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김호연 저
나는 개인주의자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때론 내 영역 안에 깊이 들어오는 걸 꺼려한다. 가족이라도 적당한 거리 두기를 좋아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는 너, 나는 나. 각자 인생에 터치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잔소리도 좋아하지 않고, 내가 누군가에게 함부로 충고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 만하니까 그렇게 행동하겠지. 하는. 상대를 변화시키거나, 달라질 거란 기대도 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주의를 좋아하는데 때론 나의 이런 성향을 이기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르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존재와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상과 태도이고, 이기주의는 자기만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입장을 말한다. 이런 나의 성향을 대변할 책을 읽었다. ‘개인주의를 권하다.’ 타인을 중심에 두고 내 행복을 무시하지 말고, 나를 중심에 두고 내가 행복하기를, 나를 사랑하라고 말하는 책이라 좋았다.
현대사회가 끊임없이 요구하는 자아정체성은 왜 발견하기 어렵고 성취하기 힘든 것일까? 한번 정체성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주변 상황이 달라진다면 나도 그에 맞춰 시시각각 달라지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야 한다. (44)
초경쟁사회는 우리의 시선을 자신에게서 타인에게 돌리도록 강요한다. 타인과의 비교는 항상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불안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204)
자신의 선택을 완벽하게 확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특히 높아지는 불확실성으로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 세대는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226)
결국 이쯤에서 한 가지 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삶은 항상 위험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결코 평탄하지도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는다. 인생이라는 여정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위험이 도처에 숨어 있다. (237)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나만 인생이, 삶이 어렵다고 느끼지 않아 위로가 된다. 내가 끊임없이 책을 읽고 사색하고 생각하고 때론 글을 쓰는 이유는 잘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잘 산다는 것은 돈이 많고 부자인 것이 아니라(물론 돈 많고 부자면 좋겠지만 음. 이번 생은 아무래도 ^^) 괜찮은 사람으로,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 먹고 늙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타인이 만든 룰 혹은 행복이라는 그림 말고, 내가 만든 룰 혹은 행복이라는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개인주의에서 나온다면 기꺼이, 더 개인주의자가 될 것이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나를 들들 볶아본 적 없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인터넷이나 SNS 들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알게 해주는 게 나는 싫다. 그들은 그들 인생을 재미나게 살겠지만, 나는 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특히나 힘든 사람일수록 더 열심히 보이는 삶에 충실하다. 그게 뭐라고.
혼돈의 세계에서 중심을 잡는 것. 솔직히 나라고 쉬울까? 하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나는 느리지만, 나의 길을 갈 것이고,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 갈 것이다. 혼자인 시간을 사랑하고, 혼자서도 잘하는.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지인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 것이다.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지인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날이다.
개인주의하면 뭔가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인간처럼 보인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닌데도 말이다. 오랫동안 공동으로 쌀 농사를 짓던 아시아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집단주의가 뿌리깊게 박힌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물론 집단주의가 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2021년에 지금 인간이 살아가기에 좋은 문화인가 되묻고 싶다.
인류문명은 발전해 왔다. 2021년에 그 문화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인간을 발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로운 생각이 다양한 부를 생산해내는 이 시대에 개인주의가 더 좋은 답이라 생각한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나 한 사람만 개인주의가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모두다 개인주의를 개인주의로 볼 수 있고 인정해야 그런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들어가는 첫 페이지에 저자분도 “한국 사회에는 개인이 없다는 진단에서 출발”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나와 있다. 제목도 “개인주의를 권하다.”이다. 사람들은 좋은 것을 권한다. 나쁜 것을 대 놓고 권하는 사람은 없다. 개인주의가 좋은 것이라는 것이다. 2021년 지금 한국 사회의 발전을 해치는 것은 아마도 개인이 꽃 필수 없게 하는 집단주의 문화라고 생각된다.
개인주의를 권하는 책이 오랫동안 출간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문화가 집단주의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오래된 사람들은 아직도 집단주의를 맹목적으로 즐긴다. 한국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오래된 사람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다수결을 좋아하는 한국사회에서 오래된 사람들이 다수가 되어 주류가 된다. 그런 분들에게 슬쩍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너무나 오래되어서 움직이지 않겠지만 바위에 달걀이라도 깨는 기분으로 선물해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