 그러면서도 뭔가 준비되어있다는 느낌도 동시에 들어서 에세이를 읽는 동안 서점이 잘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감정이 많이 전달되었다. 제주도에 가면 이 서점을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란 건물 두 동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항상 곁에 좋은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힘든 때도 있었지만 작은 책자를 통해 서점이 운영되고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며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겠구나라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 밖에 동네 서점을 꾸려가며 깨닫게 된 노하우나 차별화 전략같은 부분도 수록되어 있어서 동네 서점 운영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비록 동네 서점을 운영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은 책은 아니었지만 동네 서점을 운영하며 했던 고민들을 보니 내게도 특별한 서점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릴 때 서점에 가는 것을 즐겼던 나는 여유 자금이 있다면 서점을 하고 싶은 바람도 있지만, 사업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누가 그림책을 사랑하고 읽어주는 내게 일자리를 준다면 흔쾌히 일하고 싶다는 쪽으로 책방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점 하는 분들의 책은 호기심에 즐겁게 읽는 편이다. 낯선 곳에 여행이나 나들이를 가게 되면 책방이나 도서관을 들르는 것이 그 곳에서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방법인데, 특히 제주에서 열흘간 머문 두 해전 여행이 <꽃서점 1일차입니다>를 보며 즐겁게 떠올랐다. '꽃서점 1일차'라는 제목처럼 책방과 꽃을 묶어서 용감하게 제주에서 '디어마이블루'라는 가게 이름으로 독자와 꽃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는 권희진 저자의 꽃서점 탄생기가 이 한 권에 오롯이 담겨있다.
이 책은 꽃서점이라는 이색적인 이름처럼 분홍꽃 화관을 쓴 귀여운 순백의 냥이 표지가 눈길을 잡는데, 행성B라는 출판사에서 각 업을 도전한 이들의 시작과 과정을 담은 냥이 문고 <1일차입니다>라는 연작중 한 권이다. 꽃서점의 주인장이 되기 전에 출판사에서 기획 일을 주로 한 저자는 늘 엇비슷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취미 삼아 꽃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업에 빠지며 꽃 일이 주는 단순한 몸 쓰기의 매력이 건강과 직결되는 체험을 한 저자는 꽃 전문가 과정을 듣기에 이른다. 그리고 안정적인 현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꽃에 전념한다.
"38살이라는 나이는 따지고 보면 아직 도전하고 실패하기에 괜찮은 나이였다."
어떤 일에 10년 매달리고 나면 다른 일을 도전하고 싶은 때가 40살 전후인 듯싶다.
꽃서점 주인장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보는 재미 외에도 책방을 찾는 이로서 서점에서 실제로 대화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하여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방을 찾는 데에 어떠한 예의가 필요할까?^^
꽃서점을 열기 위한 준비 기간을 포함하여 저자의 흥미로우나 고된 과정을 쫓다 보니 책의 마지막에 다다른다. '서점 주인 1001일차입니다' 요즘 동네 책방도 부침이 잦은데 그의 1001일차 알림이 어찌나 반가운지! 제주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다음 여행때 꼭 들르고 싶은 장소에 저장해 둔다. 애월 '디어마이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