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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빼앗긴 여자들

상상되지도, 계산되지도 않는 여성의 일과 시간에 대하여

이소진 | 갈라파고스 | 2022년 6월 3일 한줄평 총점 2.0 (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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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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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자투리 시간’에 갇힌 ‘깍두기 노동자’를 넘어서
하루 1시간의 단축근무는 모두에게 이로운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정부의 ‘52시간제’ 도입에 맞춰 국내 굴지의 대기업 H그룹에서는 임금 감소 없이 하루 1시간의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H그룹 소속 B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있었다. 마트 캐셔 노동자들에게는 ‘워라밸’이 필요 없는 걸까? 최저임금을 받는 이 여성들에게는 1시간치 임금이 훨씬 절박한 걸까?

캐셔 노동자가 되어 직접 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일하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저자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들이 빼앗긴 것은 돈보다도 ‘시간’임을 알게 됐다.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시간과 일, 삶을 생생하게 포착한 이 책은 사회와 노동시장이 여성을, 이들의 일터에서 여성됨, 나이 듦, 삶과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성별화된 노동시장의 구조 속에서 특히 여성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쉽게 ‘선물’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일-생활 균형’이라는 이상을 빚는 문법은 무엇이며, 그 문법이 왜곡하는 것은 무엇인지, 장시간 노동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선 우리가 중심에 두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목차

들어가며. 엄마의 일과 시간을 이해하기
1부 계산대와 ‘워라밸’ 사이에 선 여자들
1장. 아줌마에게 ‘워라밸’은 필요 없다?―노동시간 단축과 지워진 목소리들
2장. 무엇이 노동시간 단축을 두렵게 하는가―문제는 ‘돈’이다?
3장. 생산성의 마법, H그룹의 노동시간 단축
2부 계산대는 어떻게 ‘아줌마’의 자리가 되었나?
1장. 주부 사원 구함―‘엄마’의 ‘값싼 노동’을 사는 대형마트
2장. 최저임금과 함께 아줌마들이 벌어 가는 것
3장. 아줌마의 일과 시간―가정 밖에서 상상되지 않는 ‘텅 빈 시간’ 너머
3부 계산대 앞에서 사라진 한 시간이 바꾼 것
1장. 당신이 몰랐던 계산대 앞의 일―시간과 싸우는 숙련노동
2장. 사라진 한 시간과 강화된 노동강도
3장. 휴식도 건강도 계획할 수 없는 조각난 시간
나가며. 아줌마와 ‘워라밸’ 다시 보기―임금보다 ‘시간의 통제권’으로
감사의 말

저자 소개 (1명)

저 : 이소진
블루칼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동국대 철학과에 진학했으나 학과 공부보다는 중앙동아리 ‘맑스철학연구회’와 학생운동모임 ‘달려라진보’에서 학생운동에 전념하다 간신히 졸업했다. 졸업 직전 학과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나선 것을 계기로 여성의 삶, 그리고 엄마의 삶과 나의 삶을 이해하는 언어로서 여성학을 연구하게 됐다. 2019년 참여관찰 연구인「표준노동시간 단축이 중년여성의 일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 B대형마트 캐셔를 중심으로」로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은 이 논문을 재구성하고 보완해 펴낸 첫 책이다. 현재는 ... 블루칼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동국대 철학과에 진학했으나 학과 공부보다는 중앙동아리 ‘맑스철학연구회’와 학생운동모임 ‘달려라진보’에서 학생운동에 전념하다 간신히 졸업했다. 졸업 직전 학과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나선 것을 계기로 여성의 삶, 그리고 엄마의 삶과 나의 삶을 이해하는 언어로서 여성학을 연구하게 됐다. 2019년 참여관찰 연구인「표준노동시간 단축이 중년여성의 일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 B대형마트 캐셔를 중심으로」로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은 이 논문을 재구성하고 보완해 펴낸 첫 책이다. 현재는 연세대 사회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마트 캐셔직을 비롯한 블루컬러 여성 노동과 중년 여성 노동자, 청년여성 등 기존 노동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들과 여성들 사이의 차이를 주목하며 노동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출판사 리뷰

노동시간 단축은 ‘모두’를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일-생활 균형’의 자격은 무엇이며, 주인은 누구인가?

팬데믹이 불러온 여러 변화 중에도 재택근무와 탄력, 유연근무제 도입 확산은 장시간 노동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논의를 앞당기는 데 주목할 만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대선 주자들의 공약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거론되고,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잠잠했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는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공론장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껏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갈 때마다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고, 그로 인해 삶의 변화를 맞을 이들은 특정 집단으로 상상돼 왔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표어는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생활시간으로, ‘워라밸’은 ‘칼퇴근’과 저녁 회식 거부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청년층의 문화로, ‘일-가정 양립’에서 ‘일-생활 균형’으로 이름을 바꾼 유연, 탄력근무제는 출산이나 육아로 자녀 돌봄이 시급한 여성노동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무언가로 상상된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저녁 있는 삶’을 위해 저녁 밥상을 차리는 사람, ‘칼퇴근’ 개념도 희박한 일터에서 일하며 자녀 돌봄에서도 ‘졸업’한 중년여성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어떤 의미일까? 살림을 꾸리면서도 시간급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며 ‘자투리 시간’에 일하는 여성들에게도 노동시간 단축이 여가와 높은 삶의 질을 선물할 수 있을까? 노동시장이 상상하는 노동자, 덜 일할 자유와 자격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노동시간 단축은 정말 ‘모두’를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저임금과 시간 빈곤의 이중 부담을 지는
워킹맘, 경단녀 그리고 그 뒤의 여성/일자리의 현실

‘워킹맘’, ‘경단녀’라는 표현이 낯설었던 때부터 함바집, 옷 가게, 공단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로 일하며 선택할 수 없는 연장근로가 일상이던 엄마를 봐 왔던 저자는 집회에서 만난 중년여성 마트 노동자들이 모기업에서 실시한 주35시간제에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엄마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하루 1시간의 여유가 왜 이 엄마 또래 ‘아줌마’들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1시간치 임금이 그렇게 절박한 것인지 알고 싶었다. 마트 캐셔가 되어 이들과 함께 일하고, 이들의 생활을 직접 듣게 된 저자는 이들이 빼앗긴 것이 그저 1시간치 임금’이 아닌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모기업 사무직 노동자들과 달리 이 여성들은 하나같이 “1시간이 줄었지만 삶의 질이 높아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불규칙했던 근무 스케줄은 더욱 불규칙해졌고, 출근 시간을 전날까지 알 수 없는 날도 늘었다. 노동력 부족을 메우겠다고 동원된 셀프 계산대와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는 노동강도를 더 높이기만 했다. 저임금을 감내할 만큼 일의 의미를 찾게 했던 일터에서의 교류도 사라졌다.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시간과 일, 삶을 생생하게 포착한 이 책은 사회와 노동시장이 여성을, 이들의 일터에서 여성됨, 나이 듦, 삶과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질문한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이라는 이상을 ‘아줌마’들의 시간과 엇갈리게 만드는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를 살핀다. 더불어 노동시간 단축이 ‘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의 특수한 임금 제도, 장시간 노동문화에 각인되어 있는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 ‘일-생활 균형’과 성별화된 노동 유연화 문제를 차례로 다룬다. 그리고 이 같은 노동시장의 구조 에서 서로 다른 노동환경 아래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똑같은 ‘선물’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나아가 ‘일-생활 균형’이라는 이상을 빚는 문법은 무엇이며, 그 문법이 왜곡하는 것은 무엇인지, 장시간 노동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선 우리가 중심에 두어야 할 일과 시간, 삶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자투리 시간’에 갇힌 ‘깍뚜기 노동자’가 되는 여성들
조만간 기계가 대체할, ‘아무나’ 하는 고작 ‘이런 일’의 의미

마트 일자리는 대체로 중산층 가정에 속해 있어 단독 생계부양자가 아니고, 자녀가 성인기에 접어들어 돌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중년 여성의 일자리다. 이 여성들은 결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후 별다른 직업적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기에 전문직 일자리는 생각조차 못하고, 결혼 이후 지속해 온 ‘살림’도 자의 반 타의 반 지속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TV나 보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자투리 시간’에 가까운 데서 최저임금 수준이라도 괜찮으니 ‘반찬값’이라도 벌고 싶다. 돈을 많이 벌려면 ‘공단’에 가야 한다는데 공단이 다른 저숙련 일자리보다 급여가 높은 이유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시간급으로 따지면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이 여성들은 ‘주부 사원’으로서 노동시간이 비교적 짧고 유동적인 마트 일자리를 ‘선택’한다. 마트는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노동자인 소비자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적인 근무 스케줄을 감당할 수 있는 노동자를 선호한다. 거기다 마트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정리하며 고객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마트 노동자의 자질은 ‘엄마의 자질’과 닮아 있다. 그러니 마트 일자리와 중년 여성의 관계는 ‘상부상조’인 걸까? 계산대를 중년 여성의 자리로 만든 이 인식은 온당한 것일까?

저자는 캐셔 노동과 같은 시간 유동성이 높은 일이 중년 여성의 일이 된 이유 중 하나로 중년 여성의 시간에 대한 상상력 부재를 꼽는다. 여성의 시간, 특히나 남편과 아이를 둔 중년 여성의 시간은 가정 밖에서 상상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자녀 돌봄에서 자유로워진 중년 여성들은 이제 특별히 할 줄 아는 일도, 할 일도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러니 언제든 출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집에서 하던 대로 ‘여성적 자질’을 발휘해 ‘엄마 노릇’이나 하면 될 일이다. 출근하지 않는 날 무얼 하느냐는 질문에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쉰다”고 답하며 스스로도 그 시간을 비어 있는 시간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 답에는 늘 가사 노동이 생략되어 있고 이들이 집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능숙하게 해내는 일들 대부분은 일터에게 그들이 하는 일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하지만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비어 있는 시간, 언제든 끌어다 쓸 수 있는 시간이고 이들의 능력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 없는 ‘천성’으로 가치절하된다. 그렇기에 이들의 시간과 능력은 제대로 계산되지도 않고, 상상되지도 않는 것이다. 책에는 이런 왜곡된 인식을 만든 성별, 연령, 교육 수준을 비롯한 다양한 ‘차이’를 조명하는 풍부한 시각, 이 여성들을 겹겹이 둘러싸 ‘자투리 시간’에 갇힌 ‘깍뚜기 노동자’로 만든 편견들을 깨트릴 이야기가 가득하다.

직접 일을 해 보기 전까지 저자 역시 계산대 앞에서 바코드를 스캔하고 물건값을 받는 캐셔의 일이 복잡할 것 없는 일, 숙련도가 필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늘 능숙하게 일했던 저자는 끝내 스스로를 ‘엉터리 캐셔’였다고 평할 수밖에 없었다. 캐셔는 쪼개진 시간 속에서 거대한 마트 공간을 누비고, 고객의 눈, 동료 노동자의 눈이라는 감시체계를 몸에 새긴 채 매주 바뀌지만 공식적으로 교육되지 않는 업무 정보를 숙지한다. 거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고객만족센터’가 되어 친절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그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캐셔의 일은 무척 복잡도가 높고 숙련을 요하는, 무엇보다 시간에 늘 쫓기는 일이었다. 소비를 위한 공간의 일부처럼만 보이던 누군가의 일터가, 지금도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선명하게 담아 낸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와 의미는 어떻게 정의되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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