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이란 수도꼭지와 비슷하다. 서로가 열려 통하거나 닫혀 막히는 것이 그렇다. 서로를 바라보고, 애정 어린 말을 주고받고, 함께 어울리고, 아이에게 애정을 보일 때 우리는 아이와 교감하고 수도꼭지는 열린다. 잔소리를 하고, 언성을 높이고, 아이의 곁을 떠나고, 무시하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때리거나 벌을 내릴 때는 수도꼭지가 닫힌다. (p.75)
이 책은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나의 기대감을 마구 자극했다. 요즘 육아서 제목으로 유행하는 “~잘하는 아이”, “~하는 아이”가 아니라 그저 “사랑받은 아이”라니. 사실은 이게 모든 것의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랑받은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첫 장부터 끝까지- 인덱스가 덕지덕지 붙을 만큼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랑받은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완전히 어린 아이 부모보다 나처럼 '사랑'과 '훈육', '교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정도의 부모님들이 읽으시면 더 큰 도움을 받을 것 같다. 즉, 똥을 싸도 예쁜 아기일 때보다, 진짜 예쁜 모습도 다른 것에 가려 덜 예쁘게 바라보게 될 때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마음을 되새기고, 솔루션을 얻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이 책을 통해 보상과 벌에 대해, 아이의 정서적 욕구와 스트레스에 대해, 아이들의 감정에 관해 공부하고, 아이들의 기질이나 성향에 맞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배운다면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잊고 사는 것들, 또 아이들을 공부시키느라, 훈육하느라 잊어버렸던 중요한 것들을 딱 집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인덱스를 붙이며, 최근 들어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앞으로 아이를 키우며 지키고 싶은 방향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칭찬에 관한 내용이었다. “칭찬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대가는 보통 외부적인 것을 의미한다. 심한 경우 중독과 유사할 정도로 칭찬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p.99)”라는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부모의 칭찬 속에 부모의 욕구나 아이의 미래에 대한 욕심이 담기는 경우가 있어 그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깎아 먹을 수도 있다니! 적어도 '정상적 범위'의 부모는 내 아이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아서 칭찬을 해왔을 텐데 말이다. “칭찬보다는 격려”를 마음에 새기고, 용기와 격려를 해주는 엄마가 되도록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법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좋았다. 감정이 극에 달할 때 의도적으로 '멈춤' 버튼을 눌러 말을 참고 화를 참는 것, 감정의 정화를 위한 '심호흡; 을 하고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질문'하는 태도는 자기 조절력을 가진 부모를 유지하도록 돕기에 결과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긍정적인 감정을 가르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느껴진다. 그 외에도 부모가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부모에게도 감정을 진정시킬 순간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것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배움을 얻을 수 있기도 했다.
공감의 4단계에 관한 내용도 너무 좋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감정 그릇이 되어주는 것, 감정을 구체적으로 꺼내 보는 것, 감정인정어를 활용하는 것 등, 내가 알던 내용을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이 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의 모든 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육아법이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사랑받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더 많이, 더 제대로 사랑하리라 다짐했다.
어제, 아이와 산책을 하면서 옆에 찻길이라 엄마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꾸 손을 놓으려고 하길래 "너 그럴거면 유모차 타!"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이러는 걸 보면 사람이 바뀌는건 참 쉽지가 않지, 싶다. 배운 것을 실행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다섯살 아이를 키우고 있기도 하고 그 아이를 자존감을 높게 키워주고 싶은 엄마라서, 책의 제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소위 성공이라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책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고, 내가 추구하는 육아관과 닮아 읽기가 편했다. 어떤 경험에서 실패를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꼭 피해야 하고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고 단단해지는 과정이라는 점에 온몸으로 공감한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부모가 될 리도 없고, 될 수도 없지만 한참 다섯 살이라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고, 억지로 떼를 쓰는 경우가 많아 이런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다 이해하고 장난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아직 공감 능력과 배려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며, 억지를 부리는 것도 발달 과정 중에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마음에 드는 육아서를 읽고 나면 잠시, 그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덜 화를 내려고 노력하게 하는 효과가 약간이나마 있다. 상, 벌을 주는 것이 결국 아이에게 나중에는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부터 생각한다는 내용을 보고 아차 싶었고, 부모의 생각과 행동과 말이 아이의 거울이 된다는 어쩌면 뻔하디 뻔한 얘기는 읽을 때마다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다만, 경우의 수에 따른 하지 말라는 말이 너무 많아서 이게 과연 실현 가능한 얘기인가 싶고 책에 오타가 너무 많아 읽는데 약간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