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히가시노 게이고 저/임경화 역
토머스 해리스 저/박산호 역
돌로레스 레돈도 저/엄지영 역
아키요시 리카코 저/김현화 역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저/남명성 역
이미 상당한 수상 기록을 가진 작가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작가를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다.
SNS에서 광고를 많이 해서 제목이 눈에 익었던 터라 전자 도서관에서 제목을 보는 순간 대여를 누르게 되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마케팅 포인트인데, 당연히 어그로를 끌기 위함이고 실제 일어난 일은 우연의 연속이 만들어 낸 불행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베란다에서 혼자 놀던 4살짜리 딸이 화분을 햇볕이 잘 드는 난간에 올려놓는데, 이것이 아래로 떨어져 운전 중이던 차에 떨어지고 놀란 운전자는 그만 아내를 치어 사망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딸에게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밀을 숨기며 딸을 대학생까지 키워내는데 어느 날 한 남자에게서 모든 일을 알고 있으니 돈을 준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딸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는 협박 전화가 온다.
이 협박을 피할 겸 딸과 누나와 함께 30년 전에 살던 자신의 고향으로 가게 되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의문을 남긴 채 사망한 31년 전의 사건과 그 후 1년 뒤 마을의 부잣집 네 명이 버섯 중독으로 생사를 오갔던 사건이 회상된다.
그 30여 년 전에 일어났던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진실과 협박범의 실체에 다가가는 것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버섯 산지로 유명한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이 지역에 벼락이 자주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버섯과 벼락이 작품에서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시골 특유의 폐쇄성 또한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의 시점은 현재지만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버린 사건을 역추적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 주요 서사가 모두 회상과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벼락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았던 터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단편적인 정보들을 흘린 뒤 후반에서 결말을 풀어헤치는 구성이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지만 작품의 중심에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단순히 치정이나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로 인해 하게 된 선택들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결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늘 의도와 결과를 어떻게든 연관 짓고 싶어 하지만 사실 살다 보면 의도와 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더 많지 않던가.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했던 시간에 견주어 비교할 시간만 늘어나고,
이미 현재와 단절돼버린 그 행복했던 시간들은 멀어질 뿐이다.
그만큼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절절하게 느낀다.
일어났던 사건들의 진실에 비하면 전개 속도가 다소 느리게 느껴졌고, 결말 또한 반전이라면 반전이었지만 정말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진상이 밝혀지기 때문에 읽는 과정이 꽤 오래 걸린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 요소는 작가의 문장이 추리와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작가답지 않게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문에 추리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겠다 싶다.)
이런 장르에서는 보통 사건과 관계가 없는 문장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는 배경 묘사나 심경 묘사, 등장인물들이 추론을 하는 과정에서도 꽤 인상적인 문장들이 자주 보였던 것 같다.
누나는 바닷가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수평선만 바라보았다.
그때 누나는 대체 뭘 보고 있었을까.
어딘가에 있는, 부조리함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을까.
아니면 존재할 수 있었던 자신의 과거였을까.
추리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작품에서 죽은 것치고는 꽤 많은 사상자가 나온(?) 작품인데 처벌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그런데도 인과응보가 미비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는데, 스토리 전반에 걸쳐 빌드업을 잘 해두어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충분히 공감이 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의는 분명, 언제나 수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겁니다.
그 대부분이 살인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그저 운이 좋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과도하게 자극적인 마케팅 문구들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그 덕에 재미있는 작품 하나 읽었다고 생각하니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작가였지만 첫인상이 좋게 남은 작가가 된 느낌이다.
이미 발표된 작품들이 꽤 되서 다음에 읽을 작품을 고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
* 발행일 : 2022년 3월 17일
* 페이지 수 : 424쪽
* 분야 : 스릴러 소설 / 일본 소설
* 특징
서로 다른 두 사건이 엮이며 펼쳐진다
* 추천대상
1.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2.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미스터리·스릴러를 찾는 사람
♣♣♣
주인공 유키히토는 오래전 아내를 잃고 딸 유미를 홀로 키워왔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얼마 전 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15년 전 아내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고, 돈을 내놓지 않으면 딸에게 그 비밀을 모두 폭로하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사실… 그의 아내는 오래전 딸아이 때문에 사고를 당해 죽었고, 아이가 받을 충격과 상처를 생각해 이 일은 비밀로 덮어 두기로 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곳을 떠나 이사도 왔고, 철저한 입단속으로 주변의 누구도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런 전화가 걸려오는 걸까. 그리고 협박범은 대체 누구일까.
유키히토는 협박범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고 싶기도 했고, 정말로 어딘가로 떠나고 싶단 마음도 들었던 차에 자신의 누나와 딸과 함께 어린 시절 살았던 고향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그런데 그곳으로의 여행은 지금 그를 괴롭히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떠났지만, 과거 해결되지 못한 사건을 파헤치게 된 그들.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던 과거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 “아빠도, 고모도,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옛날에 살았던 곳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안 하니까 궁금해.”
그 마을은 나와 누나의 고향이다.
30년 전, 아버지와 함께 도망쳐 나온 곳이다.
일찍이 하타가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미는 모른다. 나, 누나, 아버지 모두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우리 셋끼리도 그 사건을 입밖에 내지 않았고, 여기 사이타마현으로 옮겨 온 뒤로 지금껏 잊은 척하며 살아왔다. 유미가 알고 있는 사실은 단 하나, 30년 전에 번개를 맞는 바람에 누나의 몸이 이렇게 됐다는 것 뿐이다. 】 (p. 42)
소설은 두 사건(아내의 사고에 대한 협박범과 고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범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나가면서 긴장감을 높여갔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머릿속에서 쫓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였다. 다만, 스릴러 장르답게 마지막 부분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반전을 보여주었지만, 반전이 생각보다 놀랍지는 않았고 풀어내는 방식도 앞부분에 비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진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적당하게 재미있는 소설을 기대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용서받지 못한 밤>의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의 대표 문학상을 휩쓴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은 결말 부분에 살짝 힘이 빠져 아쉽기는 했지만, 책을 덮은 뒤에 남는 여운에 무게가 있어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인상을 남겼다. 이 책은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릴러 ·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이에게,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에게 권해보고 싶다.
유키히토는 아내 에쓰코, 4살 된 딸 유미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아내가 살 게 있어서 다시 바깥에 나갔을 때, 유키히토 또한 사야 할 요리 재료가 있어서 에쓰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내는 지갑만 들고나간 터라 핸드폰은 가방에서 울리고 있었다. 유키히토는 에쓰코가 멀리 가지 않았을 테고, 자신 또한 금방 돌아올 거라는 생각에 베란다에서 놀고 있던 유미를 두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유키히토가 앞서가는 아내를 부르려는 순간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져 지나가던 경차의 앞 유리에 부딪쳤고, 운전자가 놀랐는지 차가 비틀거리다 에쓰코를 들이받았다. 에쓰코의 몸은 기이하게 뒤틀려 죽어가고 있었는데, 유키히토는 차 앞 유리를 박살 낸 게 집에서 키우는 엉겅퀴 화분이라는 걸 순간적으로 알게 된다. 유키히토는 딸 유미가 아내를 죽인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집을 정리한 후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일식 요리점을 함께 운영한다.
15년 후.
유미는 어느새 20살이 다 되어 대학에 다니며 유키히토의 일식 요리점에서 서빙을 돕고 있다. 석 달 전, 유키히토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이어받아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15년 전의 사건은 유키히토가 무마한 덕분에 유미는 아무것도 모르고 평범하게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유키히토에게 딸이 사고를 친 비밀을 알고 있다며, 돈이 필요하다는 어떤 남자의 전화가 걸려온다. 돈을 준비하지 않으면 딸에게 알릴 거라는 말에 유키히토는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남자는 그의 가게에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어떻게 가게를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유키히토는 마침 과제로 제출할 사진을 찍으러 하타가미에 가고 싶다는 유미, 누나 아사미와 함께 그곳으로 떠난다. 이 우연찮은 일로 인해 유키히토와 아사미는 어릴 적 살았던 하타가미에서 일어난 30년 전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긴 했어도 화분을 떨어뜨린 유미의 행동으로 인해 아내가 죽은 건 변함없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4살짜리 아이에게 말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엄마가 죽게 됐다는 걸 모르게 하기 위해 유키히토는 경찰과 경차 운전자에게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부탁했고, 집까지 정리한 후에 아버지의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었다. 유미가 20살이 될 때까지는 무탈한 나날이었다. 유키히토는 에쓰코가 죽은 것에 큰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그는 딸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었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았을 것이다. 덕분에 유미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 아빠의 가게를 돕기도 하는 등 쾌활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에 온 전화로 인해 유키히토는 혼란에 빠졌고, 급기야 그 남자가 가게에도 찾아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쓰러지기까지 했다. 유키히토는 유미와 누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휴가를 보낼 겸 유미의 과제용 사진을 찍을 겸 해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유미가 존경하는 작가의 사진과 비슷한 걸 찍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인해 하필이면 어릴 적 살던 하타가미로 가게 된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듯 보였다.
살면서 가족을 세 번 잃었다. 그래도 닷새 전까지 세상은 그럭저럭 균형을 유지했다. 비틀거리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뼈대에 금이 가고, 불길하게 삐걱대는 소리가 확실히 들린다. p.39
31년 전, 유키히토 남매의 엄마는 '신울림제'라는 지역 축제 준비를 위해 신사에서 늦게까지 일을 했다. 신사의 신관이 당시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에 전화를 걸어와 엄마가 사라졌다는 걸 알리자, 아버지는 엄마를 찾으러 나갔다. 엄마는 산비탈 아래에 쓰러져 있었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1년 후인 30년 전, 신울림제에 구경을 온 사람들에게 '버석국'이라 부르는 버섯국을 매년 나눠주는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과 신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갑뿌'라 불리는 네 사람은 언제나처럼 특별한 버석국을 나눠먹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유키히토와 아사미가 축제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 벼락이 쳤는데, 누나는 벼락을 정통으로 맞았고 유키히토는 누나에게서 흘러나온 전류에 감전됐다. 두 아이가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갑뿌 중 두 사람이 식중독에 걸려 사망했고 두 명은 중태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다.
15년 전 일어난 에쓰코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과 31년 전 어머니의 죽음, 그 1년 후에 일어난 벼락 맞은 사건과 또 다른 사건이 대체 어떻게 얽혀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건 어느 정도 짐작이 됐고, 거기서 1년 후의 사건이 일어난 거라는 것 또한 헤아릴 수 있었다.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예상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진행됐음에도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몰입도가 엄청나게 좋았다.
그러다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의 중심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면서 15년 전의 사건을 알고 협박을 한 남자의 비밀이 밝혀졌고, 또 다른 사건들 또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30년 전의 사건과 연결되어 큰 충격을 안겼다. 너무나 잘 짜인 이야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모의 마음이 어떤 건지 가슴이 아플 만큼 헤아릴 수 있었다. 마지막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준 것뿐인데 결국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은 건데 정말 재미있었다. 가독성도 좋고 잘 짜인 이야기 자체에 흠뻑 빠졌다.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미치오 슈스케의 용서받지 못한 밤 리뷰입니다. 엄마를 죽게한 네 살배기 딸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시작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주인공의 과거사입니다. 30년 전 도망치듯 떠난 고향으로 다시 향한 주인공은 과거의 그 사건과 마주하고 뒤늦게라도 사건의 진상을 마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폐쇄된 시골 마을이 한 가족에게 행한 폭력의 민낯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읽다보면 범인은 충분히 유추 가능하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놀출판사에서 나온 미치오 슈스케 작가님의 용서받지 못한 밤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주인공 아내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내용이지만 결국 30년 전의 주인공의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에 반전도 있지만 저는 뭔가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추리 소설답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긴 했습니다 일본은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가 많기로 유명하죠~ 그동안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치오 슈스케 작가는 처음이었습니다 유명한 작가라고 하니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