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귀동 저
김시덕 저
대전환의 시대 맞아 한반도 넘어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은 절박하다. ‘대전환의 시대’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후변화, 기술 경쟁,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 갈등 한가운데 서 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국제정치학자 김준형은 이럴수록 “외교에 진심이어야 하고 외교가 ‘하드캐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간 대한민국의 달라진 세계 속 위상을 짚어주고,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외교혁명’이라는 수단으로 제시한다. 한국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그간의 행보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부족했다. 바로 이 책이 나온 가장 큰 이유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의심한다. 그게 정말이야? 국뽕 아니야? 우리가 사는 이 땅 한반도는 강자들의 싸움터에 불과했다는 끝없는 피해의식은 장기간에 걸쳐 약소국 콤플렉스로 굳어졌고, 현재의 분단구조와 더불어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단단한 역학구조는 더욱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막아왔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우리는 힘차게 깨어나 포효할 자격이 충분하며, 약소국 콤플렉스는 이제 과감히 내던져도 될 때가 왔다”고. 저자는 그간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세계 속 위상을 독자들에게 상세히 안내한다. 한국은 이미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선진국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 역사상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진입한 사례로서 많은 국가가 선망하는 모델이 될 만큼 국력과 국격이 향상했다. 또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4차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한류는 물론, 오랜 역경과 투쟁을 통해 일군 발전과 민주화, 기존 강대국과 달리 으르고 협박하지 않는 외교는 세계인들의 큰 호감을 얻고 있다. 또한 분단으로 인한 평화의 부재가 역설적으로 평화에 대한 대한민국의 외침에 더 큰 진정성을 부여하고 있다. |
정봉주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처음 김준형 교수를 알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을 맡아 2년간 일하기도 했는데, 국제 정세 및 남북문제와 관련한 그의 통찰은 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정세현 (전)장관과 김준형 교수의 말이 내게는 매우 합리적으로 들렸으므로 그들의 의견을 나의 관점으로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슈를 어렵지 않게 풀어 설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관심은 있으나 전문적인 공부가 부족한 진보 성향의 시민들에게 잘 들어맞는 정보와 식견을 가져다주었다. 나에게도 그랬다.
아,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그의 책을 처음 읽게 되었는데, 진도가 잘나가지 않았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았고, 관심이 없는 주제들도 아니다. 왜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일까? 이런 현상은 최근 최배근 교수의 책을 읽을 때도 동일하게 겪었다. 최 교수가 논지를 전개하고 대중에게 설명하는 말하기는 적당한 지적 수준을 요구하면서 너무 어렵지도 않아 집중하면서 경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을 때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의 반복이므로 지적 자극이 크지 않았을 수 있다. 김준형 교수가 다루는 국제관계 이슈는 매우 전문적이지만, 그의 방송 출연을 거의 매번 보고 듣는 입장에서는 이미 익숙한 관점들이다. 그가 쓴 책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그가 글보다는 말에 특화된, 또는 탁월한 전달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다루는 이슈의 특성상 독자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런 분들의 책은 의리로라도 산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출판문화의 꽃은 읽는 게 아니라 구매하는 것이니까.
대한민국 외교에 대한 조언.
우리나라에 과연 외교가 있었던가 싶은 것이 사실. 그나마 나라가 발전하니 이런 고민이라도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무슨 얘기인지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하며 아까 한 얘기 또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언뜻 흡사 상급자들을 앉혀 놓고 하는 브리핑 분위기도 조금 있고. 원래 대단히 고차원적이고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것이 외교. 그래서 그런 것이겠지
미국과 중국이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이 중차대한 대전환의 시기에 양국에 편중된 외교에서 벗어나 한반도와 그 주변에만 매몰되지 말고 러시아와 동남아, 유럽 등에 대해 한층 더 다각화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얘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도.
저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에 나와서는 말도 참 잘하는 것 같던데. 아마 글보다는 말이 쉽고 잘하는 사람인가 보다.
몇일 전, 북한이 화성-17호 ICBM(대륙간탄도탄)발사에 성공했다. 실질적 위협세력으로 북한이 규정한 미국 본토를 목표로 계획된 이 미사일 발사의 성공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이 태평양 건너 ‘깡패정권’의 골치아픈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현안이 되었다. 정치,경제적 후원자를 숨기지 않는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비호하고 우리에게 지난 5년 동안 굴욕외교를 안겼다. 한민족의 정기와 민족정신을 함양시켜야 할 문화부장관이란 작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 한복을 버젓이 자신의 문화인양 전세계에 자랑하는 중국 앞에가서 웃음으로 화답하고 한복이 널리 알려지니 더 좋은 일이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전략적이면서 항구적인 동맹자인 미국은 더 이상 지난 5년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수년간 주미대사조차 발령내지 않는가? ‘토착왜구’, ‘더이상 지지 않겠다’며 선동만 일삼던 대일정책 역시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외교는 지난 5년간 처참하게 짓밟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교수가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이 온다>는 책을 펴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약소국이 아니라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달성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됐음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의 위상이 이처럼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약소국 콤플렉스를 벗어던져야만 도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근거로 경제력, 군사력 등 하드파워는 물론 한류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소프트파워도 주목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동북아 열강(중국, 러시아, 일본) 틈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더 국격을 높여야 할 시기에는 역할과 이에 따른 책임도 필연적임을 설명하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남북긴장관계 해소에 많은 발언을 쏟아 내지만 다소 찬반 의견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CBS라디오 채널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이 ICBM을 쏜건 순리대로 가고 있는 것이며 미국이 약속을 어긴거다고 했는데 오히려 남북긴장완화를 노려 시간을 번 것이 아니냐는 반론에는 어떻게 답변할지 궁금하다. 특히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우리의 군사적 동맹 듣기는 좋지만 그것은 사실상 긴장 구도로 간다는 얘기"라며 '지난 30년을 봤을 때 북한이 고개를 숙일 리가 없지 않나.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돕게 되면 강대강으로 가는데, 자존심 세우면서 실제로는 긴장 구도를 가져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되고, 이런 것이 사실상 우리한테는 장기적으로뿐만 아니라 국익에는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이 저자가 주장하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키우는데 자양분이 되었음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