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리스천,신시아 브라운,크레이그 벤저민 저/이한음 역
아비 로브 저/강세중 역
해리 클리프 저/박병철 역
곽재식 저
폴 데이비스 저/박초월 역
페터 슈나이더 저/한윤진 역
전문 영역을 만화화 해 놓은 책들을 접해볼수록 ‘짧으면 읽기 쉬울 것이다’ 와 ‘만화이니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는 말은 맞지 않거나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줍니다. 오히려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나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는 분들에게 재밌게 훑어볼 수 있는 재료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독자 별 개인차는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그림들이 제 취향에 딱 맞아서 즐겁게 보고 읽고 했습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겉핥기 정도로는 만족이지만, 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의문점을 해소하기에는 저의 배경지식도 일천하고 짧은 설명으로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분량면에서 불가능하다는 점은 확실했습니다. 그래도 무한히 크고 무한히 작은 것들에 대한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들을 접했다는 점으로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할 것입니다.
《인피니티(로랑 셰페르 지음/한빛비즈)》
만화로 배우는 우주와 블랙홀의 비밀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며 인간의 출발과 우주의 출발을 생각해본다.
인간만이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무한한 우주를 바라보는 존재이다.
기원전부터 우주에 관한 탐구는 시작되었고 과학의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결과가 축적되면서 무한의 영역에 인간이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전작인 《퀀텀》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곳의 물리적 원리를 공부했다. 전작과 연결된 과학적 지식들이 소개되지만, 꼭 《퀀텀》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속도와 공간 문제로 우리 우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간과 시간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것, 시간 속 속도는 공간 속 속도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질량을 지닌 모든 물체는 시간 속 그리고 공간 속에서 모두 이동한다. 우리가 이동하는 속도가 어떤 물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를수록 우리의 시계는 그 물체의 시계보다 더 느리게 간다.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원리이다.
여기에 중력이 더해지면 일반상대성 원리가 나타난다. 질량은 공간 그리고 시간을 휘게 만든다. 즉,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이 더 크고 시간을 더 많이 감속시킨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은 우주의 현재 모습이 아닌 과거의 모습이다. 빛과 300,000km/s의 속도는 우주 수준에서는 하루살이만큼 느린 속도이다.
빛은 광년으로 표시되는 편차를 띤 먼 곳의 영상을 우리에게 전송한다. 따라서 멀리 보는 것은 곧 더 예전을 본다는 것을 뜻한다. 우주는 역사의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무한에 가까운 우주의 모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우주 지평선까지만 관찰할 수 있지만, 우주를 이루는 천의 그물코 사이, 즉 양자의 무한한 작음을 탐색할 수도 있다. 거기에 신비로운 암흑에너지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우주의 가장 위대한 비밀들과 우리가 보는 현실도.
역설적으로 무한히 큼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무한히 작은 양자 세계에 담겨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별들의 먼지인데, 그건 이미 우리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물질, 즉 우리를 에워싼 모든 것이 진공의 양자요동에서 왔을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셸 스피로(물리학자, 전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소장)
우리의 모든 지각은 전자기력 때문에 생긴다. 또 전자기력은 진공의 양자요동에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 요동은 전자기장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양자전기역학 기법은 강력과 약력의 장에도 적용된다.
우리 시공간의 무대는 고유한 특질이 없는 단단하고 정지된 단순한 배경처럼 보인다. 또 예측이 가능해 보여서 보편적인 시간이 어김없이 일정하게 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잘 보게되면, 배경은 전자기복사, 떨림일 뿐이다. 99.99퍼센트가 비어 있다. 단단한 무대나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도 마찬가지로 환상이다. 이 환상은 오로지 서로를 밀어내는 전자들 때문에 생긴다.
우주가 운영되는 비밀의 열쇠를 풀어가는 과정을 필생의 과제로 삼는 연구자들의 노력과 결과들이 만화의 형태로 소개된다. 이 한 권의 과학책으로 우리가 물리학자가 되지는 않지만,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엿보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움직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측량할 수 없는 마당이 열린다.
우주의 질서는 그 어떤 한계도 인정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든 텅 빔과 꽉 참이 번갈아 이어지고,
이 둘은 하나의 경계석을 사용하므로, 그 불확정한 짜임은 영원히 계속된다.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인피니티 #로랑셰페르 #한빛비즈 #퀀텀 #우주 #양자무한 #함께성장
우주의 무한대에서 양자의 무한소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 숨어있는 과학 지식을 단 한 권의 만화책으로 모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 주변의 세상은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무한하다.
바깥으로는 드 넓은 우주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 그 우주 바깥의 세상엔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무엇인가가 존재조차 하긴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런가 하면 특정 영역을 무한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또한 우주와 다를 바 없다. 우리 몸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자 수프로 이루어져 있어 내부에 텅 빈 공간이 많은 것도, 진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작은 세계의 무한에 부딪힌다.
이 책은 그런 무한에 관한 이야기이다. 크게는 우주
의 무한, 작게는 양자
의 무한에 이르기까지 크게 두 파트에 초점을 맞춰 내용이 전개된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공간적으로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듯한 모순 같은 세계, 시간적으로 시간의 정의가 대체 무엇인지 우리가 가진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그동안 학자들이 이룩한 지식과 정반합을 이루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예전에 퀀텀이라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책의 후속작이다.
제목만 보면 그래도 친숙한 무한보다야 파인만도 알지 못한다는 양자역학이 더 어려워 보이겠지만 사실 내용은 본 도서보다는 퀀텀의 내용이 더 쉽다.
둘다 기본적으로 일반, 특수 상대성 원리의 어느 정도 수준의 개념은 잡고 가야 하는 주제인지라 쉬운 주제는 아니지만 퀀텀은 양자 역학의 기본 특성 자체에 집중한다면 이번 도서 인피니티는 불완정성 원리를 비롯하여 간접적으로는 위상수학 혹은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이 집대성 되어있다.
단순히 수학 뫼비우스 띠 모양의 무한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한히 큰 우주에서부터 무한히 작은 양자의 세계에 이르는 이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과학
이 등장한다.
책 한 권에 그것도 만화책에 Top-Down 방식으로 세상을 한 눈에 훑어보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학에 대한 재미를 느껴보고 스스로의 호기심과 부딪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모든 것을 요약하여 소개할 수는 없지만 굵직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어떤 구성을 띄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설명해보려 한다.
우선 전작 퀀텀에서도 소개된 부분이지만 책의 초반부에 소개된 상대성 원리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대성 원리는 천재들이나 공부하는거 아니냐며 피하기 일수이지만 잠시 이 용어는 잊고 아래 그림의 동그라미에 주목하기 바란다.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채워져 있는 공 모양은 이른바 시공간 구
라 말한다. 노란색은 공간의 속도, 파란색은 시간의 속도이다. 빛은 전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그렇다면 공간의 속도로 모두 채워져 있으니 시간의 속도는 어떨까? 흐르지 않는다고 보면 맞다.
아주 빠른 우주선을 타면 지구의 시간보다 현저히 느려진다. 명작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목성에 착륙한 후 우주선으로 복귀한 뒤 일행의 얼굴이 급 노화된 놀라운 장면이 등장한다. 왜 그럴까? 이 책을 읽으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된다.
시간이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 같은 경우 하루 종일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 모르겠다는 답만 얻을 수 있었다. 그저 개념적으로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현상 정도가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정의이다.
그나마 학창 시절에 배운 과학을 되짚어 보며 에너지의 흐름, 엔트로피 개념을 이용해 시간이라는 개념이 수동적으로 생긴 것이라는 정도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시간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아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특수 상대성 원리는 시간에 대한 정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간의 개념
을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시간은 공간과 분리된 개념이 아닌 하나이며 그렇기에 지구의 시간은 화성보다 느리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인데 실제 관측 반경
은 460억 광년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 같은 해프닝도 벌어진다. 빛은 분명히 138억 광년 이동했지만 그 사이 우주가 팽창하며 저절로 이동한 거리가 추가된 셈이다. 머리가 슬슬 복잡해진다. 그런데 이거 잘만 이용하면 순간이동이 가능할지도?
무한대 개념의 우주에 대한 탐사가 끝나면 파트2에서 무한소 즉, 양자의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
우선 양자 단위가 무엇인지 개념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루는 4가지 힘
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속성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진동의 꼭대기는 마루, 마루 사이의 거리는 파장, 마루의 개수는 진동수 그렇기에 파장이 짧으면 높은 진동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함을 이해하고 출발해야 한다.
보라색 옷은 보라색 염료를 잘 흡수하는 옷감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반대다. 이 옷감은 보라색 광자를 반사하는 소재다.
물리학만 소재로 다루는 것 같지만 위 보라색 옷이 안구에 어떻게 전달되며 색맹과 비교시 어떤 신호가 전달되는지 등 간접적으로 생물학이 등장하기도 한다. 파트1의 우주를 소개할 때 삼각형 내각합 180도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는 위상수학이 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양자의 세계를 탐험하고 나면 도중에 불확정성 원리
라는 중요한 파트가 등장한다. 어렵지만 난 그동안 불확정성 원리를 이렇게 쉽게 소개하는 책은 만나본 적이 없다.
무한히 작은 영역에 절대온도 상태에 진공으로 비워도 무언가가 존재하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모순의 개념도 연극에 빗대어 훌륭히 소개하는 예술에 가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이 등장한다. 앞서 만화로 물 흐르듯 배웠던 개념들을 주제별로 간단히 정리한다. 사실 부록만 읽어도 어떤 책보다 이해하기 쉽게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이미 앞서 만화로 일상의 언어로 어려운 주제들을 배웠기에 보다 과학의 언어에 가깝게 새로운 개념을 정립할 수 있을 듯 하다.
정리하자면 제목과도 같이 무한에 가까운 과학 지식을 한 권의 책에 무한히 집어넣은 느낌이다. 학생이 읽는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세상의 기본 원리를 담고 있는 만큼 누구나 꼭 이 책을 필독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