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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없다

문화는 어떻게 비정상의 낙인을 만들어내는가

로이 리처드 그린커 저/정해영 | 메멘토 | 2022년 8월 10일 한줄평 총점 8.0 (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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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역사이론/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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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울대 김승섭 교수 추천*
*『뉴욕타임스』 편집자의 선택*

정신보건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 로이 리처드 그린커가 정상성이라는 허구에서 비켜난 사람들에게 문화가 어떻게 낙인을 찍어 왔는지를 추적한 책. 낙인은 세상 어디에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대상이 달라진다. 이 책은 ‘자본주의’, ‘전쟁’, ‘의료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신 질환과 장애에 대한 낙인의 ‘역학’을 탐구한다. ‘생산성’에 따라 인간 가치를 평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몸들이 배제되고 소외되었는지, 군진정신의학이 정신의학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망가진 뇌’ 모델, 생물학적 모델이 정신 질환과 장애의 낙인을 어떻게 강화하는지 추적한다.

항정신병 의약품 개발과 탈시설화 등은 정신 질환의 낙인을 감소시키고 정신의학이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요인이다. 이상행동과 정상행동을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있지만 정도의 차이로 보는 신경다양성 관점 등 낙인을 해체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지속적인 노력도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대한 비교문화적 접근으로 낙인을 없애기 위한 역사문화적 노력과 성과를 소개한다.

19세기 후반에 신경학자이자 정신과 의사로 활동한 증조할아버지부터 프로이트에게 정신분석을 받고 시카고대학에 정신의학과를 설립한 할아버지,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까지 정신의학에 몸담은 집안에서 성장하며 저자는 자연스럽게 의료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랫동안 정신 질환과 장애에 드리웠던 낙인에 우리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지를 서술하는 이 책에는 정신의학의 역사와 함께한 그린커 가족 4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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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베들럼에서 나오는 길

1부 자본주의

1. 자립적 인간형의 탄생
2. 정신 질환의 발명
3. 분열된 몸
4. 분열된 정신

2부 전쟁

5. 전쟁의 운명
6. 프로이트를 찾아서
7. 전쟁은 친절하다
8. 노머와 노먼
9. 한국전쟁에서 베트남전쟁까지
10.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11. 병에 대한 기대

3부 육체와 정신

12. 비밀 말하기
13.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라고?
14. 마법의 지팡이처럼
15. 몸이 말할 때
16. 네팔에서 몸과 정신의 연결
17. 위험의 존엄성

결론 스펙트럼에서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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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로이 리처드 그린커 (Roy Richard Grinker)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하버드대학에서 사회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인류학, 국제문제, 인문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자폐증, 남한의 탈북민 및 중앙아프리카를 연구해 온 문화인류학자다. 조지워싱턴대학 민족지학연구소 소장이자 『계간 인류학』(Anthropological Quarterly) 편집장. 한국에서 최초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대규모 역학 연구(2006~2011)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폐증이 있는 딸을 키운 경험을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상하지 않은 정신』(Unstrange Minds, 한국어판 제목은 ‘낯설지 않은 아이들’)을 썼다. 그...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하버드대학에서 사회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인류학, 국제문제, 인문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자폐증, 남한의 탈북민 및 중앙아프리카를 연구해 온 문화인류학자다. 조지워싱턴대학 민족지학연구소 소장이자 『계간 인류학』(Anthropological Quarterly) 편집장. 한국에서 최초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대규모 역학 연구(2006~2011)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폐증이 있는 딸을 키운 경험을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상하지 않은 정신』(Unstrange Minds, 한국어판 제목은 ‘낯설지 않은 아이들’)을 썼다. 그 밖의 저서로 『아프리카의 품에서: 콜린 M. 턴불의 생애』, 『한국과 그 미래: 통일과 끝나지 않은 전쟁』 등이 있다.
역 : 정해영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동아일보 인터넷판 기사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일과 로알드 달 단편선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인문여행 도서인 「세계를 읽다」 시리즈의 프랑스, 터키, 핀란드, 인도, 일본, 타이완 편을 비롯해 인문교양서 『반자본주의』, 『하버드 문학 강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 『판데믹: 바이러스의 위협』,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번역의 일』, 『페미니스트99』 등이 있고, 소설 『리버보이』, 『더 미러』, 『빌리 엘리어트』, 『멍때리기』, 『올드 오스트레일리아』, ...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동아일보 인터넷판 기사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일과 로알드 달 단편선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인문여행 도서인 「세계를 읽다」 시리즈의 프랑스, 터키, 핀란드, 인도, 일본, 타이완 편을 비롯해 인문교양서 『반자본주의』, 『하버드 문학 강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 『판데믹: 바이러스의 위협』,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번역의 일』, 『페미니스트99』 등이 있고, 소설 『리버보이』, 『더 미러』, 『빌리 엘리어트』, 『멍때리기』, 『올드 오스트레일리아』, 『비틀보이』, SF 앤솔로지 『곰과 함께』, 에세이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1. “반세기 만에 나온, 낙인에 관한 가장 중요한 작업”
-샌더 L. 길먼(에모리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생생한 사례들로 가득찬 명징한 설명.
모든 인간이 스스로를 정의할 권력을 되찾는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정신 질환의 낙인을 만들고 지탱하고 변화시키는
역사적, 문화적 힘들에 대한 깊이 있고 매혹적인 탐구


정신보건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 로이 리처드 그린커가 정상성이라는 허구에서 비켜난 사람들에게 문화가 어떻게 낙인을 찍어 왔는지를 추적한 책. 낙인은 세상 어디에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대상이 달라진다. 이 책은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역사적 양상(자본주의, 전쟁, 정신 질환의 의료화)을 연대순으로 살펴본다. 우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이 없다는 것은 질병으로 여겨졌다. 저자는 산업혁명 시기의 경제적 요구, 단성 사회에서 양성 사회로의 이행, 인종주의, 식민주의 득세 과정에서 여성, 동성애자, 흑인의 몸이 어떻게 특정 정신 상태(정신이상)와 연결되었는지 탐색한다. 두 번째, 정신적 문제에 대한 낙인과 수치심을 군대와 민간 사회 모두에서 줄인 ‘전쟁’의 역할을 조명한다. 전시에는 정신의학적 장애가 전투 중이든 아니든 받아들일 만한 스트레스 반응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정신 질환의 점진적 의료화 문제를 다룬다. 의료화란 특정한 체질량에 이르는 것이 ‘비만’이 되는 것처럼 비의료적인 문제를 포함한 일상생활의 측면을 마치 의료적인 것처럼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의료화가 질병과 낙인의 사회적 기원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1600년대 초, 미국 마서스비니어드섬에 정착한 영국인들은 그곳에서 250년 동안 근친혼으로 사회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폐쇄된 유전자 풀에서 유전적 장애가 등장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과 부분적 청각장애인과 청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수어를 고안했고, 청각장애가 그저 인간들 간의 다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겼다. 시간이 흘러 새 주민이 정착하면서 청각장애는 사라졌지만 많은 청인이 습관적으로 다른 청인과 수어를 계속 썼다. 마서스비니어드섬은 어떻게 자연이 아닌 문화가 정상과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것을 만들고 정의하는지를 보여 주는 최고의 예다.(40~43쪽)

2. 4대에 걸친 그린커 가문의 연구와
정신의학사를 종횡으로 엮은 역사서


줄리어스 그린커는 성차별적이었고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고 믿은 19세기의 신경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다. 그의 관점이 그리 과격한 편도 아니었다. 당시 의사들은 여성의 생식기관이 정신이상을 일으킨다고 믿었고, 1800년대 말 시카고에는 ‘어떤 형태로든 기형인’ 사람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범죄자로 분류하는 ‘어글리 법’(1973년에 폐지됨)이 있을 정도였다. 줄리어스와 달리 그의 아들 로이 리처드 그린커 1세는 정신 질환과 관련된 수치심과 낙인을 줄이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 역시 신경학자로 1933년 프로이트에게 열다섯 차례에 걸쳐 정신분석을 받은 후 1935년 시카고대학에 정신의학과를 설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했고, 제자와 「북아프리카에서 전쟁 신경증」(1943)이라는 기밀문서를 작성했는데, 이 문서는 전후에 『스트레스 받는 남자들』(Men Under Stress)로 출판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정신분석적 개념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그도 1970년대 중반, 조현병을 스펙트럼 장애로 보는 관점에 격렬히 반대했다.(2013년 나온 『정신 질환의 통계 및 편람DSM』 제5판은 조현병을 스펙트럼 장애로 재구성한다.) 반면, 의료인류학자인 그의 손자 로이 리처드 그린커 3세(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정신 질환이 결국 하나의 스펙트럼에 존재하는 정상적인 심리상 차이를 보여 주는 특징이라고 믿는다.

이 책에는 그린커 가족 4대의 일과 삶이 정신의학의 역사와 함께 녹아 있다. ‘그린커들’은 각자 자기가 속한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19세기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며 정신의학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훌륭하게 실증해 준다.

3. 군진정신의학의 성과를 재조명하다

저자는 정신의학 역사서 대부분이 군진정신의학(military psychiatry)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그것이 정신의학사에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재조명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정신 질환에 대한 분류와 설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이 만들었다. 군대가 만든 정신 질환의 분류 체계는 정신 질환 진단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정신 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초판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한 세대의 정신과 의사가 양산되었고, 정신역학이 진정한 전문 분야로 등장했고 미국 심리학이 탄생했다. 한국전쟁 때는 심리치료의 핵심인 대화 요법이 일상화되었다.

남북전쟁의 향수병, 제1차 세계대전의 탄환 충격,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 신경증과 뇌진탕 후 증후군, 베트남전쟁의 베트남 후 증후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걸프전의 걸프전 증후군처럼 모든 전쟁에는 고유한 증후군이 있다. 고통의 표현 방식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랐던 것이다. 전쟁 증후군은 정신 질환의 낙인으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가령 탄환 충격은 마비와 관절 이상, 실어증, 감각 상실, 피로감, 불면증, 현기증 등 당시 히스테리와 같은 증상이었다. 병사들은 여성형 질환인 ‘히스테리’를 ‘탄환 충격’이라는 용어로 대신해 나약하다는 인상에서 벗어나고 정신병 환자라는 낙인을 피했다. PTSD는 현역군인, 참전 군인,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진단명으로 인기를 끈다. PTSD가 개인사적, 문화적 차이를 희미하게 만들고 개인의 고유한 성격과 전력보다 환경적 스트레스 원인을 탓함으로써 비교적 낙인이 덜한 진단을 제공하는 평형 장치기 때문이다.

4. ‘망가진 뇌’ 모델, 생물학적 모델은
정신 질환의 낙인을 어떻게 강화하는가


많은 정신보건 지도자들은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것을 뇌의 장애로 이해하는 것이며 사람이 아닌 뇌를 치료함으로써 낙인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4년에 정신과 의사 낸시 앤드리어슨이 낙인을 줄이기 위해 정신 질환을 ‘망가진 뇌’라고 표현했다.(324쪽) 그린커는 망가진 뇌 모델은 현대판 골상학(두개골과 코 턱 귀의 전체적 구조를 측정해 정신 질환과 인격 및 범죄 행동 성향을 설명하고 예측하려 한 유사과학)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신 질환을 뇌의 질환이라고 보면, 왜 뇌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법인 전기경련요법(ECT)에 대한 낙인은 없어지지 않는지 반문한다. ECT는 중증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있는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지만 뇌엽 절제술과 관련된 끔찍한 낙인이 따라붙어 모든 치료법 중에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료법이 되었다.

많은 과학자가 여전히 정신 질환이 언젠가 당뇨병이나 심장병만큼이나 ‘실재’ 의학적 상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이는 문제가 있다. 정신 질환은 치료하기 힘들고 여전히 행동에 근거해 임상적으로 진단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유전적 특징은 정신 질환 원인의 일면일 뿐이다. 임박한 정신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검사는 없으며, 다른 장기와 달리 인간의 뇌는 연구를 위해 쉽게 해부할 수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사람을 그의 뇌로 환원하는 것은 누군가를 그 사람의 유전자나 인종 종교 성별 또는 성적 지향으로 환원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하고 비인간적이라는 점이다.(13장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라고?’ 참조)

생물학적 모델이 낙인을 강화하는 예로, 저자가 한국에서 진행한 대규모 자폐증 역학 연구(2006~2011)가 참고가 된다. 당시만 해도 한국 부모들은 종종 자폐증 진단을 거부하고 유전적 부담이 적은 ‘반응성 애착장애’(RAD)라는 진단을 받으려고 했다. 자녀의 장애를 차라리 어머니의 양육 탓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한국 부모들은 자폐증이 유전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모든 유전적 장애를 가족의 유전적 무결함과 혈통에 대한 먹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346~349쪽)

5.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대한 비교문화적 접근으로
낙인을 없애기 위한 역사문화적 노력과 성과를 밝히다


걸출한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 8단계 아동 발달 이론을 창시한 에릭 에릭슨과 조앤 부부는 1944년 다운증후군 아이 닐이 태어나자마자 시설에 보내면서 사산되었다고 거짓말했다. 스물한 살로 닐이 죽을 때까지 그들은 냉담했다. 명성에 누가 될까 두려웠던 이유도 있지만, “그 시절 다운증후군 아동의 부모들 사이에 만연한 반응인 침묵, 수치심, 깊은 슬픔”을 따랐던 것이다.(296~299쪽) 정신 질환과 장애에 씌워진 오명과 낙인은 진단과 치료, 관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다. 우리가 어떻게 낙인에 성공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지를 서술하는 이 책은 낙인을 해체할 가능성도 우리에게 달려 있음을 보여 준다.

저자는 정신 질환의 낙인을 감소시키고 정신의학이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준 항정신병 의약품 개발과 탈시설화, 신경다양성운동 등의 노력 외에도 낙인에 저항하는 좋은 예를 비교문화적 접근으로 제시한다. 일본에서는 항정신병약이 탈시설화나 지역사회 정신보건 시스템의 발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조현병(한국에서 정신분열병을 대신하는 용어)에는 심각한 낙인이 있는데, 진단 언어를 변화시켜 낙인에 대항했다. 2002년부터 정신분열병 대신 ‘통합실조증’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쓰기 시작했고, 이는 질환의 가시성과 치료를 촉진했다.(317~319쪽) 지역사회의 토속신앙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10년간(1996~2006) 이어진 내전으로 네팔에는 정신의학적 전쟁 피해자가 많지만 전생에 지은 업보로 믿는 경향이 있어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네팔에서는 정신병이라는 말을 들으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생각한다. 그곳에서는 ‘뇌’와 관련된 ‘정신’(디마그)이 아니라 ‘가슴’과 관련된 ‘마음’(만) 문제로 접근해야 환자들이 치료받을 가능성이 크다. 디마그는 프로이트의 에고와 슈퍼에고를 합친 것, 만은 이드와 비슷한 개념이다. 디마그가 망가진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 살 수 없기에 그에 관한 낙인이 훨씬 강력하다.(411~434쪽)

종이책 회원 리뷰 (2건)

정상은 없다. 로이 리처드 그린커 지음. 정해영 옮김. 메멘토 간행.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m*******m | 2023.05.05

문화는 어떻게 비정상의 낙인을 만들어내는가.

 

 책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문화라고 설명합니다.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비정상을 구분한다고 하지만 결코 믿을 만한 진단이 아니었다는 것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합니다. 정신과 심리를 처치하고 분석하는 의사나 심리학자도 사람이니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크게 영향을 받은 환경을 저자는 두 가지를 들어 설명합니다. 사회체제인 자본주의와 체제의 운명을 건 전쟁입니다(공산주의 체제에서 정신질환은 어쨌을지는 없습니다. 그렇다는 말입니다^^;;)

 

 자본주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삶을 권장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력으로 살아남기’가 정상의 기준입니다. 노동자가 열심히 일을 하며 돈을 벌어 생활하지 못하면 비정상인 노동자가 됩니다. 이들은 모두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합니다. 최초의 정신병원이 생긴 이유는 비정상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장치였는데  ‘애초에 뚜렷이 구분되는 별개의 정신 질환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시설’입니다. 스스로 일하며 살아남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병자가 됩니다. 노숙자와 장애인이 비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정신병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개념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만든 관념입니다. 관념이 바뀌면서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람들은 이후 풀려납니다.

 

 전쟁은 체제의 운명을 건 싸움입니다.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총을 쏠 군인들이 전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1차 대전 중, 군인들은 주로 언어장애, 보행장애를 호소하여 전쟁수행에 지장을 주었고, 2차 대전에서는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일반 정신장애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습니다.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비정상인들에 대한 대처가 필요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한 낙인을 찍었지만, 그럼에도 전쟁 중 비록 한정된 시간 동안 불안과 우울증 같은 일반 장애가 많아지자 결과적으로 낙인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비정상이라는 판단은 낙인효과를 가진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낙인은 낙인찍힌 자들에게서 나오지 않는 판단’입니다. ‘낙인은 그것을 찍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병을 앓거나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가혹한 도덕적 판단의 불빛을 비추고는 그 사람이 만들어 낸 그림자만을 보며 그것이 실재라고 오해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 그림자는 대체로 낙인의 당사자와 그 가족까지 따라다닌다. 그림자는 떨쳐 낼 수 없는 제2의 자아처럼 그 사람의 연장된 부분이 되어, 본인조차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487쪽)(플라톤의 동굴 우화는 289쪽에 인용됨) 동굴에 갇혀 그림자만을 본 사람에게 “저게 그림자가 아니냐?”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너는 실패했다고 낙인을 찍는다는 설명입니다.

 

 지금도 기부를 위한 이웃 돕기 방송이 있습니다. 이 방송에 대한 반응 중 기억나는 게 있습니다. “본인이 무능하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방송을 통해 동정과 도움을 유발하는 행동은 파렴치하다.” 동료 직원의 말이었습니다. 오래전 얘기입니다. 1945년 ‘젊은이들’이라는 저서를 낸 우생학자 어니스트 A. 후턴은 자선단체와 보호시설이 결함을 뿌리 뽑기보다 지속시켜서 인간성을 망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습니다. (210쪽) 후턴은 이 연구결과를 자신의 우생학이라는 렌즈로 해석해 사람의 육체와 정신은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난은 사람이 못나서 그렇다는 것이지요? 이런 낙인 익숙하지 않으십니까?  끔찍한 세상을 우리들은 통과했습니다. 빽도(빠꾸또) 하면 안 된다고 믿습니다.

 

 저자는 결론을 이렇게 맺습니다. ‘문화와 시대에 따른 가변성을 모두 고려할 때, 정신 질환에 대한 현재의 어떤 접근법도 최선의 또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리석을 것’ (484쪽)입니다. 읽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1부와 2부 그리고 결론만 줄여 읽어도 무방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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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정상이란 자본주의가 만든 순응에 대한 집착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옥*동 | 2022.08.01

글쓴이의 성이 낯이 익어서 보니, 예전에 그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쓴 논문을 여러번 읽었던 듯 하다. 할아버지부터 그린커란 이름으로 정신과 의사를 하는 집안의 3대째, 본인은 인류학자가 되었고, 대신(?) 부인이 정신과 의사인 집안. 묘한 마음일 것이다. 어릴때 할아버지의 무르팍 교육을 질리게 들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생각하는 정신의학, 정상성, 정신질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게다가 저자의 아이는 자폐증이다. 또, 한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자폐증 역학조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온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맥락에서 책을 썼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은 '정신질환', '광인', '정신병자'라는 것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쓴 책이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 아니기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주아주 예전에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별이 없었기에 굳이 배제할 필요 없었고 같이 지내면서 살았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노동력이 필요해지면서 이들을 돌보기보다 나머지 사람들이 일을 하는게 나아짐. 그래서 수용소가 필요해졌고 실제로도 그런 개념이 퍼지면서 정신병원이 증가하고, 환자들의 수가 통계적으로 늘어났다고.

정상성이란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어떤 이상형을 만들고 거기에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그러므로 정상이냐 아니냐는 '사회적으로 잘 순응하고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낙인찍는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되었다는 비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미국사회에서 정상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신경증의 본질'이라고 글로 썼다는데..그 맥락에서 이해가..어쨌든 정상에 대한 추구는 일종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것은 어느새 수치스러운 것, 배제가 되는 것의 기준이 되니,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무척 염려가 되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책은 PTSD, 자폐증등에 대해서 매우 광범위하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00병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는지, 사회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등에 대해서. 그러면서 몸과 마음의 이분법이 신체의 문제와 심리의 문제를 나눠서 보게 하는 것이 주는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보면서 깨알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

1) 에릭 에릭슨 부부에게 다운 증후군의 아이가 4번째로 태어났는데, 이들은 이 아이를 수치스럽게 여겨서 시설로 바로 보내버렸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절대 알리지 않은 채 살았다. 두 사람은 수치심속에 살았다고. 21세에 닐은 사망

2) DSM을 체계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뺀 스피걸이 실은 숨겨진 게이였다. 1981년 스피걸은 70세 생일에 가족들과 모였고, 이날 몇 해전 사망한 아내만 알던 비밀을 공개했는데 휴가 첫날 아침 자신의 연인을 공개하고 이미 그는 이미 결혼식전에 아내에게 자신의 성 지향성을 고백했었다고. 숨기고 살아왔던 것이다.

3) 자폐 역학 연구를 하는데 이들중 상당수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자폐가 아니라 반응성애착장애로 진단해달라고, 아니면 고쳐달라고 주장했다고. 왜냐면 자폐증으로 진단하고, 유전적이다..라고 알려졌으니, 그게 다른 건강한 형제나 가족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기게 되어서 차라리 환경적으로 잘 못키운 것, 좋은 환경을 주지 않은게 낫다고 여겼다고.

꽤 방대한 책인데 주말에 아주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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