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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 "글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 참 뭉클한 시간들"
2022년 03월 25일
이책은 글방을 운영하며 생기는 어피소드와 글쓰기에 대한 어딘님의 생각을 있는 책
이슬아님은 어딘님을 넘어야할 산이자 돌아오고 싶은 언덕이라고 표현하셨고 이길보라님은 어딘님이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법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려면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수 있어야 합니다
이슬아,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하미나 등을 배출한 글방이 있다니. 대체 이들 모두를 길러낸 스승은 누구이고 특별한 교수법이 있는지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읽어보니 저자인 어딘글방의 스승 어딘의 책이지만, 어딘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어딘글방과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어딘글방의 시작은 대안학교인 '하자센터'에 '창의적 글쓰기'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수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여서 함께 글을 쓰고 합평을 하고 토론을 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기에 TV나 영화, 게임 등 재미있는 것이 널려있는 시대에, 혈기왕성한 십 대 청소년들과 이십 대 청년들이 글을 쓴다고 매주 모였을까. 저자가 묘사한 글방의 풍경을 상상하니 과연 재미있어 보인다. 저자가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한 편의 글을 완성해 가져온다. 이 때의 주제는 일상적인 것부터 성적 취향처럼 남들에게 밝히기 힘든 것까지 다양하다. 한 사람씩 글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은 최대한 솔직하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이때 좋은 피드백을 받으려면 열심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재미없다는 말을 안 듣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글을 쓰는 훈련을, 그들은 이때부터 해온 것이다.
제자들이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작가였고 자신은 마중물을 부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글방에 오기 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어딘은 글을 너무나 잘 쓰는 작가이고, 배울 것이 많은 스승이고,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스승 어딘이 안내하는 대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제자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 이상의 역사와 사회, 철학과 사상, 예술과 문학을 학습했다. 이런 가르침과 이런 배움이 가능한 장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있었다니 놀랍고, 학생들이 부럽다.
저자에게 배운 제자들이 차례로 작가 데뷔를 하고 글방을 차렸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글방도 천편일률적인 형태가 아니라 각자의 성격이나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마도 저자에게 글쓰기를 배우면서 알게 된 자신의 특장점과 한계 등을 반영한 선택이 아닐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글쓰기는 여전히 가치 있고 충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