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유진 저
히가시노 게이고 저/최고은 역
피터 스완슨 저/노진선 역
김이삭 등저
로라 데이브 저/김소정 역
이시우,김동식,허정,전건우,조예은,남유하 공저
내가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치안과 질서가 불안정한 땅을 무대로 삼은 소설은 다이내믹하고, 전대미문이었으며 통쾌해서 작중에 등장하는 파이어버드에 올라탄 듯한 질주감이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나오키상 심사평
최근 추리 소설 읽기가 시들해져서 추리 소설 분야의 만능 검색어 ‘히가시노 게이고’를 검색했다가 [류]를 만났다. 읽을수록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이 이해되었다. 단순한 미스터리물 이라기보다는 인생에 숨어있는 미스터리의 답을 찾아 이리저리 방황하는 가족 3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주요 무대는 대만이고 시기는 1920년대 ~ 1990년대 후반까지 아우른다.
<등장인물>
- 예치우성 가족
예준린 : 예치우성의 할아버지. 국민당에 가담하여 과거 잔혹하게 공산주의자와 그들의 가족을 학살한 전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살해당한다.
린리롄 : 예준린의 두 번째 부인. 예치우성의 할머니.
밍후이 : 예준린의 아들, 예치우성의 아버지. 고등학교 교사
차이위팡 : 밍후이 부인, 예치우성의 어머니
예치우성 : 밍후이의 아들. 할아버지의 죽음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한다. 주인공.
밍첸 : 예준린의 아들. 시시껄렁한 무용담이 많은 인물.
샤오메이 : 예준린의 딸. 출판사 편집자로 일한다.
위우원 : 예치우성이 과거 전장에서 살린 아이로 예준린의 양자가 된다. 성인이 된 후로는 선박회사에 취직하여 해외를 떠돈다.
- 예치우성이 사는 마을 이웃
뚱보 : 밍첸의 친구이자 마을의 한량.
샤오잔: 예치우성의 절친이며 불량배이다.
마오마오 : 뚱보의 조카. 예치우성보다 연상. 예치우성의 첫사랑이다.
가오잉썅 : 샤오잔이 따라다니는 불량배 형님. 잉 형님이라고 불린다.
저우 경관 : 예준린 살인사건을 수사하지만 용의자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
- 예치우성이 학교, 군대, 직장에서 만난 사람
레이웨이 : 불량 학교의 보스, 싸움꾼으로 예치우성과 한판 싸움을 벌인 후 퇴학당한다. 이후 시인이 되려고 글을 쓴다.
취홍장 : 군대 동기.
왕우원밍 : 군대 동기. 허풍을 잘 떤다. 이후 신문기자가 된다.
위옌지에 : 군대 동기. 별명 대어.
시야메이링 : 예치우성의 두번째 여자친구.
예치우성의 할아버지 예준린은 ‘사허마을 학살사건’의 주범으로 1943년 9월 29일 무려 56명의 사람들을 살해하였다. 당시 예준린은 국민당에 속해 공산당과 싸움에 뛰어들었다가 패배 후 대만에 자리잡는다. 중국 산둥성 출신이지만 대만에 살며 대륙을 그리워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때문이다. 예준린은 신통한 도깨비불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도와준다며 자신을 불사신으로 여긴다. 하지만 예준린은 대만 총통 장제스가 죽은 1975년에 살해당한다. 당시 17살이던 예치우성은 연락이 없는 할아버지를 찾으러 가게에 갔다가 욕조에서 죽어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도대체 누가 불사신인 할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예치우성은 독일제 모제르 권총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민첩한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한다. 당시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던 예치우성은 친구 샤우잔이 가지고 온 건수에 말려들어가 퇴학 처분을 받고 불량배들만 모아놓은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예비 범죄자들의 무리가 가득했던 고등학교에서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방황하던 예치우성은 끊임없이 싸우고 사고를 친다.
사건 1 : 1976년 스포츠카의 귀신
복권에 당첨된 샤오잔은 밍첸 삼촌의 친구인 뚱보에게서 차를 산다. 그리고 예치우성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간다. 할아버지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예치우성은 샤오잔과 함께 스포츠카를 타고 거리를 내달린다. 그 때 뒷쪽에서 스포츠카를 따라오며 야유를 퍼붓던 벤츠가 있었다. 싸움이 붙을 뻔 했지만 스포츠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벤츠는 샤오잔과 예치우성을 앞진러 간다. 계속해서 드라이브를 하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앞질러 갔던 벤츠 차량이 도로에서 미끄러져 낭떠러지로 구른 것을 본다. 샤오잔은 구급차를 불러오고 예치우성은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의 상태를 차례대로 확인한다. 그런데 어쩐지 다른 사람들은 남자 세 명만 인식하고 여자 한 명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자 귀신은 예치우성을 따라다니며 “예치우성, 나 좀 도와줘”라며 울부짖는다. 예치우성은 애써 외면하지만 결국 여자 귀신을 도와 그녀를 죽인 사람을 찾아낸다.
사건 2 : 할아버지의 구두와 권총
대학 입시에 실패한 예치우성은 육군 군관 학교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공부하던 예치우성은 마오마오와 가까워진다. 어느 날 샤오잔은 도난당한 할아버지의 구두를 잉 형님 무리들이 발견했다며 예치우성을 이끌고 잉 형님이 있는 곳으로 간다. 잉 형님 무리는 이미 도둑을 흠씬 두들겨 패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었던 구두는 할아버지의 구두가 틀림없었다. 그러면 이 도둑이 할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말인가. 예치우성은 도둑과의 대화를 통해 도둑이 살인범이 아님을 깨닫는다. 자리를 떠나려던 예치우성과 샤오잔. 잉 형님은 샤오잔에게 도둑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샤오잔은 이를 거부한다. 예치우성과 샤오잔은 잉 형님 무리와 한판 붙고 도망친다. 하지만 샤오잔은 이내 잉 형님 무리에게 이끌려 간다. 예치우성은 샤오잔을 구하기 위해 숨겨두었던 할아버지의 권총을 챙긴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위우원은 샤오잔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샤오잔을 구출하기 위해 잉 형님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한편 할아버지가 숨겨놓은 권총을 찾던 예치우성은 권총과 함께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위우원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사건 3 : 분신사바와 마오마오와의 이별
육군 군관 학교를 퇴학한 예치우성은 군대에 입대하여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군대 동기들과 장난으로 분신사바 놀이를 하던 예치우성은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알고 있다는 귀신의 대답에 놀랜다. 1979년 전역한 예치우성은 연락이 뜸해지는 마오마오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오마오의 변심에 눈물 흘리며 슬퍼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서야 밍첸 삼촌으로부터 마오마오가 자신과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는다.
사건 4 : 할아버지를 죽인 진범 찾기
1980년대 초반 대학 졸업 후 취직한 예치우성은 대만과 일본을 오가며 바쁘게 지낸다. 일을 하면서 일본에 있는 새로운 여자친구 시야메이링도 만났다. 해결되지 못한 할아버지 살인범 찾기와 마오마오와의 아픈 이별로 여전히 예치우성은 마음을 잡지 못한다. 그리고 산둥성에 있는 할아버지의 지인인 마 할아버지와 편지 교우를 시작한다. 1984년 일본을 거쳐 산둥성에 도착한 예치우성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할아버지를 죽인 진범의 모습을 완성한다. 할아버지 예준린이 주민 대부분을 학살한 마을에 도착한 예치우성은 총에 맞는다.
사람이 죽을 때마다 그 사람이 있던 세계가 사라진다. 나는 그들 없이 살아야만 한다. 원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더 애매하고, 차갑고, 무관심을 숨기려 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에 내 다리는 얼어붙는다. 따뜻한 외투가 하나씩 벗겨져 알몸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내 마음은 온기를 원하는데, 그러나 내 영혼은 그렇지 않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영혼은 그들과 있음을 느낀다. 그들의 눈으로 매사를 보고, 그들의 귀로 소리를 듣고, 그들의 태도로 영원한 동경을 품는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오랜 세계로 잠겨간다. 내 마음은 그렇게 위로받는다….
인생은 이어진다. 이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나는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말할 수 없다. 그런 짓을 하면 이 행복한 순간을 더럽히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은 그저 이렇게 말하며 이 이야기를 끝내자.
1996년 퇴직한 아버지의 물품을 정리하던 40대에 접어든 예치우성이 과거의 일을 돌아본다. 그것은 할아버지 예준린부터 시작하여 아버지 밍후이를 거쳐 예치우성이 물려받은 업보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치우성은 자신을 사랑해주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끝까지 파고들며 1920~1990년까지 70년의 세월을 풀어낸다. 그 속에는 중일 전쟁, 국민당 VS 공산당의 전쟁과 대만으로 밀려온 사람들의 고향을 그리는 슬픔, 장제스 사망 후 대만의 혼란과 계엄령 그리고 1980년대 대만 - 중국 관계 개선까지 역사의 격동이 들어있다. 역사도 크게 요동치지만 예준린의 집안 역시 크게 변화를 겪는다. 그것을 감수성 어린 예치우성이 포착하여 이끌어내는데 역사소설을 읽는 것도 같고 미스터리한 인생사를 풀어낸 다큐를 보는 것도 같은 느낌이 든다. 대만으로 이주한 1~3세대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이다. 작품 [류]가 깊이있는 대만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성장 배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작가 히가시야마 아키라는 대만 태생으로 아홉 살 때 일본으로 건너온 뒤 후쿠오카에 머무르고 있다. 대만 국적을 가졌지만 일본 소설계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미스터리물이라 생각하며 가볍게 읽었는데 읽을수록 내용이 진지해져서 완독하고 나서는 카르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어쨌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슬픔과 동시에 희망도 찾는다. 찬호께이의 [13.67]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도 읽어볼 만하다.
우선 하고싶은 말은 이 작품이 예스24에서, 또 옮긴이의 해설에서 미스터리로 구분되나, 우리가 접하는 일상적인 본격,사회파적 미스터리와는 다른 결임을 이야기해둔다. 읽다가 나처럼 어엉? 하는 이들이 있을까봐. 기대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그것을 알아두시란 이야기지 이 작품이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153회 나오키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서점 대상의 영광을 빛내는 작품이다. 최근에 읽었던 나오키상 수상자인 아사다 지로의 [가스미초 이야기 (잊지못할, 아사다 지로의 가스미초 이야기)]의 다음인지라 나오키상이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에는 시대를 아우르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역사와 사랑, 죽음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이 있었다. 그리고 꽤 문학적인 꺠달음이 있고. 거의 평행이론으로 두 작품이 흘러가는듯하다.
이 작풍에선 주인공 예치우성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가 어릴적인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아니 그의 할아버지가 만든 역사의 그늘이 몇십년뒤에도 흐르니, 일본의 만주지배에서 붙어 중일전쟁, 공산당, 국민당과의 싸움, 장제스의 대만 건국, 공산당이 아닌지 검열하는 것, 군대징병제, 학교진학과 군대의 시스템, 대만에서의 외성인 (중국에서 온)과 내성인 (대만에서 태어난 사람)간의 분쟁, 일본에의 동경 등 시대를 아울르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각각의 모습이 비춰진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말하자면, 중국에서 일본인의 첩자였던 왕커창과 가족들, 및 그 마을을 몰살시켜버린, 주인공의 할아버지 예준린에 대한 다른 방향에서 평가하는 시선들, 그리고 이런 할아버지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아온 주인공,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는 살해당하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소년이 성장하며 여러가지 일과 우정, 사랑을 겪으며 그 미스테리를 풀려는 의지를 계속 갖고있는 것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이렇게 간단하게 줄일 정도로 이들 인생의 무게는 가볍지않다. 저 위의 사람들의 이데올로기 전쟁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즉 동일한 사람이지만 국민당의 밥을 먹었느냐 공산당이 내준 옷을 입었느냐 등등의 사소한 것으로 삶과 죽음을 나누게 된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역사의 페이지에서는 지워지는, 아니 집단으로 죽던가 이름없이 죽고살던가 하는 것밖에 어떤 인생의 무게를 실게 하지 못하지만, 하나하나의 인생은 태어남, 자람, 사랑과 우정, 실패와 기쁨, 성취와 방황, 죄와 벌 등의 하나의 우주를 이룬다.
... 조바심과 초조함은 희망의 다른 얼굴이니까요....p.189
...운명의 사람을 만날떄에는 나쁜 일 조차 도움이 되지....p.219
사람의 얼굴에는 여러면이 있듯이 사람의 일에도 양면이 있다. 나쁜일이 언제까지나 나쁜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이 언제까지나 좋은 일로 남는 것도 되지않는다. 그저 물고기처럼...물속에 살기에 눈물이 보이지않아요....하듯이.
....마음이란 떼쟁이라, 일단 떼를 부리기 시작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 땅바닥에 덜렁 누워 발버둥을 치며 이게 갖고 싶다, 저게 갖고 싶다, 사줘, 사줘, 하며 울부짖는다......우리는 끝내 마음을 따르거나 아니면 단호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으로 가야 좋은지는 죽을 때까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단호하게 마음을 거절하다 보면 우리는 더는 우리가 아니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되어 간다.....p.406
...할아버지든 원우원 삼촌이든 레이웨이든 사람이 죽을때마다 그 사람이 있던 세계가 사라진다. 나는 그들없이 살아야만 한다. 원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더 애매하고 차갑고 무관심을 숨기려하지않는 새로운 세계에 내 다리는 얼어붙는다. 따뜻한 외투가 하나씩 벗겨져 알몸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내 마음은 온기를 원하는데, 그러나 내 영혼은 그렇지않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영혼은 그들과 있음을 느낀다. 그들의 눈으로 매사를 보고 그들의 귀로 소리를 듣고 그들의 태도로 영원한 동경을 품는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오랜 세계로 잠겨간다. 내마음은 그렇게 위로받는다.....p. 474
요즘 계속 한국 SF소설만 주야장천 읽다가 질리게 돼서 다른 종류의 소설을 찾게 되었다.
SF소설에 빠지기 전에는 일본 추리소설만 또 주야장천 읽었기 때문에 다시 그쪽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베스트 소설 랭킹에 있길래 책소개를 살펴보았는데, 일본에서 나오키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작가의 전작은 읽어본 적이 없으며, 이 책이 처음이었다.
살인을 목격하고 살인범을 추적하는 내용의 이야기인데, 작가가 대만 출생이라 그런지 대만이 배경이 되어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추리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재미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