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저
김초엽 저
천선란 저
은모든 저/아방 그림
최은영 저/손은경 그림
조예은 저
움직이는 건 다 살아 있는 거야. 나무도 자라잖아. 꽃도 피었다가 지고. 바람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아. 눈도, 비도, 전부. 멈춰 있는 건 없어. (p.40)
이 책에 대한 첫 이미지. 이렇게 얇고 예쁜 책인데 작가는 다섯이라고? 심지어 제목도 어쩌다 다양한지 '이 책은 도저히 감을 잡지 못하겠다.' 하는 것이 나의 첫 이미지였다. 그렇다면 끝 이미지는? 왜 이렇게 얇게 만들었어, 한 열 배는 길게 써주지! 아쉬워죽겠네! 이야기 하나 하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 “이번 생은 해피어게인”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말, “이번 생은 망했으니, 다음 생에는….”, “다시 태어나면….”. 물론 다음 인생이라는 게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사람들은 다음 생에 대해 상상을 하고, 이야기하며 위안을 얻는다. 이와는 또 다른 케이스로 우리가 '다른 인생'을 이야기할 때도 있다. 아이들이 뭔가 너무 능숙하게 해낼 때 우리는 “너 인생 2회차지?” 등의 농담! 사실 그 농담은 절대 2회차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두기에 웃긴 건데, 만약 진짜 2회차라면? 어떤 드라마에서처럼 계속 다시 또다시, 인생을 산다면? 이 책은 바로 'n 차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오히려 “딱 한 번 사는 인생, 불평하지 말고, 헛된 기대 하지 말고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되니, 이것은 작가의 노림수인가 아이러니인가.
물론 청소년 문학이다 보니 모든 이야기가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혹자는 해피앤딩으로만 끝나는 이야기가 싫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좋다. 팍팍한 현실을 사는 십 대들이 상상 속에서라도 행복하고 즐거우면 얼마나 위안인가 싶어서 말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을 더 귀하게,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고 결심하기도 했으니, 청소년들도 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여러 번 생각했다.
청소년들에게는 물론, 어른에게도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꽤 단단하다. 문장들에 숨어있는 섬세한 행복들은 마음을 벅차게 한다. 지치기 쉬운 계절, 이 책 덕분에 응원의 힘을 얻은 기분이다. 책을 읽어야 할 분들을 위해, 그저 “인생 n 회차를 읽으며, 오늘을 더 행복하게 하는 책”이라고 기록하지만, 이 책은 그래서 분명,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누가 더 슬플까. 그렇게 해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 사람일까, 자신의 실수로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낸, 아직도 삶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일까. 그 둘은 만나게 될까. 만나서 쌓인 오해를 풀 수 있을까? (p.150)
나는 입버릇처럼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을 달고 살고 있는 사람 중에 1명이다. 진짜 망했다고도 생각하는데 어디선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면 더 잃을 것이 없으니까 하는 일,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부담없이 마음가는 대로 할 수 있어서 결국에는 망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는 말이 와 닿았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은 사실은 이번 생을 정말 잘 살고 싶다는 바램, 이번 생에 애착이 많아 쉽게 포기하기 싫다는 열망의 발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망한 인생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생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문구가 이 책에 시선을 끌게 했다. 나에게 주어진 이번 생을 이왕 살거 행복하게 살아보자!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다.
이번 생은 해피 어게인
POINT 1. 색다르고 신선하다.
이 책은 다섯 작가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마다의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모두 색다르고 접근법이 신선했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기고 읽을 때마다 재미가 느껴졌다.
-북극곰, 돌고래, 노을, 하늘, 구름.... 다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돌아보게 돼, 꽃도 새도 내가 뭐였는지 몰라서, 내가 뭐가 될지 몰라서. - P41~42 북극곰의 사생활
-"나랑 겨자랑 건강하게 살다가 늙어 죽는거, 시시하지?
"추가 소원도 생겼는데..."
"너도 건강하게 오래 살면 좋겠어, 너랑 나랑 겨자랑 다 같이." p64 그 여름, 설아와 고양이
-적어도 학교에 있는 시간을 지옥으로 만드는 선생님은 안되면 좋겠다는 거예요. p103 강의 대본
-이제 자유 입니다! 바로 다시 환생하실 거예요?
남기고 온 삶은 흐릿해지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선명한 생각이 떠올랐다.
비로소- 돌아왔다. P153 저 세상 탐정
-짙은 안개 속에서 밧줄 하나만 붙잡고 앞으로 가고 있는 셈이었다. 수없이 반복되는 인생을 통해 다듬어진 삶은 다희에게 감옥과도 같았다. 보장된 미래에 저당 잡힌 삶이었다. P176 파란불이 켜지면
전생, 이번 생, 환생 이 다섯가지의 이야기들은 모두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했었고, 마주하고 있고, 마주 할 지도 모르는 우리들의 삶!!
이런 삶을 다른 방식과 접근으로 생각해본다는 거 이 책의 가장 최고의 매력이다.
POINT 2 다양한 생각거리가 생긴다.
다섯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전생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생을 모두 기억해서 바꿀 수 있다면? 이번 생을 끝낼 수 있는 리셋버튼이 있다면 나는 누를 것인가? 나를 살게 해주는 힘은 무엇인가?
한 번쯤 생각해 봄 직한 질문도 있고 아니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읽고 주제에 대한 생각거리로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자신의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서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되는 자녀와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특히 [강의 대본] 이야기는 명쾌하고 통쾌하고 사회를 향해 시원하게 사이다 한 방을 먹이는 내용이어서 특히 인상 깊었다. 정재찬을 향해 한 방 먹이는 과정이 좀 더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파란불이 켜지면 작가의 말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할 때 그 기준은 그저 남들이 정한 기준일 뿐이지요. 남들이 정한 기준에 따르지 않고, 이 세상 사람의 수만큼이나 제가각인 최고의 인생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원래 계획했던 곳에 가려다가 길을 잃고 한참이나 헤매며 걸어나닌 어딘지도 모르는 골목길이었다. 그 골목에서 본 그림들, 지나가는 풍경들, 그 길로 가지 않았다면 가 볼 일도 없었던 외딴 식당, 계획과 달라졌다며 투덜대며 걷던 그 날의 나!!
지금도 그 날의 그 때의 그 장소가 그립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계획대로 착착 완벽히도 좋지만, 발길 닿는대로 가끔은 헤매며 다니는 지도없는 항해가 또한 우리의 인생이라고 그리하여 이번 생도 해피하게 살아보자고!!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