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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순례

사이토 하루미치 저/김영현 | 다다서재 | 2022년 2월 15일 한줄평 총점 0.0 (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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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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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목소리 순례』는 농인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가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전작 『서로 다른 기념일』로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존재와의 소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려 했던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인정하고 농인으로 살아가며 접한 다양한 언어와 감각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전한다.

목차

1
원초적인 석양
도플갱어
은빛 원
손으로 말하는 사람
스무 살이었다
고요가 울린다
2
악의에 찬 말
진짜 말
원초적인 대화
가슴 남자
새하얀 감탄
목소리 피어나다
3
역시 세계는 아름답구나
몸의 목소리
시선의 목소리
세계를 살아가는 현자
음악의 차안으로부터
음악의 피안에서
구원받은 비경의 목소리
어렴풋한 경계의 노래
4
빛 그 자체인 당신
끌어안는 시선
살갗의 기억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사이토 하루미치 (齋藤 陽道)
198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선천적 난청으로 중학생 때까지 일반 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는 도립샤쿠지이농학교로 진학했다. 사진가로 활동하며 2010년 ‘사진 신세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도쿄 와타리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집과 저서로 『감동』 『보물상자』 『사역 봄과 수라』 『그래도 그럼에도 그렇지만』 『목소리 순례』 『감동,』 등이 있다. 2017년부터 사진 프로젝트 ‘신화神話’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2월에는 농인으로서 줄곧 싫어했던 노래와 마주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래의 시작」이 일본에서 개봉했다. 장애인 프로레슬링 ... 198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선천적 난청으로 중학생 때까지 일반 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는 도립샤쿠지이농학교로 진학했다. 사진가로 활동하며 2010년 ‘사진 신세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도쿄 와타리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집과 저서로 『감동』 『보물상자』 『사역 봄과 수라』 『그래도 그럼에도 그렇지만』 『목소리 순례』 『감동,』 등이 있다. 2017년부터 사진 프로젝트 ‘신화神話’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2월에는 농인으로서 줄곧 싫어했던 노래와 마주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래의 시작」이 일본에서 개봉했다. 장애인 프로레슬링 단체 ‘도그렉스’에도 소속되어 있다. 주특기는 마구 때리기.

파트너인 모리야마 마나미는 1986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도립샤쿠지이농학교 재학 중에 사이토 하루미치와 만났다. 데이쿄대학 문학부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2010년에는 ‘미오 사진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역 : 김영현
출판 기획편집자로서 교양, 인문, 실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프리랜서 기획편집자로 일하며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2』 『서로 다른 기념일』 『나를 돌보는 책』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오작동하는 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목소리 순례』 『먹는 것과 싸는 것』 『마이너리티 디자인』 『물속의 철학자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등이 있다. 출판 기획편집자로서 교양, 인문, 실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프리랜서 기획편집자로 일하며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2』 『서로 다른 기념일』 『나를 돌보는 책』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오작동하는 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목소리 순례』 『먹는 것과 싸는 것』 『마이너리티 디자인』 『물속의 철학자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침묵 속에서만 태어나는 목소리가 있다
『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의 또 다른 이야기
김연수 소설가, 김원영 변호사 추천!

『목소리 순례』는 농인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가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 진정한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전작 『서로 다른 기념일』로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존재와의 소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려 했던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인정하고 농인으로 살아가며 접한 다양한 언어와 감각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전한다. 저자가 찍은 사진과 섬세한 문장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대화’의 순간을 포착한다.


음성 사회에 고립되어 있던 청각장애 소년
잃어버렸던 목소리를 재활하다

저자 사이토 하루미치는 두 살 때 청각장애를 진단받은 뒤 바로 보청기를 끼고 발음훈련을 시작한다. 일반학교에 다니며 ‘듣는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저자가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건 마음에서 우러난 말이 아니라 잘 발음할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 역시 마음이 담긴 대답이 아닌, 발음에 대한 칭찬이나 조롱뿐이다. 자신에게 들리지도 않는 말을 내뱉고 상대가 알아들었는지 표정을 살피며, 저자는 말하면 할수록 타인과 거리가 멀어질 뿐이라고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듣는 사람인 척 스스로를 속이며 고독한 성장기를 보내던 저자의 삶은 고등학교를 농학교로 진학하며 변화한다. 농인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농학교에서 ‘보이는 목소리’, 수어와 만난 저자는 비로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진심으로 타인과 대화하게 된다. 농학교에서 지낸 5년 동안 말을 재활한 저자는 스무 살에 보청기를 아예 빼버리고 수어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전업사진가의 길로 나아가기로 한다.


다양한 몸과 낯선 존재들을 순례하며 찾은
경계 너머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

사진가가 된 저자는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을 만나 사진에 담는다. 각자 다른 장애를 지닌 몸을 격렬하게 부딪히는 장애인 레슬러들, 긴 포옹으로 인사하는 다운증후군 당사자, 오직 눈을 깜박여서 대화할 수 있는 ALS 당사자, 자신만의 세계에 살면서도 타인을 향한 걱정과 기쁨을 전할 줄 아는 자폐성 장애인…. 그들은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소통하려 한다. 저자는 장애와 다른 몸이 경계가 아니라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화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눈빛으로 뜻을 전하는 동물과 올곧게 마주 보며 상대를 받아들이는 갓난아기 역시 저자에겐 서로 다른 존재와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준 스승이다.


온갖 말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진짜 말을 되찾기 위한 감동적인 여정

기술의 발전으로 장애인이 갈 수 없는 곳을 대신 가주는 로봇이 있고, 휴대폰만으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와 동시에 세상에는 혐오와 차별의 말, 피상적인 배려와 경솔한 선의를 담은 말이 넘쳐나고 있다. 청각장애인인 저자가 음성사회의 강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와 마주하고 낯선 존재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풍경은 그래서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한다.

문장에 담기 어려운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한국어판에는 저자의 사진집에 수록되었던 사진들을 내용에 맞춰 추가 수록했다. 사진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각종 상을 수상한 저자의 작품들이 섬세한 글과 어우러져 특별한 소통의 순간을 전한다.

해야 하는 말과 하고 싶은 말 사이에서 종종 길을 잃는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언어를 뛰어넘어 타인과 진정한 소통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그 모든 목소리 순례에 적절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4건)

포토리뷰 빛나는 문장에 담긴 ‘진짜’ 목소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푸**우 | 2022.04.26

추천 지수는 ★★★★☆ (9/10점 : 말과 글에서 빛이 반짝반짝)

 

당시 내게, 말이란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었다. 지금은 안다. 말을 쓰고 버리는 것은 마음을 쓰고 버리는 것이라는 걸. 마음을 쓰고 버리다 보면 점점 터진 곳이 드러난다. (p.17)

 

'의미 있지만, 의미 없는 잡담'을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 건네는 '말'에는 생기가 깃들지 않는다. (p.109)

 

그저 잠만 자는 아직 이름 없는 생명이 작은 공간을 더욱 맑고 깨끗하게 만들었다. (p.256)

 

선천적인 감음성 난청을 겪고 있는 저자는 농학교에 진학하여 현재는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로 인해 겪어왔던 차별과 폭력, 그리고 행복을 발견하기까지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목소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는데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과 글'에 대해서 저자는 갈고닦은 문장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들려줍니다.

 

★ 담백하게 담아낸 '들리지 않는' 이야기

사이토 하루미치의 <목소리 순례>입니다. 처음 읽었을 표지만큼이나 편안하게 읽히는 에세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수어의 매력과 그 동작을 담아낸 사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부드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그런 에세이였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진'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자신의 행복을 발견해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담기는 한편, 어려서부터 청각장애를 겪은 저자가 학교와 사회에서 받아야 했던 차별, 그리고 폭력 또한 책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닙니다만,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저자는 오히려 담백하게 서술해나감으로써 술술 읽히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에세이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 '나'의 감정을 따라가며 '말과 글'을 다시 바라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조리장이 자신을 바라보고 '귀머거리'라는 말을 한 데에 대해 저자가 화를 내지 못하는 부분이었는데요. 저자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조리장의 말을 처음으로 알아들은 것에 불쾌하게도 '기쁨'을 느'(p.103) 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기쁨과 증오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대해 독자들은 새롭게 접하게 되며, '나'의 처지가 되어 그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저자가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과정에서 겪은 일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처음에는 만능감에 빠졌으나, 점차 '주목이 사라지는 걸 쓸쓸해서 참지 못'(p.239)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반성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진짜 말'이란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우리가 한 번쯤 비슷하게 경험해 보았을 사건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나'의 시선에서 '말과 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 빛나는 문장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목소리'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목소리', 즉 말과 글에 대한 세계를 저자가 새롭게 고찰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홋카이도의 설경 속에서 저자가 고요를 '운다'라고 표현한 부분, '소통은 의미 있는 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p.108)'라, '쓸데없다고 여기곤 하는 잡담이 쌓여야'(p.109) 생기가 깃든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여러 대화 끝에 '진짜 말'에 대해 자신 나름의 결론에 다다르는 부분(p.123), '정적만큼 소리로 가득한 것이 없었다'(p.216)고 표현하는 부분 등 서평에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들리지 않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자신만의 관점에서 새롭게 '목소리'를 낸 이 책은, '들을 수 있는' 사람이지만 여태껏 '생각하지 않은' 우리들에게 좀 더 큰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가 자신에 대해 서술한 부분은 참으로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란 행동이나 자연현상처럼 말이 없는 침묵 속에서 번뜩인 무언가를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p.91)

 

 

★ 내게 가장 기쁜 순간은 다양한 존재들과 만나서 '귀가 듣지 못하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라는 소극적인 생각을 가볍게 뛰어넘는 '목소리'를 알게 될 때였다. (p.282)

이해, 공감, 이런 단어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주의해서 사용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타인에 대해 알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들리지 않는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또한 '진짜 말과 글'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만을 주제로 삼은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말과 글'이야말로 이 책의 주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도 쉴 새 없이 대화하는 우리들에게, 갈고닦은 문장으로 쓰인 이 책은 담백한 맛을 간직하면서도 독자에게 보다 큰 울림을 선사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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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목소리 순례】 잃어버린 목소리를 순례하기 위한 여행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까***앤 | 2022.02.08


 

#도서협찬 #목소리순례

 

두 살이 될 무렵, 내 귀가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선천적인 감음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장애인 수첩에는 “감음성 난청에 의한 청각장애 (좌:100dB, 우:100dB)” “음성.언어 기능 장애”라고 기재되었다. _12p.

 

나에게 사진을 찍는 것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다시 한 번 순례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아빠가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되셨다. 때론 소리가 울리고, 귀에서 삐~소리가 나기도 한다고, 피곤하면 그 증상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셨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는지 잘 몰라 몇 번이고 물어보시기에, 가끔은 버럭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이야기할 때 잘 들으면 되잖아요!" 그랬다, 그저 듣는 아빠가 처음에 하는 말을 흘려듣고, 말하는 사람이 귀찮게 몇 번이고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비인후과에서도 한 쪽 귀의 청력이 많이 떨어지셔서 보청기를 권했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피하셨고,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계시지만 해마다 청력이 더 나빠지고 있는 걸 본인도, 가족들도 느끼고 있다. 아빠의 경우 노화로 인한 청력 저하로 언제고 누구든 겪게 될 일이고 나도 그 입장에선 제외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체감하고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저자가 직접 세상과 부딪히고 경험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치열하지만,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저자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오히려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이들보다 더 '자세히'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리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듣지 못한다는 것, 침묵의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책을 완독하고도 정리되지 않고 떠다니는 생각과 지금 내가 경험 중인 현실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 나와 다른 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을 향한 이해의 발판이 되어줄 이야기다.

 

‘수어’라고 쓰지만, 결코 ‘손’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손의 표현’과 ‘얼굴과 몸의 표현’,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수어가 성립한다.

수어는 손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몸의 흔들림, 나아가 말하는 사람을 둘러싼 공간까지 보는 언어였다. 자연이 들려주는 말을 듣고 찍는 풍경 사진처럼 그 사람의 손뿐 아니라 존재까지 듬뿍 녹여서 찍는 것. 그 방향이 내가 생각하는 ‘손으로 말하는 사람’의 상과 가까운 것 같았다._63p.

 

시간이란 시곗바늘처럼 일정한 속도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이라는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면, 순간이 영원처럼 농밀하게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꼈다. _137p.

 

인생이든 사진이든 무슨 일이든, 단 한 사람과 마주해야 비로소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다른 한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는 소박한 감동을 거듭하여 느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대화의 원초적 풍경이 일깨워주었다._139p.

 

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티 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창으로 그 자리에 있게끔 하는 터무니없는 힘이 사진에는 있다. _162p.

 

#사이토하루미치 #김영현 #에세이 #까마어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추천 #다다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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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침묵 속에서만 태어나는 목소리가 있다, 목소리 순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특**게 | 2022.02.03

말이 없는 침묵 속에서만 태어나는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귀가 들리건 들리지 않건, 표면적인 차원에서는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_91 

마음과 깊이 연결된 수어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될수록 도처에 널린 소박한 '목소리'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목소리'를 내면 상대방도 '목소리'로 답했다. 모호한 구석이라곤 없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그 '목소리'를 눈으로 들었다. 나에게서 상대방에게, 상대방에게서 내게. 목소리가 돌고 돌았다. 돌고 도는 목소리를 느낄수록 얼어붙었던 목소리에 피가 돌고 온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_21 


보청기를 끼고 발음훈련을 통해 소리를 내는 법을 훈련했던 사이토 하루미치.
소소한 호기심을 물어도, 답변 보다는 발음에 대한 칭찬이나 질책이 가득했던 나날. 
일반학교에서 고등학교는 농학교로 진학해 수어로 건넨 "안녕"이라는 인사에 오롯이 "안녕"이라는 인사가 돌아왔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하는 저자.
'귀가 듣지 못하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라는 소극적인 생각을 뛰어넘어 다양한 '목소리'로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직작가 사이토 하루미치의 여정이 담겨있는 『목소리 순례』

보이는 목소리.
내리는 목소리.
피어나는 목소리.
만져지는 목소리.
온 몸으로 느끼는 목소리.
이렇듯 다양한 감각으로 느껴지는 목소리들.

다양한 언어, 다양한 감각들의 목소리들의 표현으로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편견이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작은 목소리들이 하나씩 쌓여 대화가 되고, '듣는다'의 의미를, '목소리'의 의미를, '소통'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감각으로,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시선들로 우리가 느끼는 세세한 감각 하나하나가 소중해진다. 

빛을 활용한 사진들로, 그 속에서 건네주는 목소리가 보여지는 느낌이 내게 닿는다. 
표지의 겹쳐있는 듯한 사진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며, 사진은 또다른 이야기가 되어 흐른다.
수어의 표정부터 음성이 아닌 다양한 대화 방식을 통해 깨닫는 여러 감각이 돋아난다. 
태양 아래, 햇살 아래, 빛 속에서의 여러 감각들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목소리 순례』에 이어, 
저자의 또 다른 책, 언어와 감각이 서로 다른 한 가족의 일상이 담겨있다는 『서로 다른 기념일』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서로 다름을 통감할수록 '당신'이라는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새로워진다.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빛이 더해진다. 대화란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행위였다. _138

필담과 수어 통역은 '쓸데없는' 대화를 생략하고 의미만 요약하여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용건을 해결하는 데는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의미 있는 말만으로 마음이 통하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가치 없어 보이는 사소하고 '쓸데없는' 말에 모든 인격이 응축되기도 한다. 그처럼 '쓸데없는' 대화가 대수롭지 않게 쌓인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싹튼다. _227

말과 관련한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윽고 '작은 목소리'의 존재를 깨달았다.
손을 잡는 것, 눈높이를 맞추고 바라보는 것, 다가가는 것, 만지는 것, 식탁을 둘러싸고 함께 식사하는 것, 인사를 수천수만 번 꾸준히 주고받는 것.
오직 그런 행동으로만 전할 수 있는, 한없이 침묵에 가까운 '작은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거북이걸음처럼 천천히 다가오는 '작은 목소리'를 쌓아야 간신히 자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짜 말'이다. _241

 

[다다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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