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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저/배수아 | 책세상 | 2022년 6월 1일 한줄평 총점 10.0 (1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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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 안네의 일기
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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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안네의 일기
일기 이후의 이야기
작품 해설
작가 연보
독후감―조해진(소설가)
안네 프랑크 재단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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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안네 프랑크 (Anne Frank)
1929년 독일의 상업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대인 은행가 오토 프랑크와 어머니 에디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에디트는 독실한 개혁파 유대교 신자였다. 안네는 언니 마르고트와 함께 어려서부터 시나고그에서 유대교 신앙을 배웠다. 1938년 이후 나치는 유대인들을 유럽 사회에서 소외시키기 위해 학교 진학에서도 차별을 했다. 이 때문에 안네는 몬테소리 학교에서 개별 자유 수업을 받고 유대인 중학교에 진학하였다.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네덜란드에까지 반유대법이 도입되자 1942년부터 독일 군대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숨어 지냈다. 안네가 일기를 쓰기... 1929년 독일의 상업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대인 은행가 오토 프랑크와 어머니 에디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에디트는 독실한 개혁파 유대교 신자였다. 안네는 언니 마르고트와 함께 어려서부터 시나고그에서 유대교 신앙을 배웠다. 1938년 이후 나치는 유대인들을 유럽 사회에서 소외시키기 위해 학교 진학에서도 차별을 했다. 이 때문에 안네는 몬테소리 학교에서 개별 자유 수업을 받고 유대인 중학교에 진학하였다.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네덜란드에까지 반유대법이 도입되자 1942년부터 독일 군대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숨어 지냈다.

안네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안네 가족에게 전해졌다. 일기를 쓰며 두려움을 달래고 희망을 가졌지만, 1944년 8월 4일 독일 비밀경찰이 안네 가족을 찾아냈고, 그들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결국 연합국이 승리를 거두기 두 달 전인 1945년 3월 안네는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로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영양실조와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다. 전쟁이 끝난 뒤 1947년, 『안네의 일기』가 출간되며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역 : 배수아 (裵琇亞)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책세상 세계문학’을 출간하며

새롭게 펴내는 ‘책세상 세계문학’은 이전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이 영미나 유럽 문학 중심의 세계문학 소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세계 문학에서 고전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이념과 장르를 막론하고 문학이라 불리는 모든 형태의 텍스트를 선보였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향점은 이어가되 작품 목록은 전면 재구성해, 고답적인 분위기는 덜어내고 젊고 현대적인 시각과 감각을 불어넣어 감성과 향수를 고양하는 문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번역과 장정에 공들인 고품격 세계문학을 추구한다.
수많은 고전 가운데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을 되도록 중역 없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며, 누구나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제대로 만든, 함께 읽는’ 시리즈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만, 옛사람들의 삶과 해학, 그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고전문학’이 전하는 메시지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기 바란다. 이 시리즈를 통해 고전은 단순히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지성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ㆍ원문에 충실한 정확하고 우리말다운 번역
각각의 작품 및 작가 특유의 느낌과 문체를 살리는 동시에 시대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분하고 정확성을 기하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원전 읽는 즐거움을 살리고자 했다. 이때 작가에 따라, 지문과 대화에 따라, 문체에 따라, 문맥에 따라 번역 원칙을 적용하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어렵고 까다로운 한문 투와 외국어 표현은 버리고, 현대인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우리말로 옮겨 독자의 작품 몰입을 돕는다. 또 낯설거나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 등 주해가 필요한 경우는 해외 문학이라는 특성상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사회·역사적 설명을 각주로 달아 뜻풀이를 했다.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안정된 텍스트를 만들기 위해 실력이 빼어난 번역진이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원서를 확인해가며 교정, 교열에 공을 들였고,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체크해 소홀하거나 미진한 부분이 없도록 편집에도 최선을 다했다.

ㆍ작품의 가치와 무게, 흥미와 진지함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독후감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천사와는 다른 성격의 ‘독후감’을 실었다. 작품을 먼저 읽은 글 잘 쓰는 ‘독자’가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한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를 비롯해 독서와 논술에 신경 써야 하는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들에게도 책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다.

ㆍ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작품 해설·작가 연보
고전문학 작품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고, 이해와 해석의 틀이 마련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작가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물론 작품을 집필한 배경이나 의도,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도 실었다.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는 기존의 백과사전식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하면서 작품에 몰두해 원저자의 의중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헤아렸을 번역가가 직접 써서 좀 더 편안하고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정보를 담았다.

ㆍ작품의 개성을 살린 유니크한 디자인·장정
표지 디자인은 작품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색깔’과 ‘원제의 한 글자’를 각인해 세련되고 심플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살렸으며, 표지 글 또한 이미지에 어울리게 군더더기 없는 최적의 내용만을 부각했다. 본문 디자인은 유행하는 서체를 이용해 특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제도 성격도 분량도 저마다 다른 작품의 다양성을 감안해 오래도록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평범한 가운데 실용성을 고려했다. 띠지 디자인은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와 읽을거리가 많은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콘셉트로 표지 디자인과 대비를 이루며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개성을 연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지면의 집중력을 살린 판형과 탄탄한 각양장 제본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안네만의 일기가 아니라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안네의 일기
_완전판 《안네의 일기》가 출간되기까지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_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는 1942년 6월 12일, 열세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편지 형식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안네에게는 아버지 오토 하인리히 프랑크와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 홀랜더, 세 살 위인 언니 마르고가 있다. 오토 프랑크는 유대인 박해가 자명해진 시기에 가족과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오펙타의 네덜란드 지부를 설립하고 운영한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가 위치한 건물 뒤편 공간에 가족들과 함께 지낼 은신처를 마련한다. 이후 마르고에게 노동 수용소로의 추방령이 떨어진 다음 날인 1942년 7월 6일부터 프랑크 가족 모두 은신처로 들어가 숨어 살게 된다.
은신처에 들어올 당시에는 몇 주나 몇 달 동안만 숨어 지내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들의 은신처 생활은 2년 넘게 이어졌다. 그 2년여 동안 안네의 세계는 안과 밖에서 모두 요동쳤다. 밖에서는 전쟁과 유대인 탄압 정책이 시작되면서 가슴에 노란색 별을 달아야 하고, 전차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었으며, 어두워질 무렵부터는 거리를 다니지도 못하는 억눌린 세계가 펼쳐졌다. 앞날의 안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은신처 생활은 거주자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긴장과 공포는 종종 거주자들 간의 갈등 관계를 첨예하게 만들었다. 특히 안네는 엄마와 갈등의 골이 깊었으며, 은신처에서 초경을 겪고 첫사랑의 열병도 통과한다.
다른 무엇보다《안네의 일기》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가장 분명한 특성은 기질이 한없이 분방하면서도 변덕스럽고 반항심이 강한 천성을 지닌 안네가 막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서던 시기에 일기를 썼다는 점이다. 그런 시기에 부모와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안네의 일기는 1944년 8월 1일에 끝난다. 안네가 열세 살이 된 날부터 2년 2개월 동안 일기를 쓴 셈이다.
1944년 8월 4일 아침 10시, 은신처에 들이닥친 나치에 의해 그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누군가가 은신처를 밀고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확실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1944년 9월 3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에 은신처 식구들도 포함되었으며, 10월 28일 독일의 베르겐 벨젠 수용소로 이송된 안네는 베르겐 벨젠에 티푸스가 창궐하던 1945년 3월에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네 프랑크의 묘비는 베르겐 벨젠의 추모 구역에 있으나 이는 비석을 세운 것일 뿐 안네의 매장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57년 5월 3일, 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의 집을 수리해 공공에게 개방하기 위해서 가족 중 유일한 아우슈비츠 생존자 오토 프랑크를 중심으로 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안네 프랑크 재단을 건립했다. 은신처가 있던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라고 불리며 1960년 5월 3일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안네의 죽음에 빚을 지다
_‘독후감’: 조해진(소설가)

안네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은 드물 것이다. … 그래서일까. 안네의 일기는 읽지 않아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지 모르겠다. 이 애매한 표현은 완벽하지 못한 기억 때문이다. 안네가 일기를 쓰던 나이, 그러니까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누군가에게서 빌린 책을 통해 안네의 문장들을 읽은 듯만 한데, 그래서 내 머릿속엔 전쟁, 다락방, 소녀, 이 세 키워드가 안네를 둘러싼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긴 한데, 일기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배수아 소설가가 새롭게 번역한《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안네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안네는 전쟁 중에 다락방에 숨어 있던 고정된 이미지 속의 가엾은 소녀가 아니라 매 순간 갈등하고 고민하며 성장했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워가던 역동적이고 구체적인 생애 속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알게 된 것이다.

내 글쓰기는 안네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죽음에, 미완인 생애에, 그녀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에. 아니, 글쓰기와 무관하게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녀에게 빚을 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모든 이의 삶은 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13건)

구매 안네의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6 | 2023.09.14

원래 영문판으로 읽다가 좋아하는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책이라고 들어 구입하게 되었다.

홀로코스트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 안네 프랑크.

이젠 전 세계에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고 그녀의 일기는 계속해서 후대에 전해질 것이다.

그 시절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또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기 위해.

책의 마지막 구절 '안네의 일기는 여기서 끝난다'라는 말이 참 구슬프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구매 소녀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라*마 | 2022.06.17

안네 프랑크. 유대인 소녀의 일기이다.

세계2차대전 당시 어린나이였던 안네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위선과 전쟁의 참혹함을 읽어내려갔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현상을 이야기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들어내는 모습의 안네는 정말 다른 또래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성장 중인 청소년이었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전쟁의 무모함과 참혹함, 그리고 비인류적인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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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감금 속의 해방, 『안네의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c*****3 | 2022.05.22

  『안네의 일기』는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하여 2년 동안 은신처에서 생활한 안네의 기록이다. 안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오토 프랑크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프랑크 일가는 히틀러 집권 이후 점점 심해지는 독일의 박해를 피하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으나, 2차 세계대전으로 네덜란드가 독일에 점령 당하자 1942년부터 은신처를 마련하고 도피 생활을 시작한다. 안네는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가상의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일기를 써 내려갔다. 『안네의 일기』는 세계적인 고전이 되었고,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다이제스트본이 널리 읽혔기에, 일기의 일반적인 내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유대인에 대한 차별상, 숨어 지내야만 하는 삶의 불안과 공포, 전쟁과 탐욕에 대한 비판적 시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럼에도 잃지 않는 희망 등의 주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고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아무나 제대로 읽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이더라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외의 새로운 지점들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요한 사실들이 비본질적인 면으로 보이기도 하고, 감춰져 있던 사실들이 보물처럼 나타나 기존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부수기도 한다. 『안네의 일기』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일반적 내용보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 어머니와 언니와 겪은 불화, 함께 은신처에서 생활하는 판 단 가족과의 끊임 없는 마찰, 페터 판 단과 나누는 사랑, 성에 대한 호기심, 청소년의 독립성과 자유 옹호, 여성의 지위에 대한 성찰,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태도, 엄청난 공부량, 열악한 식량 문제 등 생활세계 측면의 테마는 이념적 주제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안네의 실존은 유대인 박해로 희생된 소녀라는 단편적인 이해를 훨씬 초과한다. 무엇보다도 13세의 소녀가 15세에 이르기까지 이룩한 인격적 성숙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긍지를 생각케 한다. 이 글에서는 『안네의 일기』의 내용을 정리하기보다는 글의 형식적 특성과 안네 프랑크의 정신적 해방 과정에 주목하려 한다.

 

생생한 인물 묘사

 

  『안네의 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안네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눈앞에 보이듯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일기는 보통 자신의 상념과 에고에 대한 집착이 추상과 과잉으로 흐르기 쉬운데, 안네는 관심을 자신이 아닌 대상에 기울인다. 외부 세계를 섬세하게 인식하여 언어로 옮긴다. 사람 사이의 대화까지 옮겨져 있다. 그래서 흡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우린 이미 약속을 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지는 말자고. 난 약속을 꼭 지킬 거야."

"나도 그래, 페터. 하지만 아빠는 그걸 안 믿어. 아빠는 우리가 그냥 친구인 줄로만 알았대. 네 생각엔 우리가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니?"

"난 그렇다고 생각해, 넌?"

"나도 그래. 그래서 아빠에게 말했어, 널 믿는다고. 널 신뢰한다고. 내가 아빠를 믿는 것처럼 페터 너를 믿고 네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안 그러니?"

"그랬으면 하고 바라지."

그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어.

"난 널 믿어, 페터."

나는 계속 말했어.

"난 네가 좋은 성격을 가졌고, 앞으로 이 세상을 씩씩하게 해쳐 나갈 거라고 믿어." (387~388쪽)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면면도 그림 그리듯 되살아난다. 함께 지내는 사람에 대해 평하는 문장들이 많은데, 막연하게 판단하지 않고 언행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긍케 한다. 뒤늦게 합류한 뒤셀은 자기중심적인 생활 방식 때문에 안네의 가족, 판 단의 가족과도 많이 다투게 된다. 안네의 묘사만으로 뒤셀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

 

뒤셀 씨가 생일을 맞았어. 처음에는 생일에 아무 관심 없는 것처럼 굴더니 미프가 커다란 시장바구니에 선물 꾸러미를 가득 채워서 들고 오자 어린애처럼 급흥분을 하더군. 그의 애인인 샬롯테가 달걀이랑 버터, 과자, 레모네이드, 빵, 코냑, 야채가 든 케이크, 꽃, 오렌지, 초콜릿, 책, 그리고 편지지를 보낸 거야. 그는 선물을 탁자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사흘 동안이나 자랑스럽게 전시했단다. 유치한 사람!

뒤셀 씨는 어디 가더라도 절대 굶주릴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 그 사람이 찬장에 숨겨둔 빵이랑 치즈, 잼과 달걀을 우리가 발견했으니까. 우리는 그를 받아들여 은신처를 제공했느넫, 그런 우리 등 뒤에서 자기 혼자만 배를 불리며 그렇게 시치미를 떼다니, 정말 염치 없고 뻔뻔하지 뭐야. 우리는 모든 걸 그와 함께 나누었는데! 더더욱 참을 수 없는 건 우리뿐 아니라 클라이만 씨, 포스카윌 씨, 베프도 철저하게 나 몰라라 하면서 빵 부스러기 하나 베풀려 하지 않는 거야. 예를 들면 클라이만 씨가 오렌지를 그렇게 먹고 싶어 하는 걸 알면서도 뒤셀 씨는 자신의 식욕이 더 급하다는 식이지. (141~142쪽)

 

  안네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분명 모든 사건을 사실 그대로 옮겨 적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키티에게 '최대한 재미있게 알려주려고 한다'고 종종 언급한다. 친구에게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조곤조곤 얘기해 주듯이. 안네는 이미 일기를 쓰는 때부터 작가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있는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았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구미에 맞게 각색해 흥미롭게 들려주었다.

 

변증법적 지양의 정신

 

  2년 간 이어진 안네의 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면 은신하는 기간 동안 안네가 도달한 정신적인 성숙에 감탄하게 된다. 일기는 주관을 토로하는 텍스트이므로, 안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어렵지만, 자신을 여러모로 객관화하여 서술하려는 면모가 두드러지며, 그러한 자의식을 스스로 감지하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여덟 명이 함께 생활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지속되는 갈등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안네는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전쟁'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말을 '폭풍우'에 빗대곤 했다. 안네는 고분고분한 언니 마르고와는 달리 어른들의 말에 부당한 점이 있으면 맞대응해서 버릇없는 아이,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아이라는 비난을 종종 받은 모양이다. 일기의 초기와 중기에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른이 없다는 생각에 고독을 자주 토로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이런 나를 좀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까? 안전하게 지내는 걸 감사할 줄 모른다고 비난만 하지 말고, 유대인이건 아니건 그 문제를 넘어서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 순수한 즐거움을 갈망하는 어린아이를 이해해줄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을까? (217쪽)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기를 좋아하며,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는 판 단 부인을 안네는 싫어했다. 일기에는 판 단 부인이 안네를 비난하는 말들이 다수 기록되어 있으며, 그녀의 언행에 대해 불쾌함과 분노를 표출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안네는 은신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을 달리 보게 된다. 13세에는 판 단 부인과 판 단씨가 안네의 부모님과 싸우는 까닭은 판 단 가족의 이기심과 편견에 찬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했으나, 14세부터는 그들의 좋은 점도 함께 보려고 노력한다. 판 단 부인의 경우 그녀의 말을 잘 경청해주면 억지를 부리는 일이 별로 없다며 옹호하는 부분도 있다. 거꾸로 아빠는 자기 마음을 이해하는 자상한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안네의 고독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음도 깨닫게 된다. 예전에 알고 있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2년 사이에 빠르게 변화한다. 개인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열악한 삶의 조건이 정신의 부화를 촉진한 것 아닐까.

 

  안네가 공동체에서 느낀 고독은 그녀의 실존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녀는 외로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에 절망하다가 구원의 빛을 본다. 그것은 사랑이다. 페터를 달리 보게 된 것이다. 일기의 초반에는 페터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가 중반 이후로 페터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일기장은 페터 이야기로 채워진다. 페터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시작하여, 페터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그의 마음을 궁금해 하고,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낭만적 사랑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형성하는 에고의 환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실제로 사랑하는 것은 대상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대상에 덧칠된 나의 환상이다. 청소년기부터 사랑에 눈 뜬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보편적 경험이 안네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안네는 페터와 볼을 스치는 꿈을 꾸고, 페터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도 계속 그 꿈을 언급한다. "꿈속에서 느꼈던 페터의 뺨을 잊을 수가 없어. 그 황홀하던 순간!"(346쪽) 안네에게 그 꿈은 사랑의 원형인 셈이다.

 

  환상이 실재가 아님을 자각하게 되는 때, 다시 말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콩깍지가 벗겨질 때는 언제인가?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서로의 마음을 탐색하는 기간에는 상대에게 거절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환상을 존속시키거나 강화한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기를 바랐으면서도 소망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순간, 환상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욕망은 결여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핍이 충족되었을 때, 내가 원하던 것이 사실은 다른 데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안네는 페터가 자신에게 완전히 의존하기 시작함을 확신한 순간부터 페터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한동안 페터를 맹목적으로 미화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페터의 자상하고 친절한 면모와 약한 신념과 의지를 동시에 보게 된다. 페터의 약점을 진심으로 보완해주고 싶어한다. 일기에 나타난 관심사는 다시 다양해진다.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통해서 안네는 낭만적 사랑에 빠졌다가 나오면서 인간을 바라보는 안목을 확장한 것이다.

 

  은신처의 생활은 안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정신은 변증법적으로 성숙해진다. 그녀는 만약 피신하지 않고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어땠을지 생각한다. 그랬다면 안네는 고독을 경험하지 못하고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서 밝고 쾌활한 아이로 불리며 즐겁게 생활했을 것이다. 대신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은신처에서 겪은 고독감으로부터 진정한 자기('무거운 안네')와 겉으로 보이는 자기('가벼운 안네')의 괴리를 인식하고 '진정한 자기'와 대면했다. 그녀의 비정상적인 격리 생활이 자기 존재의 자각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선사한 셈이다.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된 실존

 

  안네의 정신적인 성장은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안네가 지니고 있는 타고난 자질도 한몫했다. 옳지 않은 말이라면 어른들의 입에서 나왔더라도 반박하고 저항했다. 나름대로의 뚜렷한 주관을 지니고 있었고, 그에 맞지 않으면 회피하기보다 싸워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비록 버릇 없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그녀는 '힘에의 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안네는 어른들을 매개로 주입되는 지배적 담론에 맹목적으로 젖어들지 않고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 있었다.

 

  일기의 후반부에는 사회에서 유포되는 일반적인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안네의 면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를 테면, 연합국인 영국에 대한 네덜란드 사회의 편견을 비판한다. 네덜란드인은 영국이 네덜란드의 해방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며, 네덜란드를 해방시킨 뒤에는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네덜란드인의 일방적인 희망 사항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일종의 집단적 환상이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을 돕는 미국은 우리의 친구라고 믿는 것과 같다. 영국이든 미국이든 그들은 친구가 아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 장치일 뿐이다. 그들이 선의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고 비현실적이다. 안네는 어른들이 품은 허상을 말도 안 된다고 평가한다. 안네는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성에 비해서 여성의 불리한 지위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대목은 놀랍다. 안네와 함께 지내는 가족 누구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 안네와 같이 생각하고 안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안네는 혼자서 성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여성의 존엄성'을 획득해야 해! 남자들은 어딜 가나 존경의 대상이 되는데, 왜 여자들은 거기에 아예 낄 수조차 없는 거지? 군인과 영웅에게는 감탄과 찬미를 바치고, 탐험가는 불멸의 영예를 얻고, 순교자들은 경배의 대상이 되지만, 여자를 한 명의 전사로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거잖아."(442쪽) 여자를 한 명의 전사로 보아야 한다는 문장에 눈이 간다. 안네의 정신은 지속적으로 해방을 향하고 있었다.

 

  감금되어 있던 그녀를 누가 해방으로 이끈 것인가? 안네의 일기에 묘사된 바에 따르면 은신처의 구성원들은 아니다. 그녀가 자유로운 정신을 구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공부'가 있었다. 어른들은 공부량이 많지 않았으나 청소년에 해당하는 페터 판 단, 마르고 프랑크, 안네 프랑크는 거의 매일 오랜 시간 공부했던 것으로 보인다.

 

페터 판 단: 영어 공부, 프랑스어 공부(통신강좌), 네덜란드어 속기, 영어 속기, 독일어 속기, 영어 상용 편지 쓰기, 목공, 경제학, 가끔가다 계산, 독서는 거의 하지 않으며, 어쩌다 지리 서적을 읽음.

마르고 프랑크: 영어 공부, 프랑스어 공부, 통신강좌로 라틴어 공부, 영어 속기, 독일어 속기, 네덜란드어 속기, 역학, 삼각법, 물리학 화학, 대수, 기하학, 영문학, 불문학, 독문학, 네덜란드 문학, 무기, 지리학, 근대사, 생물학, 경제학을 공부함. 책이라면 일단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종교와 의술에 관한 책을 선호함.

안네 프랑크: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를 공부함 네덜란드어 속기, 기하학, 대수, 역사, 지리, 예술사, 신화, 생물학, 성경, 네덜란드 문학을 공부함. 좋아하는 책은 전기류(교양서든 통속서든 구분하지 않음), 역사책, 때로는 문학류와 대중소설도 읽음.(414~415쪽)

 

  이들은 격리되어 있었지만 끊임없이 언어학, 수학, 문학, 역사, 지리, 경제, 예술, 신화, 종교 등의 학문을 공부했다. 안네가 자신을 객관화하고 보편적 진리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토대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공부 역량에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안네는 공부가 힘들다고 하면서도 힘든 과정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타자를 수용하는 훈련이 일상에서 꾸준히 반복되었다. 무엇을 공부했느냐보다도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마음의 꼴이 중요한 셈이다. 공부의 요체는 자기-변화이며, 안네는 자기-변화의 의지가 강했다. "솔직히 나는, 자기 입으로 "난 나약해" 이따위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나약한 채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아니, 자신의 나약함을 안다면서 왜 그걸 물리쳐버릴 방도를 구하지 않는 거지? 왜 자신의 기질을 강하게 훈련하지 않는 거지?"(448쪽) 안네는 거의 니체적인 '힘에의 의지'를 깨닫고 있었던 듯하다.

 

매일 저녁 그날 하루의 일을 되새기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했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사람들이 훌륭하고 착하게 살 수 있지 않겠니.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모색을 할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분명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겠지.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야. 돈도 전혀 들지 않고, 효과도 아주 좋지. 이걸 모르는 사람은, 이제라도 배워야 하고 경험해봐야 해.

"맑은 양심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450쪽)

 

  안네의 육체는 감금되어 있었지만, 모순되게도 정신은 해방되어 갔다. 그녀가 1944년 8월에 비밀경찰에 의해 발각되지 않고, 아우슈비츠로 떠나는 마지막 기차를 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티푸스로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안네는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안네는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세계에 이름을 남기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졌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안네 프랑크는 죽은 후에야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운명의 장난과 같은 모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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