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첫 페이지에 적혔다.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운동가이다. 쉽고 명쾌한 불법이다.
현대인들의 정신적 아픔을 이해하기 쉬운 불교적 견해로 치유의 강연과 저서를 통해 위로해 주는 법륜스님의 책이다. 특유의 간결하고 똑부러지는 진단과 진찰들이 새겨져 있다.
1장 : 존재로부터의 자유
2장 : 삶은 이미 우리 앞에 놓여 있다
3장 : 네 발 밑을 보라
4장 :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
5장 : 화작
6장 : 열 가지 바라는 마음의 포기, 그리고 새로운 선택
7장 : 사람. 세상, 자연
"나는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와 같다.
자신이 별 게 아닌 줄 알면 상처받을 일이 없다.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롭고,
그 때문에 결국 특별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짤막한 말과 함께 긴 설명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화로 불법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법륜 스님 다운 짤막하면서도 번뜩이는 에피파니가 느껴지는 책이다.
마침 주말이라 다행이었다. 몸살이 온 것처럼 온 몸에 힘이 쭉 빠진 상태가 계속 되는 바람에 잠자는 시간으로 하루 대부분을 채워버렸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낸 날. 주말마다 뭔가를 계획하고 알차게 보내는 타입은 아닌데 잠을 자며 보내는 건 아까워 하는 나로서는 완전히 하루를 허비한 셈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꿈쩍하기 힘들었던 날. 다행히 더 자고 덜 움직였더니 몸 상태가 차츰 정상을 찾아갔다. 하루를 돌아보니, 쉼이 필요한 몸에 그에 맞는 처방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허비한 시간은 아니었던 셈이다.
조건이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그 매일매일이 모여 내 인생이 된다. 불행은 늘 사람들 스스로가 만든다. 즉, 주어진 자기의 현실을 외면하는 데에서 불행이 싹튼다. (29쪽)
잠깐 세탁소를 들를 일이 있어 아내와 외출했다가 그런 얘기를 했다. '남산을 매일 다닐 정도의 체력을 자랑하다가 아프면 이렇게 돼 버리네. 나이들고 병이 찾아오면 한순간에 일상이 바뀔 수 있는 것을.' 몸이 건강한 일상도, 몸이 아파 힘든 일상도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의 한 단면이지 그게 좋고 나쁨의 평가를 받을 일은 아니다. 이래 저래 나는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남산을 뛰어다니는 나의 일상도, 몸이 힘들어 침대 밖으로 나가기 힘든 일상도 살면서 겪게 되는 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이런 생각 덕분에 내가 보낸 하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라,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낸 거라고.
모든 현상은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 거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면 거기에는 괴로워할 만한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을 보고 내가 괴로워하거나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킬 뿐이다. 그러니 자기 마음을 잘 관찰해야 한다.(39쪽)
삶의 모든 측면을 긍정하자고 자주 마음 먹는다. 자주 흔들리는 그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건 평소의 마음 습관이다. 흔들릴 때마다 힘들어하거나 우울해하기 보다 그 순간에 숨어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낼 수 있는 마음 습관. 그것은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수행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의 생각을 관장하는 두뇌는 깜깜한 두개골 속에 숨어 있다. 나는 내 몸 안의 두뇌를 죽어서까지 볼 기회가 없다. 두뇌 역시 내 몸 밖으로 나올 일 없고, 나와서도 안 된다. 그런 두뇌가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은 온전히 내 몸의 감각에 의지한다. 내가 느끼는 감각, 생각에 의지해 세상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외출했다가 돌아와 신발을 벗을 때, 마음이 신발 벗는 데 있지 않고 방에 먼저 가 있으면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게 된다. 이는 내가 현재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네 발 밑을 보라'고 한다.(81쪽)
항상 좋은 생각하기. 두뇌의 이런 특징은 내가 내 안에 무엇을 주입하느냐에 무척 예민하도록 만든다. 내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말, 행동이 전달한 메시지들이 두뇌에 차곡차곡 쌓일 거란 생각 때문이다. 이것을 깊이 이해하고 나면 '절대 긍정'이란 말에 꽂힌다. 삶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기 위해 애쓰고, 좋은 말을 하며 긍정에너지가 솟는 행동을 하게끔 만든다. 어차피 내가 접하는 세상사는 똑같다. 단지 생각이 세상을 읽는 방법을 바꾼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내가 선택할 길은 단 하나뿐이다. 좋은 것들을 접하고 내 안에 쌓아가자.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수행을 하면 삶을 일관되게 좋은 마음으로 살아낼 수 있다.
원효 스님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한 생각이 일어나니 만법이 일어나고, 한 생각이 사라지니 만법이 사라지네. 일체가 다 마음이 짓는 바이거늘." (127쪽)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다는 사실. 아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과 다르듯, 아는 것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것도 다르다. 내가 마주친 현상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지는 순간, 내 마음을 바라보고 바꿀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경험과 수행이 필요하다. 머리로만 아는 것은 전혀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삶에 녹여낸 지혜만이 그 사람의 깊이를 결정한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보냈고, 어설픈 생각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자주 반복해 경험을 새긴다. 머리로 알았던 사실들을 다시 새기며 뼛속 깊이 새기려는 노력을 더하게 된 이유다.
어떤 마음으로 친구를 대하고 사귀어야 친구와 의가 상하지 않고 괴로움 없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이롭기를 바라지 않을 때이다. 아니, 친구 관계뿐 아니라 부부나 직장 동료, 이웃 등 모든 인간 관계에 다 적용되는 가르침이다.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괴로움이 있다면, 비록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상대에게서 이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162쪽)
이 책 <깨달음>을 읽으면서 나란 존재가 얼마나 내 안에 갇혀 사는지 알아가고 있다.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에 의지해 사는 나를 체감하며 깨어있는 삶의 중요성을 새기고 있는 것이다. 새김은 단 한 번의 읽음으로 극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반복이 주는 선물이다. 나만 생각하는 나를 느끼고 바라보며, 나를 바꾸는 기회로 만드는 동시에 내가 바뀌면 사람들과의 관계의 깊이도 달라질 거란 기대를 하게 된다. 나를 우선하고 나를 이롭게 하려는 못된 생각을 내려놓을 때 의미 있는 관계가 시작될 거라는 기대다. 자주 깨어있으려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는 그날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을까.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146쪽)
몸이 아프면 건강함 그 자체가 감사함이 된다. 아프면 할 수 없게 된 모든 것들이 감사해야 할 대상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건강할 때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들이 샘솟는다. 아프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기회, 삶에 대한 통찰을 얻는 기회가 온다. 힘들 때 오히려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떠올린다면 삶을 더욱 깊이 감각하는 기회가 된다. 덕분에 아프면서 보낸 하루가 나를 깨우는 또 다른 기회가 됐다. 깨달음, 그것은 눈을 뜨고 평소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되는 것. 무의식에 의지해 잠든 것처럼 지내면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기 힘들다. 이 책 <깨달음>을 곁에 두고 자주 나를 흔들어 깨어남을 경험하려고 하는 이유다.
마음 공부는 일반적으로 교육이라고 하는 따라 배우기 방식으로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참자유는 깨달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112쪽)
현생 부처 원효대사의 해탈과정을 정리한 부분이 인상깊다.
세속에 속하여 물드는 존재, 속하지 않고 물들지 않는 존재, 속하되 물들지 않는 존재, 속하되 상대방을 물들이는 존재로 구분하고,
각각의 단계에서 원효대사의 왕가의 삶, 공부하는 삶, 부목의 삶, 저자거리의 삶을 묘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각 단계의 삶에 대해 공감도 해보고 내 삶을 비교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어느 단계에 도달했는지도 생각해본다.
머리맡에 두고 반복해서 읽으면 좋겠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