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 미치코 저/권남희 역
정영욱 저
가토 겐 저/양지윤 역
미치오 슈스케 저/김은모 역
아오야마 미치코 저/박우주 역
허태연 저
제목과 표지가 신비스러운 느낌을 전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법당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반면 여러 가지 위험요소도 있을 것이다. 미리 알고 막을 수 있는 일이면 좋겠지만 알고 있어도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무거운 마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요시다 사치코는 사무용품 회사의 영업 사원으로 일을 하다가 상사와 사이가 나빠져 회사를 그만둔다. 우연히 아르바이트 광고지를 보고 찾아간 '줄리에 점술 연구소'는 요시다 삶에 변화를 준다. 경험도 없는 요시다는 루이즈라는 이름으로 일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루이즈가 이틀만 배우고 시작한 것을 모른다. 나름 다양한 책들을 보며 열심히 공부하는 루이즈에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별을 읽는 루이즈>에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루이즈를 찾아와 자신이 가진 문제나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들이 말한 것은 점술로 해결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어쩌면 그들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상대가 해결해 주기 바라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무거운 마음의 짐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루이즈는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진심으로 그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루이즈는 점술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진심으로 함께 고민한다.
끝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찾아오는 것이다. 끝을 알고 그걸 막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끝을 보는 능력의 의미가 없다. 점이든 뭐든 그걸 잘 활용해야만 의미가 있지. - p.189
많은 사람들이 타로나 사주 등을 재미로 볼 때도 있지만 답답한 상황 등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어서이다. 찾아간다고 해서 고민과 문제를 해결할 할 수 없지만 그런 상황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루이즈를 찾아가는 것도 당면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이지 않을까. 신비스러운 점술로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루이즈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별을 읽는 루이즈
세오 마이코 |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일본소설 / p.272
아무리 맞는다고 해도 앞날을 미리 아는 건 행복하지 않네. 점도 사실을 전하는 게 다가 아니거든. 그 사람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멈춰 선 걸음을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살짝 밀어주는 거지. 점의 역할은 그런 것일 거야. p.203
나도 종종 친언니와 점을 보러 간다. 주로 언니가 용하다는 점집을 알아보고 가지 않겠냐고 물으면 ‘그래? 그럼 한번 가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가는 편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앞두고 있다거나 어떤 결정을 못 내려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다녀오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면서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좋은 말은 좋은 말대로, 나쁜 말은 나쁜 말대로 참고만 할 뿐 결국은 내가 결정한 길로 나아간다. 그럴 거면 왜 점을 보러 가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금은 신중하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때로는 루이즈의 말처럼 멈춰 선 걸음을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살짝 밀어줘서이지 않을까? 아니면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은 답을 점을 통해 확답을 듣고 안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루이즈가 직감으로 점을 봐주는 약간은 허술해 보이던 이곳에 손님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쇼핑센터 구석, 상사와 사이가 나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정보지에 있던 혼자서 가능한 일이라 성가신 인간관계가 없다는 말에 끌려 ‘줄리에 점술연구소’의 문을 두드리며 점술가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요시다 사치코. 이름은 신비성이 느껴지지 않아 루이즈 요시다를 사용 중인 그녀는 처음엔 열심히 책을 보며 점을 봐주다가 나중엔 손님의 외모와 말투 등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며 자신의 직감으로 점을 봐준다.
“점이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조를 가진 줄리에 아오야나기 밑에서 “결국 적당히 얘기해 주고, 점 보러 온 사람 격려해 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라며 사기꾼 같은 명언을 잘 수행하는 그녀는 용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기를 끌게 되고 독립까지 하게 된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그녀에게 엄마, 아빠 중 누굴 선택하는 게 좋을지 정해달라는 아이, 엄마와 재혼한 아빠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여학생, 다른 사람의 끝이 보인다는 남자 등 각자만의 고민을 가지고 찾아오는데, 하나같이 쉽게 답을 줄 수 없는 고민거리이다. 그녀는 어떤 답을 해주게 될까?
처음엔 회사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던 점이 가벼워 보이고 직감으로 점을 본다는 사실이 사기꾼 같아 보였다. 그리고 점을 보러 온 여자친구를 따라온 남자친구가 본인과 궁합이 잘 맞고, 강운을 타고났다는 것을 알고서 어떻게 해서든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만들어 자신의 남자친구로 만들었다는 설정은 조금 불편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왔던 건 망설여지고 힘든 누군가의 마음에 더해지는 위로와 응원을 ‘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면서, 결국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만들어가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본인을 찾아온 손님들을 통해 함께 성장해가던 루이즈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남자친구가 해주는 기발한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도 보여주던 엉뚱한 면도 있었던,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별을 읽는 루이즈, 인상 깊은 글귀
일본소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것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정확한 것은 스스로 부딪쳐야만 아는 것이다. p.67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사소한 기회들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니까. p.135
살짝 비밀로 해두었던 부분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건 즐거운 일 같다. 스미다 마유미가 아버지에 관해 털어놓고 마음이 후련해진 것처럼. p.144
줄곧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진이 빠지지만, 끝을 알면 힘을 낼 수 있고, 마지막이란 걸 알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거야. p.186~187
별의 기운으로 그 사람의 운을, 미래를 점쳐주는 이가 있다. 제목 그대로 ‘별을 읽는’ 루이즈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한 듯 서술되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가끔 점집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킨 것만 같다. 혹시라도 이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본 사람, 없지? ^^ 그렇지 않은가. 고민되는 일 앞에서 선뜻 결정할 수 없을 때, 이 괴로운 마음을 누군가 정돈해줬으면 하고 바랄 때. 누가 답 좀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찾아가는 곳,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길 원하는 그곳에 루이즈가 있다.
의외로 유명한 점술가 루이즈 요시다. 쇼핑센터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손님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정말 루이즈의 점괘는 그렇게 용한가? 나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막상 루이즈의 근무 태도를 보면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정이 없는 점술가다. 루이즈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남들과 부대끼기 싫은 그녀에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매력, 신과 접선하여 점괘를 말하는 게 아닌 사람을 보는 눈과 그녀의 화술로 영업을 한다. 흔히 우리가 사주풀이 책 한 권 사면 누구의 사주라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굳이 책을 사지 않고 점쟁이를 찾아가는 것처럼 사람들은 루이즈를 찾는다. 방문객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다. 연애 문제, 직장 문제, 가족 문제. 여러 가지 이유를 안고 루이즈를 찾지만, 루이즈의 대답은 뭐랄까, 누구나 흔히 할 수 있는 조언 정도라고 해야 할까. 이런 대답을 듣는데 복채로 3,000엔이나 낸다고? 손님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의뢰인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공통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어떤 답이 아니라, 마음을 읽어주길 바라는 것. 그들은 루이즈가 정확한 답을 알려주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 거다. 어쩌면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선택을 응원받고 싶었거나, 알고 있지만 시도하기 어려운 일을 시작할 용기를 갖고 싶었던 게 아닐까. 때로는 누구나 하는 그런 고민 정도로 루이즈를 찾아오는 게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는데, 그 이상함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는 걸 읽는 내내 느껴진다. 3,000엔의 이용료가 돈 낭비가 아니라, 작은 한 마디에 삶이 변하는 기적을 일으킨다. 그만큼 루이즈의 한마디는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리라.
루이즈는, 이런 점술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간단하고 가벼운 고민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의 큰 결정이 될지 모를 문제를 안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찾아온 초등학생 손님은 아빠와 엄마를 선택해야 하는 게 괴로웠고, 어느 여고생의 짝사랑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풀어가야 했다. 어느 대학생의 진로를 같이 고민하면서 확인한 것은, 무슨 일 앞에서든 우리의 선택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 때로는 그 선택이 틀렸더라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다시 또 답을 찾아가야 하더라도, 그게 우리 인생이라는 듯 말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점괘를 믿고 싶은 바람도 비슷한 것 같다. 이대로 가도 괜찮다고 인정받고 싶은 것. 혹시나 다른 길이였다면 다시 되돌려 가도 괜찮다는 토닥임을 느끼고 싶었겠지.
너무 성실해서 믿음이 가는 점술가였다. 아이의 점괘에 답을 주기 위해 잠복 조사까지 하는 걸 보면, 단순히 시간만 채우고 돈을 벌겠다는 심보는 아니었다. 상대의 고민을 같이 해결해주고 싶다는 진심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직업 정신 때문인지 손님이 계속 찾아오는 곳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기 일 앞에서는 다른 의뢰인과 다를 바 없는 고민을 하는 그녀가 인간적으로 보이는 게 좋았다. 손님들의 걱정에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해주는 말이 그녀 자신에게 건너오는 것도 알아채는, 현명한 사람이다. 고민하는 사람들의 등을 살포시 쓸어주면서, 가볍게 토닥토닥. 이런 위로와 용기라면 언제라도 찾아가고 싶은 루이즈의 점집이다. 하고 싶은 말 누군가에게 하고 싶을 때,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뭔가 쏟아내고 싶을 때 찾아가도 좋을 곳. 루이즈의 점집이다.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그 관계는 가족에서, 친구에서,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진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워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찾게 되는 원인도 대부분 사람 관계에서가 아닐까. 루이즈를 찾는 사람들에게서도 그 관계의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었다. 그래서 루이즈의 점괘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 싶다. 신에게 묻지 않는, 기본적인 사주를 바탕으로 눈치껏 상황을 파악하고 답을 내주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이랄까. 경험으로 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오히려 더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인생 선배의 조언 같은 느낌이 강했다.
차분히 듣고 있다 보면, 4가지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결국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답에 도달한다. 사람과의 관계 역시 변하기도 하고 다시 맺어지기도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혼자 일하는 게 좋다는 루이즈에게 조수가 생기면서 다른 일상을 누리기도 하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왜 사람과 관계 맺고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듯하다. 어떤 끝을 알고 있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한다. 나에게 불운이 닥친다는 예언에도 연연하지 않고 오늘의 할 일과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도 알겠다. 끝이라는 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어떤 일에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일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가슴을 토닥이는 한 마디가 필요하다면, 쇼핑센터 어느 곳에 자리한 루이즈를 찾아가 보라.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데워 줄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잘 지내시기를. 당신은 강하고, 어느 불안과 위기 속에서도 잘 건너갈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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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술가지만, 영감도 없고 초자연 현상도 믿지 않는다.
세오 마이코 작가의 별을 읽는 루이즈는 영험한 힘 같은 것 없이, 오로지 자신의 직감으로만 점을 쳐주는 루이즈 요시다라는 점술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으로, 그녀가 점을 치는 일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네 가지 일들을 담고 있는 연작 단편 소설입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질문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별을 읽는 루이즈의 첫 번째 수록 작품인 니베아 크림에서는 자신이 엄마와 아빠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상황에 놓인 아이에게 답을 내주어야만 하는 루이즈의 이야기 나오게 됩니다. 그 밖에도 자신의 내놓은 점괘가 계속해서 맞지 않음에도 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지속적으로 물어오는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패밀리센터라던가 무언가의 끝을 볼 수 있는 인물과 조우하게 루이즈의 이야기가 담긴 종말 예언, 그리고 자신과 가까운 이의 미래를 점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깊은 고심에 빠지게 되는 루이즈의 이야기를 담은 강운의 소유주까지.
별을 읽는 루이즈에 담긴 네 개의 단편을 읽고 있노라면 루이즈 요시다가 운영하는 점집이 왜 인기가 있는지 잘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개인적으로 점이라면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만 루이즈 요시다에게만큼은 2022년의 제 신년 운세를 꼭 물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