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평하는 평론가도 많지 않지만, 드라마평론을 통해 공식 등단한 평론가는 아직까지 없다. 김민정 평론가만 빼고. 김민정 평론가는 문화전문지 〈쿨투라〉를 통해 드라마평론가로 등단한, 공인된 드라마 전문가이다.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드라마를 보고 비평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그것을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며 살고 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평론가 언니가, 인생의 반면교사가 되어준 드라마 속 언니들에 대해 들려주는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언니가 있다는 건 좀 부러운걸》은 드라마를 통해 만난 매력 만점의 여성 캐릭터들과 함께 성장해온 저자의 가슴 따뜻한 애정 고백이자, 그 속에서 인생의 소중한 조언들을 추려낸 일종의 힐링 에세이이다. 동시에 우리를 사로잡았던 명품 드라마들을 여성 캐릭터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읽어나가는 ‘드라마 사전’이기도 하다.저자는 이 책에 스스로 ‘슬기로운 언니의 드라마 사전’이라는 부제를 붙여두고 썼다. 스무 살부터 마흔 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인생에 고민이 생기거나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조언을 아낌없이 퍼준 드라마 캐릭터들을 만난다. 고혜란, 나은진, 안영이, 오혜원, 박완, 주열매, 조이서, 김혜자, 이은정, 홍난희, 강미래, 한여름, 강선영, 정금자, 하노라, 배타미, 채송화, 장하리, 윤세리, 지해수, 정예은, 김복주, 성나정, 송지원, 여다경, 이지안, 쓰투모, 이수정, 서달미, 나봉선, 최애라, 한정오, 윤진아, 서이수…. 그녀들의 성공과 실패, 도전과 좌절, 꿈과 희망을 통해, 나날이 성장해가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는 고백들은, 저자의 내밀한 추억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시대 모든 여성들의 삶에 하나의 지침이 될 만하다. 드라마 속 언니들의 조언은 현실적이고 슬기롭기 때문이다.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고 괜한 후회로 밤새 속앓이를 할 필요도 없고, 자신에게 해준 조언이 무슨 이해관계에 얽힌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들을 던져주니, 이런 언니를 두었다는 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그래서 이 책은 자기 고백이기도 하면서 힐링에세이이기도 하고, 심지어 일종의 자기계발서가 되기도 한다.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의 다양한 현실 속 고민을 가진 드라마 캐릭터들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성장 과정에 겪었던 거의 모든 문제들이 망라되어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책은 그녀들의 성공과 실패의 여정에서 삶에 적용할 알차고 현실적인 조언들을 찾아내, 가슴에 스며드는 문장들로 풀어낸다. 드라마 캐릭터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피다 보면, 완전 빠져들어서 보았던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자연히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드라마 다시 보기’이자, ‘다시 보기를 권유’하는 책이다.이 책에서는 스무 살 강미래의 이야기인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부터 〈청춘시대〉, 〈눈이 부시게〉, 〈부부의 세계〉, 〈미생〉, 〈이태원 클라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거쳐 마흔의 오혜원이 등장하는 〈밀회〉까지, 41편의 드라마와 그 드라마 속 현실을 종횡무진한 40여 명의 여성 등장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멋진 언니, 당당한 언니, 본받고 싶은 언니,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드라마 속 든든한 언니들을 잔뜩 만날 수 있다.저자 역시 평론가의 어조가 아니라 ‘드라마 좀 제대로 보는 언니’가 되어서 감각적인 문체와 통통 튀는 언어로 드라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드라마에서 다룬 연애와 직장문제, 인간관계와 꿈, 삶의 비전과 온갖 종류의 갈등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글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임에 틀림없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처럼 어떤 로맨스에 마냥 설레기도 하고, 어떤 날선 현실에 잔뜩 베이기도 하고, 어떤 좌절 앞에 굴복하거나 기어이 힘을 끌어모아 다시 도전하기도 하면서, 우리 모두 그렇게 성장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바로 지금 힘이 되어줄 알찬 조언과 격려의 말을 들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세상을 대하는 좀 더 다부진 태도를 배울 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분명 언젠가 가슴을 설레게 했던 드라마를 떠올리며 감상에 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오래전에 고이 접어둔 꿈을 다시 한 번 펼쳐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